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 / 0142 ----------------------------------------------
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8)
하지만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온 릴리아나는 벅빅이 항소에서 져 10일 뒤 사형이 결정 되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해리는 릴리아나에게 해그리드가 쓴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가 없는 편지를 보여주었다.
"우린 가야 해."
릴리아나가 편지를 읽고 있는 동안 해리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지금 혼자서 불안해하고 있을 거야. 혼자서 10일 뒤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너는 어딜 가든 감시당하고 있다고."
"투명 망토만 있다면……."
해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기자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어디에 있는데?"
"외눈박이 마녀 석상 밑에 있는 통로에 두고 왔어. 만약 내가 또다시 그 근처에 있는 걸 스네이프가 본다면 난 그땐 정말 끝장이야."
"맞아. 그가 만약 널 본다면……. 그 마녀의 곱사등은 어떻게 여니?"
"톡톡 치면서 '디센디움'이라고 말하면 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나머지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가 뚱보 여인의 추상화를 열고 나가 버렸다.
"헤르미온느가 설마 그걸 가지러 간 건 아니겠지?"
론이 헤르미온느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15분쯤 뒤 옷 속에 은빛 망토를 조심스럽게 접어 넣은 채 돌아왔다. 론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헤르미온느, 난 요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통 모르겠어! 네가 말포이를 때린 것도 그렇고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에서 나가버린 것도 그렇고……."
헤르미온느는 다소 우쭐해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지만 그 뒤 그리핀도르 탑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해리는 옷 속에 투명 망토를 숨겼으므로 앞이 불룩한 것을 가리기 위해 계속해서 팔짱을 끼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현관 안의 홀에서 슬그머니 빈 방으로 숨어 들어가 사람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지막 두 명이 급히 걸어간 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났다. 헤르미온느가 문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됐어. 아무도 없어……. 망토 입어……."
그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몸을 바짝 붙인 채로 망토를 뒤집어쓰고 발소리를 죽이고 홀을 가로질러 간 뒤, 정원으로 가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해는 벌써 금지된 숲 너머로 넘어가며 나무 꼭대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그가 문을 열며 누가 찾아왔는지 보려고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해그리드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희들이에요.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야 망토를 벗을 수 있어요."
해리가 조용히 말하자 해그리드는 마지못하며 그들을 들여보내 주었다. 릴리아나는 손을 심하게 떠는 해그리드를 대신해 차를 타려고 우유 단지를 열었다.
"론! 론! 여기 좀 봐! 스캐버스야!"
론이 입을 벌리고 릴리아나를 멍하지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릴리아나가 우유 단지를 탁자로 가져가 뒤집어엎었다. 그러자 스캐버스가 찍찍거리며 다시 안으로 기어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탁자 위로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스캐버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론이 발버둥치는 쥐를 잡아 불빛으로 가져갔다. 스캐버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몸은 전보다 훨씬 더 말랐으며 털은 거의 다 빠져 듬성듬성 나 있었다. 그 쥐는 몹시 벗어나고 싶은 듯 론의 손에서 몸부림을 쳤다.
"괜찮아 스캐버스! 고양인 없어! 여기선 널 해칠 게 아무것도 없어!"
"너흰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
해그리드가 스캐버스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위로해 주러 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역시 너희들은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내일 해가 밝으면 다시 와라, 응?"
결국 그들은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나섰다. 다시 투명망토를 쓰고 성으로 돌아가던 론이 갑자기 발을 멈췄다.
"왜 그래 론?"
"스캐버스 때문에……. 녀석이…….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아……."
론이 스캐버스를 계속 주머니 속에 넣으려 했지만 스캐버스는 점점 더 광포해지고 있었다. 스캐버스는 미친 듯이 찍찍대거나 몸을 비틀거나 머리를 흔들어대며 론의 손을 물려고 했다.
"스캐버스, 나야. 이 멍청아, 론이라고."
론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스캐버스, 가만히 좀 있어."
론이 스캐버스를 가슴팍으로 쑤셔 넣으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 쥐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론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스캐버스를 주머니 속으로 더 깊이 쑤셔 넣으려고 애썼다.
"왜 그래, 이 멍청이 같은 쥐야? 가만히 있어……. 아야! 녀석이 날 물었어!"
스캐버스는 겁을 먹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쥐는 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녀석이-가만히-있으려 하지-않아-."
그때 어둠 속에서 동그란 노란 눈을 무시무시하게 번득이며 땅에 몸을 착 붙이고 그들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는 크룩생크가 보였다.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안 돼, 저리가 크룩생크! 저리 가!"
하지만 고양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캐버스……. 안 돼!"
그러나 너무 늦고 말았다. 쥐가 꽉 움켜쥔 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땅바닥으로 내려가서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그러자 크룩생크가 그 쥐를 잡으려고 펄쩍 뛰어올랐고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미처 붙잡기도 전에 론이 투명 망토를 벗어 던지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론!"
릴리아나가 신음을 흘렸다. 그들은 서로 마주 바라보고는 뒤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투명 망토를 입은 채로 달리기는 힘들었다. 그들은 망토를 벗어 젖혔다. 앞에서 론이 달려가는 발소리와 그가 크룩생크에게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스캐버스, 이리 와."
요란스럽게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잡았다! 저리 가, 이 지독한 고양이 같으니라고."
론은 땅바닥에 팔다리를 쭉 뻗고 엎어져 있었지만 스캐버스는 다시 그의 주머니 속에 있었다. 론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불쑥 튀어나온 주머니를 양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 론이 다시 망토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커다란 발소리가 들렸다.
"저 개가 왜 여기 있지?"
헤르미온느가 의아한 듯이 말했다. 검은 개는 잠시 론을 바라보더니 펄쩍 뛰어올라 론의 가슴팍을 쳤다. 론이 벌렁 나자빠졌다. 해리가 론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검은 개는 론의 팔을 덥석 문채 질질 끌고 가버렸다.
"론! 멍멍아!"
릴리아나가 론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볼을 할퀴었다.
"앗……."
릴리아니가 뺨을 감싸며 미간을 찌푸렸다. 뒤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작게 주문을 외우자 요술지팡이 끝에서 빛이 나오자 굵은 나무줄기가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이 스캐버스를 쫓아다니고 있었던 곳은 바로 커다란 버드나무 그늘이었다. 나뭇가지들은 마치 강풍 속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는 듯 끽끽 소리를 내며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앞뒤로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는 그 개가 론을 뿌리 근처의 커다란 틈새로 질질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론은 거세게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와 몸통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더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론!"
해리가 크게 외치며 따라가려고 했지만 육중한 나뭇가지 하나가 또다시 세차게 때렸으므로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보이는 거라곤 개가 지하로 더 깊숙이 끌어당기지 못하게 하려고 론이 간신히 뿌리에 걸고 있는 한쪽 다리뿐이었다. 하지만 우지직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론의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조금 뒤 그의 발마저 사라졌다.
"해리……. 도움을 요청하러 가야 해……."
헤르미온느가 숨넘어갈 듯 말했다. 그녀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안 돼! 그러다간 저놈이 곧 론을 잡아먹을 거야. 시간이 없어."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아. 우린 도움을 청해야 해."
릴리아나가 뺨을 감싼채로 말했다.
"헤르미온느, 네가 교장실로 가서 덤블도어 교수님을 불러와. 아니면 맥고나걸 교수님도 좋고. 나랑 해리는 안으로 들어갈게. 그럼 되지?"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도 못마땅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헤르미온느가 호그와트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그들은 난처한 듯 나뭇가지를 피하며 그 주위를 빙빙 돌았다.
"릴리! 피해!"
해리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릴리아나는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엄청난 고통에 두 눈을 부릅떴다.
"윽……."
거대한 나뭇가지가 릴리아나의 배를 친 것이었다. 단번에 나가떨어진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릴리!"
해리의 다급한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릴리아나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괜찮아?"
미간을 찌푸리며 심호흡을 하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호흡을 하니 고통스러운 것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때 크룩생크가 쏜살같이 앞으로 돌진했다. 고양이는 휘둘러대는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뱀처럼 요리조리 피해 들어가 앞발을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돌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크룩생크!"
릴리아나의 상태를 살피던 해리가 놀란 듯 외쳤다.
"도대체 어떻게……."
말꼬리를 흐린 해리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나무를 확인하고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여기 있을래?"
"아니야. 일어날 수 있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리 혼자 보낼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속삭이듯 웅얼거렸다. 해리의 부축을 받으며 크룩생크를 따라 구멍 속으로 들어간 그들은 매우 낮은 터널을 지나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그리고 터널이 휘어지더니 크룩생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해리와 릴리아나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린 뒤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둘 모두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들은 매우 난잡하게 어질러진 먼지투성이의 방을 지나 계단 위로 올라갔다. 켜켜이 먼지가 쌓인 마룻바닥에 무언가가 이층으로 끌려가면서 만들어 놓은 듯한 넓은 줄무늬가 나 있었다. 그들은 어두운 층계참에 도착했다.
"녹스."
그들이 동시에 속삭이자 지팡이 끝에 있던 불이 꺼졌다. 문이 딱 하나만 열려 있었다.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안에서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서 굵고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길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단단히 들어 올린 채로 문을 발길로 홱 걷어찼다. 먼지투성이의 커튼이 쳐진 커다란 침대 위에 누워 있던 크룩생크가 그들을 보자 큰 소리로 가르랑거렸다. 고양이 옆에 있는 마룻바닥에는 론이 이상한 각도로 비어져 나와 있는 다리를 움켜쥐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저분하고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팔꿈치까지 늘어져 있는 시리우스 블랙과 해리나 릴리아나 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는 땅딸막한 남자가 밧줄에 묶여 있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블랙이 론의 요술지팡이를 그들에게 갖다 대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 해리와 릴리아나의 지팡이가 공중으로 휙 날아가자 블랙이 얼른 잡았다.
"해리……."
블랙이 쉰 목소리로 해리를 불렀다. 블랙이 점점 다가오자 해리가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시리우스 블랙."
해리가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블랙을 부르더니 그에게로 달려들어 목을 조르려 들었다.
"해리! 해리! 잠깐만 멈춰 봐!"
론이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지만 해리에게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멈춰 해리! 그는 아니야! 그는 네 부모님을 죽이지 않았어!"
해리가 딱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론을 바라보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릴리아나가 대신 물었다.
"저, 저 남자를 봐!"
론이 역겹다는 듯 시리우스가 들고 있는 밧줄에 묶여 있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엑스펠리아르무스!"
론이 입을 열려 했지만 뒤에서 루핀 교수가 말을 막았다. 루핀 교수는 블랙의 손에 들려 있던 지팡이 두개를 낚아챘다.
"교수님!"
릴리아나가 소리쳤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배를 잡았다.
"시리우스! 그는 어디있……여기 있군."
루핀 교수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지금 무슨……."
해리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루핀 교수와 블랙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설마 루핀 교수님과 블랙이 서로 아는 사이인 거예요?"
해리가 배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루핀 교수가 양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모두 설명해 주겠다, 해리. 모두 설명해 줄게."
"이……. 이……. 배신자! 당신은 저 사람을 죽 돕고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그가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요. 당신 역시 제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군요!"
해리의 말에 정적이 맴돌았다. 루핀 교수는 창백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침착하게 말을 하려고 했다.
"해리, 내 말 좀 들어보렴. 네가 큰 오해를 하고 있단다."
"듣기 싫어요!"
"해리!"
론이 고통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해리를 불렀다. 해리가 배신감에 가득 찬 눈으로 론을 바라보았다.
"론! 너는……."
"저 남자가 스캐버스였어!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였다고!"
론이 땅딸막한 남자를 가리키며 말하자 해리가 입을 다물었다. 해리는 사실을 확인해야겠다는 듯 루핀 교수를 바라보았다. 루핀은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로 침착하게 말했다.
"론의 말이 사실이란다. 너희에게서 그 지도를 빼앗고 난 뒤 나는 간간이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지도를 지켜보고 있었단다."
"잠시 만요. 교수님이 그 지도를 사용하는 법을 아세요?"
릴리아나가 놀란 듯 묻자 루핀 교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말고. 그 지도를 만드는 걸 도왔었는데 모를 리가 있겠니. 내가 바로 무니란다……. 그건 학창 시절 내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지."
"교수님이 그 지도를 만들었다고요……?"
"중요한건 내가 운 좋게 오늘 주의 깊게 그 지도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란다. 지도를 볼 때마다 항상 론의 곁에는 피터 페티그루라는 남자가 붙어 있었지. 제일 처음에는 그 지도가 잘못 된지 알았어. 하지만 오늘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이름표마저 발견했을 때는……. 그 지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여기로 달려온 거란다."
"하지만……. 하지만 피터 페티그루는 죽었어요! 저 사람이 12년 전에 그를 죽였단 말이에요!'
해리가 손가락으로 블랙을 가리키자 그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하려고 했었지. 하지만 피터는 용케 달아났단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블랙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만족스러운 듯 씩 웃었다.
"하지만……. 페티그루가 죽은 걸 본 증인들이 있었어요.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보았다고요……."
"그들은 본 게 아니라 보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블랙이 사납게 말했다.
"해리. 내가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겠다. 나는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 하지만 내가 피터 페티그루를 비밀 파수꾼으로 삼자고 설득했단다. 난 그게 완벽한 대책이라고 생각했지. 볼드모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날 쫓아올 게 분명하니까 말이야. 포터 부부가 저자처럼 허약하고 무능한 자를 비밀 파수꾼으로 삼았으리라고 어디 꿈에라도 생각했겠니. 어떻게 보면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니구나.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블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그렇지만……. 저 사람은……그렇다면……."
그때 땅딸막한 남자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사나운 표정의 블랙과 루핀 교수를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시, 시리우스……. 리, 리무스……."
"아, 피터. 마침 잘 일어났네. 우린 그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네. 릴리와 제임스가 죽던 날 밤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말일세. 자넨 기절해 있느라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일세."
"리무스."
페티그루는 겁에 질려 말이 나오지 않는 듯 했다. 릴리아나는 그의 창백한 얼굴에 구슬 같은 땀이 맺히는 걸 볼 수 있었다.
"설마 블랙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는 날 죽이려고 했네, 리무스……. 그가 릴리와 제임스를 죽이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 나까지 죽이려고 하는 거야……. 날 도와줘야 해 리무스……."
말을 하는 그의 손에는 가운데 손가락이 없었다. 릴리아나가 역겹다는 얼굴로 피터 페티그루를 바라보았다.
"정말 당신은……."
릴리아나가 말을 꺼내자 피터 페티그루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최악이에요. 어떻게 친구를 죽음으로……. 당신이 정말 이랬을지는……."
페티그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시리우스는 릴리아나의 얼굴을 보며 손에 얼굴을 묻었다. 페티그루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난, 난 아니야 릴리!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블랙이! 시리우스 블랙이 그랬어! 블랙에게는 우리들이 꿈도 못 꾸는 어둠의 힘이 있으니까! 그 방법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블랙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겠어! 그 사람이 블랙에게 몇 가지 마법을 가르쳐 주었으니까……."
페티그루의 말을 듣던 블랙이 얼굴에서 손을 떼고 웃기 시작했다. 방 전체를 가득 채우는 끔찍하고 우울하게 웃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볼드모트가 내게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자네는 12년 동안 날 피해서 숨어 있었던 게 아니야. 볼드모트의 옛 추종자들을 피해 숨어있던 게지. 난 아즈카반에서 다 들었네, 피터……. 그들은 모두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들은 자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즈카반에 추종자들이 모두 갇힌 것은 아니니 바깥에 남아있는 추종자들이 만약 자네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라도 한다면……."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페티그루가 한층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부인했다. 그는 소매로 얼굴을 훔치고 루핀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자넨 이 말을 믿지 않지? 이 미치광이의 말을 말일세, 리무스……."
"죄 없는 사람이 왜 12년간을 쥐로서 보내고 싶어 했는지 나로선 이해하기가 좀 어렵군, 피터."
"죄는 없었지만 겁을 먹었던 거야!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날 찾고 있다면 그건 내가 그들이 찾는 유력자들 가운데 하나를 아즈카반에 집어넣었기 때문이었을 거네……. 첩자, 시리우스 블랙 말일세!"
페티그루의 말이 끝나자 블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자네가 어떻게 감히."
"이런 이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비웃듯이 말했다. 스네이프가 투명 망토를 벗으며 루핀교수와 블랙에게 지팡이를 들이댔다.
"여기서 옛 친구들끼리 모여 뭘 하고 있는 겐가?"
스네이프가 숨을 가쁘게 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겠지? 방금 전 자네의 사무실에 들렀었네, 루핀. 자네가 오늘 마법의 약을 먹는 걸 잊어서 내가 한 잔 들고 갔었지. 그런데 운 좋게도……. 정말로 운이 좋았지. 자네 책상에 어떤 지도가 놓여 있지 뭔가. 흘끗 보니 그 안에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더군. 난 자네가 이 통로로 달려가 사라지는 걸 보았네."
"세베루스……. 그건 오해야."
"교장 선생님께 자네가 옛 친구 블랙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걸 도왔을 거라고 누누이 말해왔었는데 내 직감이 맞군 그래. 여기 그 증거가 있지 않은가. 난 자네가 이런 낡은 곳을 은신처로 이용할 정도로 용감한 줄은 꿈에도 몰랐네……."
"오해야 세베루스. 자넨 아무 말도 듣지 못했지 않은가. 내가 설명해 주겠네. 시리우스는 해리를 죽이기 위해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오늘 밤 아즈카반으로 갈 사람이 두 명 더 있……."
비죽거리며 말을 하던 스네이프의 시선이 창백한 얼굴의 릴리아나에게 닿았다.
"릴리아나, 넌 뭘……."
스네이프의 입이 달싹거리더니 이내 닫혔다. 릴리아나가 배를 움켜쥐며 괜찮다고 중얼거렸지만 스네이프가 침착하나 초조함이 얼핏 드러나는 얼굴로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해리가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릴리, 괜찮아? 어디 아파?"
"나는……."
그때 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 헤르미온느와 덤블도어가 나타났다.
"덤블도어 교수님!"
블랙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는 말없이 꿰뚫어보는 듯한 파란 눈으로 시리우스 블랙을 바라보더니 창백하게 질려있는 릴리아나에게로 시선을 돌려 창백한 얼굴의 그녀를 관찰한 후 스네이프에게 말했다.
"세베루스, 자네는 퀸 양을 데리고 병동으로 가주게. 여긴 내가 처리하지."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와 블랙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약병을 순순히 덤블도어에게 건넨 뒤 릴리아나를 부축하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