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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8)
"이제 갈까?"
"그래."
세드릭과 릴리아나는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으로 가는 내내 학생들은 세드릭과 릴리아나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수군거렸다. 필치마저도 의외의 조합에 잠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디부터 갈래?"
"허니듀크? 세바스찬에게 보낼 간식을 사야 하거든."
"네가 먹을 건?"
"물론 내 것도."
릴리아나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번에 나온 허니듀크 신제품에 대해 재잘거리는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세드릭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홱 돌렸다.
"왜 그래?"
"리타 스키터."
세드릭이 투덜거렸다. 릴리아나가 까치발을 들고 세드릭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정교하게 손질되어 신기할 정도로 구불거리는 머리카락과 보석이 박힌 안경, 악어가죽 핸드백을 꼭 잡고 있는 굵은 손가락 끝에는 청록색으로 칠해진 손톱이 거의 5센티미터나 길게 자라나 있는 여자가 보였다.
"저 여자야? 금발 머리?"
"그래. 빨리 여길 벗어나자."
하지만 세드릭의 바람과는 다르게 리타 스키터는 그들을 발견하고 말았다. 리타 스키터는 흥분으로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세드릭에게 다가오더니 악수를 청했다.
"오!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그때 만난 적 있죠? 내가 챔피언에 대한 기사를 썼을 때……. 분명 이름이 디키……."
"디고리입니다."
세드릭이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리타 스키터의 손을 잡았다. 리타 스키터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옆에는 누구? 여자친구?"
"그냥 아는 동생입니다."
세드릭은 말을 아끼며 릴리아나를 보호하듯 뒤로 숨겼지만 리타 스키터의 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 잠시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서 버터 맥주나 한잔 마시며 인터뷰를 하는 건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호그와트의 챔피언인 디고리 군을 궁금해 하고 있답니다. 분명……."
"죄송하지만."
세드릭이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리타 스키터의 말을 잘랐다.
"선약이 있어서요. 사실 지금 늦었어요.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세드릭은 리타 스키터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릴리아나의 손목을 잡고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힐끔거리며 뒤를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리타 스키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입을 열었다.
"저 여자 해리에 대해 악질적인 기사를 쓴 여자 맞지?"
"그래."
세드릭의 말에 릴리아나는 분노했다.
"저 여자 때문에 해리가 얼마나……."
"그래 알아. 저 여자랑 마주치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야. 앞으로 저 여자를 만나면 도망쳐. 해리에 대해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
리타 스키터 때문에 허니듀크로 가는 길을 조금 돌아가게 된 그들은 잠시 후 허니듀크에 도착했다. 수많은 간식들의 달콤한 향기에 리타 스키터에 대한 생각을 저 멀리 밀어버린 릴리아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들을 하나하나 시식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때?"
세드릭이 딸기가 송송 박힌 케이크를 포크로 들어 보이며 물었다.
"그거 맛있어?"
"응."
세드릭의 대답에 초콜릿 케이크를 우물거리고 있던 릴리아나가 꿀꺽 케이크를 삼키며 세드릭에게 다가갔다.
"아-해봐."
"아아-"
릴리아나가 입을 작게 벌리자 세드릭이 케이크를 입에 넣어 주었다. 아기새처럼 케이크를 우물거리던 릴리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맛있다!"
"그렇지?"
세드릭이 기쁜 듯이 말했다. 릴리아나는 세드릭이 추천한 딸기가 송송 박힌 케이크와 여러 가지 종류의 초콜릿들과 마법세계에서만 파는 별난 사탕과 젤리까지 담고 나자 어느새 작은 바구니는 꽉 차 있었다.
"내가 살게."
"아니야!"
세드릭이 황금빛 갈레온을 내밀자 릴리아나가 놀라며 황급히 그를 말렸다.
"내가 사고 싶어서 그래."
"괜찮아! 나도 돈 있어."
"어허, 그냥 사줄 때 받아."
세드릭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릴리아나가 입을 삐죽 내밀며 대꾸했다.
"그래도……. 다 세바스찬이랑 내가 먹을 건데……."
"계산해 주세요."
세드릭이 릴리아나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꾹 누르며 갈레온을 내밀었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들기 위해 버둥거리는 동안 계산을 마친 세드릭이 웃으며 포장된 간식을 내밀었다.
"가서 세바스찬 씨랑 네 친구들이랑 나눠먹어."
"하지만……."
"이럴 때는 남자가 사주는 거야. 그렇게 돈을 내고 싶으면 차는 네가 사. 그럼 되지?"
릴리아나는 애초에 자신이 계산을 했으면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대답했다.
"알겠어. 그럼 차는 내가 살게. 어디로 가? 스리 브룸스틱스?"
"음……. 다른 가게를 가보는 건 어때? 친구들이 그러는데 좋은 찻집이 있대."
세드릭이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했다.
"그래? 그럼 거기로 가보자."
릴리아나가 허락의 말을 하자 세드릭은 조금 안절부절 못하며 그녀를 이끌었다. 있는지도 몰랐던 골목 안으로 릴리아나를 데려온 세드릭은 이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마담 퍼디풋이라는 작은 찻집 안으로 들어갔다. 비좁고 습기가 가득 찬 그곳은 모든 물건에 레이스와 리본 장식이 달려 있는 것 같았다.
"귀엽다."
소녀들의 로망으로 꾸며진 것 같은 찻집에 릴리아나가 감탄했다. 찻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방금 나타난 뜻밖의 손님을 보고 수군거렸다.
"저기 자리 있다."
세드릭이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구석이라 그런지 사방이 막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자리에 앉은 릴리아나가 산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는 사이 세드릭이 발그레해진 얼굴로 릴리아나의 앞자리에 앉았다.
"뭘 가져다드릴까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토끼를 품에 안은 건장한 체구의 마담 퍼디풋이 물었다.
"커피랑……. 뭐 마실래, 릴리?"
"음……. 나는 핫 초콜릿."
"핫 초콜릿 한잔 주세요."
세드릭이 주문을 했다. 커피와 핫 초콜릿이 오기를 가다리는 사이에 릴리아나는 문득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드릭,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손을 잡고 있어."
릴리아나가 세드릭을 향해 방금 알아낸 사실을 속삭이자 발그레해져 있던 세드릭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올랐다.
"그, 그래? 그러네."
세드릭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릴리아나가 물었다.
"여기서는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라고 있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아니, 그렇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다 그러고 있는 걸 거야."
세드릭은 "나도 처음 와 봐서 잘 모르겠네."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손잡아야해?"
"응?"
갑자기 세드릭이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세드릭의 대답을 기다리던 릴리아나는 앞 테이블에 앉은 래번클로의 퀴디치 주장이 같이 온 금발머리 여학생과 키스를 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키스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 건가……. 이상한 찻집이네."
릴리아나의 말에 세드릭이 양손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언뜻 본 세드릭의 양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주문하신 커피와 핫 초콜릿 나왔습니다."
둥그런 분홍색 쟁반 위에 커피와 핫 초콜릿을 가지고 온 마담 퍼디풋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세드릭을 툭 쳤다. 고개를 든 세드릭의 얼굴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괜찮아? 어디 아파?"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세드릭이 새빨개진 얼굴로 싱긋 웃으며 커피를 마시다가 잘못 삼킨 것인지 쿨럭 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드릭이 입 주변을 손으로 슥 닦으며 대답했다. 그가 황급히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물었다.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있어?"
"응, 있는데?"
"우리 그거 눈 감고 하나씩 골라서 먹기 할래?"
"그래 좋아."
릴리아나는 옆에서 정신없이 키스하느라 쪽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짐에서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를 꺼냈다. 포장을 뜯은 릴리아나가 강낭콩 모양의 젤리를 테이블 한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세드릭의 말에 릴리아나가 눈을 감았다.
"이제 하나씩 고르자."
릴리아나가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 통 안으로 손을 뻗었다. 세드릭 역시 손을 넣었는지 길면서도 약간은 투박한 손가락이 느껴졌다.
"나 골랐어."
"나도. 그럼 이제 눈을 감은채로 입에 넣는 거야, 알겠지?"
"응."
"그럼 셋, 둘, 하나."
세드릭과 릴리아나가 동시에 손을 빼서 입 안에 젤리를 넣었다. 입 안에 가득 퍼지는 딸기 맛에 젤리를 오물거리던 릴리아나가 살며시 눈을 떴다.
"무슨 맛이야?"
"딸기 맛. 너는?"
"난 소 간 맛인 것 같아."
세드릭이 얼굴을 이상하게 일그러트리며 금방이라도 뱉고 싶은 듯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릴리아나가 키득거렸다.
"진짜 역겹다."
세드릭이 젤리를 꿀꺽 삼키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리며 릴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릴리아나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가 찻집 안의 규칙이라는 것을 깨닫고 눈썹을 원래대로 내렸다. 세드릭의 양 볼이 발그레해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릴리아나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볐다.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 휴게실로 내려간 릴리아나는 텅 빈 휴게실을 둘러보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해리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해리, 시리우스랑 얘기는 잘 했니?"
"릴리, 용이었어."
해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은 릴리아나가 되물었다.
"뭐라고?"
"첫 번째 시험이 용이라고."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자 릴리아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해그리드가 보여줬어. 중요한건 이게 아니야. 시리우스가 용을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때 론이 내려오는 바람에……."
해리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큰일이네. 얼핏 들은 바로는 용에게 통하는 주문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시리우스는 아주 간단한 주문이라고 했어."
해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두워 보이는 해리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는 밝게 웃으려고 하며 말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고 생각해 보자."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 휴게실을 나와 연회장으로 들어온 릴리아나는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이미 앉아 예언자 일보를 보고 있던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았다.
"좋은 아침, 헤르미온느."
"릴리!"
헤르미온느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말하자 시선이 모두 헤르미온느에게로 쏠렸다. 자신에게 시선을 쏠렸다는 것을 알자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잠잠해지자 아이들은 다시 시선을 돌려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이야?"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물었다.
"뭐가?"
해리가 대신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말없이 예언자 일보의 한쪽 면을 펴서 보여주었다.
호그와트 챔피언의 핑크빛 사랑?
리타 스키터 특파원
불가리아의 퀴디치 영웅 빅터 크룸이나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의 플뢰르 델라쿠르나 살아남은 아이 해리 포터에 비해 비교적 관심이 적었던 호그와트의 또 다른 챔피언, 세드릭 디고리(17)가 진정한 운명의 상대를 만난 모양이다. 상대는 바로 눈에 띄게 아름다운 머글 태생의 릴리아나 퀸(14)으로 둘은 퀴디치 월드컵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디고리는 퀸이 입학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아 말을 걸지 못했죠.'
후플푸프의 한 남학생이 증언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남자, 세드릭도 퀴디치 월드컵에서 잡은 기회는 놓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후 꾸준히 릴리아나 퀸에게 관심을 표해오던 세드릭은 마침내 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하는 등 그들의 사랑을 감추는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퀸은 확실히 눈에 띄게 예쁘긴 해요. 그 애가 입학했을 때 설레지 않은 남학생은 없을걸요.'
래번클로의 6학년 학생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릴리아나 퀸은 입학한 순간부터 모든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양이었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릴리아나 퀸을 쟁취한 세드릭 디고리는 호그와트의 챔피언으로 뽑힐 만큼 재능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데도 특출한 재능을 뽐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릴리아나 퀸은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성적 역시 우수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과목에 특출한 성적을 자랑하지만 특히 마법의 약 부분은 천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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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비 같은 여자가……."
기사를 읽던 릴리아나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예언자 일보를 구기며 빠득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