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32화 (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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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3)

그때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세드릭이 릴리아나를 보호하듯이 자신의 뒤로 숨겼다.

"저기!"

세드릭의 뒤에 숨어있던 릴리아나가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밤하늘을 가리켰다. 커다랗고 섬뜩한 해골이 뱀처럼 가느다란 혓바닥을 쑥 내밀고 초록빛 광채를 뿌리면서 어두운 밤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세드릭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세상에……."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끔찍한 해골은 마치 새로운 별자리라도 되는 것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게……뭐야?"

릴리아나가 넋을 잃고 숲 전체를 비출 정도로 하늘 높이 올라가 있는 해골을 바라보며 묻자 세드릭이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어둠의 표식이야, 그 사람의 상징."

"뭐?"

릴리아나가 경악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늘을 쳐다보자 세드릭이 그녀를 이끌며 말했다.

"어쨌든 여기를 벗어나자. 저 표시로 부터 멀어져야 해."

릴리아나가 순순히 세드릭에게 끌려가며 물었다.

"그런데 세드릭, 저 표식이 뭔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거야? 저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잖아……."

"저건 그 사람의 상징이야."

세드릭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는 조금 겁을 먹은 듯 했다.

"저 상징은 지난 13년 동안 우리의 눈에 띈 적이 없었어. 사람들이 몹시 걱정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그것은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 것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저건 그저 하늘에 떠 있는 형상일 뿐이잖아."

"릴리, 그 사람과 그의 추종자, 죽음을 먹는 자들은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하늘에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어. 네가 한살이나 한살이 되기 전에 그 사람은 몰락했으니 잘 이해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난 본 적이 있어. 옆집에 사는 마법사였는데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 집에 갔다 오고 돌아와 보니 어둠의 표식은 하늘에 떠 있고 그 마법사는 죽어 있었어. 할머니 집에 가기 전까지 분명 살아있던 분이셨는데, 다정하신 분이었는데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기분이란……."

세드릭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말 끔찍했어."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릴리아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미안해."

"아니야."

세드릭이 싱긋 웃었다. 어느새 그들은 숲을 나와 있었다.

"텐트까지 데려다 줄게. 아무래도 지금쯤이면 네 친구들은 텐트에 있을 것 같으니까."

"고마워 세드릭."

텐트로 돌아가는 내내 둘 사이엔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동안 엉망이 된 길을 걷고 나서 텐트에 도착하자 위즐리 씨와 시리우스가 텐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릴리아나!"

"릴리! 정말 걱정했단다. 헤르미온느는 너와 숲에서 헤어졌다고 하지……. 세드릭을 만난 게 천만다행이구나."

"안녕하세요, 위즐리 씨, 블랙 씨."

"그래 세드릭. 정말 고맙다. 아마 에이머스는 텐트로 돌아가 있을 거야. 아직 어수선할 텐데 내가 데려다 주마."

시리우스가 릴리아나가 어디 다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을 때, 위즐리 씨가 세드릭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안녕 릴리."

세드릭은 예의바르게 위즐리 씨와 시리우스에게 인사를 한 뒤 릴리아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무나. 조금 뒤에 해가 뜨면 떠날 거란다. 떠나기 전까지라도 눈을 붙여 두어라."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인 뒤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아직 잠들지 못했는지 릴리아나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녀를 껴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의 숨이 막히도록 껴안으며 말했다. 릴리아나가 숨이 막혀 켁켁거리며 헤르미온느의 등을 탁탁 쳤다.

"난 괜찮아!"

"우리가 언니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지니도 릴리아나를 껴안으며 헤르미온느와 합세했다. 릴리아나가 버둥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꽉 껴안았다. 결국 세 여자가 침대 위로 쓰러지자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웃음을 터트렸다.

***

마침내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머글 택시를 타고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한 그들은 크룩생크가 할퀸 자국을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폭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혼잡한 도로를 건너서 역까지 트렁크를 나르는 동안, 모두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여러 명이 짝을 지어 9와 4분의 3번 승강장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기차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와 시리우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시리우스는 아쉬운 듯이 해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 어쩌면……."

찰리가 지니를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빙그레 웃었다.

"왜?"

프레드가 몹시 궁금해 하며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퍼시에게 말하면 안 돼. 그건 '마법부가 공개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시기까지는 기밀 사항'이니까 말이야."

"그래, 나도 올해에는 다시 한 번 호그와트를 방문해 보고 싶어."

빌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거의 동경하는 듯한 눈길로 기차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데?"

조지가 조바심을 내면서 물었다.

"올해는 아주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거야. 어쩌면 잠깐 틈을 내어서 한번 구경하러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빌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해리가 미소를 짓고 있는 시리우스에게 물었다.

"시리우스도 알고 있는 거죠? 뭐에요?"

"그건……."

시리우스가 입을 열었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밀사항이라서 말이다."

해리가 다시 한 번 물으려 했지만 바로 그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위즐리 부인은 그들을 데리고 급행열차의 출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주머니."

기차에 올라탄 헤르미온느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고마웠어요, 아주머니."

"맞아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릴리아나와 해리도 꾸벅 인사를 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뭘 그러니, 얘들아. 크리스마스에도 너희 셋을 초대하고 싶단다. 하지만……. 너희들은 아마……. 호그와트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음……. 이런 일 저런 일 때문에 아주 바쁠 테니까……."

위즐리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론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너희도 알게 될 거란다. 그 일은 굉장히 재미있을 거야. 엄마는 규칙이 바뀌어서 정말 기쁘단다."

"무슨 규칙 말이죠?"

해리와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하실 거야……. 자, 얌전하게 굴어라. 알겠니? 알겠니, 프레드? 그리고 너, 조지도?"

증기 기관차가 슛슛거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에게 좀 알려 주세요!"

프레드가 창문 밖으로 목을 내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와 시리우스의 모습이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무슨 규칙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위즐리 부인은 단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손을 흔들 뿐이었다. 기차가 모퉁이를 돌기도 전에,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 시리우스의 모습이 뿅 하고 사라졌다.

***

우연치 않게 목이 달랑달랑한 닉으로 부터 호그와트의 만찬이 꼬마 집요정들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된 헤르미온느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면서 말했다.

"노예 노동이야. 그게 바로 이 만찬을 만들었어, 노예 노동!"

헤르미온느는 끝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다.

비는 여전히 어두운 창문을 세게 때리고 있었다. 또다시 천둥이 치면서 창문을 흔들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천장에도 번개가 번쩍 치더니 황금 접시들이 환하게 빛났다. 그 순간 접시에 남아 있던 음식들이 싹 사라지고 후식이 나타났다.

"당밀 타트야, 헤르미온느!"

론은 일부러 헤르미온느의 코앞에 음식을 들이댔다.

"와! 이것 좀 봐! 초콜릿 케이크야!"

하지만 꼭 맥고나걸 교수를 연상시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헤르미온느를 보자 론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그만해, 론. 내가 기숙사로 올라가서 세바스찬이 만들어준 간식을 좀 줄게."

릴리아나가 조용히 말하자 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콜릿 케이크를 퍼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마지막 남은 음식 부스러기들이 싹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식간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와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정적을 뚫고 들리고 있었다.

"자, 여러분!"

덤블도어 교수가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제 배불리 먹고 마셨으니까('흥!'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었다), 여러분에게 몇 가지 사실을 알려 줘야겠군요. 학교 관리인인 필치 씨가 교내 사용금지 목록 중에 올해 새로 추가된 품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요요'와 '송곳니가 돋은 원반' 그리고 '공격하는 부메랑'이 그것입니다. 이제 교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품목은 모두 437개에 달합니다. 혹시 이 내용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은 필치 씨의 사무실에 가면 목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 덤블도어 교수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덤블도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운동장에 있는 숲은 학생들의 출입 금지 지역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호그스미드 마을 역시 1, 2학년 학생들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덤블도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가슴 아픈 사실을 한 가지 알려야겠군요. 올해에는 기숙사 간의 퀴디치 시합이 열리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

옆에서 해리가 숨이 막히는 듯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것은 교수님들의 많은 노고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떤 행사가 10월에 시작해서 1년 내내 계속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분명히 그 행사를 무척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건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금년에 호그와트에서는……."

바로 그 순간 우르릉 쾅쾅 하면서 고막을 찢는 듯한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회장의 문이 탕탕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연회장의 문 앞에는 검은색 여행용 망토로 몸을 감싼 남자가 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 낯선 사람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천장을 가로질러서 번개가 번쩍 치더니 낯선 사람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사람은 두건을 벗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흔들더니 교직원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연회장에는 둔탁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이블 끝에 도착한 낯선 남자는 오른쪽으로 돌더니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덤블도어 교수를 향해 걸어갔다. 천장에서 또다시 번개가 번쩍거렸다. 헤르미온느는 헉 하더니 입을 딱 벌렸다.

번개가 번쩍 치자, 그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얼굴은 꼭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린 나무토막을 사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조각칼을 다루는 솜씨도 전혀 없는 어떤 사람이 대충 깎아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피부는 온통 흉터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고, 입은 꼭 비스듬하게 갈라진 깊은 틈새처럼 보였으며, 코는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바로 그 사람의 눈이었다.

그 사람의 한쪽 눈은 작고 까맣고 말똥말똥 빛났다. 하지만 다른 쪽 눈은 동전처럼 크고 둥글었으며 밝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청색이었다. 그 푸른 눈동자는 깜빡거리지도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며, 보통 눈과는 전혀 다르게 상화좌우로 마구 돌아가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그 남자의 뒤통수 쪽으로 완전히 돌아가자 오직 섬뜩한 흰자위만이 보였다.

낯선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 못지않게 심한 흉터가 나 있는 한쪽 손을 내밀자 덤블도어 교수가 반가운 듯이 무슨 말을 하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낯선 사람이 미소조차 짓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자 덤블도어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남자에게 자기 오른쪽에 있는 빈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낯선 사람은 그 자리에 털썩 앉더니 얼굴 위로 흘러내린 회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 소시지가 담긴 접시를 앞으로 끌어당겨 거의 다 뭉개지고 없는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내더니 소시지를 쑥쑥 잘라 먹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정상적인 눈은 소시지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푸른색 눈동자는 여전히 안구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연회장과 학생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오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무거운 침묵을 깨면서 말했다.

"무디 교수입니다!"

새로 부임한 교직원은 박수로 환영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덤블도어 교수와 해그리드를 제외하고는 박수를 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른 교직원과 학생들은 그저 두려운 눈길로 무디 교수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무디 교수의 기이한 모습에 넋이 나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와 해그리드도 박수 소리가 무거운 침묵 속으로 공허하게 울려 퍼지자 곧 손을 내려놓았다.

"무디? 매드아이 무디? 오늘 아침에 위즐리 아저씨가 도와주러 갔던 그 사람이야?"

해리가 론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럴 거야."

론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 사람의 얼굴은 왜 저렇게 된 거야?"

릴리아나가 작게 속삭였다.

"몰라."

론의 시선은 마치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무디 교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무디 교수는 별로 따뜻하지 않은 환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호박 주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여행용 망토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휴대용 물병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가 물을 마시느라고 팔을 들어 올리는 바람에 기다란 망토가 땅에서 조금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테이블 밑으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의족과 갈고리 발톱이 달린 발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이미 말했던 것처럼……."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매드아이 무디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대단히 흥미로운 행사를 주관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1세기 동안 열린 적이 없었던 아주 뜻 깊은 행사입니다. 여러분에게 금년에 호그와트에서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농담이시죠!"

프레드 위즐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무디 교수가 도착한 이후로 연회장에 팽팽하게 감돌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덤블도어 교수도 분위기가 바뀌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껄껄 웃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네, 위즐리 군. 자네가 농담이란 말을 하니까 말인데, 나는 이번 여름에 아주 재미있는 농담을 한 가지 들었다네. 트롤과 늙은 마녀와 레프러칸 요정이 다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는데……."

맥고나걸 교수가 듣기 거북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것 같군……. 아니야……. 그런데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래.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지……. 여러분 중에는 이 시합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잠깐 설명을 하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잠시 양해를 바라며 딴 짓을 해도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 학생들을 둘러본 후에 천천히 말을 이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란 유럽 최대의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와 보바통, 덤스트랭 사이의 친선경기로 700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각 학교를 대표하는 챔피언을 선정하고, 이 세 명의 챔피언이 세 가지 마법 시험을 치르면서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입니다. 각 학교는 5년마다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시합을 주관하는데, 그것은 일반적으로 국적이 서로 다른 젊은 마법사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망자의 숫자가 너무 늘어나서 트리위저드 시합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망자라니?"

"사망자……?"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한 얼굴로 속삭였다. 하지만 연회장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처럼 불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잔뜩 흥분하면서 서로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지난 몇 세기에 걸쳐서 트리위저드 시합을 다시 복원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 마법 협력부와 마법의 게임 및 스포츠부는 다시 한 번 시도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어떤 챔피언도 죽음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름 내내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10월이 되면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교장이 각 학교의 후보 선수와 함께 이곳에 도착할 것이며, 할로윈 데이에 각 학교를 대표하는 세 명의 챔피언을 선정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이 트리위저드 우승컵과 소속 학교의 명예와 1000갈레온의 상금을 걸고 시합을 벌이기에 가장 적당한지는 공평한 심판관이 결정할 것입니다."

"내가 차지할 거야!"

프레드 위즐리가 당당하게 외쳤다. 명예와 부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오른 프레드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하지만 호그와트의 챔피언이 되는 것을 상상하고 있는 사람은 비단 프레드만은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기숙사 테이블에서 넋이 나간 얼굴로 덤블도어 교수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옆에 앉아 있는 아이들과 열심히 속삭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 교수가 입을 열자 연회장이 다시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여러분 모두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호그와트로 가져오고 싶어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학교 교장과 마법부 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서 금년에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연령을 제한하기로 미리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열일곱 살 이상이 된 학생들만이 이름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몇 명의 학생이 몹시 격분한 듯이 소란을 피웠다. 위즐리 형제도 발끈 성을 냈다.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는 목소리를 약간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트리위저드 시합의 과제는 여전히 어렵고 몹시 위험합니다. 6, 7학년이 안 된 학생들은 그 시험 과제들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열일곱 살이 되지 않은 학생이 공정한 심판관을 속여서 호그와트 챔피언으로 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잔뜩 찌푸린 프레드와 조지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는 덤블도어 교수의 파란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거렸다.

"그러므로 만약 열일곱 살 미만의 학생이라면 본인의 이름을 제출해서 공연히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잠시 후 덤블도어의 연설이 끝이 나자 학생들은 우당탕탕 요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벌떼같이 문으로 몰려 나갔다. 프레드와 조지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었고 론은 꿈에 부푼 얼굴로 "1000 갈레온……."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서 나가자. 빨리 나가지 않으면 우리만 남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의 독촉에 못 이겨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현관 복도로 나갔다.

"안녕 릴리. 여기서 보니 반갑다."

"안녕 세드릭."

친구들과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는 듯 세드릭이 릴리아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릴리아나가 씩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자 옆에 있던 세드릭의 친구들이 킬킬거리며 세드릭의 등을 쳤다.

"……빨리 올라가지 않고 뭐하는 거냐."

릴리아나의 뒤에서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환해진 얼굴로 재빨리 뒤를 돌아보며 스네이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랜만이에요."

보일듯 말듯, 작게 고개를 끄덕여 릴리아나의 인사를 받은 스네이프가 해리 일행과 세드릭 일행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취침 시간일 텐데? 후플푸프와 그리핀도르에……."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삐뚜름하게 말하는 스네이프에 세드릭 일행은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갔다. 프레드와 조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그의 눈치를 보던 해리와 론이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의 손을 붙잡고 재빨리 스네이프에게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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