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27화 (2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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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7)

뜻밖에 알게된 진실에 마음이 무거웠던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후, 호그와트로 돌아온 릴리아나는 냉전 상태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에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말이 되니 릴리? 헤르미온느는 내 파이어볼트가 시리우스 블랙이 보낸 거라고 주장해! 내가 파이어볼트를 받았다는 걸 맥고나걸 교수께 그대로 일러바쳤단 말이야! 게다가 더 웃기는 건 뭔지 아니? 맥고나걸 교수마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맞아! 시리우스 블랙은 지금 도망중인데 어떻게 다이애건 앨리로 가서 파이어볼트를 살 수 있겠니?"

"말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빗자루를 갖고 있었는데 말이야."

"새 파이어볼트를 분해하는 것처럼 한심스러운 일이 어디 있니? 다시는 그 파이어볼트를 보지 못할지도 몰라."

릴리아나가 짐을 내려놓기도 전에 투덜거리는 해리와 론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헤르미온느가 나타났다.

"연휴 잘 보냈니, 릴리?"

"나야 잘 보냈지. 헤르미온느 너는?"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 쪽에 시선도 주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어색하게 인사를 받은 릴리아나가 그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았다. 헤르미온느가 침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벅빅이 소송에 걸렸어. 청문회가 4월 20일 날 열릴 예정이래."

"뭐?"

말포이가 벅빅에게 다친 이후 아버지에게 말할 것이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더니 정말로 일을 벌일지는 몰랐기에 릴리아나가 입을 딱 벌렸다. 얌전히 앉아 있던 검은 개가 불만스러운 듯 컹컹 짖었다.

"그래서 난 도서관에 가서 해그리드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자료들을 찾아볼 거야. 먼저 가볼게."

"어……. 잘 갔다 와."

헤르미온느가 축 처진 어깨로 기숙사 휴게실을 나섰다. 헤르미온느가 사라지자마자 론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우드가 다가와 해리에게 말을 걸었기에 론은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마스 잘 보냈니?"

우드는 이렇게 묻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목소리를 낮춰 계속 말했다.

"내가 크리스마스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해리, 지난번 시합 때처럼 말이야 디멘터들이 만약 가까이 오면……. 내 말은……. 우린 네가……. 뭐랄까…….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우드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난 계속 할 거야."

해리가 얼른 말했다.

"루핀 교수가 디멘터를 물리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셨어. 이번 주에 시작할거야. 그분이 크리스마스 이후에 시간을 내시겠다고 하셨거든."

"아."

갑자기 우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글쎄, 그런 경우라면 또 문제가 다르지 뭐……. 하긴 나도 너 같은 훌륭한 수색꾼을 잃고 싶지는 않아 해리. 그런데 새 빗자루는 주문했니?"

"아니."

"뭐야!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래번클로의 시합에서 낡은 슈팅 스타를 타고 경기할 수는 없잖아!"

"얜 크리스마스 선물로 파이어볼트를 받았어."

론이 말했다.

"파이어볼트? 이럴 수가! 정말이니? 진……진짜 파이어볼트 말이야?"

"흥분하지 마 올리버. 이제는 갖고 있지 않으니까. 압수당했어."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옆에서 론이 파이볼트가 지금 징크스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징크스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거니?"

"시리우스 블랙."

해리가 이제 질렸다는 듯 말했다.

"그가 날 쫓고 있다잖아. 맥고나걸 교수는 그걸 보낸 사람이 블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우드는 악명 높은 살인자가 자기 팀의 수색꾼을 쫓고 있다는 말에는 아랑곳없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블랙은 파이어볼트를 살 수 없을 텐데……. 그는 지금 도망 중이잖아! 나라 전체가 그를 찾고 있는데 그가 어떻게 버젓이 고급 퀴디치 용품점에 걸어 들어가 빗자루를 살 수 있다는 거야?"

"내 말이 그 말이야.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는 그걸 꼭 분해해 봐야만 한대……."

우드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내가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 볼게, 해리. 이해하도록 말씀 드려 봐야지.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가 우리 팀에 있기만 하다면……. 맥고나걸 교수도 우리만큼이나 그리핀도르가 이기길 바라고 계셔. 이해하도록 말씀 드려 볼게. 파이어볼트……."

우드가 중얼거리면서 사라졌다. 우드가 사라지자 릴리아나는 입을 열었다.

"파이어볼트를 꼭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헤르미온느한테 먼저 사과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물론 헤르미온느가 너희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맥고나걸 교수께 일러바친 건 잘못된 행동이지만 너를 생각해서잖아."

그녀의 말을 들은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는 간접적인 의사표현에 릴리아나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짐을 두러 올라갔다.

다음날부터 다시 모든 수업이 시작되었다. 추운 1월의 아침에 정원에서 두 시간을 보낸다는 건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해그리드는 학급 아이들을 위해 불도마뱀이 가득 들어 있는 화톳불을 준비했다.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뜨겁게 달구어진 통나무 위로 불도마뱀들이 팔짝팔짝 뛰어 돌아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불이 계속해서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마른 나무나 낙엽 같은 땔감을 주우며 즐겁게 보냈다.

"귀엽다."

릴리아나가 불도마뱀에게 나뭇가지를 먹이며 작게 속삭였다. 피곤한 얼굴의 헤르미온느가 옆에서 마른 낙엽을 불도마뱀에게 얹자 도마뱀이 더욱더 화르르 타올랐다.

"프레드랑 조지가 그러는데 불도마뱀에게 후추를 먹이면 불 밖에서도 살 수 있대."

"정말?"

릴리아나가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불쌍한걸?"

"그건 그러네. 제발 오늘 프레드와 조지가 불도마뱀을 슬쩍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들이라면 분명히 후추를 먹으면 언제까지 불 밖에서 살 수 있을지 실험할 테니까."

새 학기의 첫 번째 점술 수업은 영 재미가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이제 손금 보기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때다 싶었는지 릴리아나의 손금처럼 마음고생이 심한 손금은 처음 보았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트릴로니 교수의 수업에서 진이 빠진 채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은 릴리아나는 해리가 루핀 교수에게 디멘터를 물리칠 수 있는 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자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부럽다."

릴리아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나도 디멘터만 보면 기절 하는데. 나도 수업 받고 싶어."

"루핀 교수께 한번 부탁해봐."

론이 옆에서 말했다.

"하지만……. 난 해리처럼 딱히 꼭 물리쳐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그리고 루핀 교수님께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해서."

"그건 그렇긴 해. 근데 루핀 교수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다, 그지?"

복도를 내려와 저녁을 먹으러 가며 걱정스레 말했다.

"어디가 편찮으신 걸까?"

그때 릴리아나의 옆에서 말없이 걸어가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체'하는 커다란 소리를 냈다.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체체거리고 있는 거니?"

론이 화를 내며 물었다.

"내가 언제?"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고쳐 매며 거만하게 말했다.

"그랬잖아. 내가 루핀 교수의 안색이 좋지 않다고 하니까 네가……."

"그거야 뻔한 거 아니니?"

헤르미온느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쏘아붙였다.

"말해 주고 싶지 않으면 관둬."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래, 나야 아쉬울 거 하나 없으니까. 가자 릴리."

헤르미온느가 오만하게 말하며 릴리아나의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

"알긴 뭘 알아. 다 자기에게 다시 말을 걸도록 하려는 수작이지."

뒤에서 론이 큰 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릴리아나가 속삭였다.

"헤르미온느, 너는 루핀 교수가 안색이 좋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는 거니?"

"그거야 뻔하지 않아? 그때 스네이프가 수업에서……."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잊어버려. 확실하지 않으니까."

***

디멘터를 물리칠 수 있는 수업을 듣고 돌아온 해리는 루핀 교수가 어떤 것을 가르쳐줬는지 론과 릴리아나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와……."

론이 입을 헤- 벌리며 감탄했다.

"그러니까 그 익스펙토 패트로노……. 아니 익스펙토 패트로눔이라는 주문이 디멘터를 무찌른단 말이지?"

"신기하다."

릴리아나도 옆에서 감탄했다.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주문을 외우면 수호자가 나타난다니. 내 수호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릴리아나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익스펙토 패트로눔'이라고 중얼거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개학하고 일주일 뒤에는 래번클로와 슬리데린 사이에 경기가 벌어졌는데 슬리데린이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해리는 릴리아나와 론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스케줄을 소화해냈지만 헤르미온느는 해리보다 더 했다. 헤르미온느는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 휴게실 한쪽 구석에서 책과 산술점 차트와 고대 문자 사전과 머글의 이상한 그림들과 빽빽이 글자가 쓰여진 노트들을 책상 몇 개에 걸쳐 죽 펼쳐놓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방해라도 했다간 딱딱거리며 짜증내기가 일수였다.

1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벌써 2월로 접어들었지만 살을 에듯이 추운 날씨는 여전했다. 해리는 몇 번의 간청 끝에 파이어볼트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거 어디서 났니 해리?"

"나 한번 타 봐도 되니?"

"그거 타 봤니 해리?"

"래번클로는 이제 가망 없겠군. 그 애들은 모두 클린스윕 7이잖아."

아이들은 파이어볼트를 차례로 돌려보면서 너무나 완벽한 그 빗자루에 감탄을 늘어놓았다. 헤르미온느와 함께 있던 릴리아나는 10분 쯤 지나고 나자 그제야 해리와 론을 볼 수 있었다.

"나 이거 돌려받았어."

해리가 씩 웃으며 파이어볼트를 들어 올렸다.

"이제 알겠어, 헤르미온느? 그 빗자루엔 전혀 잘못된 게 없대!"

론이 그것 보란 듯이 말하자 릴리아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경고의 눈초리를 보냈다.

***

벅빅이 소송에서 졌다. 모두들 점심을 먹으며 그날 오후에 있을 마지막 시험에 대해 예상해 보며 흥겹게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못하고 해그리드와 벅빅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의 마지막 시험은 점술이었고 헤르미온느의 마지막 시험은 머글 연구였다. 그들은 함께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는 1층에서 헤르미온느와 헤어진 뒤 7층까지 계속 올라갔다. 많은 아이들이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로 가는 나선형 계단에 앉아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교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줄이 서서히 짧아졌다. 아이들이 은빛 사다리를 타고 기어 내려올 때마다 나머지 아이들이 한마디씩 물었다.

"뭘 물었니? 괜찮았니?"

하지만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에게 말하면 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될 거라고 수정 구슬에 나와 있대!"

네빌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해리와 론, 릴리아나 쪽으로 오며 말했다. 론이 콧방귀를 뀌며 헤르미온느의 판단이 옳았다고 중얼거렸다.

론은 시험을 본 뒤 학생 휴게실로 돌아갔고, 시험을 마친 해리가 기묘한 표정으로 은빛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어때? 잘 봤어?"

"……트릴로니 교수가……."

"릴리아나 퀸."

해리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머리 위에서 릴리아나를 부르는 귀에 익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나중에 말해줄게."라고 말하며 기숙사로 돌아갔고, 릴리아나는 은빛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갔다. 탑 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웠다. 커튼은 쳐져 있었고 난롯불은 활활 타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매스꺼운 냄새에 기침을 하며 트릴로니 교수 앞에 앉았다.

"잘 있었니, 얘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구슬을 응시해 보거라……. 천천히……. 그리고 보이는 걸 말해다오……."

릴리아나가 수정 구슬 쪽으로 상체를 굽히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용돌이치는 안개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 뭐가 보이니?"

트릴로니 교수가 우아하게 말했지만 공기는 더워 숨이 막힐 것 같았고 옆에 있는 난로에서 피어오르는 이상한 향내가 콧구멍을 얼얼하게 했다. 수정구슬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릴리아나는 대충 지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저……. 음……. 어느 붉은 머리 여자가……."

"붉은 머리 여자?"

트릴로니 교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니? 혹시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니?"

"어……. 네. 그런 것 같아요."

릴리아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마음고생이 심해 보여요……."

릴리아나의 말에 트릴로니 교수가 미친 듯이 양피지에 무언가를 열심히 휘갈겨 쓰며 속삭였다.

"그래서?"

"어……. 음……. 검은 남자가……. 여자에게 그의 흔적이 담긴 짐을……."

"짐을? 어떤 짐을 주었니?"

"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 이걸로 인해서 붉은 머리 여자가 마음고생을 할게 보여요……."

트릴로니 교수는 이제 릴리아나의 말에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니?"

"음……. 어……. 검은 남자가……. 여자에게 짐을 주고……. 홀로 떠나버려요……. 붉은 머리 여자를 홀로 내버려 두네요……."

"완벽해! 잘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콧구멍을 깔때기처럼 벌리며 흥분해서 말했다.

"진정한 예언자의 모든 자질을 다 갖추고 있구나! 이제 나가보아도 좋다."

릴리아나는 이제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은빛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와 그리핀도르 탑을 향해 걷던 그녀는 문득 자신이 트릴로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그대로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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