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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3)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해리를 볼 때처럼 대놓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자 조금 놀랐다. 어떤 지점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폼프리 부인의 말이 스네이프의 심기를 건들인 것은 분명했다.
"정말 괜찮니,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확인하듯 물었다. 해리가 대답했다.
"네."
"퀸, 너도 괜찮고?"
"네."
릴리아나가 아직도 쓴맛이 느껴지는 입을 다시며 대답했다.
"좋다. 그럼 난 그레인저와 시간표에 대해 몇 마디 나눌 말이 있으니 스네이프 교수님께서 퀸을 연회장까지 데려다 주시겠어요? 포터, 너에게도 할 말이 있으니 잠시만 밖에서 기다리거라."
스네이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폼프리 부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부인은 스네이프에게 인사를 한 후 혼잣말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병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리가 릴리아나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준 후 벽에 기대 맥고나걸 교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스네이프와 연회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지만 릴리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학 잘 보내셨어요, 교수님?"
"그래."
"쿠키는 괜찮았나요?"
"그래."
"편지는 왜 그렇게 짧게 답장하셨어요."
"……그건……."
스네이프가 멈칫했다. 릴리아나는 장난스럽게 스네이프를 째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왜 그러신 거예요. 제 편지가 받기 싫으신 거예요?"
"아니 그건……."
"네?"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대답을 재촉하자 그는 몇 번 입을 벙긋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연회장에 가는 것 보다는 기숙사로 올라가서 쉬는 게 낫지 않냐."
그의 말에 방금 물어보던 것은 잊어버렸는지 릴리아나는 스네이프를 째려보던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아프지 않은걸요? 그리고 애초에 기절한 것도 제가 허약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요."
스네이프가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들은 연회장 앞에 도착해 있었다. 스네이프가 입을 다물고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남은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보니 곧 있으면 기숙사 배정식이 끝날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교수님들이 앉아 있는 상석의 빈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릴리아나는 론이 맡아둔 자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금 스네이프랑 같이 온 거야?"
"응."
"끔찍하다."
론이 혀를 내밀며 스켈레-그로를 한 병 마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해리하고 헤르미온느는?"
"맥고나걸 교수님과 같이 올 거야. 따로 얘기할게 있대."
릴리아나가 망토를 정리하며 말했다.
"배고파 죽겠다. 기숙사 배정식은 언제 끝나려나."
그때 때마침 마지막 남은 학생이던 알리샤 제니아가 래번클로에 배정이 되었다. 래번클로에서 천장을 들어놓을 듯한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정식이 끝이 나자 엉클어진 하얀 머리의 키 작은 마법사인 플리트윅 교수가 아주 오래된 모자와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들고 홀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뭐래?"
해리가 론에게 작은 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하려는 순간 교장 선생님이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섰으므로 해리는 하려던 말을 그만 두었다. 덤블도어는 디멘터가 학교에 배치될 것이고 심지어 투명망토도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론과 해리가 서로 마주보았다.
"좀 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려야겠군요. 금년에 우리 학교에 새로운 교수님 두 분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우선 루핀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을 맡아 주시는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스네이프 좀 봐!"
릴리아나가 박수를 치고 있을 때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의 귀에 속삭였다. 스네이프는 루핀 교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네이프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맡고 싶어 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분노를 넘어 혐오에 가깝게 찡그려지는 것을 보고 문득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 루핀 교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 오신 또 한 분의 교수님을 소개해야겠군요."
루핀 교수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사라져 갈 즈음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의 교수님이신 케틀번 교수께서 유감스럽게도 그나마 남아 있는 여생을 좀 더 편히 지내시기 위해 작년 말에 퇴직하셨습니다. 그러나 기쁘게도 그의 자리를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냥터지기 일과 더불어 이 교사직을 맡는 데 동의해 주셨습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다가 곧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수갈채는 특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요란하게 들렸다. 해그리드의 얼굴은 새빨개져서는 뒤얽혀 있는 시커먼 수염 밑으로 아무도 몰래 씩 웃으며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우리가 왜 몰랐지!"
론이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을 쳤다.
"우리에게 덥석덥석 깨무는 책을 사라고 할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
박수소리가 잠잠해지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해그리드는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었다.
"자, 중요한 얘기는 다 한 것 같군요. 이제 연회를 시작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 앞에 있던 황금 접시와 잔에 음식과 음료가 그득히 채워졌다. 음식을 닥치는 대로 덜어 퍼먹고 있던 론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물었다.
"그런데 릴리, 루핀 교수도 해리 어머니를 알고 있었나봐."
"응?"
릴리아나가 중국식 볶음밥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아까 기차 안에서 네가 기절했을 때 루핀 교수가 너를 보고 '릴리?' 이랬거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
"그래?"
릴리아나가 음식을 우물거리며 루핀 교수를 바라보았다. 릴리아나와 시선이 마주친 루핀 교수는 릴리아나를 향해 그리움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어 주었다.
***
정신이 나간것이 분명한 초상화 속 기사 덕분에 점술 교실을 찾은 그들은 마지막으로 몇 계단을 더 올라가자 아주 작은 층계참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벌써 학급 아이들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이곳은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때 해리가 고개를 들어 놋쇠 명판을 또박또박 읽었다.
"사이빌 트릴로니, 점술 교사. 저기로 어떻게 올라 다니지?"
그때 그의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뚜껑 문이 덜컥 열리더니 해리의 발 바로 앞으로 은빛 사다리가 내려왔다. 모두 조용해 졌다.
"너 먼저 가."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가 제일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뚜껑 문을 열고 나온 곳은 지금까지 본 교실 중에서 가장 이상한 곳이었다. 사실 교실이라기보다는 다락방과 구식 찻집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안에는 스무 개 정도의 작은 원형 탁자들이 있었고 주위엔 무명천을 씌운 안락의자와 불룩한 작은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또 각 테이블마다 희미한 진홍색 등불로 밝혀져 있었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이 쳐져 있었고 전등마다 짙은 빨간색 덮개가 덮여 있었다. 공기는 숨 막힐 듯이 후텁지근했으며 뭔가가 잔뜩 올려진 선반 밑의 벽난로 불은 구리 주전자에 담긴 아주 메스꺼운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데우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운형 벽을 따라 죽 늘어서 있는 선반에는 먼지투성이의 깃털과 쓰다 남은 동강 초들과 너덜너덜한 여러 벌의 카드와 수없이 많은 수정 구슬과 많은 찻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잘들 왔어요. 마침내 현세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로 기쁘군요."
아이들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어둠속에서 부드럽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꼭 번득거리는 커다란 곤충처럼 생긴 트릴로니 교수가 말했다.
"앉거라, 앉아."
그녀의 말에 학생들은 모두 어색하게 안락의자로 올라가거나 두꺼운 쿠션에 주저앉았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원형 탁자에 함께 둘러앉았다.
"점술 수업에 온 걸 환영해요."
트릴로니 교수가 벽난로 앞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난 트릴로니 교수입니다. 여러분들은 날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활기가 넘치는 저 혼잡한 학교로 너무 자주 내려가면 내 영적인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그곳엔 잘 가지 않죠."
이 이상한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숄을 우아하게 다시 휙 두른 뒤 계속 말했다.
"여러분들이 선택한 점술 수업은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입니다.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분 스스로에게 통찰력이 없다면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을 미리 경고해 두어야겠군요. 지금까지는 책만으로도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 말을 들은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많은 마법사들이 쿵 소리를 낸다거나 냄새를 맡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분야에서는 재능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치 않은 미래의 비밀을 꿰뚫어보는 건 잘 하지 못합니다."
트릴로니 교수는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긴장하고 있는 얼굴들을 죽 둘러보며 계속했다.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부여된 재능입니다. 너, 얘야."
그녀가 갑자기 네빌에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쿠션에서 떨어질 뻔 했다.
"네 할머니는 안녕하시니?"
"네. 그렇겠지요."
네빌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확신하지는 않을 게다 얘야. 우린 금년에 점술의 기본 방법들만 공부할 것입니다. 첫 학기는 찻잎을 보고 해독하는 법만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고 두 번째 학기엔 손금 보기를 배울 것입니다. 그런데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패르바티 패틸에게 소리쳤다.
"넌 빨간 머리 남자를 조심해야겠구나."
패르바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로 뒤에 있는 론을 바라보더니 의자를 당겨 그에게서 좀 떨어져 앉았다.
"그 다음엔 수정구슬로 들어갈 거예요. 불을 보고 예언하는 것을 마친다면 말입니다. 불행히도 2월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려 나도 목이 잠길 테고 지장이 좀 있을 겁니다. 부활절 즈음에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겠네요. 그런데 얘야."
이 말에 모두들 긴장해서 조용해졌을 때 트릴로니 교수는 릴리아나에게 말했다.
"나라면 검은머리 남자를 그렇게 가까이 하지 않을 거란다. 그 사람은 너에게…….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그래, 그의 흔적이 담긴 짐을 남긴 후 홀로 내버려 둘 거거든. 그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아주 심하게 하겠구나."
릴리아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해리를 흘끗 바라보았다. 해리는 릴리아나의 불신 어린 표정에 당황한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