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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8)
헤르미온느가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비밀 모임을 호그스 헤드에서 갖고 난 다음날, 그들은 커다란 공고문이 그리핀도르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공고문은 다른 모든 전단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세일 중인 중고 마법책 목록이나 아구스 필치가 정기적으로 붙여 놓는 학교 규칙에 대한 경고문, 퀴디치 팀 훈련 시간표, 개구리 초콜릿 카드를 서로 교환하자는 제안문, 실험 지원자를 모집하는 위즐리 형제의 가장 최근 광고문, 호그스미드 주말 방문일을 알리는 공고문, 분실물 광고 등이 전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 새로운 공고문은 커다란 검은색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으며 마지막에는 단정하고 깔끔한 서명 옆에 대단히 권위적으로 보이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공고문에는 세 명 이상의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정의한다는 학생들의 조직이나 모임, 팀 단체, 클럽 활동을 일절 금지하며 장학사의 승인 없이는 어떠한 조직이나 모임, 팀 단체, 클럽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엄브릿지와 마법부의 포고령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도비의 도움을 받아 필요의 방에서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첫 수업이 있던 날,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방어 연합(Defence Association)과 '덤블도어의 군대(Dumbledore's Army)'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쓰일 수 있는 'D. A.'가 모임의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헤르미온느는 찬성하는 아이들의 수를 센 다음 아이들 모두의 서명이 담긴 양피지 종이를 벽에 붙이더니 제일 꼭대기에 커다란 글씨로 '덤블도어의 군대'라고 썼다.
해리는 첫 수업을 무장 해제 마법으로 시작했다. 자카리아스 스미스는 무장 해제 마법이 딱히 그 사람과 맞서 싸우는데 정말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 사람과 싸워 이 마법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해리의 말을 듣고 바보처럼 입을 딱 벌렸다.
해리는 둘씩 짝을 지으라고 말한 후 서로에게 주문을 걸라고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짝을 지은 릴리아나는 해리의 구령에 맞춰 서로에게 '엑스펠리아르무스'를 외쳤다. 릴리아나의 지팡이가 손에서 벗어나더니 헤르미온느의 손에 안착되었고, 릴리아나의 손에는 헤르미온느의 날아온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주문을 모르거나 성공시키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많은 아이들이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지는 못하고 그저 주문이 힘없이 휙 하고 그들에게 닿는 순간 펄쩍 뒤로 물러서거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 뿐이었다.
몇 번 서로의 지팡이를 주고받으며 무장 해제 마법을 연습하던 헤르미온느는 시계를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해리에게 외쳤다.
"이봐, 해리! 시간을 확인해 봤니?"
해리는 시간을 보더니 깜짝 놀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호루라기를 불어 조용히 만들었다. 마지막 지팡이 두개가 바닥에 덜커덕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해리가 입을 열었다.
"아주 잘했어.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으니까 어서 떠나도록 하자.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게 어때?"
"더 빨리 만나자!"
딘 토마스가 열성적으로 소리치자 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하지만 안젤리나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퀴디치 시합이 곧 시작될 거야. 그러니까 퀴디치 연습도 해야 해!"
"그럼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 다시 만나자. 그리고 그때 봐서 모임을 더 자주 가질지 결정하면 돼. 어서……. 그만 가는 게 좋겠어."
해리는 다시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꺼내 들고 7층에 선생님들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그리고 서너 명씩 짝을 지어서 방을 빠져나가도록 한 다음, 지도에 나타난 작은 점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그들이 무사히 기숙사에 돌아갔는지 확인했다. 후플푸프 아이들은 부엌으로 이어지는 지하 복도로 향했고, 래번클로 아이들은 성의 서쪽에 있는 탑으로 향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7층 복도를 따라서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해리,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
마침내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 릴리아나 네 사람만 남게 되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 정말이야!"
론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밖으로 빠져나온 그들은 문이 다시 스르르 벽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리, 내가 네빌의 지팡이를 빼앗는 걸 봤니?"
"흐음."
헤르미온느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론을 바라보자 론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왜그래!"
"난 아무말도 안했어."
"헤르미온느!"
"난 아무말도 안했잖아!"
론과 헤르미온느는 휴게실로 오는 동안 줄곧 그 문제로 입씨름을 벌였다.
***
퀴디치 시합이 끝나고 해리와 조지가 말포이 일당과 머글 식으로 싸우고 난 후, 맥고나걸 교수가 코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와도 놀라지 않을 만큼 화를 내자 엄브릿지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네르바, 우리에게 또 다른 법령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내가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을 재조직하는 걸 허락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 때, 당신이 날 얼마나 무시하고 깔아뭉갰는지 기억하고 있겠죠? 당신이 이 문제를 덤블도어에게 가져가서 팀을 허락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게 하지 않았나요? 난 그런 일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즉시 장관님께 보고를 했죠. 장관님께서도 장학사는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만 한다는 데 동의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학사는- 그러니까 나는 일반 교수보다도 더 권위가 없을 테니까요! 미네르바, 이제 당신도 깨달았겠죠? 내가 그리핀도르 팀을 재조직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올바른 일이었는지? 정말 성질이 사나운 아이들이죠. 어쨌든 이제부터 법령을 읽어 주겠어요. 에헴……. 에헴……. '앞으로 장학사는 호그와트의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징벌과 허가, 권리 박탈에 대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 또한 다른 교직원에 의해 내려진 모든 징벌과 허가, 권리 박탈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마법부, 코넬리우스 퍼지의 서명, 멀린 1등급, 등등……."
엄브릿지는 여전히 능글능글 웃으며 양피지를 돌돌 말아서 집어넣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두 번 다시 퀴디치 경기를 할 수 없도록 금지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브릿지가 해리와 조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금지시킨다고요?"
해리가 넋이 나간 목소리로 물었다.
"두 번 다시 퀴디치를 할 수 없도록……?"
"그래요, 포터 군. 내 생각에는 평생 출전 금지가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아요."
엄브릿지는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방금 한 말의 뜻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포터 군과 여기 있는 위즐리 군, 그리고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이 젊은이의 쌍둥이 형제까지도 출전을 금지시키는 게 좋겠어요. 팀 동료들이 그를 막지 않았더라면 그 학생 또한 틀림없이 젊은 말포이 군을 공격했을 테니까요. 물론 그들의 빗자루까지도 몰수할 생각이에요. 그 빗자루는 내 방에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하겠어요. 그래야 나의 금지 조치를 위반하지 못할 테니까요. 하지만 저도 비합리적인 사람은 아니랍니다, 맥고나걸 교수님."
엄브릿지는 마치 얼음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그리핀도르의 다른 선수들은 퀴디치 경기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엄브릿지는 더할 나위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무시무시한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해리는 기운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넋이 나가보였다. 헤르미온느는 그런 해리에게 해그리드가 돌아왔다고 전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작은 위로를 얻은 듯 했다.
다음날이 되자 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엄브릿지를 향한 적대감은 더욱 커졌다. D. A. 에 소속된 학생들은 언제 다시 모임을 여냐며 성화를 부리기도 했다. 게다가 그날 오후에 들어있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 엄브릿지가 히죽히죽 웃고 있자 아이들은 더욱더 화가 나는 듯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고 릴리아나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스네이프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엄브릿지를 바라보자 릴리아나는 엄브릿지를 내치지 않고 대하는 것이 스네이프의 진심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질투가 나는 마음과 엄브릿지를 골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스네이프가 엄브릿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가 다가올 확률이 없다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마음이 합쳐져 잠시 입술을 꾹 다물고 고민했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릴리아나가 결심한 듯이 입을 열어 외쳤다.
"……그래서 스네이프 교수님은……."
"세베루스 교수님!"
일부러 엄브릿지의 귀에 잘 들리라고 큰 소리로 말한 릴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로 쏠렸다.
"저녁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그래."
스네이프는 엄브릿지를 흘끗 바라보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릴리아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도 맛있게 먹었어요."
"흠흠."
그때 엄브릿지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은은한 미소를 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퀸 양. 할 말은 빨리 해주시지 않겠어요? 방금 전까지 교수들이 대화를 하고 있지 않았나요. 이건 굉장히 예의 없는 일이었다는 걸 퀸 양도 알고 있지요?"
릴리아나도 역시 어딘가 의기양양해 보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응수했다.
"물론 알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 마법약 보충이 시작될 시간인데 여기서 계속 교수님께 붙잡혀 있는 것 같아 어떻게 될 것인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라 서요. 죄송합니다, 교수님. 이해해 주세요."
"마법약 보충이라고요? 저는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걸요?"
엄브릿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게 무슨 말이냐는 듯 스네이프를 바라보자 스네이프는 잠시 릴리아나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미안하다. 이제 가도록 하지. 먼저 가보겠습니다, 엄브릿지 교수님."
"교수님이 마법약 보충을 해준다고요? 어떠한 이유로요? 제가 알기로는 퀸 양의 마법약 성적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고 또 제 진로를 마법약 계열로 정해서 조언을 얻을까 해서요. 세베루스 교수님은 무척 친절하게도 학생의 미래를 위해 허락해 주셨어요. 그렇죠, 교수님?"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의 녹색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엄브릿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어서 가요 교수님. 지금 들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워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스네이프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고 인사를 하자 릴리아나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스네이프의 뒤를 쫓았다. 놀란 학생들 무리를 지나 지하 감옥 쪽으로 향하는 복도에 다다르자 스네이프는 주위에 학생이 없는지 살핀 후 멈춰 섰다. 릴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곤란해 하시는 것 같아서 도와드렸는데……. 주제넘은 짓이었나요?"
"……이제 그만 가보도록 해라. 근처에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
"무슨 소리에요. 마법약 보충 받고 가야하는데."
스네이프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릴리아나를 바라보자 릴리아나가 방긋 웃었다.
"설마 교수님 입으로 보충해 주겠다고 말하셨는데 약속 안 지키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