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30화 (3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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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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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끔찍한 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야. 두들리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았어. 페투니아 이모는 마구 침을 튀기면서 두들리가 비만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더욱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성장기의 소년이라고 우겼어. 두들리는 원래 뼈가 굵은 체격을 타고 났으며 사춘기의 일시적인 비만 증상으로 인해 다소 뚱뚱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페투니아 이모가 아무리 울먹이면서 소리를 질러도 그 학교의 교복 용품점에는 더 이상 두들리의 몸에 맞을 정도로 큰 니커 바지는 없어. 내가 볼 때는 두들리는 거의 새끼 범고래의 크기와 무게에 육박하거든.

수많은 분노와 시끄러운 고함소리와 뜨거운 눈물 끝에 결국 두들리는 스멜팅 학교의 양호 선생님이 발송한 다이어트 식단을 따르기로 했어. 그런데 페투니아 이모는 두들리를 위로하기 위해서 다른 가족들 역시 그 식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지 뭐야.

그래서 말인데 미안한 말이지만 먹을 것 좀 보내줄 수 있을까? 이대로 가다간 해리 포터는 먼지가 되어서 호그와트로 돌아갈 거야.

그럼 안녕.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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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세상에 해리, 정말 너의 머글 친척들은 여전히 끔찍하구나. 괜찮니? 여기 먹을 것을 보내. 우리 만나서 외식이라도 할까? 네 얼굴도 볼 겸 말이야. 일단 이거라도 먹으면서 버티고 있어.

널 많이 걱정하는 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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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

릴리! 난 내가 대부가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어제 시리우스가 식사시간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자몽 4분의 1조각을 보고 완전히 분노해버리고 말았어! 잔뜩 겁먹은 더즐리 가족은 시리우스가 날 데리고 가는 것을 막지 못했어!

멀린이시여! 이제 내 여름방학이 좀 즐거워질 것 같아. 또 편지할게.

해리.

p. s. 보내준 쿠키 정말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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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

시리우스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는 정말 환상적이야! 시리우스의 삼촌이 물려주신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세끼 모두 외식을 해! 게다가 매일매일 빗자루를 타고 퀴디치를 하는데 정말 환상적이야! 아니면 시리우스와 함께 마법사 체스를 하거나 곱스톤 게임을 하는데 방학이 행복하다고 느껴본 것은 처음이야. 다음 주에는 내 생일 기념으로 이탈리아에 놀러가기로 했어! 이탈리아라니! 난 한 번도 영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럼 또 편지 할게.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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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나 론이야.

그거 들었어? 시리우스가 해리를 더즐리 가족에게서 구해냈대! 해리는 정말 신나는 모양이더라.

곧 퀴디치 월드컵이 다가온다. 너도 당연히 갈 거지? 우리가 사흘 뒤에 너를 데리러 갈게. 괜찮지?

p. s. 에롤이 아니라 처음 보는 부엉이라 놀랬지? 나도 나만의 부엉이가 생겼어! 시리우스가 본의아니게 애완동물을 잃었으니 미안하다고 선물해줬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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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에게

나야 당연히 가지. 그런데 세바스찬도 갈 수 있을까? 전에 세바스찬에게 퀴디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었는데 흥미로워 하더라고. 그런데 세바스찬은 머글인데 들어갈 수는 있을까? 머글들을 막는 마법이 걸려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릴리.

p. s. 부엉이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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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루스 교수님께.

(몇 번 펜을 들었다 놨다 한 자국위에 글씨가 써져 있다)

교수님 방학은 잘 보내고 계세요? 저는 올해도 프랑스에는 가지 못했지만 런던으로 가서 오페라도 보고 새로 생긴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왔어요. 이번에 퀴디치 월드컵이 열린대요. 교수님도 보러 가실건가요? 만약 가신다면 거기서 보면 좋을 텐데요.

사랑을 듬뿍 담아, 릴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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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퀴디치 월드컵에 가지 않는다.(원래는 여기까지 쓸 계획이었으나 릴리아나가 길게 편지를 쓰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는지 이름 사이에 촘촘하게 글씨를 채워놓았다)

퀴디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다. 방학은 잘 보내고 있다. 잘 갔다 와라.

스네이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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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

릴리,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대. 머글들의 눈에는 폐허로 보이는 마법을 걸어놔서 세바스찬이 가서 봤자 다 쓰러져가는 폐허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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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세바스찬."

릴리아나가 론의 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쩔 수 없죠."

세바스찬이 릴리아나의 접시를 가져가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얘기했으나 조금은 아쉬워 보였다.

"론 군은 언제 온다고 했습니까?"

"다섯 시에."

"그럼 준비를 해야겠군요."

식사를 마치자 세바스찬은 주방에 틀어박혀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를 굽기 시작했고, 릴리아나는 부엌 의자에 앉아 세바스찬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책을 읽었다. 세바스찬이 쿠키를 다 굽고 식히자 시간은 다섯 시 십분 전이 되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던 릴리아나는 어느 순간 여성의 태가 나고 있는 자신의 몸에 조금 놀랐다.

론이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었지만 론은 다섯 시가 지나도 오지 않았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분이 지나가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바스찬이 물었다.

"정말 다섯 시에 오기로 한 것 맞습니까?"

"맞아. 세바스찬도 같이 편지를 봤잖아."

어느새 준비한 홍차는 미지근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세바스찬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홍차를 새로 준비했다. 삼십분이 지나고 이제 시계는 다섯 시 사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거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세바스찬이 난감한 듯 말했다.

"아가씨가 오늘 가시는 건줄 알고 냉장고에 재료가 거의 없는데……."

그때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바스찬이 입을 다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지?"

"릴리!"

새까만 벽난로 안에서 재투성이가 된 론이 고개를 비죽 내밀었다. 론은 방학동안에 얼마나 키가 자랐는지 입고 있는 바지 밑으로 발목이 보였다.

"론! 너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릴리아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플루 가루야."

"플루 가루?"

"마법사들은 벽난로를 통해서 어디든지 여행을 할 수 있거든."

론이 간간히 기침을 하며 말했다. 론이 재를 흘리며 거실로 나오자 세바스찬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잠시 뒤 프레드 위즐리와 조지 위즐리, 그리고 위즐리 씨까지 새까매진 채로 벽난로에서 차례차례 나왔다.

"안녕하세요, 위즐리 씨."

"오! 릴리, 정말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이야 여왕님."

조지가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세바스찬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위즐리 씨, 그리고 프레드군, 조지 군, 론 군."

"어……. 안녕하세요."

론이 어색하게 세바스찬에게 인사를 했다. 쌍둥이는 키득거리며 세바스찬의 흉내를 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소."

"그렇소."

프레드와 조지가 꾸벅거리며 인사를 할 때 마다 카펫 위로 재가 쏟아졌다. 릴리아나가 경악하자 위즐리 씨는 그제야 자신들의 상태를 깨달은 듯 깜짝 놀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런! 미안하구나."

순식간에 재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까매졌던 얼굴들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들어오세요. 쿠키와 차를 준비해 놨습니다. 저녁은 드셨나요?"

"이런, 이거 감사합니다. 저녁은 아직 안먹었지만 몰리가 준비해 두고 있어서요."

위즐리 씨가 머리를 긁으며 대답하자 릴리아나가 그들을 응접실로 이끌었다. 프레드와 조지와 론은 응접실로 들어가자마자 입을 딱 벌리고 도자기나 액자 같은 것을 한 번씩 손으로 만져보았다.

"프레드! 조지! 론! 그렇게 만지면 어떡하니!"

위즐리 씨가 뒤에서 경고를 주자 조금 놀라며 손을 뗀 위즐리 형제들은 의자에 앉아 얌전히 응접실을 구경하며 쿠키와 차를 먹었다.

"헤르미온느는 언제 온대?"

"헤르미온느는 어제 도착 했어."

"그럼 해리는?"

"해리는 시리우스랑 함께 오늘 도착했어."

"이탈리아 물이 좋긴 좋은가봐."

"해리 정말 달라졌더라. 옷부터 해서……."

"그 부스스한 머리마저도 고풍스럽게 보인다니까?"

"무슨 소리야?"

"시리우스가 방학 내내 해리를 얼마나 잘 먹이고 잘 입혀놨는지 어딘가의 순수혈통 자제님이라고 하셔도 믿을 기세야."

릴리아나가 묻자 프레드가 홍차를 마시며 킬킬거렸다. 론도 거들었다.

"헤르미온느도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위즐리 씨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런, 몰리가 걱정하겠네. 세바스찬 씨, 정말 잘 먹었습니다. 이제 가볼게요."

"짐은 어디 있어 릴리?"

"세바스찬이 이미 벽난로 앞에 놔뒀을 거야."

벽난로 앞에 도착하자 세바스찬이 릴리아나를 꼭 끌어안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올해는 더 빨리 가시네요. 이러시다가는 집에 들르지도 않으시겠어요."

"미안해."

"저 혼자 외롭게 또 있어야 하겠군요."

"크리스마스 때랑 부활절 때 찾아올게."

"약속 하신 겁니다."

"알겠어."

대화가 끝났음에도 세바스찬이 계속 릴리아나를 끌어안고 있자, 뒤에서 릴리아나의 짐을 들고 키득거리고 있던 프레드와 조지가 말했다.

"저기 감동적인 인사를 방해해서 미안한데."

"머글 집에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설치한 거라 시간이 없어."

"아, 미안."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럼 너희 먼저 가거라."

위즐리 씨가 시계를 보며 말하자 프레드가 벽난로에 플루 가루를 휙 뿌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제 에메랄드 빛 초록색이 된 불길 안으로 들어간 프레드가 외쳤다.

"버로우!"

그러자 프레드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똑똑히 발음해야 해."

조지도 플루 가루를 벽난로로 던지며 말했다.

"안 그러다가는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거든."

이 말을 들은 세바스찬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조지가 불길 사이로 사라지자 이제 론이 벽난로로 들어가며 말했다.

"꼭 오른쪽 벽난로로 나오고."

"오른쪽?"

생각보다 복잡한 사용법에 릴리아나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무렵 론이 사라졌다.

"이제 네가 가렴."

위즐리 씨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릴리아나가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플루 가루를 조금 들어 벽난로 불길로 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에메랄드 빛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불길이 릴리아나의 키보다 더 높이 치솟았다. 릴리아나는 화형을 당하는 중세 마녀가 된 기분으로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팔꿈치는 손으로 계속 감고 있거라. 눈도 꼭 감고 있고."

불길은 꼭 따뜻한 바람 같았다. 릴리아나는 팔꿈치를 손으로 잡고 눈을 꼭 감으며 소리쳤다.

"버로우!"

플루 가루를 타고 가는 것은 꼭 거대한 배수로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아주 빨리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귀에 들리는 굉음 때문에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보이는 초록빛 불꽃이 보였다. 속이 울렁울렁되고 딱딱한 무언가가 팔꿈치를 쳤다. 이제는 차가운 손이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흘끗 실눈을 뜨고 바라본 풍경에서 죽 늘어선 벽난로들과 그 너머에 있는 방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릴리아나는 바닥에 엎어졌다. 현기증이 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들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보였다.

"릴리!"

"릴리!"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를 번쩍 일으키더니 숨이 막힐 듯이 꽉 껴안았다. 헤르미온느와의 포옹이 끝나자 해리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해리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방학 동안 키도 컸으며 잘 먹어서 그런지 얼굴에 보기 좋게 살이 올라 있었다. 가끔씩 참석하던 사교 파티에서 보던 도련님같이 차려입은 해리를 보고 릴리아나가 감탄했다.

"해리……. 너……."

"알아, 많이 달라졌지?"

해리가 쑥스러운 듯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릴리, 너 정말 예뻐졌다."

"내가? 난 네가 더 예뻐진 것 같은데……."

릴리아나가 방학동안 여성스러워진 헤르미온느를 한번 바라보았다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때 해리의 뒤에서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릴리! 오랜만이구나."

"안녕하세요, 위즐리 부인."

"그래그래. 많이 컸구나! 이젠 완전히 아가씨네!"

위즐리 부인이 릴리아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피곤하지는 않니? 프레드와 조지가 네 짐을 지니의 방에 갖다 두었단다. 올라가 볼래?"

"네, 감사합니다. 위즐리 부인."

위즐리 부인은 릴리아나의 어깨를 몇 번 토닥여 준 뒤 저녁 준비를 마무리 지으러 가겠다며 총총 사라졌다.

"올라가자."

론이 고개를 까딱이며 말하자 그들은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안녕 릴리 언니. 언니가 방금 도착했다는 소식을 프레드한테 들었어."

"안녕 지니. 오랜만이야."

지니가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내려와 릴리아나에게 인사했다. 지니가 릴리아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정말 예뻐졌네."

"내가?"

"응."

지니의 칭찬에 릴리아나가 두 뺨을 붉히며 수줍게 웃자, 헤르미온느가 거들었다.

"마치……고전 영화 속에 나오는 귀족 아가씨 같아."

"아가씨 맞잖아."

론이 옆에서 장난스럽게 말하자 해리가 킬킬거렸다. 바로 그때 지니의 뒤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릴리아나."

시리우스가 조금 목이 막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시리우스."

릴리아나가 웃으며 대답하자 시리우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릴리아나의 얼굴을 뜯어보며 말했다.

"정말……. 정말……. 너에게 미안한 소리긴 하지만 릴리를 닮았구나. 아니 똑같이 생겼어."

시리우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옆에서 헤르미온느가 시리우스를 쿡 찌르며 "실례에요, 시리우스!"라고 작게 속삭였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릴리아나가 조금은 애잔한 얼굴로 시리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번 안아 봐도 되겠니?"

시리우스가 묻자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우스는 머뭇거리며 릴리아나에게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릴리아나를 끌어안았다. 시리우스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바로 그때 두 번째 층계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뿔테 안경을 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몹시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녕, 퍼시."

릴리아나가 시리우스의 품에 안긴 채로 반갑게 인사했다.

"오, 안녕. 릴리."

퍼시가 릴리아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일하고 있는 중이야. 서둘러 작성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쿵쾅거리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니까 도무지 일에 몰두할 수가 없잖니. 나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은 딱 질색이야."

론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쿵쾅거리지 않았어. 그저 걸어갔을 뿐이란 말이야. 어쨌거나 마법부의 일급비밀 작업에 방해가 되었다니 미안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뭔데?"

릴리아나가 묻자 퍼시는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국제 마법 협력부에 제출할 보고서야. 우리는 큰 냄비의 두께를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 외국에서 수입하는 냄비 중의 일부가 너무 얇단 말이야. 심지어 냄비가 새는 경우도 발생했어. 불량 냄비는 연간 3퍼센트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릴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스네이프가 마법 약을 만들다 크게 다치는 상상을 하고는 조금 얼굴을 붉히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거 정말 큰 문제 같다. 사고라도 크게 나면 어떡해."

"그렇지?"

퍼시는 자신의 일을 알아주는 릴리아나가 기뻤는지 조금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시리우스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보고서네.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는 걸? 얼마 안 있어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장식하겠지. '불량 냄비' 뭐 이런 제목으로……."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비웃을지도 모르죠."

퍼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국제 법을 마련해서 하루 빨리 규격을 통일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바닥이 아주 얇은 불량 냄비들이 시중에 흘러넘치게 될 거에요. 만약 그렇게 되면 릴리의 말대로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시리우스, 몇 개월 전에 알게 된 스무 살이나 어린 아이를 계속 안고 있는 건 범죄 같은데요."

"뭐야?"

시리우스가 화들짝 놀라며 릴리아나를 떼어놓았다. 뒤에서 지니가 작게 키득거렸다. 퍼시가 다시 문을 닫자 시리우스는 어색하게 그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계단을 내려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지니와 릴리아나는 론의 뒤를 따라서 다시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갔다.

오후 7시 부터 시작된 성대한 만찬은 밤이 깊고 나서야 끝났다. 릴리아나는 너무 많이 먹어 나른한 상태로 프레드와 조지와 찰리와 해리가 신이 나서 퀴디치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하품했다. 위즐리 부인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이제는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구나.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테니까……. 릴리, 해리, 헤르미온느. 학교에 가져가야 할 물건의 목록들을 적어 놓도록 해라. 내가 내일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물건들을 사다주도록 하마. 월드컵 이후에는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지난번에는 경기가 무려 닷새 동안이나 열렸단 말이야."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해리가 열광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난 싫어. 만약 닷새 동안이나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사무실의 미결 서류함은 엉망이 되고 말 거야.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야."

퍼시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맞아, 누군가가 그 안에 또다시 용의 똥을 살짝 넣어 둘지도 모르지. 안 그래, 형?"

프레드가 짖궃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건 노르웨이에서 온 비료 샘플이었어!"

퍼시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전혀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아니긴 뭐가 아냐."

그들이 식탁에서 일어날 때, 프레드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걸 보낸 사람은 바로 우리였는데."

릴리아나는 프레드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프레드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쉿! 하고 속삭였다.

지니의 방으로 올라온 릴리아나는 좁은 방에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빈 침대 위로 엎어졌다. 저녁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아주 나른했다.

"식사 하는 내내 시리우스 얼굴 봤어?"

문을 닫은 지니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퍼시 오빠의 말 때문인지 릴리 언니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황급히 얼굴을 돌리더라. 범죄라는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봐."

"그러게."

헤르미온느도 지니를 따라 웃었다. 침대에 얼굴을 부비며 듣고 있던 릴리아나가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안고 있는 게 범죄야?"

"범죄라기보다는."

지니가 침대 위로 벌렁 누우며 대답했다.

"염치가 없는 거랄까……. 도둑이랄까……. 하지만 퍼시는 그냥 시리우스가 자기 일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심술궂게 말한 건데 시리우스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야."

"시리우스잖아.(serious와 말장난)"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키득거렸지만 릴리아나는 여전히 침대에 얼굴을 묻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물었다.

"그럼 키스하는 거는?"

"뭐야 릴리, 너 그런 일 당해본 적 있는 거야? 아님 네가 먼저?"

"누구야? 누군데?"

릴리아나의 말에 지니와 헤르미온느가 흥분한 듯 소리를 지르더니 장난스럽게 물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릴리아나가 얼굴을 물들이며 황급하게 부정했다.

"아니야! 아니야."

"뭐야 그러니까 더 수상한데?"

지니까지 합세하자 릴리아나는 그녀들의 시선을 피하며 소리쳤다.

"아니야! 난……. 어……. 세바스찬이랑 많이 안고 있으니까. 키스도 자주 해주고."

"세바스찬은 뭐."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흥미가 식은 얼굴로 말했다.

"세바스찬은 너에게 친 오빠나 부모님 같은 존재잖아?"

"그렇지?"

릴리아나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곧 이어 지니가 불을 끄자 방에는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릴리아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스네이프와 키스하는 것도 범죄일까' 라고 묻는 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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