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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카반의 죄수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아즈카반의 죄수-(9)
스네이프가 거의 안듯이 릴리아나를 부축하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나왔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고통스러워 인상을 찌푸리는 릴리아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많이 아프냐."
"괜찮아요. 견딜 만 해요."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릴리아나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스네이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이제 시리우스 블랙은 무죄가 되는 걸까요?"
스네이프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릴리아나를 부축했다.
"어떻게 친구를 배신하고 또 다른 친구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는 걸까요. 그러고는 자기는 죽은 것처럼 위장해 멀린 1급 훈장을 받다니……. 정말 최악이네요."
릴리아나가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 그것이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피터 패티그루 때문인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잠시 둘 사이엔 말이 없었다. 정원은 아주 어두웠다. 멀리 있는 성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전부였다. 그때 구름에 가려 있던 달이 쏘옥 얼굴을 내밀었다. 정원에 갑자기 희미한 그림자들이 드리워지면서 달빛이 쏟아졌다.
"……큰일 날 뻔 했군."
스네이프가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말하자 릴리아나가 되물었다.
"네? 왜요?"
하지만 스네이프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던 릴리아나는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운 거냐."
"아……. 조금요. 제가 추위를 잘 타거든요."
릴리아나가 살짝 웃으며 이야기하자 스네이프가 검은 망토를 풀어 릴리아나에게 덮어 주었다. 릴리아나가 작은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어쩐지 추위는 점점 더 커져갔다. 때마침 다시 구름에 달이 가려졌다. 릴리아나가 망토 자락을 끌어안으며 덜덜 떨었다. 어딘가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기분이 밀려왔다. 차가운 얼음물이 가슴 속으로 들어와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 역시 그것을 느낀 것인지 멈춰서더니 지팡이를 빼들었다.
"루모스."
스네이프의 지팡이 끝에서 빛이 켜지자 그들의 주위로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디멘터들이 빛에 반사되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릴리아나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폐를 가득 채우는 차갑고 불쾌한 공기에 기침을 했다. 다시는 행복해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또 다시 건물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옷자락을 덥석 잡았다. 방금 전까지 배에서 느껴지던 고통스러운 통증은 서서히 잊혀져 가고 그 자리를 공포와 절망감이 메우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가득히 채우는 공포와 절망감을 몰아내기 위해 해리에게 한번 들은 적 있던 디멘터를 쫓는 주문을 덜덜 떨며 작은 목소리로 공포에 질려 중얼거렸다. 주문만 외워도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문득 릴리아나는 자신이 지팡이도 꺼내지 않은 채 주문을 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떨리는 손을 주머니로 가져갔지만 계속해서 지팡이가 미끄러졌다. 귓가에서는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스네이프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릴리아나를 보호하듯 자신의 등 뒤로 숨긴 뒤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스네이프의 지팡이에서 아주 눈부신 은빛 동물이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온몸이 따뜻해지며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서 희망이 차올랐다.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지팡이에서 튀어나간 것이 무엇인지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꼭 말처럼 생긴 동물이었다. 그것이 조용히 뛰어가 다가오고 있던 디멘터들에게로 돌진했다. 그것이 검은 형체들에게로 달려가자 디멘터들이 겁이 나서 주춤주춤하며 흩어지더니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패트로누스가 돌아섰다. 우아하게 뒤로 돌아선 패트로누스가 사뿐히 릴리아나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그것이 어떤 동물인지 알아차렸다. 암사슴이었다. 암사슴은 머리 위에 떠 있는 달빛만큼이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암사슴은 부드러운 땅에 전혀 발굽자국도 남기지 않은 채 커다란 은빛 눈으로 릴리아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머리를 살짝 굽히며 인사하더니 사라졌다.
암사슴이 사라지자 잠시 잊고 있었던 고통이 배로 밀려왔다. 릴리아나의 무릎에서 저절로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스네이프가 황급히 자세를 낮추며 물었다.
"괜찮은 거냐. 혹시 또 부모님의 비명을 들은 건……."
잠시 사라졌던 달빛이 스네이프의 얼굴을 비췄다. 스네이프의 언제나 잘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과 1학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허해 보이는 검은 눈, 무뚝뚝해 보이지만 그 속에 걱정하고 있는 표정, 무심하게 말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다정함, 항상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는……. 릴리아나는 아픈 것도 잊고 잠시 홀린 듯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었다. 문장을 제대로 완성시키지 않고 말꼬리를 흐렸던 스네이프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는데……. 걸을 수는 있는 거냐."
"……네? 아, 아니요……. 아니 네?"
릴리아나가 깜짝 놀라 양 볼을 조금 붉히며 대답했다. 뒤늦게 밀려들어오는 부끄러움에 그녀의 볼이 더욱 붉어졌다. 스네이프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릴리아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교, 교수님! 무거울 텐데!"
"내상을 입은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가는데 성 뭉고 병원에 입원이라도 할 셈이냐?"
스네이프가 겁을 주듯이 말을 하자 릴리아나가 입을 다물었다. 스네이프에게 안겨 가면서 붉어진 얼굴로 흘끗 흘끗 그의 얼굴을 훔쳐보던 릴리아나가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눈을 돌렸다. 어느새 호그와트에 도착해 있었다. 스네이프는 곧장 병동으로 가 릴리아나를 침대에 눕혔다. 가운을 걸치고 있던 폼프리 부인이 갑자기 스네이프가 그녀를 안고 나타나자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스네이프 교수님?"
"움직이는 버드나무 가지에 배를 심하게 맞았어요. 한 시간쯤 지났습니다."
"세상에……. 그런 환자를 지금 데려오시면 어떡해요!"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재빨리 약을 가지고 왔다. 투명한 컵에 약을 가득 따른 폼프리 부인이 릴리아나에게 내밀었다.
"한 번에 다 마시렴."
조금 거리가 있음에도 풍겨오는 쓴 내에 애원하듯 폼프리 부인과 스네이프를 번갈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단호한 스네이프의 시선에 마지못해 컵을 받아들고 한 번에 들이켰다. 숨을 참고 마셔도 올라오는 쓴맛에 릴리아나가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잔을 부인에게 내밀자 폼프리 부인이 작게 투덜거렸다.
"어째 학년 말만 되면 다쳐서 오니."
"써요……."
"이걸 먹어라."
폼프리 부인이 개구리 초콜릿을 건네주자 릴리아나가 반을 쪼갠 뒤 다른 하나는 스네이프에게 권했다. 폼프리 부인이 툴툴거리며 사라졌다.
"교수님도 디멘터를 만났으니까……."
살짝 붉어진 릴리아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스네이프가 천천히 손을 뻗어 초콜릿을 받았다. 조금씩 초콜릿을 깨물어 먹던 릴리아나와는 달리 스네이프는 한 번에 초콜릿을 털어놓고 방금 그녀가 마신 약이라도 먹은 것 마냥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초콜릿을 먹는 것을 훔쳐보던 릴리아나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때 병동 문이 또 다시 열렸다.
"세상에 덤블도어 교수님! 또 이 환자는 뭔가요!"
"늦은 밤에 미안합니다, 부인."
덤블도어가 말하며 조금 비켜서자 시리우스 블랙이 론을 업고 들어왔다.
"시리우스 블랙!"
폼프리 부인이 소리를 빽 질렀다.
"교장 선생님! 시리우스 블랙이!"
"나중에 모두 설명해 줄 테니 지금은 먼저 위즐리 군부터 돌봐주세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과 해리 포터 군도 약간의 상처를 입은 것 같더군요."
폼프리 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시리우스 블랙을 쳐다보다가 다친 론이 생각났는지 론을 침대 위에 눕혀 달라 부탁한 뒤 지팡이를 휘둘렀다. 론이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자 부인은 또 다시 지팡이를 휘둘러 론의 다리를 깨끗하게 씻더니 붕대를 감아 주었다.
또 다시 병실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퍼지 장관이었다.
"놀랍군……. 놀라워……. 아무도 죽지 않았다니 이건 기적이야. 게다가 피터 패티그루가 살아있고 사실은 그가 포터 부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범인이라니……."
퍼지 장관은 놀라다 못해 질린 표정이었다. 해리가 외쳤다.
"장관님!"
"오, 해리!"
퍼지 장관이 반가운 듯이 해리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했지만, 그는 장관의 말을 막으며 다급하게 물었다.
"시리우스는 무죄인 건가요? 이제 시리우스는 무죄인 거죠?"
해리에게 말이 가로막힌 퍼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목격했고 이것을 목격했던 마법부 사람들로 가득한데 당연한 일이겠지."
퍼지 장관의 말에 시리우스의 얼굴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했다.
"무죄……인건가요?"
"그래 무죄일세. 아직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판결이 나면 마법부에서 사과와 함께 적절한 보상이 있을 걸세. 그럼 난 피터 패티그루에게 가봐야겠어."
말을 마친 퍼지 장관은 병동을 나섰다. 덤블도어 역시 퍼지 장관을 뒤따라갔다. 덤블도어가 퍼지 장관과 함께 나가자 폼프리 부인이 스네이프에게 말했다.
"교수님은 어디 다치신데 없죠? 그럼 환자들이 쉬게 좀 나가주세요. 교수님도 쉬셔야죠."
"알겠습니다."
스네이프가 고개를 끄덕인 뒤 릴리아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병실을 나갔다. 스네이프가 나가자 폼프리 부인이 급히 문을 다시 잠갔다. 릴리아나가 물었다.
"내가 나간 뒤에는 어떻게 됐어?"
"네가 설명해."
해리가 침대에 기대어 누우며 말했다.
***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다음날 정오에 병동에서 나왔지만, 그렇게 마음은 편하지 않은 상태였다. 피터 패티그루가 그를 감시하고 있던 마법부 직원의 뒤를 덮쳐 기절시킨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애니마구스인 쥐로 변해 도망친 것이 분명했기에 사실상 다시 붙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성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운 데다 시험까지 끝났으므로 학생들은 모두 또 한 번 호그스미드로 갔다. 그러나 그들 모두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다함께 그냥 성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정원을 거닐며 전날 밤에 있었던 놀라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 예언자 일보에 시리우스에 관한 기사가 일면에 났더라."
시리우스는 이제 흉악한 범죄자에서 의리와 우정의 대명사로 바뀌었다. 아직 아즈카반의 흔적이 지워지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머리를 조금 다듬은 그의 모습은 잘생긴 것은 물론 어딘가 위험한 느낌을 풍겨 그의 인기를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 되었다.
그들은 호숫가에 앉아서 대왕 오징어가 물 위로 빨판을 빈들빈들 흔드는 걸 지켜보았다. 그들에게로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흐리멍덩한 눈의 해그리드가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닦으면서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너희들에게 전해줄 소식이 있어. 무엇인지 알아맞혀 볼래?"
"뭔데요?"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시리우스 블랙이 벅빅의 무죄를 받아내 주겠다고 약속했어. 그가 인터뷰를 하면서 꼭 벅빅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래. 그렇게 하고도 무죄가 되지 않는다면 관리들을 돈으로 인수해버리……아니 이건 잊어줘."
해그리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사라졌다. 릴리아나가 키득거렸다. 헤르미온느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왜 시리우스가 벅빅의 무죄를 받아내 주겠다고 약속했을까? 둘 사이엔 별 접점이 없잖아."
"그러게."
해리가 대왕 오징어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우연치 않게 뒤를 돌아보았던 론이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루핀 교수님!"
루핀 교수는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호그와트를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루핀 교수에게 뛰어갔다.
"안녕 얘들아."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해리가 걱정스럽게 묻자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단다. 어젯밤 일로 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았어. 약으로 인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학생들을 큰 위험에 빠트릴게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돼."
"교수님은 지금까지 저희를 가르치셨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 중에서 가장 훌륭한 교수님이셨어요! 가지 마세요!"
해리가 간절하게 말했지만 루핀 교수는 고개만 가로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리가 또 다시 입을 열었지만 루핀 교수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난 더이상 교수가 아니란다. 하지만 너에게 패트로누스 마법을 완벽하게 가르치지 못하고 떠나는 건 개인적으로도, 교수로써도 아쉽구나."
해리가 간절하게 루핀 교수를 바라보더니 지팡이를 꺼내 외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러자 해리의 지팡이에서 은빛 수사슴이 튀어나오더니 그들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사라졌다. 수사슴이 은빛으로 부서지며 사라지자,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루핀 교수가 기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 해리. 정말 고마워."
시험 결과는 학기 마지막 날에 나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전 과목을 통과했다. 하지만 그 기쁜 소식은 해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시리우스와 함께 살수 없다는 덤블도어의 말에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은 모든 학기가 마무리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릴리아나는 역으로 가기 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스네이프를 발견하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퀸."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성을 부르자 그제야 릴리아나는 그가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밝게 웃으며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교수님."
그의 앞에 다시 서자 릴리아나의 가슴이 또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지만 릴리아나는 계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편지 할게요, 이번에는 꼭 길게 답장 써주셔야 해요."
스네이프는 침묵을 유지했지만 릴리아나는 그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그럴 거죠?"
네? 네? 하며 릴리아나가 대답을 재촉하자 스네이프는 귀찮다는 듯이 보일듯 말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 잘 보내세요."
릴리아나가 잠시 주저하다 스네이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에 감사의 의미로 입을 맞췄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어쩐지 심장은 더 빨리 뛰고 있었다.
"Au revoir(안녕)."
작게 말을 건넨 릴리아나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너무나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오히려 어떤 감정인지 읽을 수 없는 얼굴의 스네이프는 멍한 시선으로 릴리아나를 쫓았다.
릴리아나가 급히 열차에 올라타자 기차가 출발했다. 그녀가 객실 안으로 들어가자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물었다.
"릴리, 너 괜찮니? 얼굴이 빨개."
그녀의 물음에 릴리아나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말했다.
"응? 아니, 뛰어와서 그래. 뛰어와서."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았다. 해리는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우울해 보였다. 론이 그런 해리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듯 밝게 말했다.
"이번 여름엔 퀴디치 월드컵이 있어! 어때, 해리? 우리 집에 와서 머물면 함께 가서 볼 수 있을 거야! 아빠가 직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거든."
이 말을 듣자 해리의 기분은 확실히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 더즐리 가족은 내가 간다면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내가 지난번에 마지 아줌마에게 그런 일까지 저질러 놓았으니까 말이야……."
킹스 크로스 역으로 가는 동안 그들은 카드 게임을 몇 차례 하다 간식거리를 파는 마녀에게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다. 열차는 점점 도착지에 가까워져 갔다. 확실하게 보이는 도시의 풍경에 릴리아나가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빗으며 내릴 준비를 했다.
마침내 기차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9와 4분의 3번 승강장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세바스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누군가와 함께였다.
"세바스찬! 시리우스!"
릴리아나가 반가운 듯이 소리쳤다. 시리우스는 비싸 보이는 머글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하나로 묶은 채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다가 해리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해리!"
"시리우스!"
해리가 얼떨떨한 듯 시리우스의 품에 안겼다.
"여긴 어떻게……."
"너를 맡아주고 있는 그 머글 친척들을 보러 왔단다."
시리우스는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에는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이는 더즐리 가족이 있었다.
"약간의 대화를 했지."
해리가 더즐리 가족이 보지 않게 키득키득 웃었다. 해리의 반응에 릴리아나가 세바스찬과 마주보며 씩 웃었다. 역에서 처음으로 오랫동안 해리와 오랫동안 인사를 한 릴리아나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한 번씩 꼭 끌어안으며 볼에 입을 맞춰준 뒤 세바스찬과 함께 기차역 출구 쪽으로 향했다. 닉스가 부엉부엉 신나게 울고 있었다.
-아즈카반의 죄수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