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51화 (5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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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4)

기차에서 만난 루나와 인사를 하고 연회장의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은 그들은 교직원 테이블에도 해그리드가 없자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저기에도 없어."

"설마 떠난 건 아니겠지."

론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어."

해리가 딱 잘라 부정했다.

"혹시……. 어딜 다치거나 뭐 그런 건 아닐까?"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해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릴리아나가 물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네빌이나 패르바티, 라벤더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쩌면 아직 안 돌아왔을지도 몰라. 너희도 알잖아. 임무 말이야. 여름 내내 덤블도어 교수님을 위해서 하고 있었다는 그 임무-"

"아, 그래, 그래. 틀림없이 그럴 거야."

헤르미온느가 교직원 테이블에 정신이 팔려 있는 론을 툭 치며 말했다. 하지만 론은 헤르미온느가 옆구리를 찌르건 말건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있는 한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헤르미온느가 론의 시선을 따라 조금 불쾌한 얼굴로 교직원 테이블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리와 릴리아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쪽을 돌아보았다. 긴 교직원 테이블 한가운데에 높은 등받이가 달린 황금 의자에 앉아 있는 덤블도어 교수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덤블도어는 은색별이 총총히 박혀 있는 짙은 보라색 망토를 입고 그에 걸맞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한 여자 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녀는 뭔가 열심히 귓속말로 속삭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 여자가 얼굴을 살짝 돌리고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덤블도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반짝이는 은발 머리를 연신 뒤로 넘기며 짙푸른 색의 눈을 반으로 접고 웃자 옆에서 해리와 론이 동시에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비록 서로 다른 의미였지만 말이다. 사실 호그와트의 모든 남학생들이 그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옅은 분홍색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는 자잘한 큐빅이 박힌 머리띠를 쓰고 있었는데 마치 여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엄브릿지 그 여자야!"

"누구라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 청문회에 왔었어. 퍼지 밑에서 일하는 여자야!"

"……벨라가 분명해."

론이 잔뜩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가 론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퍼지 밑에서 일한다고?"

헤르미온느가 인상을 찌푸리며 해리의 말을 되풀이했다. 이제 엄브릿지가 스네이프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그를 향해 유혹적으로 눈을 뜨고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자 릴리아나가 엄브릿지를 노려보며 사납게 말했다.

"그런데 저 여자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모르지……."

눈을 가늘게 뜨고 교직원 테이블을 꼼꼼히 살펴보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곧이어 1학년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모자가 평소와 다른 노래를 불렀지만, 릴리아나의 눈은 즐거운 듯이 웃으며 스네이프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엄브릿지를 향해 있었다.

마침내 기숙사 배정식이 끝나고 만찬이 시작되었다. 릴리아나는 신경질적으로 양고기를 포크로 찌르며 스네이프와 엄브릿지를 살피고 있었다. 엄브릿지가 몸을 기울이고 얘기를 하고 있으면 스네이프는 간간히 대답해주는 식이었다. 식사는 뒷전이고 턱을 괴고 스네이프를 향해 재잘거리고 있는 엄브릿지가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머금었다. 작은 포크를 들고 먹기 좋게 잘라진 딸기를 찍던 엄브릿지가 취기가 도는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작게 휘청거렸다. 그 바람에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자 스네이프가 몸을 숙여 포크를 주어주었다. 엄브릿지는 포크를 건네받으며 수줍게 웃었다.

"뭐가 저렇게 즐거우실까."

릴리아나가 잔뜩 날이 서서 말하자 론이 옆에서 부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게……. 부럽……."

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릴리아나는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연회장 안도 다시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일제히 입을 다물고 교장 선생님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이제 여러분들이 이 푸짐한 만찬을 소화시키는 동안, 늘 그렇듯이 새로운 학기에 대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잠깐 알려드리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입을 열었다.

"먼저 1학년들에게 저 밖의 운동장에 있는 숲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 재학생들 중에도 더러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더군요."

이 대목에서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주고받았으나 론과 릴리아나는 엄브릿지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학교 관리인 필치 씨가 또다시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마 이번이 462번째 당부인 것 같은데 교실 복도에서는 절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 모두에게 일깨워 달라고 하더군요. 그 밖에도 다른 많은 금지 사항들이 있으니 필치 씨의 사무실 문 앞에 붙어 있는 별도의 목록을 읽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선생님 두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우선 그루블리 프랭크 선생님이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께 엄브릿지 선생님을 소개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님이십니다."

폭발적인 반응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치는 남자아이들을 향해 엄브릿지가 손을 흔들어주자 반응은 더욱 거세졌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각 기숙사 퀴디치 팀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 시험이 있을 예정-"

덤블도어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뭔가 묻는 듯한 표정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바라보았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엄브릿지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녀는 덤블도어의 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말을 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저 한 번 힐끗 고개를 돌렸을 뿐, 다시 예의 바르게 자리에 앉아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싶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한편 표정을 감추는 데 능숙하지 못한 다른 선생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어찌나 눈을 부릅떴던지 부스스 날리는 머리카락에 눈썹이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맥고나걸 교수의 입술이 그렇게 얄팍해지는 것은 릴리아나 생전 처음 보았다. 엄브릿지가 흠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친절하신 환영의 말씀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엄브릿지 교수가 꽃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모든 남학생들의 표정이 흐릿해졌다. 릴리아나는 견딜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왈칵 치솟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모든 남자들을 홀릴만한 외모와 목소리와 그 외의 것들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득 차올랐을 뿐이었다. 그녀는 또다시 가볍게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호그와트에 돌아오니 정말 좋군요!"

엄브릿지가 하얀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저를 쳐다보는 이 귀엽고 행복한 얼굴들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엄브릿지의 붉은 립스틱이 발라져 있는 입술이 호선을 그었다.

"여러분 모두를 좀더 잘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가 될 거예요!"

엄브릿지가 찬찬히 학생들을 둘러보자 해리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얼굴에는 가증스럽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엄브릿지 교수는 또다시 흠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숨이 새어 나가는 듯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더욱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마치 미리 외워서 되풀이하는 듯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브릿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모두들 그녀의 말을 듣기 보다는 얼굴을 바라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릴리아나는 담담하게 엄브릿지를 바라보며 경청하고 있는 스네이프를 바라보며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엄브릿지의 말이 한마디 끝날 때마다, 앞에 놓인 버터 맥주를 들이켰다.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건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녀의 비위에 거슬리는 것 같았다.

"어떤 변화는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변화는 시간이 흐른 뒤에 잘못된 판단의 결과로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은 관습들은 마땅히 폐기되어야만 하지만, 또 어떤 오랜 관습들은 보존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보존해야만 하는 것들은 보존하면서, 포용과 효율성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도록 합시다. 끝마쳐야 할 것은 끝내면서, 금지되어야 할 관행들은 무엇이든 단호하게 잘라 내면서."

엄브릿지 교수가 자리에 앉았다. 제일 먼저 덤블도어 교수가 박수를 치자 다른 선생들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몇몇 선생들이 그저 형식적으로 한두 번 박수를 치다가 그만 두는 것을 눈치 챘다.

"고맙습니다, 엄브릿지 교수님. 아주 계몽적인 연설이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엄브릿지 교수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제-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퀴디치 팀 선수 선발을 위한 테스트가……."

"그래, 아주 계몽적인 연설이었어."

헤르미온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했어?"

론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론의 뒤통수를 치자 론이 억울한 듯이 머리를 만지며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아주 계몽적인 연설이었지. '진보만을 위한 진보는 막아야만 합니다.'라는 말이나, '금지되어야 할 관행들은 무엇이든 단호하게 잘라 내면서'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

"글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론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무슨 소리냐면……."

헤르미온느가 음울하게 말했다.

"그건 마법부가 호그와트의 일에 간섭을 하겠다는 뜻이야."

바로 그때 온 사방에서 요란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를 뜬 것이 분명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회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론, 우리는 신입생들에게 학교를 안내해야만 해!"

"그래, 맞아."

론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이, 이봐, 거기 너희 꼬마 녀석들!"

"론!"

"맞잖아. 저 녀석들은 꼬마야."

"나도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꼬마라고 부르면 안 돼. 신입생들이라고!"

헤르미온느는 테이블을 향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쪽으로 와요!"

신입생들은 수줍은 듯이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로 난 복도를 걸어갔다. 모두가 선두에 서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너무나 작고 어리게 보였다. 하지만 릴리아나의 시선은 스네이프와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엄브릿지에게로 쏠려 있었다. 얘기를 하던 엄브릿지는 손뼉을 짝 치며 무엇이라 스네이프에게 말했고 스네이프가 주위 교수들을 둘러보자 다른 교수들은 모두 표정을 괴상하게 일그러트리며 손짓을 했다. 몇몇 교수들은 미안하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엄브릿지와 스네이프가 일어서서 연회장을 나섰다. 릴리아나가 말했다.

"우리도 나가자."

해리와 릴리아나는 대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며 엄브릿지와 스네이프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릴리아나가 주변 학생과 부딪혀 크게 휘청거렸다.

"릴리!"

해리가 한 손으로는 릴리아나의 손을 잡고 한손으로는 허리를 낚아채며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괜찮아?"

"난 괜찮아. 고마워, 해리."

릴리아나가 툴툴거리며 해리의 손을 잡은 채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잠시 놓쳤던 엄브릿지와 스네이프를 찾았다. 그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스네이프와 릴리아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스네이프의 시선이 해리와 손을 잡고 있는 릴리아나의 손을 못마땅한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내 엄브릿지가 스네이프의 팔짱을 은근슬쩍 끼자 그 시선은 엄브릿지가 팔짱을 낀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계단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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