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43화 (4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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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14)

눈은 감았지만 서로의 숨결이 느껴졌다. 스네이프가 점점 다가올수록 은은한 비누 향은 더욱 짙게 풍겼다. 심장이 가슴이 아닌 온몸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열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잠시 후에 닿을 감촉을 기다리며 완전히 눈을 감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릴리?"

차가운 세드릭의 말에 릴리아나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두 눈을 번쩍 떴다. 세드릭은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세, 세드릭……."

릴리아나가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 등이 섞인 복잡한 감정에 말을 조금 더듬으며 세드릭의 이름을 부르자 세드릭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스네이프에게서 빼내왔다. 릴리아나에게 걸쳐져 있던 검은 망토가 휘날렸다.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교수님?"

세드릭이 분노가 가득 섞인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스네이프는 입을 꾹 다물고 세드릭이 잡고 있는 릴리아나의 손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드릭……?"

세드릭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평소와 같은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일그러져 보였다.

"릴리, 내가 교수님과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조금만 자리를 비켜주면 안 될까?"

세드릭은 권유를 하듯 입을 열었지만 릴리아나에게는 명령처럼 들렸다. 릴리아나는 조금 두려운 듯이 스네이프와 세드릭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자 세드릭이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다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오는 길에 저기서 헤르미온느를 봤어. 울고 있더라. 가서 위로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릴리아나는 뒷걸음질 치다 세드릭이 가리킨 방향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그 자리를 벗어나 혼자가 되자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스네이프와 키스를 할 뻔 했다는 부끄러움과 세드릭에게 들켰다는 부끄러움이 합쳐져 릴리아나의 얼굴은 불타는 듯이 달아올랐다. 뛰던 것을 멈추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심호흡을 하던 릴리아나는 근처에서 훌쩍거리는 소리를 듣고 손으로 부채질 하는 것을 멈췄다. 천천히 발걸음으로 옮겨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하자 세드릭이 말한 대로 헤르미온느는 훌쩍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헤르미온느?"

"……릴리?"

헤르미온느가 조금 쉰 목소리로 릴리아나를 불렀다. 울었다는 것이 부끄러운 듯 황급히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왜 연회장에 있지 않고 나왔어? 춥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애써 발랄한 목소리로 운 적이 없었다는 듯 말하자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아 아까의 광경은 보지 못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갑자기 뛰쳐나가서 걱정되니까……."

"그런데 그 망토는 뭐야? 혹시 스네이프 교수님의 망토야?"

"……응."

잠시 잊고 있던 부끄러움이 또 다시 올라왔다. 릴리아나는 추워서 얼굴이 빨개졌다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추운 날씨가 처음으로 고마워졌다. 헤르미온느는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흐응'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릴리아나가 의아한 듯 바라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들어가자. 역시 마법으로 온도를 올렸다고 해도 좀 쌀쌀하네."

"그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릴리아나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연회장으로 돌아온 그녀는 구석에 앉아 버터맥주를 홀짝이며 신랄하게 론의 행동을 비판하는 헤르미온느의 말을 들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에는 빅터 크룸이 와서 헤르미온느를 데리러 왔다. 릴리아나가 그녀에게만 보이게 윙크하며 엄지를 치켜세우자 헤르미온느가 쑥스러운 듯이 두 볼을 붉히며 웃었다.

홀로 남은 릴리아나는 남은 버터 맥주를 홀짝이며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멀리서 해리와 초 챙이 느린 곡조의 브루스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찾았다."

세드릭이 뒤에서 릴리아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깜짝 놀란 릴리아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세드릭!"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

세드릭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는데 마지막으로 춤 한번 출래?"

"좋아."

릴리아나가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세드릭은 그녀를 이끌고 무대의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세드릭이 릴리아나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천천히 무대를 이동하며 춤을 추던 릴리아나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얘기 했어 세드릭?"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세드릭이 더 이상 이에 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우리가 동맹이 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네."

세드릭의 말에는 날이 서 있었지만 릴리아나는 눈치 채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물었다.

"너도 도움이 됐어?"

릴리아나가 작게 속삭이자 세드릭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글쎄……. 효과가 언젠가 있긴 하겠지."

괜히 미안해진 릴리아나가 입을 다물었다. 세드릭 역시 말이 없었다. 자정이 되자 운명의 세 여신은 연주를 마쳤다.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면서 입구를 향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관 복도로 나온 세드릭과 릴리아나는 초 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해리를 만났다. 초 챙은 세드릭과 릴리아나를 발견하자마자 인상을 굳히며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해리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좋아 보이네, 해리."

릴리아나가 조금 놀리듯이 말하자 해리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세드릭이 말했다.

"해리, 우리 조금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 좋아."

해리가 떨떠름한 듯이 대답했다. 세드릭은 릴리아나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에 해리와 함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돌아온 세드릭은 릴리아나를 그리핀도르 탑의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잘 자 릴리."

"너도."

세드릭은 씩 웃더니 릴리아나가 그리핀도르 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세드릭에게 손을 흔들어준 릴리아나는 기숙사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3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를 향해 악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게 그렇게 싫었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론을 쏘아보면서 소리쳤다. 우아하게 틀어 올렸던 헤르미온느의 머리카락은 이제 길게 풀어헤쳐져 있었으며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 그래? 그게 뭔데?"

론이 지지 않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다음 무도회 때에는 다른 사람이 나한테 신청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신청하도록 해! 나를 마지막 보루처럼 대하지 말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싹 돌아서서 여학생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쿵쾅거리며 요란하게 올라가 버리자 론은 마치 물 밖으로 나온 금붕어처럼 소리 없이 입만 씰룩씰룩 거렸다.

"그래."

론은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냅다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랬군. 뭔가를……. 완전히 착각하고 있어."

그러더니 론은 남학생 기숙사로 중얼거리며 올라갔다.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있던 해리는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론을 따라 올라가 버렸다.

***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모두들 늦게 일어났다.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도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학생들이 한가롭게 나누는 대화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누군가의 하품으로 중단되곤 했다.

헤르미온느의 머리는 다시 평소처럼 부스스하게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에게도 크리스마스 무도회를 위해서 손쉽게 윤기 나는 머리 마법약을 상당량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날마다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귀찮아."

헤르미온느는 크룩생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 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서로 말다툼을 벌이지 않기로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예의를 지키기는 했지만 꽤 다정한 태도로 서로를 대했다.

릴리아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무릎에 덮고 있던 검은 망토를 만지작거렸다. 돌려주어야 하는데 도저히 스네이프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요정을 통해 돌려주기는 아까웠다. 해리와 론은 한 번씩 릴리아나의 검은 망토를 바라보고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 누군가가 설마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망토를 언제 어떻게 돌려주어야 할지를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침내 1월 8일이 되자 릴리아나는 용기를 내서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지팡이로 망토가 깨끗해지는 마법을 걸은 릴리아나는 같이 사라져버린 은은한 비누 향에 아쉬워하며 자신이 쓰는 향수를 조금 뿌렸다. 어쩐지 스네이프가 착용할 망토에서 자신의 향이 난다고 생각하자 부끄러워져 릴리아나는 침대 위에서 발을 파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1월 9일이 되자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 첫날, 릴리아나는 마지막으로 스네이프의 망토에 자신이 쓰는 향수를 한 번 더 뿌린 후 가방 속에 망토를 넣고 기숙사 침실을 나섰다.

호그와트의 운동장에는 아직까지도 하얀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약초학 수업을 하는 온실 창문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어서 밖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론은 도망치는 스크루트를 쫓아다니거나 혹은 너무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 불이 붙는 것처럼 방법이 어찌되었던 간에 스크루트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꽤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 도착했을 때, 머리를 짧게 깎고 아래턱이 두드러지게 툭 튀어나온 백발의 늙은 마녀가 문 앞에 떡 버티고 있었다.

"서둘러라. 5분 전에 종이 울렸어."

마녀는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면서 힘들게 걸어오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댁은 누구세요?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론이 마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내 이름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다. 나는 너희들이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할 임시 교수란다."

마녀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해리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몸이 불편하단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첫 수업은 유니콘으로 시작되었다. 새하얀 유니콘을 데리고 와 여학생들에게 만져보도록 시키자 여학생들은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릴리아나 역시 두 눈을 반짝거리며 부드럽고 따뜻한 유니콘의 털을 쓰다듬었다.

"너무 귀엽다……."

릴리아나가 작게 속삭이자 근처에 있던 여학생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수업이 끝난 후 잔뜩 놀라있는 해리가 건네준 기사를 읽고 입을 딱 벌렸다.

"거인이라는 게 정말 존재했단 말이야?"

"해그리드가 거인이라고?"

헤르미온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론이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가 어렸을 적 스켈레 그로를 한 병 다 삼켜버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네 명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해그리드를 찾아가 보자."

그들은 점심도 거른 채 성을 빠져나가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향해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을 걸어갔다. 그들이 오두막의 문을 두드리자 팽이 사납게 짖으면서 대답했다.

"해그리드, 우리가 왔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팽이 킹킹거리면서 문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끝내 오두막집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10분이 넘도록 문을 두드렸다. 론은 심지어 옆으로 돌아가서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왜 우리를 피하는 거지? 설마 우리가 거인 혼혈이라고 해서 자기를 꺼려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마침내 해그리드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과 가까워 보였기에 그들은 축 처진 분위기로 연회장으로 돌아와 재빨리 점심을 먹은 뒤 마법의 약 수업을 듣기 위해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시무룩해져 있었지만, 마법의 약 교실로 들어오자 점점 그 감정은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두근거림이 채웠다. 릴리아나는 조금 홍조가 도는 얼굴로 스네이프를 기다렸다. 수업 시간이 되자 문을 열고 들어온 스네이프는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들어와 출석을 불렀다.

"오늘은 추운 곳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보겠다. 책은 214쪽. 재료는 모두 뒤에 있다."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칠판에는 마법약을 만드는 과정이 나타났고 또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자 찬장이 열렸다.

"시간은 한 시간이다."

스네이프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허둥지둥 달려가 재료들을 가지고 왔다. 릴리아나도 재료를 가지고 와 손질을 하며 스네이프를 힐끗거렸지만 스네이프는 수업이 끝날 때 까지 릴리아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말포이는 히죽거리며 스네이프가 보지 않을 때 마다 해리를 놀리기에 바빴다.

마침내 한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릴리아나의 약은 교과서에서 서술한 대로 샛노란 빛을 띠고 있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다. 모두 완성한 사람은 이름을 쓴 병에 담아 제출하도록."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반대쪽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쩐지 스네이프가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 같아 릴리아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약을 병에 담았다. 가지런한 글씨로 '릴리아나 퀸'이라고 병에 쓴 릴리아나는 다른 아이들을 따라 약을 제출했다.

바로 그 때 종이 쳤다. 네빌이 초록색이 된 약을 억지로 병에 퍼 담아 제출하자 스네이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지."

샛노란 색의 약을 각각 은색과 푸른색의 약으로 만들어버린 해리와 론이 벌떡 일어나 제일 먼저 나가버렸다. 헤르미온느가 입모양으로 안 나가냐고 물었지만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힐끗 쳐다보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릴리아나는 교실에 아무도 없을 때 까지 기다렸지만 말포이 역시 히죽거리며 남아 있었다. 마침내 교실에 스네이프와 릴리아나, 그리고 말포이만 남게 되자 말포이가 거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드려요, 교수님."

말포이가 가방에서 포장된 커다란 선물을 꺼내 스네이프에게 건넸다.

"고맙다."

스네이프가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 말포이는 릴리아나를 비웃으면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너도 교수님께 선물을 드리려는 거니? 네가 교수님을 짝사랑하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네. 자리를 피해줄까?"

말포이가 히죽거리며 비웃었지만 놀랍게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릴리아나의 얼굴이 붉어지자 그것을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말포이는 더욱 크게 낄낄거렸다.

"됐다, 드레이코. 이제 가 보아라."

스네이프의 말에 말포이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마지막까지 릴리아나를 비웃으며 교실을 나섰다. 스네이프가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 때와 비교해서 조금 수척해 진 것 같은 스네이프의 얼굴을 바라보며 릴리아나가 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오늘이 교수님이 생일인줄 몰랐어요……."

"무슨 일이냐, 퀸."

스네이프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마치 해리에게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에 릴리아나가 조금 놀라며 가방에서 망토를 꺼냈다.

"이걸……. 돌려 드리려고……."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망토를 올려두었다. 스네이프는 망토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차갑게 말했다.

"이제 그만 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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