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35화 (3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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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6)

헤르미온느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리던 릴리아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에 발을 멈추었다. 당황하여 두리번거리던 릴리아나는 이내 헤르미온느가 당연히 병동에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병동 쪽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릴리아나의 예상대로 헤르미온느는 엄청나게 길어진 앞니를 만지며 울먹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어머! 지금 수업시간 아니니?"

폼프리 부인이 놀라 물었지만 릴리아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며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았다.

"상관없어요."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한 듯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의 앞니는 병동 불빛 아래 훤히 빛나고 있었다. 더 이상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자라나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아 폼프리 부인이 손을 쓴 듯 했다. 폼프리 부인이 거울을 주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를 줄어들게 할 거란다. 네 이가 원래대로 줄어든 것 같거든 '그만'이라고 하렴."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폼프리 부인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천천히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줄어드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헤르미온느의 이가 원래 상태에 가까워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원래 자신의 이 크기로 줄어들었음에도 '그만'이라 말하지 않다가 자신의 조금 큰 앞니가 보기 좋게 줄어들자 입을 열었다.

"그만."

폼프리 부인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더 이상 헤르미온느의 이는 작아지지 않았다. 릴리아나는 신기한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다가 폼프리 부인이 뒤돌아섰을 때 작게 속삭였다.

"그거……."

"착각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씩 웃으며 말했다.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의 앞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작게 키득거리다가 폼프리부인이 다시 뒤를 돌자 언제 웃었냐는 듯 웃음을 뚝 그쳤다.

"그럼 이번 시간은 병동에서 보내고 점심도 여기서 먹고 가렴. 아직 그 이로 연회장의 음식을 먹는 건 무리일 테니까……. 포리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네."

폼프리 부인이 중얼거리며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이 가자 침대 등받이에 편하게 누운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런데 릴리, 왜 수업에 빠지고 온 거야? 지금이라도 들어가는 게 좋지 않아?"

"그게……."

릴리아나가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교수님께 나쁜 분이라고 하고 왔거든."

"뭐?"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이 물었다.

"정말 교수님이 그렇게 못되신 줄은 몰랐어. 어떻게 학생이 앞니가 비버처럼 길어지고 있는데 난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다고 하다니."

릴리아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자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이런 걸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건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입 꼬리를 쭉 올리며 미소를 짓자 릴리아나가 의심스러운 듯이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마법의 약 시간 내내 헤르미온느와 함께 병동에 있던 릴리아나는 수업이 끝났다는 종이 치자 연회장으로 가 론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옆에서 시무스가 속삭여준 이야기를 듣자 하니 해리는 챔피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듯 했다. 론은 화가 난 듯 묵묵하게 음식만 씹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는 이가 원래대로 돌아왔어."

"잘됐네."

론의 표정은 눈에 띄게 풀렸지만 여전히 말없이 음식만 계속해서 씹고 있었다. 옆에 있던 딘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릴리아나, 너 정말 최고다! 어떻게 스네이프에게 그런 말을 하고 수업을 듣지 않을 생각을 하니!"

"정말 멋졌어."

시무스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나라를 구한 영웅 보듯이 릴리아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나는……."

"스네이프 표정 봤어? 한대 맞은 것 같은 그 표정? 스네이프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거야. 어떻게 그 사람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니."

딘과 시무스가 킬킬거렸다. 릴리아나는 조금 난처한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토스트를 우물거리던 론이 방금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릴리. 그러고보니 너 오늘 밤 부터 일주일간 저녁식사 후 취침시간 전까지 징계를 받아야 한대."

릴리아나의 얼굴이 굳었다. 옆에서 론의 얘기를 듣고 있던 시무스와 딘이 끔찍하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너무하다."

시무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딘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나는 상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스네이프를 힐끗 쳐다보았다. 갑자기 입맛이 없어진 릴리아나는 먹고 있던 토스트를 손에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가볼게."

"아……. 응."

론이 이해한다는 듯이 스네이프를 한번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은 토스트를 입에 넣으며 연회장을 나온 릴리아나는 세드릭과 마주쳤다.

"안녕 릴리."

"안느엉……."

릴리아나가 잔뜩 뭉그러지는 발음으로 대답하자 세드릭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창피함으로 얼굴이 새빨개진 릴리아나가 급하게 토스트를 씹어 넘기려고 했다.

"천천히 먹어."

"앙니양……."

릴리아나의 대답에 세드릭이 웃음을 터트렸다. 토스트를 꿀꺽 삼킨 그녀가 세드릭을 쳐다보며 말했다.

"안녕 세드릭."

"그래 안녕. 우리 좀 걸을래?"

세드릭이 손으로 밖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그들은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어느새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금 쌀쌀한 날씨에 추위를 잘 타는 릴리아나가 망토를 끌어안자 세드릭이 자신의 망토를 벗어 덮어주었다.

"난 괜찮아."

"아니야. 추위 많이 타잖아."

"고마워."

릴리아나가 얼떨떨하게 대답하며 세드릭의 망토를 만지작거렸다. 세드릭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해리는 만났니?"

"아니. 시무스가 그러는데 오늘 챔피언들이 사진을 찍었다면서? 세드릭, 너 <<예언자 일보>>에 나오는 거야?"

릴리아나의 말에 세드릭의 얼굴에 조금 홍조가 생겼다.

"글쎄……. 잘 모르겠어. 아마도 나오지 않을까?"

"나오겠지. 몇 세기만에 열린 트리위저드 시합의 호그와트 대표인데."

릴리아나의 말에 세드릭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다른 친구들도 나오겠지. 내 생각에는 해리나 빅터 크룸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해. 살아남은 아이와 퀴디치 영웅이니까. 플뢰르 델라쿠르도 많이 나올 거 같아. 그 애는 벨라의 혼혈이고 예쁘니까……."

세드릭이 횡설수설하자 릴리아나가 키득거렸다. 릴리아나의 웃음소리에 말을 멈춘 세드릭이 머쓱한 듯 씩 웃었다.

"너도 많이 나올 거야. 누가 뭐래도 세드릭은 호그와트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니까."

"아니야 내가 무슨……."

"쉬는 시간마다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던데? 저번엔 빅터 크룸에게 사인해달라고 졸랐던 여자애들이 너한테 사인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봤어."

"그걸 봤어?"

세드릭이 머쓱한지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당연하지."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대답하자 세드릭의 귀가 붉어졌다.

"그런데 또 거기서 뭐 했어? 사진 찍고 끝이야? 그러기엔 해리가 연회장에 없던데……."

"해리는 리타 스키터인가하는 기자에게 불려가서 인터뷰를 했어.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지팡이 검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거든. 그래서 늦게 끝난 거야."

"그랬구나. 첫 번째 시험이 다가오고 있는 기분은 어때? 분명 첫 번째 시험이……."

"11월 24일이야."

"얼마 안 남았네."

"그렇지."

"뭐가 나올 것 같아?"

"글쎄……. 트리위저드 시합인데 시시한 생물들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그럼 뭐? 바실리스크? 용?"

"에이 설마."

세드릭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붓한 데이트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갑자기 등 뒤에서 중저음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번에 알 수 있는 목소리에 릴리아나의 가슴이 조금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 밤부터 일주일동안 저녁식사 후 취침시간 전까지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말이다."

스네이프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알고 있어요."

릴리아나가 담담하게 대답하려고 했다. 그는 말없이 릴리아나와 세드릭을 쳐다보더니 그녀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세드릭의 망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

스네이프가 커다란 박쥐처럼 망토를 휘날리며 몸을 틀었다. 그가 사라지자 세드릭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어쩌다가 징계를 받게 된 거니?"

"마법의 약 수업시간 전에 말포이랑 해리가 싸웠거든 그 저주에 맞아서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엄청 길어졌는데 교수님이 그걸 보고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다고 하셨어. 그래서 교수님이 이렇게 나쁜 분 인줄 몰랐다고 하고 헤르미온느를 따라 병동으로 갔는데 이렇게 됐네."

"너무하다."

세드릭이 미간을 찌푸리며 휘적휘적 걸어가는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

저녁식사를 마친 릴리아나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인사를 한 후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가을인데다 밤이어서 그런지 두꺼운 망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 감옥은 낮보다 훨씬 쌀쌀했다. 추위로 부르르 떨던 릴리아나가 스네이프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릴리아나 퀸이에요."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스네이프가 문을 열었다. 스네이프가 고갯짓을 했다.

"들어와라."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방 안은 춥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따뜻한 편이었다. 릴리아나는 두꺼운 망토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의자에 앉은 릴리아나가 물었다.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해독제를 만들어라."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마법약 책과 재료들이 책상 위로 날아왔다.

"148쪽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것만 하면 되나요?"

"오늘은……. 그래."

전에 스네이프가 징계로 두꺼비 내장을 손질하라 했다는 이야기를 네빌에게 직접 들었던 릴리아나는 생각보다 가벼운 징계에 눈썹을 치켜 올리며 책을 펼쳤다. 둘 사이엔 잠시 동안 릴리아나가 재료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소리와 스네이프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밖에는 다른 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네이프를 간간이 힐끗거리면서 크리스마스 로즈 시럽을 넣던 릴리아나는 마법약을 휘휘 저으며 빠트린 것이 있나 하나하나 확인했다. 세이버의 피와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계량컵에 넣어 확인하던 릴리아나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로 시간을 재며 초조하게 마법약을 바라보았다.

"크흠."

스네이프가 헛기침을 했다. 헛기침 소리에 스네이프를 한번 바라보았다가 시계를 바라본 릴리아나는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허둥지둥 세이버의 피와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넣었다. 초조하게 분침을 바라보며 급하게 화이건의 피를 잡은 릴리아나는 마법약 안에 화이건의 피를 넣다 그만 조금 튀겨버리고 말았다.

"아야……."

마법약을 젓고 있던 릴리아나가 화들짝 놀라 손을 떼며 살이 까지고 있는 손등을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벌떡 일어나 릴리아나의 다친 손을 덥석 잡았다.

"또 그 약물에 다친 거냐!"

그러고 보니 2학년 때 폴리 주스 마법약을 만들기 위해 헤르미온느가 스네이프의 개인 창고에서 오소리 가죽과 바이콘의 뿔을 훔쳤을 때 스네이프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사용한 것이 화이건의 피였었다.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휘둘러 릴리아나의 손을 물로 씻은 다음 자그마한 병에 담긴 약을 소환해 릴리아나의 손등에 부었다. 금세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신기한 듯 지켜보고 있던 릴리아나가 문득 스네이프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얼굴에 열이 몰리기 시작했다. 아랫입술을 윗니로 지그시 깨물며 빠르게 콩콩 뛰고 있는 심장에 조금 부끄러워진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리며 조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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