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48화 (4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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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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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

여름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나는 별 일 없이……. 아니 별 일은 조금 있지만 나름 잘 보내고 있어.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시리우스의 본가인 그리몰드 광장에 놀러오지 않을래? 시리우스가 너를 초대하고 싶대. 아, 지금 프랑스에 있으려나…….

빨리 답장해줘.

p. s. 헤르미온느는 어제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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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초대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하지만 적어도 이주 정도 뒤에야 될 것 같아. 네가 말한 대로 지금 프랑스에 와 있거든. 오랜만에 오니까 많이 달라져 있더라. 조금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마을도 둘러보고 친구들도 만나니까 좋았어.

요즘 해리랑 연락 되니? 그 애한테서 연락이 뜸해. 그 못된 친척들이 감금시켰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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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에게

해리랑 연락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아마 우리 때문일 거야. 덤블도어 교수님이 해리에게 보내는 편지에 중요한 정보를 쓰지 않겠다고 맹세시켰거든.

p. s. 그 얘기 들었어? 통스가 말해줬는데 세드릭 디고리가 마법부에 들어갔대. 오러가 되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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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해리가 마법을 쓴 죄로 청문회가 열린대! 세상에 그게 말이 되니? 내가 법전을 조사해 봤는데 마법부는 절대 해리를 추방할 수 없어. 그렇고말고.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에도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는 마법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가 있단 말이야! 어떻게 그런 것 가지고 청문회가 열릴 수 있지? 너도 <<예언자 일보>>를 읽어봐서 알겠지만 그동안 마법부가 얼마나 해리의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노력했는지 알지? 그들은 이번 기회에 해리를 완전히 추락시키려고 작정한 것 같아.

헤르미온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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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오늘 프랑스에서 돌아왔어.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에 버로우로 갈게. 그런데 어떻게 가야하니?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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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드디어 돌아왔구나! 우리는 버로우로 가지 않을 거야. 그럼 내일 3시쯤에 널 데리러 갈게. 아마 플루가루는 쓰기 어려울 거고 우리 아빠랑 내가 포트키로 널 데리러 갈 거야.

그럼 그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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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루스 교수님께

교수님, 여름 방학은 잘 보내고 계세요? 저는 프랑스에 갔다 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오늘 친구들을 만나요. 론의 어머니가 저를 초대해 주셨거든요. 그래도 빨리 호그와트로 가서 교수님을 보고 싶…….(흐트러진 글씨)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한다고!(하지만 이 글은 릴리아나가 검은 잉크로 빼곡하게 덮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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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에게 쓰고 있던 편지를 구겨서 던져버렸다. 새장 안에서 부엉이 간식을 먹고 있던 닉스가 놀라 불만스러운 듯이 날개를 퍼덕였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밑에서 세바스찬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붉은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난 괜찮아!"

릴리아나가 손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구겨진 편지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열을 냈기 때문인지 얼굴이 붉었다. 그때 세바스찬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릴리아나가 의자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기대며 힘없이 말했다.

"짐은 모두 싸신 거죠?"

"응."

"그럼 트렁크를 가져가겠습니다."

세바스찬이 커다란 트렁크를 번쩍 들어 올리다 릴리아나가 던진 구겨진 편지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그 편지를 주웠다.

"아가씨 이건……."

"아아악!!"

재빠르게 일어나 전광석화처럼 세바스찬의 손에 들려있던 편지를 낚아챈 릴리아나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전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세바스찬이 릴리아나의 붉은 얼굴을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준비가 끝나셨으면 내려오세요. 위즐리 씨가 곧 오실 시간이니까요."

"그래……. 그래야지……."

릴리아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세바스찬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트렁크를 들고 내려갔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릴리아나가 구겨진 편지를 슬쩍 펴서 가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구겼다. 붉어진 얼굴로 편지를 노려보던 릴리아나는 이내 편지를 주머니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아가씨!"

"갈게!"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던 릴리아나가 외쳤다. 마지막으로 옷을 정돈한 그녀가 닉스가 든 새장을 들고 밑으로 내려가자 론과 위즐리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릴리!"

"안녕하세요, 위즐리 씨. 안녕 론."

"오랜만에 보니 반갑구나."

위즐리 씨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론이 물었다.

"릴리, 너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더워서……."

"덥다고?"

론이 선선한 응접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응……. 뭐……."

릴리아나가 말을 얼버무리며 재빨리 세바스찬을 껴안자 론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갔다 올게."

"몸 건강하시고 편지 자주하세요."

"알겠어. 세바스찬도 건강해야 해? 여자도 좀 만나고. 이제 결혼해야지."

"릴리, 이제 곧 작동할 거란다. 준비하는 게 좋겠구나."

언제나처럼 빨리 결혼 좀 하라는 잔소리가 이어지려고 하자, 위즐리 씨가 릴리아나의 짐을 들고 초조한 듯이 말했다. 잔소리를 하던 릴리아나는 말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세바스찬을 힘껏 끌어안으며 양 볼에 입을 맞춘 뒤 위즐리 씨가 들고 있는 낡은 빗에 손가락을 대었다.

"셋……. 둘……. 하나……."

배꼽이 확 당기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자석이 끌어당기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이 낡은 빗에 딱 달라붙었다. 분명 집 안에서 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릴리아나는 갑자기 발이 땅에 닿자 크게 휘청거리다가 균형을 잡았다. 닉스가 불만스러운 듯이 부엉부엉 울었다.

위즐리 씨는 릴리아나의 트렁크를 든 채로 넘어져 있는 론에게 손을 뻗었다. 론이 툴툴거리며 위즐리 씨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들이 도착한 작은 광장 한가운데 있는 거친 잔디밭 주변은 누추하고 지저분한 집들로 가득했다. 어떤 집들은 심지어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대부분의 현관문은 칠이 벗겨져 있었고 현관 계단 앞에는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여기가 바로 그리……."

"여기서 말하지 말거라."

위즐리 씨가 단호하게 말하며 릴리아나와 론을 이끌었다. 잔디밭 밖으로 나와 길을 건너 인도로 올라간 릴리아나는 가장 가까운 집의 2층 창문에서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위즐리 씨는 주머니 속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더니 릴리아나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있단다. 빨리 읽고 외우도록 하렴."

릴리아나는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는 런던 시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에 있음.

"무슨 기사단……?"

릴리아나가 입을 떼자 위즐리 씨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주마."

위즐리 씨는 릴리아나에게서 두루마리를 받아 지팡이 끝으로 불을 붙였다. 편지가 도르르 말리며 활활 타오르더니 재가 되어 날아갔다. 릴리아나는 주위 집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들은 11번지 앞에 서 있었다. 릴리아나는 왼쪽에 있는 집을 살펴보았다. 10번지였다. 하지만 오른쪽을 살펴보니 그 집은 13번지였다.

"……뭘 어떻게 하는거죠?"

"방금 외운 것을 떠올려 보렴."

위즐리 씨가 다정하게 말했다. 릴리아나는 가만히 머릿속으로 종이에 쓰인 주소를 생각하며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근처로 다가갔다. 바로 그 순간 11번지와 13번지 사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낡은 문이 불쑥 나타났다. 곧이어 지저분한 담과 새까맣게 그을음이 앉은 창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양쪽 집을 옆으로 밀치고 새로운 집 한 채가 솟아난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입을 딱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11번지에서는 여전히 음악 소리가 쿵쿵거렸다. 집 안에 있는 머글들은 아무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들어가자꾸나."

위즐리 씨가 트렁크를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릴리아나의 등을 가볍게 떠밀며 재촉했다. 릴리아나는 방금 모습을 드러낸 문을 바라보며 오래된 돌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 검은색 대문은 허름하고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었다. 은으로 된 문손잡이는 비틀린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열쇠 구멍이나 우편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위즐리 씨는 지팡이를 꺼내더니 문을 한 번 톡 두드렸다. 그러자 철커덕하고 요란한 금속성 소리에 뒤이어 쇠사슬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빨리 들어가렴. 하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돼. 그리고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릴리아나는 문을 지나서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침침한 복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주위는 눅눅하고 먼지 냄새와 달콤하면서도 뭔가 썩는 듯한 냄새가 풍겼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버려진 집 같은 분위기였다. 릴리아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중병을 앓고 죽어 가는 사람이 있는 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잠시 후에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론의 어머니인 위즐리 부인이 복도 저 끝에서 문을 열고 나타났다. 위즐리 부인은 얼굴 한가득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부인이 지난번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마르고 안색이 나빠졌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오, 릴리. 정말 오랜만이구나!"

위즐리 부인이 릴리아나를 으스러져라 꽉 껴안았다. 그리고 약간 뒤로 물러서서 릴리아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이젠 완전히 아가씨네!"

"감사합니다."

릴리아나가 싱긋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위즐리 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배고프진 않니? 차는 마셨니? 위층에 헤르미온느가 기다리고 있단다. 차라도 가져다줄까?

"고맙습니다. 그래주시면 정말 기쁠 거예요."

"예의바르기도 하지."

위즐리 부인이 흐뭇한 듯이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올라가 있으렴. 곧 차와 먹을 것을 가지고 가마."

"올라가자 릴리."

론이 릴리아나를 끌고 위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던 론이 갑자기 생각난 듯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말했다.

"아, 복도에 있을 땐 항상 목소리를 낮춰야만 해."

"왜?"

"아무것도 깨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게 무슨……."

"초상화들."

론이 잔뜩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론의 말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릴리아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론이 뱀의 머리처럼 생긴 손잡이를 돌려 방문을 열자마자 헤르미온느가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릴리아나를 껴안았기에 그 의문은 완전히 잊혀져 버리고 말았다.

***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라는 위즐리 부인의 말에 론이 앞장서서 문 밖으로 얼른 나갔다. 하지만 미처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잠깐만!" 하고 속삭이더니 두 팔로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의 앞을 막았다.

"아직도 복도에 사람들이 있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네 사람은 조심조심 계단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으으……. 스네이프야."

해리가 잔뜩 질색하는 목소리로 말하자 릴리아나가 목소리 가득 묻어나오는 설렘을 숨기려고 하며 물었다.

"어디?"

"저기. 저기 계단 옆에."

릴리아나가 재빠르게 사람들을 훑었다. 해리의 말대로 스네이프는 평소와 똑같은 차림새로 계단 옆에 서 있었다.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때 릴리아나의 눈앞으로 가느다란 살구색 끈이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보니 프레드와 조지가 위층 난간에서 사람들의 머리위로 늘어나는 귀를 살살 늘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 현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제기랄."

프레드가 늘어나는 귀를 다시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론이 소곤소곤 말했다.

"우리도 이제 내려가 보자."

"해리, 릴리, 현관 복도에서 목소리 낮추는 거 잊지 마."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들이 꼬마 집요정들의 머리가 진열되어 있는 벽 앞을 지나고 있을 때, 루핀과 위즐리 부인과 많은 마법사들이 현관 앞에서 모여 있었다. 릴리아나는 홍조어린 얼굴로 스네이프를 바라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베루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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