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39화 (3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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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10)

해리는 온 힘을 다하여 전속력으로 땅을 향해서, 이제는 용의 날카로운 앞발로부터 벗어나 있는 알을 향해 날아갔다. 해리가 파이어볼트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황금알을 움켜잡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속력을 내면서 해리는 관중석 위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묵직한 황금알은 상처를 입지 않은 해리의 한쪽 옆구리에 단단히 끼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소리를 놓여 놓은 것처럼 관중들은 월드컵의 아일랜드 응원단만큼이나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난리였다.

"저걸 보십시오!"

베그만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보십시오! 우리의 가장 어린 챔피언이 가장 빠른 시간에 황금알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포터 군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군요!"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해리를 향해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는 두려움으로 인해 두 뺨을 꽉 움켜쥐었을 때 생긴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해리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땅 위에 내려앉았다.

"빨리 해리에게 가보자."

헤르미온느가 활짝 웃으며 릴리아나를 재촉했다. 뒤쪽에 앉아있던 론이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따라왔다. 헤르미온느는 그런 론을 못 본 척 하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 정말 눈부셨어!"

헤르미온느가 목이 메어서 소리쳤다.

"대단해 해리!"

릴리아나가 방방 뛰며 해리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의 눈길은 론에게 머물고 있었다. 론은 마치 해리가 유령이라도 되는 듯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해리."

론이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 잔에 네 이름을 집어넣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나는……. 나는 그들이 너를 이 시합에 일부러 끌어들이려 했다고 생각해!"

마치 지난 몇 주일 동안에 벌어졌던 일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은 태도였다.

"이제 알았니? 아주 오래 걸렸구나."

해리가 차갑게 대답했다. 릴리아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해리와 론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론이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려는 듯이 머뭇거렸다.

"괜찮아."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 일은 잊어버려."

"아니야. 나는 꼭 너에게……."

"그만 잊어버리라니까!"

해리가 말했다. 그러자 론이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해리도 씩 웃었다.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우는 거야? 울 일이 뭐가 있어?"

해리가 몹시 당황하면서 물었다.

"둘 다 한심한 멍청이야!"

헤르미온느는 두 발을 구르면서 소리쳤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를 달래기도 전에 그녀는 두 사람을 꽉 끌어안더니 이번에는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헤르미온느는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천막 밖으로 달려 나가 버렸다.

"제정신이 아니군."

론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말했다. 릴리아나가 씩 웃으며 해리와 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가자. 곧 점수가 나올 거야."

해리는 황금알과 파이어볼트를 집어 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천막을 나섰다. 론은 해리의 옆에 바싹 붙어서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었다.

***

창밖으로 보이던 단풍잎들은 떨어졌고, 그 자리를 새하얀 눈꽃이 채웠다. 12월이 찾아온 것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점점 다가오자, 맥고나걸 교수가 변신술 수업이 끝날 때 즈음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모두에게 알려 줄게 있어요. 크리스마스 무도회가 곧 열릴 예정이에요. 트리위저드 시합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이자 동시에 외국 손님들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크리스마스 무도히는 4학년 이상 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어요. 물론 여러분이 원한다면 하급생들을 초대할 수는 있지만……."

라벤더 브라운이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자 패르바티 패틸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만 합니다. 무도회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8시에 대연회장에서 시작되어서 자정에 끝날 것입니다. 또한……."

맥고나걸 교수는 일부러 잠시 동안 말을 끊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는 여러분 모두……. 음……. 머리를 풀어 내리는 것이 허락될 것입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끝냈다.

"파트너라니! 파트너를 어디서 구한단 말이야!"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나온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렸다. 릴리아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것도 문제인데 이걸 어쩌지? 세바스찬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꼭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었는데."

하지만 무거운 마음도 잠시, 그리핀도르 기숙사를 함께 쓰는 여학생들과 크리스마스 무도회 때 어떤 드레스를 입고 갈 것인지, 누구와 파트너를 하고 싶은지 수다를 떨며 자지러지게 웃다보니 어느새 세바스찬에 대한 미안함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집에서 편지로 드레스 카탈로그를 받아보며 어느 것이 좋을지 물어보고 다녔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도 마찬가지였다. 미안함이 담긴 편지를 보낸 며칠 뒤 세바스찬에게서 괜찮다는 편지와 함께 드레스 카탈로그를 받은 릴리아나는 두 개의 드레스를 헤르미온느에게 보여주며 고민했다.

"뭐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

검푸른 색의 딱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나는 탑 드레스와 팔 부분은 레이스로 되어 있고 무릎 밑까지 오는 하늘거리는 미니 드레스를 보여주며 릴리아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얀색. 이 드레스가 뭔가 요정 같은 느낌이라서 좋아."

헤르미온느의 말에 하얀색 드레스를 유심히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이게 더 예쁜 것 같아. 그럼 이걸로 해야겠다."

"머리 장식은 화관으로 하면 예쁠 것 같아."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릴리아나는 양 볼을 홍조로 물들이며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넌 정말 천재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의 칭찬에 헤르미온느가 쑥스러운 듯 씩 웃으며 덧붙였다.

"내가 꽃이 시들지 않게 하는 마법을 알아. 12시간 밖에 지속이 되지 않지만 무도회는 자정이 되면 끝날 테니까……."

"고마워."

"이정도 가지고 뭘."

헤르미온느가 카탈로그에서 붉은 기가 조금 감도는 푸른 드레스를 체크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파트너는 어떻게 구하지?"

릴리아나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여자가 먼저 파트너를 신청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여자가 먼저 신청한다는 것은 곧 자기의 매력 지수와 관련이 되었기에 선뜻 같이 가자고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함께 가자고 신청한 애들 있잖아."

"나는 호그와트 다니는 내내 그 애들과 말을 섞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얼굴을 붉히고 있던 릴리아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누구랑 같이 가고 싶은데?"

헤르미온느의 물음에 릴리아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어느 한 사람이 떠올랐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다른 건을 다 재쳐두더라도  그는 호그와트의 교수였다. 또 자신의 소중한 친구 헤르미온느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기에 지금까지도 릴리아나는 조금 쌀쌀맞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스네이프의 나이 차이를 계산해보던 릴리아나가 열 손가락이 다 접히고 나자 계산하기를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몰라."

"그럼 세드릭이랑 같이 가."

"세드릭은……."

릴리아나가 주저했다. 리타 스키터에 의해 세드릭과의 열애설이 난 이후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세드릭과 함께 간다면 서로 교제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스네이프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

"하긴 좀 그렇겠다. 아무리 바보 같은 기사여도……."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아니면 해리는 어때? 그 애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 같던데."

"그럴까? 한번 해리에게 물어봐야겠어."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그녀의 생각보다 세드릭과 더욱 빠르게 조우하게 되었다. 세바스찬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찾았던 부엉이장에서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안녕 릴리. 어쩐 일로 온 거니?"

세드릭이 놀란 얼굴로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세드릭. 세바스찬에게 편지를 좀 보내려고."

릴리아나가 조금 거리를 두는 태도로 대답했다. 가까이서 본 세드릭은 상당히 초췌해보였다. 전에 없었던 검은 그림자가 눈 밑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괜찮니? 아파 보여."

"응? 아, 나는 괜찮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세드릭이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잠시 말이 없어진 그 둘 사이로 휭- 하고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끼어들었다.

"혹시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같이 갈 파트너가 있니?"

세드릭이 정중한 목소리로 묻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을 한 릴리아나가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릴리아나의 대답에 세드릭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내 덤덤한 얼굴을 하려고 노력하며 두 뺨이 붉어진 채로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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