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56화 (5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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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9)

스네이프는 잠시 릴리아나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자, 어서 빨리 들어가요 교수님."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고 또 제 진로를 마법약 쪽으로 정해서 조언을 얻을까 했는데 세베루스 교수님은 무척 친절하게도 학생의 미래를 위해 허락해 주셨잖아요."

방금 엄브릿지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릴리아나가 싱긋 웃자 스네이프는 다시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잠시 정적이 감돌던 그들 사이에서 스네이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단호하면서도 엄한 스네이프의 목소리에 릴리아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이미 엄브릿지에게 그렇게 말을 했고 교수님도 인정 하셨잖아요. 분명 엄브릿지라면 정말인지 확인할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마법약 보충을 해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도 했었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엄브릿지 교수님과 함께 계셔서 곤란해 하시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릴리아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웅얼거리자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언제부터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싶어 했고 진로를 마법약 계열로 정한 거냐."

"한 3분 전 쯤 부터요?"

스네이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자 릴리아나가 황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장난이에요. 예전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략 오늘 저녁 식사 때 부터. 릴리아나는 뒷말을 삼켰다. 3분 전보다는 30분 전이 예전이긴 하니까. 예상 외로 엄브릿지가 끼어 들었어도 기본적으로는 스네이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낸 생각이긴 했지만. 릴리아나는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네이프의 얼굴이 다시 평소와 같이 돌아갔다. 다시 그들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스네이프는 릴리아나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하지만……."

"싫으……세요?"

릴리아나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애처롭게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의 말문이 막혔다.

***

그리핀도르 휴게실 안으로 릴리아나가 들어오자마자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친구들, 후배, 얼굴만 아는 인사도 나누어 보지 않았던 선배들까지 릴리아나의 등을 두드리며 모두 잘했다고 소리를 쳤다.

"대단해 퀸! 엄브릿지한테 그렇게 엿을 먹이다니."

"스네이프와 함께 떠나고 난 후의 엄브릿지 표정을 봤어?"

"입 안에 똥폭탄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던데?"

"워후! 그거 좋은 생각인걸? 실제로 실천하는 건 어때 조지?"

"좋지 프레드!"

프레드와 조지가 소리를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난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세베루스 교수님이라고 불러왔던 게 이렇게 후련한 일인 줄은 몰랐어!"

"잘했어, 정말 멋졌어!"

얼떨떨한 반응에 릴리아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자리에 박제된 듯 멈춰있자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를 데리고 기숙사로 올라갔다. 마지막까지 등을 두드리려는 아이들의 손을 느끼며 기숙사로 올라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릴리아나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다들 저게 무슨……. 아니, 왜 저런 반응인거야?"

"너와 스네이프가 떠나고 난 후에 엄브릿지 표정이 정말 볼만했거든. 나는 엄브릿지가 진짜 벨라처럼 괴물새로 변하는 줄 알았어. 제자리에서 부들부들 떨더니 지나가던 후플푸프 학생 트집을 잡으며 점수를 깎지 뭐야. 후플푸프만 불쌍하게 됐지."

헤르미온느가 씩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듯 했지만 릴리아나는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어?"

"뭐가?"

"스네이프랑 지하 감옥으로 간 후 말이야. 마법약 보충 같은 건 있지도 않았었잖아."

"어……."

릴리아나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조금 대답을 주저했다.

"내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보충을 받기로 했어."

헤르미온느는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네이프가 허락을 해줬어?"

"응."

"어떻게?"

"마법약 쪽으로 진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니까 허락해 주셨어."

"대단한걸."

헤르미온느가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날이 되자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마법약 보충을 받기로 했다는 소문은 호그와트 전체로 퍼져 나간 것 같았다. 엄브릿지는 평소와 같이 벨라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신경이 날카로워보였다. 그 사실을 뒷받침하듯 엄브릿지는 해그리드의 수업에 다가와 온갖 트집을 잡았다.

"조악한……시늉에……의지함……."

해그리드가 세스트랄을 표현하며 커다란 팔을 퍼덕거리자 엄브릿지는 눈을 치켜뜨더니 필기판에 뭔가 적으며 중얼거렸다.

"그게……어쨌든……음…….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해그리드가 어쩔 줄 모르고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자 엄브릿지는 모두에게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기억력이……대단히……나쁜……것처럼……보임."

드레이코 말포이는 마치 크리스마스가 한 달이나 앞당겨 오기라도 한 표정이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느라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버렸다.

"아, 그래."

해그리드는 엄브릿지의 필기판을 향해 불편한 눈초리를 한번 던지더니 용감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이 무리를 기르게 되었는지 설명해 줄게. 처음에는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다섯 마리로 시작했단다. 바로 이 녀석이지."

해그리드가 제일 먼저 나타난 비늘로 뒤덮인 날개 달린 거대한 검은 말의 머리를 툭툭 쳤다.

"테네브러스라고 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놈이지. 이 숲속에서 제일 먼저 태어난 놈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엄브릿지가 큰 소리로 불쑥 끼어들었다.

"마법부에서 세스트랄을 '위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걸?"

엄브릿지가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지만 해그리드는 그저 킬킬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세스트랄은 위험하지 않아요! 물론 심하게 괴롭히면 약간 깨물 수는 있죠."

"폭력적인……생각을……하며……즐기는……경향이……있음."

엄브릿지가 다시 필기판에 글씨를 휘갈겨 쓰면서 중얼거렸다.

"그게 아니에요, 이봐요!"

해그리드도 이제는 약간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내 말은 개도 미끼를 보면 문다는 뜻이에요. 다만 세스트랄은 죽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편견이 생겼을 뿐이죠. 사람들이 그들을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단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말이죠, 안 그래요?"

엄브릿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쓰던 것을 마저 다 쓰고 나더니, 해그리드를 쳐다보며 다시 큰 소리로 마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말하듯이 천천히 말했다.

"평소처럼 그대로 가르치세요. 전 그냥 좀 돌아다니죠."

엄브릿지는 걷는 시늉을 했다. 말포이와 팬시는 소리를 참으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엄브릿지는 손가락으로 학생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질문을 좀 하겠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말을 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해그리드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엄브릿지가 왜 쉬운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구는지 영문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헤르미온느는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고약한 두꺼비 같으니라고! 화풀이를 하는 게 틀림없어!"

엄브릿지가 팬시 파킨슨 쪽으로 걸어가자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이 심술궂고 사악하고 못된-"

"음……. 어쨌든-그러니까 세스트랄에 대해서는 배울 게 아주 많이 있단다."

해그리드는 어떻게든 다시 수업의 흐름을 잡으려고 애를 썼다.

"학생은 해그리드 교수가 말을 할 때,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나요?"

이때 엄브릿지가 낭랑한 목소리로 팬시 파킨슨에게 질문을 던졌다. 헤르미온느와 마찬가지로 팬시 파킨슨의 두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배를 움켜쥐고 너무 웃다가 흘린 눈물이었다. 지금도 웃음을 참느라 거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아니요……왜냐하면……대개는……그냥……으르릉거리는……소리처럼……들리거든요."

엄브릿지는 필기판에 재빨리 휘갈겨 썼다.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멍이 들지 않은 부분이 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는 팬시의 대답을 못 들은 척 했다.

"음……그러니까……세스트랄에 대해선 배울 게 많단다. 세스트랄은 이것들처럼 일단 길이 들면 결코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단다. 방향 감각이 아주 뛰어나거든. 어디든 가고 싶은 곳만 말하면- "

"물론 그것들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겠죠."

말포이가 큰 소리로 빈정거렸다. 그러자 팬시 파킨슨이 또다시 배를 움켜쥐고 발작을 일으키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엄브릿지도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네빌을 향해 돌아섰다.

"롱바텀, 세스트랄이 눈에 보인다고? 그러니?"

엄브릿지가 물었다. 네빌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죽는 걸 본 적이 있니?"

엄브릿지가 전혀 다른 어조로 물었다.

"저……. 저희 할아버지요."

네빌이 대답했다.

"저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니?"

엄브릿지가 가느다랗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말들을 가리켰다. 이제 세스트랄들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다 뜯어먹고 거의 뼈만 남겨놓고 있었다.

"전……괜- 괜찮은 것……같아요……."

네빌이 해그리드를 슬쩍 곁눈질하며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학생들이……너무……억눌려서……자신의 두려움을……표현하지……못함."

엄브릿지는 다시 중얼거리며 필기판에 평가 내용을 썼다.

"아니에요!"

네빌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게 아니에요. 전 저것들이 무섭지 않아요!"

"괜찮다."

엄브릿지가 마치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네빌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럼, 해그리드."

엄브릿지는 해그리드를 올려다보며 또다시 커다란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저는 이제 그만 가도 될 것 같군요……. 열흘 이내에 참관 수업의 결과를 받게 될 겁니다."

엄브릿지는 필기판을 가리키더니 손으로 뭔가를 받아 드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가느다란 손가락 열 개를 쫙 펼쳐 보였다. 초록색 모자 밑에서 이를 드러내 놓고 웃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지만 해그리드는 그녀를 마치 징그러운 두꺼비를 쳐다보듯이 바라보았다. 엄브릿지는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말포이와 팬시 파킨슨을 뒤로한 채 분주하게 그곳을 떠났다.

***

"그 못된 여자는 정말 혼 좀 나야 해요!"

릴리아나가 살아있는 죽음의 약의 재료인 쥐오줌풀 뿌리를 썰며 화를 냈다. 마법약 보충 시간에 시키지 않아도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얘기하던 릴리아나는 엄브릿지의 고약한 행태를 설명하다 다시 열을 내며 씩씩거렸다.

"혈통 뺀질이! 전 그 여자가 순수혈통만을 위한 마법세계를 만들겠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혼혈들을 차별을 할 수가 있죠? 아니, 제 말은 일단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호그와트의 교수이고 거기다가 공정해야할 마법부의 차관인데!"

다 썰은 쥐오줌풀 뿌리를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속에 넣자 약은 은은하면서도 어두운 건포도 빛깔의 액체로 변했다. 계속해서 엄브릿지에 대해 말을 하던 릴리아나는 자신이 너무 많이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다 끝난 것이냐?"

"죄송해요."

릴리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잠 오는 콩을 은제 단검으로 썰려고 하였지만 콩은 팍 하고 튀어나가 벽을 치고 떨어졌다. 으으 하는 소리를 내며 더욱 붉어진 얼굴로 콩을 주운 릴리아나가 다시 콩을 단단하게 잡고 썰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말고 짓이겨라."

"짓이겨요?"

릴리아나가 칼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칼 손잡이 끝으로 콩을 누르려고 하자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쿵쿵 뛰는 게 들려왔다. 스네이프는 가볍게 릴리아나의 손을 잡으며 은제 단검의 납작한 옆면으로 콩을 짓이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콩이 바로 팍 하고 터지면서 그 쪼그라든 콩알 속에 그토록 많은 즙이 담겨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액체가 흘러 나왔다.

"와!"

릴리아나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세상을 구한 영웅을 보듯 스네이프를 바라보자 스네이프는 조금 멋쩍은 듯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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