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45화 (4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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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잔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의 잔-(16)

"안녕 퀸."

"안녕."

연회장에서 래번클로의 5학년 남학생 둘이 얼굴을 붉히며 릴리아나에게 인사했다. 릴리아나는 밝게 웃어주며 인사를 받았다.

"안녕."

남학생 둘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거리다가 주변 사람들의 뚫어질 것 같은 시선을 받고 래번클로 테이블로 돌아갔다. 남학생들이 돌아가고 나자 릴리아나는 한숨을 내쉬며 스네이프를 흘끗 쳐다보았다. 스네이프는 접시에만 시선을 고정하며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알려준 방법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첫째는 말을 걸어오는 남학생들을 세바스찬 대하듯이 대하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스네이프를 철저히 무시하라는 것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이 두 가지만 철저하게 지킨다면 스네이프가 다시 예전처럼 대해줄 거라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장담했지만 두 번째 시합을 하루 앞두고 있는 오늘까지 달라진 것은 릴리아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남학생들이 늘었다는 것과 마법의 약 시간은 점점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로 변해간다는 것뿐이었다.

헤르미온느의 조언을 따르고 있는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진 것이 없자 릴리아나는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해도 안볼 거야? 라는 마음에 미소는 더욱 환해졌고 행동은 더욱 친절해졌지만 스네이프는 더욱 불친절해질 뿐이었다. 릴리아나가 간간이 헤르미온느에게 별 진전이 없다고 투덜거려도 헤르미온느는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효과가 너무나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뿐이라 릴리아나는 불안했지만 딱히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기에 그녀의 말을 계속 따르고 있었다.

버터와 잼을 바른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헤르미온느의 부스스한 머리카락 너머로 스네이프를 노려보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식사를 마치고 연회장을 나가버리자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리며 신경질적으로 토스트를 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해리의 두 번째 시합을 위해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릴리아나가 뻑뻑한 눈을 비비며 하품을 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말이야. 제일 그럴듯한 마법은 연못이나 웅덩이의 물을 말리는 가뭄 마법인데, 저 호수를 다 말려 버릴 만큼 엄청난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맞은편 책상에 앉아 있는 론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야. 풀 수 없는 시험 문제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촛불을 좀 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잊혀진 옛 마법과 마술>>이라는 글씨가 촘촘하게 박힌 책에 코를 바싹 들이대고 열심히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냈잖아. 해리, 내일 그냥 호수로 내려가서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인어들에게 훔쳐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당장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도록 해. 그래서 인어들이 뭘 던지는 지켜보자고.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틀림없이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틀림없이 있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도서관에 쓸 만한 정보가 없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도서관이 헤르미온느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나는 시리우스처럼 애니마구스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쾌한 속임수 마법>>을 읽고 있던 해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금붕어로 변신할 수 있겠다!"

론이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혹은 개구리로 말이야."

릴리아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유리창에 언뜻 비친 릴리아나의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네가 애니마구스가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려야 할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등록도 해야 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잖아, 기억나지? 그렇게 되면 너는 마법 오남용 관리과에 네가 변신한 동물과 특징을 등록해야 하는 거야. 그걸 남용할 수 없도록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의 색인을 검토하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난 그저 농담을 한 것뿐이야. 내일 아침까지 개구리로 변신할 수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

해리가 지친 듯이 말했다.

"아, 이 책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세상에 코털이 꼬불꼬불하게 자라나도록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담?"

헤르미온느는 짜증나는 듯이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을 탁 덮었다.

"난 괜찮을 것 같은데? 화제 거리는 될 거 야냐, 안 그래?"

갑자기 프레드 위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도서관의 책장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형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론이 깜짝 놀란 눈으로 프레드와 조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을 찾고 있었어. 맥고나걸 교수님이 너희 두 사람을 보고 싶어 해. 헤르미온느하고 릴리 말이야."

조지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왜?"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랐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약간 화가 난 것 같더라."

프레드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덧붙였다.

"우리는 너희들을 교수님 방으로 데리고 가야 돼."

조지가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면서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휴게실에서 만나. 가능한 한 책을 많이 가져오도록 해. 알겠지?"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와 함께 일어서면서 해리에게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어."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프레드와 조지를 따라 맥고나걸 교수의 사무실로 갔다. 맥고나걸 교수는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반가운 얼굴로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맞아주었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너희들은 가도 좋다."

맥고나걸 교수가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를 향해 말하자 프레드와 조지는 흥미로운 얼굴로 장난스럽게 인사한 뒤 사라졌다.

"나를 따라 오거라."

맥고나걸 교수는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이끌었다. 사무실 안에는 초 챙과 플뢰르 델라쿠르의 어린 여동생, 가브리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너라."

덤블도어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맞이했다. 초 챙은 릴리아나를 보자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모두 앉아주면 고맙겠구나."

덤블도어가 비어있는 두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자리에 앉자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내일 있을 두 번째 시합 때문이란다. 두 번째 시합에서는 챔피언들이 물속에 인질로 잡혀있는 너희들을 구해내야 하야 한단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 초 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브리엘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인지 덤블도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릴리아나가 옆에서 프랑스어로 통역해 주었다. 릴리아나의 이야기를 들은 가브리엘 역시 덤블도어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맙구나, 릴리아나."

덤블도어가 릴리아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안심해라. 잠시만 잠들어 있으면 된단다. 절대 안전할 것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물 위로 안전하게 돌아와 있을 거라고 약속하마."

그들 사이에는 잠시 릴리아나가 가브리엘에게 프랑스어로 통역해주는 소리만이 존재했다. 잠시 후 가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사람들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고맙구나. 그럼 이제 마법을 거마."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휘둘렀다. 릴리아나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릴리아나가 군중들이 소리를 지르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밝은 햇빛에 눈을 깜빡이고 있던 릴리아나가 순간 발밑에 아무것도 없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는 따뜻한 무언가에 달라붙었다.

"꺄악!"

"괜찮아! 괜찮아 릴리! 내가 잡고 있어."

왼쪽 귀에서 세드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돌려 세드릭을 바라보았다. 세드릭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은 채로 흠뻑 젖어 있었다. 릴리아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플뢰르 델라쿠르를 제외한 다른 챔피언은 보이지 않았다.

"발……발이 안닿아!"

시푸르다 못해 까맣기까지 한 차가운 호수 속에 추위로 몸은 덜덜 떨렸고, 발 밑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자 릴리아나는 몰려오는 공포감에 비명을 지르며 세드릭에게 매달렸다.

"릴리! 괜찮아! 내가 잡았어! 안전하다니까!"

보다못한 세드릭이 공주님을 안듯 릴리아나를 안아 심판석을 향해 헤엄을 쳤다. 물 밖으로 나와 제일 먼저 릴리아나를 내려놓은 세드릭이 그녀의 옆에 앉아 물었다.

"괜찮아?"

자상하게 폼프리 부인이 가지고 온 담요를 손수 덮어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세드릭이 시계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1분 늦었네. 조금 더……."

하지만 릴리아나가 세드릭에게 와락 안기며 감사의 인사로 볼에 입을 맞추자 그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더욱 커졌다.

"고마워, 세드릭."

"아, 아니……. 뭐 이런 거 가지고……."

세드릭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세드릭의 부축을 받으며 땅으로 올라온 릴리아나와 스네이프의 시선이 마주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주먹을 쥐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와 눈이 마주치자 스르르 주먹에서 힘을 빼며 자리에 앉더니 시선을 호수 반대쪽으로 돌렸지만 그의 얼굴은 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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