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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2)
해리는 위즐리 씨가 조금 전에 주의를 주었던 일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론은 굉장히 놀란 표정이었고, 릴리아나는 토끼 눈을 한 채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헤르미온느는 역시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마침내 손을 내리고 말했다.
"시리우스 블랙이 널 잡으려고 탈옥했단 말이야? 오, 해리……. 너 정말 정말 조심해야겠다. 블랙을 잡는답시고 공연히 재난을 자초하지 말구 말이야, 해리."
"뭐라고? 내가 바보니? 재난을 자초하게?"
해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재난이 날 찾아다닌다면 모를까."
그들은 해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소식을 더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 모두 해리보다 블랙을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가 아즈카반에서 어떻게 탈옥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론이 불안한 듯 말했다.
"과거엔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었대. 더군다나 그는 감시를 가장 철저히 했던 죄수였잖아."
"하지만 마법부가 반드시 그를 잡을 거야,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말은, 마법부가 모든 머글들에게까지 그를 경계하도록 주의시켰으니까 말이야……."
"저 소리는 뭐지?"
릴리아나가 갑자기 말했다. 어디선가 어렴풋하게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객실을 빙 둘러보았다.
"네 가방에서 나는 소리야, 해리."
론이 일어서서 선반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는 해리의 짐 속에서 포켓 스니코스코프를 꺼냈다. 그것은 론의 손바닥에서 아주 빠르게 뱅글뱅글 돌며 찬연히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거 스니코스코프니?"
헤르미온느가 흥미로운 듯 더 잘 보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게 뭔데?"
릴리아나가 물었다.
"주위에 믿지 못할 사람이 있으면 이게 빛을 발하며 빙글빙글 돌아가."
"그럼 우리 주위에 지금 믿지 못할 사람이 있는 거야?"
릴리아나가 두려운 듯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닐 거야. 이건 아주 싸구려거든. 내가 이걸 해리에게 보내려고 에롤의 다리에 묶고 있을 때도 정신없이 돌아갔었어."
"그때 너 못된 짓 하고 있었던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영리하게 물었다.
"아니! 글쎄……. 난 에롤에게 그런 일을 시키면 안 되긴 했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장거리 여행은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에롤 말고는 내가 해리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 말이야."
"가방 속에 다시 넣어버려."
스니코스코프가 휙 하고 귀를 찢을 듯이 소리를 내자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분이 깰 거야."
그가 고개로 루핀 교수 쪽을 가리켰다. 론이 스니코스코프를 소름 끼치는 낡은 양말 속으로 쑤셔 넣어 일단 소리를 좀 죽인 뒤 가방을 닫았다.
"호그스미드에 가면 저걸 점검해 볼 수 있을 텐데."
론이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마법 기구나 가재도구를 파는 더비시와 뱅스라는 가게에서도 저런 거 팔거든. 프레드와 조지 형이 말해 줬어."
"너 호그스미드에 대해서 알기나 하니?"
헤르미온느가 핀잔주듯 날카롭게 말했다.
"난 책에서 읽었는데 영국에서 머글이 단 한 명도 없는 마을은 그곳밖에 없대."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것과는 달리 론은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그래 그럴 거야. 하지만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건 그것 때문이 아냐. 난 그저 허니듀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뭔데?"
릴리아나가 물었다.
"과자가게야. 그 가게엔 없는 거 없이 다 있어……."
론이 환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맥없이 호그스미드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나 누군가가 대신 허락해 줄 것이라 했지만 해리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기차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창밖은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바깥이 점점 어두컴컴해지자 기차 복도와 천장에 전등이 들어왔다. 기차가 흔들거리고 빗줄기가 창문을 세게 때리고 바람 소리도 요란했지만 루핀 교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거의 다 왔나 봐."
론이 루핀 교수 쪽으로 상체를 굽혀 이제는 완전히 새까매진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좋았어."
론이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 옆으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며 말했다.
"배고파 죽겠어. 연회에 빨리 가고 싶어……."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왜 멈추는 거지?"
기차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기적소리가 사라지자 창문을 때리는 바람과 빗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릴리아나가 일어서서 복도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객실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었다.
별안간 기차가 덜커덩 하더니 멈춰 섰다. 멀리서 들리는 쿵, 쾅 하는 소리로 보아 선반에서 짐들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전등이 일제히 다 나가 버렸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암흑 속에 빠져 버렸다.
"무슨 일이지?"
릴리아나의 뒤에서 론이 외쳤다.
"아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론, 그건 내 발이야!"
릴리아나는 손으로 더듬어 간신히 자리로 가서 앉았다.
"엔진이 고장 난 게 아닐까?"
"몰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났다. 론이 창문을 조금 닦아내고 밖을 내다보는 것 같았다.
"밖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객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미안해……. 너희들 무슨 일인지 아니? 아야……. 미안해……."
"안녕 네빌."
해리가 어둠 속에서 네빌에게 인사했다.
"해리? 너니? 무슨 일이니?"
"몰라……. 앉아……."
시끄러운 쉿 소리와 아파서 깽깽 우는 소리가 들렸다. 네빌이 크룩생크 위에 앉으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가서 기관사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올게."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릴리아나의 옆으로 지나가는 가 싶더니, 문이 다시 스르르 열리는 소리가 난 뒤 쿵 하는 소리와 아파서 찡얼대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다.
"거기 누구니?"
"거기 누구니?"
"지니?"
"헤르미온느?"
"너 뭐하고 있니?"
"론을 찾고 있어……."
"들어와서 앉아……."
"여기 말고!"
해리가 다급하게 말했다.
"난 해리란 말이야."
"조용히 해라!"
갑자기 어떤 쉰 목소리가 말했다. 루핀 교수가 마침내 깨어난 것 같았다. 그가 있는 곳에서 움직임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딸깍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나더니 기차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루핀 교수가 불꽃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잿빛이고 피곤해 보였지만 두 눈만은 주위를 경계하는 듯 번득이고 있었다.
"모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그가 역시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불을 앞으로 내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루핀 교수가 미처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천천히 스르르 열렸다. 온몸을 망토로 감싼 천장에 닿을 듯이 커다란 형상 하나가 루핀 교수가 들고 있는 흔들리는 불꽃의 불빛을 받으며 문간에 서 있었다. 그것의 얼굴은 두건 밑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릴리아나의 눈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망토에서 손 하나가 쑥 비어져 나와 있었는데 희끄무레하게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꼭 물속에서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불쾌한 모양에 딱지투성이었다…….
두건을 쓴 것이 공기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려는 듯 가르랑거리며 길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들 위로 강렬한 냉기가 휙 스쳐 지나갔다.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냉기가 살갗 속으로 스며들었다. 가슴 속으로, 심장 속으로…….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릴리아나가 덜덜 떨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이 소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부모님과 선대 집사가 죽었던 사고의 소리였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난 장소가 아닌 밖에 있는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릴리! 릴리!"
누군가 릴리아나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괜찮은 거야? 해리는 벌써 일어났잖아……."
"릴리! 정신 차려봐!"
"……뭐……야?"
릴리아나가 눈을 떴다.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다시 움직이고 있었는지 바닥이 흔들거렸고 전등불은 다시 들어와 있었다.
"괜찮아?"
"응……."
릴리아나가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먹어라."
루핀 교수가 이미 잘라진 초콜릿을 건네며 말했다.
"그러면 좀 괜찮아질게다."
"방금 그건 뭐죠?"
"디멘터란다. 아즈카반에 있는 간수지."
루핀 교수가 릴리아나를 그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릴리아나가 초콜릿을 한 입 깨물었다. 놀랍게도 손끝 발끝까지 온기가 좍 퍼졌다.
"릴리 괜찮아?"
"응."
"해리도 그렇고 너도 기절했었어!"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호들갑을 들으며 머리를 문에 기대었다. 예상치 못했던 기억하기 싫은 과거 기억과의 조우는 그녀를 매우 지치게 만들었다. 릴리아나가 두 눈을 감았다.
***
연회장으로 들어가려던 릴리아나는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홱 돌아섰다.
"포터! 그레인저! 퀸! 정말 보고 싶었단다!"
옆에서 해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지을 필요 없다. 그저 내 사무실에서 잠시 말을 나누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녀가 그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위즐리는 가도 좋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데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걸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와 함께 현관 안의 홀을 가로질러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간 뒤, 복도를 따라 걸었다. 따뜻한 난로가 피워져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책상 뒤로 가서 앉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루핀 교수가 미리 부엉이를 보내 학생들이 기차에서 아팠다고 말해주었단다."
해리와 릴리아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나더니 간호사인 폼프리 부인이 부산을 떨며 들어왔다. 해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전 괜찮아요. 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해리가 얼굴을 물들인 채로 폼프리 부인의 손길을 피했다. 그때 스네이프가 맥고나걸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해리의 입이 다물어졌다.
"학생들이 디멘터 때문에 기절-이 부분에서 해리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달아올랐다-했다고 들었는데요, 맥고나걸 교수님."
"아, 어서 오세요, 스네이프 교수님."
맥고나걸이 스네이프를 반겼다. 스네이프의 손 안에는 검은 액체가 든 병이 들려 있었다.
"디멘터를 학교 주변에 배치하다니."
폼프리 부인이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찼다. 스네이프는 두개의 유리잔을 만들어 내더니 검은 액체를 따라 해리와 릴리아나에게 건네주었다.
"마셔라."
"저는 괜찮아요."
"잔말 말고 마셔라 포터."
"마시고 싶지 않아요."
순순히 스네이프가 건네주는 약을 먹었던 릴리아나가 진저리를 치자 해리는 정체불명의 찐득해 보이는 검은 액체를 죽어도 마시기 싫다는 얼굴을 했다. 폼프리 부인은 해리와 릴리아나의 맥을 짚었다.
"어때요? 장기 요양을 해야 하나요? 오늘 밤은 병동에서 보내야 하나요?"
"전 괜찮아요!"
해리가 펄쩍 뛰며 말했지만, 스네이프의 그 입 닥치라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시선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정 그렇다면 초콜릿이라도 좀 먹어야 할 거에요."
"우리 둘 다 먹었어요."
릴리아나가 인상을 찌푸린채 대답하자 폼프리 부인은 매우 만족한듯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그랬니? 그러니까 이제 마침내 치료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을 모시게 되었군요?"
폼프리 부인의 말에 스네이프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