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49화 (4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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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2)

스네이프의 검은 눈과 릴리아나의 녹색 눈이 마주쳤다. 릴리아나가 헤헤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스네이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나가 나비 같은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가 밝은 얼굴로 스네이프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교수님도 불사조 기사단이세요?"

"……그래."

"그럼 여기가 본부니까 우리 자주 보겠네요."

릴리아나가 수줍게 웃으면서 말하자 스네이프는 당황한 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릴리아나의 시선을 피했다. 그의 귀가 붉었다.

"방학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는……."

"얘들아 여기 모여서 뭘 하고 있는 거니! 어서 주방으로 가서 식사하려무나."

스네이프가 입을 열려고 할 때, 현관근처에 모여 있던 그들의 뒤로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반가운 듯이 외쳤다.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그의 대자를 꽉 끌어안으며 환하게 미소를 짓다가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스네이프의 얼굴에서 당황은 사라지고 조소가 남았다. 릴리아나는 그 변화에 내심 놀라며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이런 스네이프. 아직도 가지 않은 건가."

해리를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고 있던 시리우스가 스네이프를 발견하자 얼굴 가득 비웃음을 담고 스네이프를 향해 말했다.

"안타깝게도 내 행동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어서 말이지."

스네이프가 차갑게 비웃었다. 시리우스는 그런 스네이프의 반응에 발끈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위협적으로 손가락질했다.

"그럼 빠르게 꺼지는 것을 추천하지, 스니벨루스."

"시리우스 왜 그래요!"

모두가 시리우스의 반응에 얼떨떨하고 있을 무렵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보호하듯 가로막으며 시리우스에게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릴리아나. 오랜만이구나."

시리우스가 차가운 얼굴로 스네이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딱딱하게 말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을 무렵, 갑자기 커다란 쿵 소리가 났다.

"통스!"

주방에 있던 위즐리 부인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밖으로 나왔다.

"미안합니다!"

통스가 바닥에 벌렁 자빠진 채 울상을 지었다.

"이 멍청한 우산꽂이 때문이에요. 여기 걸려 넘어진 게 벌써 두 번째……."

하지만 그녀의 뒷말은 온몸의 피를 말리고 고막이 찢어질듯이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곧이어 릴리아나가 방금 지나쳐 온 좀이 슨 벨벳 커튼이 양쪽으로 쫙 갈라졌다. 하지만 커튼 뒤에는 아무 문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잠깐 동안 릴리아나는 마치 창문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창문 너머에서는 검은 모자를 쓴 늙은 여자가 고문을 당하는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곧 그것이 실물 크기의 초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평생 그토록 실감나고 그토록 기분 나쁜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늙은 여자는 눈알을 굴리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누런 얼굴은 찢어질 듯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그 순간 복도를 따라 줄지어 걸려 있던 다른 초상화들이 일제히 깨어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귀를 틀어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루핀과 위즐리 부인은 황급히 달려오더니 늙은 여자의 그림 앞에 다시 커튼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커튼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늙은 여자는 더욱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그들의 얼굴을 찢어 놓을 듯한 기세로 손톱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더러운 놈들! 후레자식들! 튀기! 돌연변이! 미친 것들! 당장 여기서 꺼져! 감히 우리 조상들 집을 더럽히다니!"

통스는 거듭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다가 또다시 그 거대하고 육중한 트롤의 다리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위즐리 부인은 커튼 닫는 것을 그만 단념하고 재빨리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요술지팡이로 초상화들을 하나씩 기절시켜 버렸다.

스네이프를 노려보고 있던 시리우스는 사나운 눈빛으로 짜증이 난다는 듯 뒤를 돌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입 닥치지 못해! 이 추한 늙은 노파야! 입 닥쳐!"

시리우스가 성큼성큼 걸어가 위즐리 부인이 닫기를 포기한 커튼을 움켜쥐었다. 초상화 속 늙은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우우!"

여자가 울부짖었다. 시리우스를 보자 늙은 여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

"비열한 배신자! 가증스러운 놈! 내 자식인 게 수치스럽다!"

"입- 다물라고 했지!"

시리우스는 더욱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리고 루핀과 힘을 합쳐서 억지로 다시 커튼을 닫았다. 늙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사라지고 침묵이 찾아왔다.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눈앞으로 흘러내린 긴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시리우스가 돌아섰다.

"미안하구나. 추한 꼴을 보였어."

"누구……."

해리가 어리둥절하게 묻자 시리우스가 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늙은 모친이야. 한 달 동안이나 벽에서 떼어 내려고 애를 썼는데 아마 캔버스 뒤가 영구 부착 마법에 걸린 모양이야. 또다시 모두 깨어나기 전에 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시리우스는 해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주방으로 가 버리자 론과 헤르미온느와 다른 아이들도 스네이프의 눈치를 보며 시리우스를 따라 주방으로 가버렸다. 상황이 종료되자 현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색하게 인사하고 본부를 나서자 현관에는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만 남아 있었다.

"……교수님도 가시는 거예요?"

"그래."

"저녁식사는 안하고 가시고요?"

스네이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아나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저녁에 약속이라도 있으세요?"

"없다."

"그럼 같이 저녁식사 하시고 가시는 건 어떠세요?"

릴리아나가 애교어린 얼굴로 네? 네? 하며 스네이프를 재촉하자 스네이프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요!"

릴리아나가 활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스네이프의 손을 덥석 잡고 주방으로 이끌었다. 스네이프는 손을 빼고 싶은 듯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약간 시원하면서도 단단한 스네이프의 손을 잡고 있는 릴리아나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주방으로 들어온 릴리아나가 홍조를 띈 얼굴로 외쳤다.

"아주머니, 교수님도 같이 식사하신대요! 음식 양은 충분한가요?"

"물론이란다. 그런데 교수님이?"

위즐리 부인이 의외라는 듯 스네이프를 쳐다보다가 릴리아나와 맞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내리자 스네이프가 슬그머니 손을 뺐다.

"글쎄, 나는 참석해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시리우스!"

시리우스가 해리의 옆에 앉아 비웃으며 말하자 릴리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왜 그래요 정말. 해리, 뭐라고 좀 해줘."

하지만 해리도 딱히 스네이프가 저녁식사에 참석하는 걸 바라지 않는 모양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하자 스네이프가 비꼬듯이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갈 생각이었으니 그렇게 재촉할 필요 없다네."

"교수님?"

릴리아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를 돌자 스네이프가 차가운 얼굴로 주방을 휙 둘러보더니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성큼성큼 걸어 나가 버렸다.

"속이 다 시원하군!"

"시리우스!"

뒤에서 시리우스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치자 위즐리 부인이 시리우스를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릴리아나가 성큼성큼 걸어가 버리는 스네이프를 따라잡으려고 하며 거의 뛰듯이 걸어 스네이프의 검은 망토를 잡자 스네이프가 뒤를 돌았다.

"놓아라."

"가지마세요."

릴리아나가 여전히 검은 망토를 꽉 잡은 채로 간절하게 말했지만 스네이프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

"약속이 있다."

"아까는 없다고 하셨잖아요."

"방금 생겼다."

릴리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자 스네이프가 한손으로 릴리아나의 팔목을 잡아 그녀의 손에서 망토를 빼냈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두 손을 잡아버렸다. 스네이프는 당황한 듯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

릴리아나는 대답 없이 맞잡은 스네이프의 손을 깍지를 껴버렸다. 그리고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스네이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못가요."

릴리아나가 붉어진 얼굴로 당돌하게 말했다.

"지금 저한테 잡혔어요, 교수님. 이제 못가요"

깍지를 낀 손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시원했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릴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빨리 여기서 식사하고 가겠다고 말해주세요."

스네이프는 잠시 말없이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깍지를 낀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잡았다가 거칠게 손을 놓았다.

"어리광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아이처럼 굴지 마라."

"……교수……."

"……퀸."

스네이프는 차가운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휙 돌아 성큼성큼 걸어 나가 버렸다. 릴리아나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이 쾅 닫히자 정신을 차린 듯 스네이프를 쫓아갔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후였다.

허망한 듯 문 밖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투둑투둑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금세 굵어지는 빗방울은 릴리아나의 옷자락에도 조금씩 튀었다. 주방에서 위즐리 부인이 릴리아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릴리아나는 위즐리 부인의 부름에 힘없이 문을 닫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이미 다른 아이들은 식사를 마친 것인지 주방에는 위즐리 부인과 시리우스뿐이었다.

"릴리, 왜 이렇게 늦었니."

"교수님께 숙제에 관해서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요. 그것 좀 듣느라……."

릴리아나가 힘없이 웃으며 변명했다. 위즐리 부인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릴리아나 앞에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릴리아나는 멍하니 음식이 담긴 그릇을 바라보며 음식을 깨작거렸다. 시리우스는 시무룩해 보이는 릴리아나에게 조금 미안했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

릴리아나가 아무 말 없이 포크로 닭고기를 쿡쿡 찍자 시리우스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네가 좀 이해해주렴. 나에게 있어 저 기분 나쁜 스니벨루스 녀석과 저녁식사를 한다는 건 차라리 다시 되살아온 우리 늙은 노친의 볼에 키스를 하겠다는 정도로 기분 나쁜 일이……."

"시끄러워요 시리우스."

릴리아나가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분명히 세베루스 교수님은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같은 기사단인데 좀 친하게 지낼 수 있잖아요. 식사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잖아요.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굴고 스니벨루스라고 놀리는 거예요? 교수님이 도대체 시리우스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데 그래요?"

릴리아나가 투덜거리자 어깨를 토닥여주던 시리우스는 난처한 듯 웃으며 이야기를 끝내고 싶다는 듯 변명했다.

"릴리아나, 여기에는 어른들의 사정이……."

"……어른들의 사정이라고요?"

릴리아나가 포크를 탁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처음에는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변명으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시리우스에 화가 났다.

"시리우스! 지금 그렇게 넘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어른들의 사정?"

하지만 어른이라는 말을 곱씹다보니 다른 쪽에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른? 시리우스와 교수님은 어른이란 말이지? 시리우스는 릴리아나의 반응에 당황한 것 같았다.

"어른들의 사정? 시리우스는 어른이란 말이죠? 교수님도 어른이고요! 나는 아기고!"

"아, 아니……."

시리우스가 당황한 듯이 손을 내저었다. 말을 하다 보니 시리우스가 아니라 스네이프에게 하는 말이 되었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이유로 아기인 저에게 아무런 설명도 안해주시는 거죠! 그렇게 넘어가면 제가 모를 것 같아요? 아, 어리광 부리지 말라고요? 아이처럼 굴지 말라고요? 나는 여자로도 안 보이는 거예요? 나도 여자라고요! 어린 애로 보지 말란 말이야!"

릴리아나는 식탁을 쾅 내리치더니 씩씩거리며 위로 올라가 버렸다. 시리우스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분노로 가득 찬 릴리아나의 말에 목석처럼 굳어 한참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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