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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6)
가볍게 기절했던 정도인 릴리아나는 병동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퇴원할 수 있었지만 해리는 주말 동안 병동에서 쉬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해리가 크게 다치지 않아서."
토요일 저녁, 기숙사 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다행이지. 난 해리가 죽는 줄만 알았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숙제를 하던 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크룩생크가 있는지 없는지 살핀 후, 스캐버스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해리는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모양이던데?"
열심히 스네이프가 내준 숙제를 작성하던 릴리아나가 덧붙였다.
"그래도 개랑 같이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겠지."
해리가 다친 다음날, 다이애건 앨리에서 보았던 검은 개는 어떻게 찾아온 것인지 해리의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러게. 그나저나 그 개는 도대체 어떻게 호그와트에 들어온 걸까? 분명 다이애건 앨리에서 사라지는걸 봤다고 톰이 그랬잖아."
헤르미온느가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글쎄, 마법사들의 거리에 있던 개니까 마법 생물과 조금 피가 섞인 게 아닐까? 그러니까 어쩌다보니 호그와트에 들어온 거겠지. 그 개는 다른 개들 취고는 귀족스럽게 생겼잖아. 검은 털도 윤기가 가득하고."
론이 깃털 끝으로 코를 긁으며 말했다.
"해리가 멍멍이를 키울까? 키웠으면 좋겠는데."
릴리아나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때 크룩생크가 여자 기숙사에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더니 기지개를 쭉 폈다.
"저 고양이 잡아!"
론이 스캐버스를 위로 쭉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일어서기도 전에 크룩생크가 론에게로 달려들었다.
"아악! 떨어져! 이 멍청한 고양이 같으니!"
"크룩생크보고 멍청하다고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크룩생크를 잡으려 하면서도 소리쳤다. 크룩생크는 론의 다리를 마구 할퀴었다. 론이 아파서 크룩생크를 발로 차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달려들었다.
"안 돼! 차지마!"
한참동안의 난투 끝에 헤르미온느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크룩생크를 붙잡았다. 크룩생크는 헤르미온느에게 붙들러 가면서도 허공을 할퀴고 있었다.
"미친 게 분명해 저 고양이는!"
론이 격분했다. 스캐버스는 소파 위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크룩생크는 미치지 않았어! 그저 고양이의 본능에 충실한 것뿐이야!"
위에서 어떻게 그 소리를 들었는지 헤르미온느가 밑에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알게 뭐야."
론이 씩씩거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분명 저 고양이는 언젠가 스캐버스를 잡아먹고 말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론."
헤르미온느가 코를 씰룩거리며 내려왔다. 하지만 론의 말은 곧 사실이 되었다. 그들이 해리가 퇴원하는 날, 병동에 갔다 검은 개와 함께 잠시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사이에 결국 크룩생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 봐!"
해리와 릴리아나가 산책으로 더러워진 검은 개의 발을 닦아주고 있는 동안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던 론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비명을 지르더니 헤르미온느에게 순식간에 달려와 다짜고짜 큰 소리로 말했다.
"이것 보라고!"
론이 시트를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다 대고 흔들며 소리쳤다.
"론, 무슨……?"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론은 해리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스캐버스야! 이것 봐! 스캐버스!"
헤르미온느가 몹시 당황하며 론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릴리아나는 론이 들고 있는 시트를 내려다보았다. 뭔가 빨간 게 묻어 있었다. 끔찍하게 보이는 것이…….
"피야!"
론이 영문을 몰라 어리벙벙해하고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녀석이 죽었어! 그리고 마룻바닥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아-아니."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론이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시트를 들이밀었다. 얼떨결에 시트를 받아든 헤르미온느의 눈이 커졌다. 갈기갈기 찢어진 침대 시트 쪼가리에 긴 황갈색 고양이 털 몇 개가 묻어 있었다.
론은 크룩생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으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헤르미온느가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과 그 고양이를 잘 감시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론에게 스캐버스를 더 찾아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크룩생크와 전혀 무관한 일인 것처럼 얼버무리려 하고 있다는 점에 격분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또 그녀대로 크룩생크가 스캐버스를 잡아먹었다는 아무 증거도 없을 뿐더러, 그 황갈색 머리카락들이 크리스마스 이후 죽 그곳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신비한 동물 가게에서 크룩생크가 론의 머리에 앉은 이후 론이 죽 자신이 고양이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둘이 기숙사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싸우던 것을 발을 동동 구르며 말리던 릴리아나가 론의 시트를 분한 듯 질겅질겅 씹고 있는 검은 개에게서 시트를 빼앗았다. 릴리아나가 시트를 뺏자 검은 개는 큰 소리로 컹컹거렸다. 그 덕에 잠시 싸우던 것을 멈춘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더니 결국 헤르미온느가 여자 기숙사로 올라가는 것으로 싸움은 잠시 휴전되었다. 해리는 론의 등을 두드리며 무엇이라 말하고 있었고 릴리아나는 재빨리 헤르미온느를 따라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는 침대에 앉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렸다. 릴리아나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한참동안 눈물을 쏟던 헤르미온느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론이……. 론은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하고……."
"그래, 그래."
"나도 크룩생크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론은 무섭게 몰아붙이기만 하니까……. 나도 모르게……."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릴리아나는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며 헤르미온느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눈이 발갛게 퉁퉁 부을 정도로 울던 헤르미온느가 코를 훌쩍이자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릴리아나의 말을 들은 헤르미온느가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훌쩍거리더니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기숙사 휴게실로 내려갔다.
"미안해 론……."
헤르미온느는 론에게 말을 건네자마자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리더니 론의 품에 안겼다. 론이 당황해서 허둥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헤르미온느가 우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자 론이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렸다.
"아, 아니……네가 미안하다면……. 녀석은 늙었었어. 그리고 좀 쓸모없기도 했어. 어쩌면 이참에 엄마와 아빠가 내게 부엉이를 사주실지도 몰라."
그 모습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검은 개가 론을 향해 컹컹 짖었다.
***
학기 마지막 주말이 되자, 호그스미드 답사를 또 한 번 하게 된다는 공고문이 걸렸다.
"크리스마스 쇼핑을 거기서 다 해도 되겠어! 허니듀크에서 이빨 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 주는 실껌을 사다드리면 엄마와 아빠가 아주 좋아하실 거야!"
"세바스찬이 저번에 피징 위즈비랑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조금 사가면 되겠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흥분해서 크리스마스 쇼핑 계획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해리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호그스미드 답사를 떠나는 토요일 아침에 해리는 망토에 목도리까지 두른 론과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에게 인사를 한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했다.
"해리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자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터벅터벅 걸어 허니듀크에 도착하자 릴리아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선반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흥미로운 모양의 과자들을 바라보았다.
릴리아나는 선반을 거의 쓸어 담듯 과자들을 담았다. 수백 가지 종류의 초콜릿들과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와 피징 위즈비와 며칠 동안 터지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히야신스 색깔의 거품들로 방을 가득 채우는 풍선껌과 헤르미온느가 열광하는 쪽쪽 찢어지면서 이 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주는 실껌과 깃펜 사탕 등을 홀린 듯이 담던 릴리아나는 론의 제지에 의해 정신을 차린 듯 아쉬운 눈빛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조금씩 살 것들을 산 론과 헤르미온느는 이제 해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별난 맛이라는 표지판이 매달려있는 코너에 서 있었다.
"욱, 이럴 수가. 흡혈귀라면 모를까, 해리는 이런 건 좋아하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릴리아나가 피맛 나는 사탕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걸."
"이건 어때?"
론이 바퀴벌레 모양의 과자가 들어 있는 병을 들며 말했다.
"절대로 안 되지."
뒤에서 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론은 하마터면 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숨이 멎을 듯 잠시 멍하니 해리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릴리아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와! 너 순간이동 배웠구나!"
론이 매우 감명 받은 표정으로 말하자 해리가 6학년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그들에게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에 대해 모두 말해 주었다.
"프레드와 조지 형은 어떻게 그걸 너한테 줄 수 있을까!"
론이 격분해서 말했다.
"동생이 여기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지도를 맥고나걸 교수에게 갖다 줘야 한다고 했지만 론은 헤르미온느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버리고 막무가내로 해리에게 호그스미드를 구경시켜 주었다. 대강 호그스미드를 둘러본 뒤 론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자고 제안했다. 추위를 잘 타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스리 브룸스틱스는 매우 붐비고 시끄러웠다. 또한 후텁지근하고 연기가 자욱했다. 바에서는 예쁘장한 얼굴의 여자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마법사들을 시중들고 있었다.
"저 여자는 로즈메르타 부인이야. 내가 가서 맥주 가져올까?"
론이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주점 안쪽으로 향했다. 벽난로 옆에 서 있는 멋진 크리스마스트리와 창문 사이에 작은 빈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론은 5분쯤 뒤, 거품이 이는 뜨거운 버터 맥주잔을 들고 다시 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론이 잔을 들어 올리며 유쾌하게 외쳤다. 릴리아나는 허겁지겁 잔을 쭉 들이켰다. 한기로 가득했던 몸에 버터맥주가 들어가자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릴리아나가 버터맥주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 행복해하고 있을 때, 갑가지 바람이 한차례 훅 일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주점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본 그들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수, 해그리드와 코넬리우스 퍼지가 주점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동시에 해리의 머리를 테이블 밑으로 밀어 넣었다. 헤르미온느는 똑똑하게도 공중부양 써 크리스마스트리를 조금 옮겨 그들을 가렸다.
교수들과 해그리드, 코넬리우스 퍼지가 나누는 대화는 충격적이었다.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그들이 주점을 나갈때가지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동시에 테이블 밑을 바라보았다. 해리는 얼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 후에도 해리는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모습이라 릴리아나가 해리가 성까지 제대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걱정했을 정도였다.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감히 그들이 엿들은 것에 대해 얘기하지도 못하고 그저 저녁을 먹는 내내 해리의 눈치만 살폈다. 해리는 조용히 빈 기숙사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해리가 올라가버린 그들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저 벽난로에 타오르고 있는 따뜻한 불을 바라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난 이제 그만 올라가 볼게."
"나는 프레드와 조지 형과 좀 얘기할 것이 있어서……."
론과 헤르미온느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집으로 가야하는 릴리아나였지만 릴리아나는 좀처럼 벽난로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검은 개가 릴리아나에게로 다가왔다.
"이리 와."
검은 개는 릴리아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슬픈 표정으로 릴리아나에게 머뭇거리며 서 다가왔다. 릴리아나가 소파에서 내려가 검은 개를 꼭 끌어안았다.
"해리가 불쌍해."
릴리아나가 윤기가 감도는 검은 털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단짝 친구가 배신을 하다니……. 블랙은 반드시 잡혀서 다시 아즈카반으로 돌아가야 해."
검은 개가 조용히 낑낑거렸다. 릴리아나는 말없이 한참동안 털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