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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5)
점술 시간에 같은 짝이 된 네빌이 커다란 가위가 할머니의 가장 좋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내용의 악몽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자 릴리아나는 <<꿈의 신탁>>을 아무렇게나 넘기며 설명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 것 같니?"
"가위가 네 할머니 모자를 잘라버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뜻 아닐까."
네빌은 그녀의 풀이가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눈썹을 불쌍하게 내리고 할머니께 편지를 해야겠다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릴리, 너는 무슨 꿈을 꿨어?"
"나는……."
입을 열었던 릴리아나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이 단번에 들어났다. 사실 릴리아나는 어젯밤 내내 거의 잠들지 못했었다. 계속해서 스네이프와 이야기를 나누던 엄브릿지의 모습과 팔짱을 끼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둘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겨우 잠든 꿈속에서는 한술 더 떠 둘이 결혼에 성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 까지 나타났다. 릴리아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붉은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음……. 생각이 안나. 내가 꿈을 많이 꾸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그래도 생각나는 건……."
"없어."
릴리아나가 단호하게 말하자 네빌은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곧 자신이 꾸었던 꿈들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무심하게 책을 넘기며 그의 꿈을 해석해 주었다. 네빌은 매우 만족한 것 같았다.
<<꿈의 신탁>>에 나온 꿈들을 살펴보는 것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한 달 동안 꿈 일기를 적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을 때에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종이 울리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론은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벌써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빈스 교수는 거인 전쟁에 대해서 장문의 작문을 써 오라고 하질 않나, 스네이프는 월장석의 사용법에 대해서 기나긴 보고서를 써 오라고 하더니 이젠 트릴로니 교수까지 한 달 동안 꿈 일기를 써 오라고 하니! O. W. L. 학년에 대해서 프레드와 조지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안 그래?"
그들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들어갔을 때, 엄브릿지 교수는 이미 교탁 앞에 앉아 있었다. 해리는 넋이 나간 론을 끌고 맨 뒷자리에 가서 앉자 릴리아나도 해리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이 다 들어오자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엄브릿지 교수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그녀가 얼마나 엄한 선생님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업이 끝났을 때, 해리는 나머지 공부를 받게 되었고 론은 환상이 깨진 것 같은 멍한 얼굴로 교실을 나왔다.
"……그럴 리가 없어."
"정신 차려, 론."
헤르미온느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이 말했다. 해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물었다.
"내가 청문회에 갔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안 해줬었니?"
론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헤르미온느가 대신해서 말했다.
"안 해줬어."
"저 여잔 저런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마법부의 위대함과 내가 얼마나 정신병자인지를 말했어. 남자 배심원들은 그저 엄브릿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내 유죄를 주장했다니까."
"그럴 리가 없……."
결국 헤르미온느는 론의 뒤통수를 세게 갈겼다.
***
퍼시의 말도 안 되는 조언이 담긴 편지를 찢어 버렸던 벽난로에서 시리우스의 얼굴이 불쑥 솟아올랐다.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던 불꽃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가 갑자기 시리우스의 얼굴이 나타나자 소리를 빽 질렀다.
"세상에, 시리우스!"
시리우스가 싱긋 웃었다. 해리는 눈에 띄게 시리우스를 반가워하며 벽난로 앞으로 달려갔다. 해리의 아팠던 흉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시리우스는 해리가 엄브릿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이상한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엄브릿지? 그 은발머리에 벨라같이 생긴 악독한 여자 말하는 거니?"
"그 여자를 알아요?"
해리가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유명했지. 벨라의 혼혈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예뻤던 걸로. 다행히 호그와트에 같이 재학한 적은 없었는데 우리 친절하신 늙은 모친을 따라 간 파티에서 많이 봤었어. 그때 그 여자의 입에 똥폭탄을 넣어주지 않은 게 아쉽구나."
"그러게요."
해리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그 여자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죽음을 먹는 자는 아닐 거야."
"그 여자는 그러고도 남을 여자예요."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론의 표정은 왜 저러니?"
시리우스가 나라를 잃은 표정을 하고 있는 론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묻자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그 여자는 꽤 고약하단다. 그 여자가 2년 전에 늑대인간 반대 법안을 제안한 장본인이야. 그 덕분에 리무스는 더 이상 직업을 얻는 게 불가능하게 되었지. 조심하거라 해리."
"알겠어요."
해리가 웅얼거렸다. 시리우스가 사라지고 나자 헤르미온느가 론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 여자는 내 생각보다 더 못된 여자였어! 루핀 교수님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된 게 바로 그 여자 때문이었다니!"
하지만 엄브릿지가 루핀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날 아침이 되자 <<예언자 일보>>에는 엄브릿지가 호그와트 장학사가 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덮고 테이블 너머로 다른 두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이제 우리는 결국 엄브릿지가 어떻게 될지 알게 되었어! 퍼지는 교육 법령인지 뭔지를 통과시켜서 엄브릿지를 억지로 이 학교에 집어넣은 거야. 그리고 이제 그 여자에게 다른 선생님들을 감시할 권한까지 주었어!"
헤르미온느는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두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그러게."
릴리아나가 때마침 함께 들어오는 엄브릿지와 스네이프를 발견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라벤더와 패르파티가 속삭였다.
"저 둘 사귄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일까?"
"진짜지 않을까? 스네이프가 저렇게 다가오는 걸 내버려두는 사람은 아니잖아."
릴리아나의 입 꼬리가 불쾌한 듯이 씰룩거리자 헤르미온느가 다급히 그녀들을 막으려는 듯 몸을 돌렸지만 패르바티는 이미 마지막 말을 내뱉고 말았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거지. 엄청 잘 어울리네."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깔깔 웃음을 터트리자 릴리아나가 옆에 있던 호박주스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일어나자 헤르미온느가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어디가?"
"잠깐 화장실. 수업에 먼저 들어가. 기숙사에 놓고 온 것도 있거든."
릴리아나가 성큼성큼 연회장을 나가버리자 헤르미온느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교수석에 앉아있는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엄브릿지가 재잘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그의 시선은 연회장을 나가는 릴리아나의 뒷모습에 꽂혀 있었지만 이내 그녀가 연회장을 완전히 나서자 귀찮다는 듯이 엄브릿지가 잡고 있는 팔을 뿌리쳤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달리듯 돌아온 릴리아나가 뚱보 여인의 괜찮냐는 물음도 무시한 채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기숙사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휴게실 벽난로 앞에 앉은 릴리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을 거칠게 슥 닦았다.
가슴 속이 불쾌한 감정들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 감정들이 심장 박동을 타고 손끝 발끝까지 퍼져나가 온 몸을 잠식해버려서 목이 탔다. 온 몸에 불쾌한 열이 올랐다. 릴리아나는 제멋대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느리게 심호흡을 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속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점점 끝없는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다음 시간은 마법의 약 시간이었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마법의 약 수업이 기대되지 않았다. 스네이프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보았다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어라 이유 모를 폭언을 내뱉을 것 같았다.
시계를 흘끗 바라본 릴리아나는 다음 수업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리키고 있는 시곗바늘에 한숨을 푹 쉬며 마지막으로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손으로 슥 닦은 후 마지못해 그리핀도르 기숙사를 나섰다. 하지만 종이 치기 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지하 감옥에는 엄브릿지가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