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33화 (3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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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4)

무디 교수의 임페리우스 저주 수업의 부작용 때문에 릴리아나는 계속해서 방싯방싯 웃으며 윙크를 하고 있었다.

"이거 정말 바보같이 보이잖아."

릴리아나가 윙크를 하며 투덜거렸다.

"그래. 정말 그래 보여."

론이 한 발로 번갈아 가면서 깡충깡충 뛰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랑 너만 이래야 하는 걸까?"

릴리아나가 방싯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헤르미온느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리고 싶은 표정이었다.

"점심시간 무렵이 되면 그런 영향들이 모두 없어질 거라고 무디 교수가 그랬잖아."

헤르미온느가 웃음을 꾹 참으며 릴리아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무디 교수의 말투 말이야."

해리가 절뚝거리면서(무디 교수는 해리의 역량을 시험하겠다는 미명하에, 해리가 그 저주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을 때까지 연달아 네 번에나 공격하겠다고 우겼다) 말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언제 어느 때라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래 맞아."

론이 깡충깡충 뛰며 맞장구를 쳤다.

"바로 그런 게 편집광적인 증세라는 거야……."

론은 무디 교수가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조하게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무디 교수가 은퇴하자, 마법부 사람들이 몹시 기뻐한 것도 아주 당연해. 그런데 해리, 혹시 무디 교수가 시무스에게 말하는 거 들었니? 언젠가 만우절 날 무디 교수의 등 뒤에서 그냥 장난으로 우우 하고 소리친 마녀에게 그가 어떻게 했는지?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도대체 언제 임페리우스 저주를 물리치는 방법을 복습하라는 거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을 때 세드릭과 그의 친구들이 나타나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 안녕 릴리. 해리랑 론이랑 헤르미온느도."

"안녕 세드릭."

"안녕 세드릭."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윙크를 하자 세드릭이 어색하게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 반응이 자신이 미친 여자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 릴리아나가 황급히 변명했다.

"아니, 이건!"

릴리아나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억울하다는 듯이 세드릭을 쳐다보았다. 세드릭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

"무디 교수의 수업에서 임페리우스 저주를 물리치는 방법을 배웠거든. 무디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번씩 저주를 걸어서 그래. 나 미친 거 아니야."

"어……. 음……. 그렇구나."

세드릭이 묘하게 실망한 목소리로 말하며 론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론이 저렇게 뛰고 있는 거구나."

"응."

릴리아나가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론의 얼굴은 어느새 창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음, 우린 이제 가볼게, 다음 시간이 마법의 약 시간이거든."

릴리아나가 방싯 웃으며 대답하자 세드릭도 웃어주며 말했다.

"그래, 잘 가."

"안녕 세드릭."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세드릭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자 세드릭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더니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에게 장난을 치려는 친구들을 피해 도망 다녔다.

"우리 릴리는 정말 인기가 많다니까."

헤르미온느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릴리아나가 윙크를 하며 되물었다.

"뭐라고? 잘 못 들었어."

"아니야. 수업에 늦을 것 같으니까 빨리 가자고."

헤르미온느는 릴리아나의 팔짱을 끼더니 빠른 걸음으로 지하 감옥을 향해 내려갔다. 뒤에서 론이 깡충깡충 뛰며 헤르미온느를 따라잡으려고 했다. 지하 감옥에 있는 마법의 약 교실에 도착한 그들은 교실 제일 뒤편에 앉았다. 론은 계속해서 앞자리를 발로 찼기 때문에 해리와 론은 한 책상을 건너뛰고 뒤에 앉아야 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스네이프가 커다란 박쥐처럼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교실로 들어왔다. 조용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이름을 불렀다.

"릴리아나 퀸."

"네."

릴리아나가 방싯 웃으며 스네이프에게 윙크를 했다. 스네이프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당황한 듯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

보바통과 덤스트랭이 도착한 다음날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보다 늦게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다른 주말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난 사람은 비단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현관 복도로 내려가자 벌써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불의 잔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었다. 불의 잔은 마법의 모자를 올려놓았던 바로 그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복도 바닥에는 불의 잔 주위로 지름이 3미터정도 되는 가느다란 황금빛 원이 그려져 있었다.

"이름을 넣은 사람이 있니?"

론이 어떤 3학년 여학생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모두 덤스트랭 학생들이야. 하지만 호그와트 학생은 아직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어."

그 여학생의 눈길은 여전히 불의 잔을 향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어젯밤에 우리 모두가 잠을 자러 간 후에 넣었을 거야.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름을 넣으면 쑥스러울 테니까……. 막 뒤로 돌아서는 순간에 그 잔이 탁 침이라도 뱉으면 어떻게 해?"

해리가 론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릴리아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프레드와 조지와 리 조던이 아주 흥분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 조금 전에 먹었단 말이야."

프레드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를 쳐다보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뭘?"

론이 물었다.

"나이를 먹는 약 말이야, 이 멍청아."

프레드가 핀잔을 주었다.

"한 사람이 한 방울씩……. 우리는 그저 몇 달만 더 늙으면 돼."

조지가 기쁜 듯이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말했다.

"만약 우리 중에서 한 명이 우승한다면, 1000갈레온의 상금을 세 명이 똑같이 나눠 가질 거야."

리 조던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그게 통할 것 같지 않아.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 점을 염두에 두셨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마치 경고하듯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프레드와 조지와 리는 헤르미온느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 준비되었니? 좋아! 내가 먼저 가겠어……."

프레드가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다른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릴리아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프레드가 주머니 속에서 '프레드 위즐리-호그와트'라는 글씨가 적힌 작은 양피지 조각을 꺼내는 걸 바라보았다. 프레드는 나이 제한선의 가장자리로 걸어가더니 마치 15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빙 선수처럼 발끝을 들고 섰다. 잠시 후에 프레드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나이 제한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복도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프레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릴리아나가 놀란 표정으로 프레드를 쳐다보았다. 조지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프레드의 뒤를 따라 펄쩍 나이 제한선을 뛰어넘었다.

우당탕!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쌍둥이 형제는 허공을 가로질러서 3미터 가량 붕 날아가더니 차가운 돌바닥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포환 선수가 쌍둥이 형제를 황금빛 원 밖으로 집어던진 것 같았다. 어느새 두 사람의 얼굴에는 길고 하얀 수염이 나 있었다.

순식간에 현관 복도는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조차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상대방의 얼굴에 난 수염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경고했지."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고개를 돌리자 덤블도어 교수가 연회장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는 눈을 반짝이면서 프레드와 조지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지금 당장 두 사람 다 폼프리 부인에게 올라가 보는 것이 좋겠다. 폼프리 부인은 이미 래번클로의 포싯 양과 후플푸프와 섬머스 군을 돌보고 있단다. 그 애들도 역시 나이를 조금 올려 보려고 했지. 하지만 이 점만을 분명히 말해 두고 싶구나. 그 애들의 수염은 두 사람의 얼굴에 나 있는 것처럼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단다."

프레드와 조지는 여전히 깔깔 웃고 있는 리 조던의 부축을 받으면서 병동으로 출발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세드릭 디고리가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이 제한선 앞으로 왔다. 세드릭이 릴리아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더니 나이 제한선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양피지를 집어넣었다. 세드릭은 프레드와 조지처럼 수염도 생기지 않고 나이 제한선을 나왔다.

"네가 열일곱 살이었단 말이야?"

릴리아나의 물음에 세드릭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세드릭이 어른처럼 보여 릴리아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해."

세드릭이 부드럽게 웃으며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이제 들어가자."

해리가 고갯짓을 하며 연회장을 가리켰다.

***

할로윈 만찬은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겨우 이틀 동안 벌써 두 번째 열리는 만찬 때문인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놓은 음식들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회장에 모여 있는 다름 사람들처럼 릴리아나도 안절부절못하면서 목을 길게 뻗으면서 덤블도어 교수가 식사를 끝마쳤는지 계속 확인했다. 어서 빨리 저녁 식사가 끝나고 누가 챔피언으로 선정되었는지 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침내 황금빛 접시들이 싹싹 비워지자 갑자기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덤블도어 교수 양쪽에 앉아 있는 카르카로프 교수와 맥심 부인 역시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긴장한 표정이었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면서 챔피언이 선발되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 루도 베그만은 학생들을 향해 눈을 찡긋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우치는 챔피언 선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몹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의 잔은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덤블도어 교수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1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자, 챔피언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연회장 위로 올라와서 교직원 테이블 뒤쪽에 있는 옆방으로 들어가기 바랍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손가락으로 작은 뒷문을 가리켰다.

"챔피언들은 그곳에서 첫 번째 지시를 받게 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휙 하고 세게 한 번 휘둘렀다. 즉시 얼굴 모양이 새겨진 할로윈 호박 속에 들어 있던 촛불 이외에는 모든 촛불들이 한꺼번에 꺼졌다. 순식간에 연회장이 짙은 어둠으로 휩싸였다.

불의 잔은 연회장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불길이 너무나 밝게 타올라서 거의 눈이 아플 정도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면서 챔피언이 선발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사람은 초조한 듯이 계속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몇 초 안 남았어."

리 조던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불의 잔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허공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불길이 확 솟구치더니 까맣게 탄 양피지 조각 한 장이 펄럭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덤블도어 교수는 양피지 조각을 집어 들고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어느 사이에 불길은 다시 청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덤스트랭의 챔피언은……."

덤블도어 교수가 힘차고 분명한 목소리로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빅터 크룸!"

"그거야 당연하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지자 론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슬리데린 테이블에 앉아 있던 빅터 크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구부정하게 숙인 채 덤블도어 교수가 있는 상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문을 통해 옆방으로 사라졌다.

"브라보, 빅터!"

카르카로프 교수는 그 요란한 박수갈채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차게 외쳤다.

"네가 될 줄 알았다!"

잠시 후에 박수 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졌다.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불의 잔으로 쏠렸다. 불의 잔속의 불길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다. 불길 속에서 튀어나온 두 번째 양피지 조각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보바통의 챔피언은 플뢰르 델라쿠르입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양피지를 집어 들고 말했다.

"그 애야, 론!"

해리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꼭 벨라처럼 생긴 그 여학생은 우아한 태도로 일어나더니 은발머리를 흔들면서 래번클로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로 지나갔다.

"어머! 저기를 봐! 다른 학생들이 무척 실망했나 봐."

헤르미온느가 보바통의 나머지 학생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나 '실망'이라는 말은 너무나 조심스러운 표현이었다. 챔피언 선발전에서 탈락한 여학생들 가운데 두 명은 양팔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플뢰르 델라쿠르의 모습이 옆방으로 사라지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그와트의 챔피언은 과연 누구일까?

불의 잔이 다시 한 번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을 때, 덤블도어 교수가 세 번째 양피지 조각을 집었다.

"호그와트의 챔피언은……."

덤블도어 교수가 외쳤다.

"세드릭 디고리!"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후플푸프 학생들은 모두들 벌떡 일어나더니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발을 쿵쿵 굴렀다.

세드릭은 의기양양하게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드릭과 눈이 마주친 릴리아나는 환하게 웃으며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세드릭 디고리가 활짝 웃으며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스네이프의 표정은 짐작할 수 없어보였다.

"좋아요!"

마침내 소란이 가라앉자 덤블도어 교수가 유쾌하게 외쳤다.

"이제 챔피언 세 명이 모두 선발되었습니다. 나는 보바통과 덤스트랭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호그와트의 학생들 모두가 자기 학교의 챔피언에게 전심전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격려가……. 챔피언들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갑자기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멈추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뭔가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것 같았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덤블도어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내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의 잔속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불꽃이 탁탁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길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어느 사이에 한 장의 양피지 조각이 나타났다.

덤블도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양피지를 잡았다. 그리고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이나 양피지를 만지작거렸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의혹에 찬 눈길로 덤블도어 교수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덤블도어 교수가 목을 가다듬더니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해리 포터!"

릴리아나는 잠시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어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보였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대신에 성난 벌떼들처럼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들은 마치 차갑게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해리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해리는 교수님들이 앉아 있는 상석을 한번 바라보았다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내 이름을 써 넣지 않았어. 그건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셋 모두 멍하니 해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상석에 앉아 있던 덤블도어 교수가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똑바로 세웠다.

"해리 포터!"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한 번 해리의 이름을 불렀다.

"해리! 이리로 올라와라!"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등을 살짝 떠밀면서 속삭였다.

"어서 가."

자리에서 일어서던 해리는 실수로 옷자락 끝을 밟아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에 나 있는 좁은 통로를 따라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저 문으로 나가거라, 해리."

덤블도어 교수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미소조차 짓고 있지 않았다. 해리가 교수님들의 테이블을 따라서 걸음을 옮겨 작은 방으로 들어가자 덤블도어 교수와 카르카로프, 맥심 부인이 서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호그와트의 교수들마저 그들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가자 연회장은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찼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릴리아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와 론을 바라보았다. 론은 어딘가 얼이 빠져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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