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58화 (5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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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1)

스네이프의 시선이 한참동안 릴리아나에게 닿았다가 다시 숙제로 돌아갔다. 릴리아나가 집중하고 있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항상 잘 정리된 검은 머리, 집중하느라 조금 찌푸려진 미간, 검은 두 눈, 약간 구부러진 매부리코, 그리고 굳게 다물어진 입술까지. 두근두근 뛰고 있는 가슴과는 다르게 꾹꾹 눌러놓았던 울음기는 다시 올라올 것 같았다.

스네이프는 호그와트의 교수였다. 많은 마법사들의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으며, 학생들에게 매섭게 굴어서 잘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외모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의 나이는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했으나 여전히 결혼 적령기였고 내일 당장 결혼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벨라만큼이나 아름다운 엄브릿지가 치근덕거려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와 교제하고 있는 여자는 그 이상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거나 교제하는 여자가 없더라도 그의 눈은 상당히 높을 것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어떠한가. 생일이 지나 이제 겨우 16살인 미성년자. 심지어 스네이프는 교수였고 자신은 학생이었다. 17살이 되어 성인이 되어도 릴리아나는 학생 신분이었다. 그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18살. 릴리아나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스네이프에게 교제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으며 졸업을 하고 나더라도 7년간 그의 학생이었던 자신을 여자로 봐줄지도 미지수였다. 스네이프를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의 눈앞이 뿌옇게 변하더니 이내 눈물이 톡 하고 흘러내렸다. 한장 한장 넘기며 꼼꼼하게 읽던 스네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살아있는 죽음의 약을 활용한 약들의 예는 몇 가지가 빠지긴 했지만 나름 잘 찾았군. 하지만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서는 창의성이 부족해. 참고로 네가 적은 유포리아와 혼합해서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밝혀져 있고 살리멘더의 피와 죽음의 약을 섞으면 환 모양의 수면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폭발을……퀸?"

말을 하던 스네이프가 당황한 듯 릴리아나를 불렀다. 어느새 눈물을 쏟고 있는 그녀를 보고 스네이프는 당황하여 릴리아나를 불렀다.

"퀸? 무슨 일이냐. 설마 숙제에 관한 이야기 때문에……."

릴리아나는 고개를 저으며 입안 여린 살을 꾹 깨물었다.

"그럼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냐. 아니, 아까부터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던데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것이냐."

"……가, 갑자기……아파서……배가……."

릴리아나가 새어나갈 것 같은 울음소리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대답했다. 손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눈물을 대강 닦은 릴리아나가 입술을 깨물며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 눈물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닦고 있는 동안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네이프가 약병을 불쑥 내밀었다.

"마셔라."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치려고 하지 않은 채로 살짝 고개를 돌려 약을 마셨다. 입술을 꾹 다문채로 소리를 죽이고 간간히 어깨를 들썩거리던 릴리아나에게 스네이프가 손수건을 건넸다. 그의 손수건을 받아들고 눈물을 닦던 릴리아나는 손수건에서 풍기는 은은한 비누향기에 얼굴을 손수건에 묻고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울음에 스네이프는 난감한 듯 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 넘기더니 조금 머뭇거리며 릴리아나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릴리아나가 화들짝 놀라 눈물이 가득 맺힌 눈을 한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많이 아프면 오늘 수업은 나중으로 미루겠다."

"저는……."

괜찮다고 말을 하려던 릴리아나는 또 다시 본 그의 얼굴에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렇게 가다가는 오늘 수업 내내 울다가만 끝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릴리아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주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니 오늘 수업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후에 보충하기로 하지."

"……네."

릴리아나가 들릴 듯 말 듯 한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볼게요 세베루스 교수님. 약이랑 손수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릴리아나가 꾸벅 인사를 하며 손수건을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스네이프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스네이프는 문이 닫히자 릴리아나가 쓴 손수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날 아침 너무 울어서 잘 떠지지 않는 눈과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울리는 아픔을 함께 가지고 일어난 릴리아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세상에, 릴리! 무슨 일 있었어?"

화장실에서 나오던 헤르미온느가 퉁퉁 부은 릴리아나의 눈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헤르미온느의 고함소리에 놀라 일어난 패르바티가 눈을 비비며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릴리아나? 너 눈이 왜 그래?"

패르바티가 릴리아나의 퉁퉁 부은 눈을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혹시 스네이프 교수님이 괴롭혔니?"

"멀린의 수염에 맹세컨데, 확실해."

화장실에서 나오며 물기어린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던 라벤더가 말했다.

"그런 게 아니야."

릴리아나가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젯밤에 배가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울었었는데 거기다가 악몽까지 꿔버렸거든."

"릴리, 여기 물."

"고마워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건네준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자 갈라진 목소리가 조금 정돈되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트릴로니 교수에게 가보라는 조언을 해준 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릴리,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악몽을 꿨어."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시선을 피하며 거짓말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부은 눈을 가라앉히는 마법을 알아. 해줄까?"

"응."

헤르미온느는 가볍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릴리아나의 눈 가까이를 가리켰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시원한 얼음이 눈 위에 올라간 것과 같은 느낌이 나더니 뜨뜻했던 눈가가 평소처럼 식어들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

"뭐 이정도 가지고. 이제 아침 먹으러 가자."

"음……. 나는 조금 더 잘래. 미안해 헤르미온느."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자 릴리."

헤르미온느가 싱긋 웃은 뒤 기숙사 침실을 나서자 릴리아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어 수업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잠들기 전까지 있었던 폭풍같이 휘몰아치던 감정과 눈물이 끝나고 나자 공허한 마음과 멍한 정신이 남았다. 릴리아나는 숨을 얕게 들이쉬었다 내쉬며 햇살이 은은하게 보이는 이불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져만 갔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릴리아나는 완전히 눈을 감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릴리! 릴리! 일어나봐!"

헤르미온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살며시 눈을 뜬 릴리아나가 눈을 비비며 해를 등지고 서 있어 흐릿하게 보이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릴리아나가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묻자 헤르미온느가 울상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엄브릿지가! 엄브릿지가!"

"엄브릿지가 왜?"

릴리아나는 불안함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헤르미온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외쳤다.

"스네이프랑……."

"교수님이랑……. 뭐……?"

릴리아나의 시선이 흔들렸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푹 숙이며 <<예언자 일보>>를 넘겨주었다.

마법부 차관과 호그와트 교수의 약혼

솜니엄 특파원

"……읽기 싫어."

릴리아나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기사를 읽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커다랗게 실려 있는 사진까지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기 싫어."

"릴리……."

헤르미온느가 안쓰럽다는 듯이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기숙사 침실로 해리와 론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릴리! 그거 봤어?"

"엄브릿지랑 스네이프랑 약혼했대!"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어떻게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모를 수 있냐는 듯 원망하는 말투로 해리와 론을 나무랐다. 헤르미온느의 매서운 눈빛에 잠시 멈칫했지만 론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릴리! 어디가!"

릴리아나가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비틀 걸어가자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릴리아나를 붙잡았다.

"잡지 마 헤르미온느."

"릴리……."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떼던 릴리아나는 순간 힘이 빠져 주저앉을 뻔 하자 옆에 서 있던 해리가 릴리아나를 꽉 잡아주었다.

"이런 상태로 어딜 가려고 그래. 좀 누워있어. 내가 겔러리아 부인께 약을 좀 얻어올게."

"날 막지 마 해리!"

릴리아나가 거칠게 해리를 뿌리쳤다. 해리는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씩씩거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릴리아나는 이를 악문채로 억지로 발을 움직였다. 발에 누군가 철근을 달아놓은 것 같이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고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 마냥 앞으로 잘 나아가지도 않았지만 릴리아나는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며 억지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그리핀도르 탑에서 순식간에 지하 감옥으로 내려온 릴리아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스네이프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반짝이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엄브릿지와 은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엄브릿지를 바라보고 있는 스네이프를 발견한 릴리아나가 입을 열었지만 무언가가 목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몸은 딱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으로 마구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줄줄 흐르던 릴리아나와 엄브릿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엄브릿지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온 몸이 불타오를 것 같은 수치스러움과 졌다는 굴복감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딱 굳어 움직이지 않던 몸이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았다. 엄브릿지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스네이프에게 릴리아나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미소는 빈정거림으로 바뀌었다. 릴리아나는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행복한 그들의 모습은 똑똑하게 잘 보였다.

"으……아……."

마침내 콱 막혀있던 목구멍이 뚫렸다. 릴리아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스네이프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 앞에 무릎을 굽히며 시선을 맞추었다.

"……거짓말이죠?"

릴리아나가 끅끅 소리를 내며 잔뜩 뭉개지는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스네이프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릴리아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릴리아나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부탁 때문에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것이잖아요. 그렇죠?"

마지막 말은 아주 간절했다. 릴리아나가 흔들리는 눈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헝클어진 반대쪽 머리카락도 정리해 주었다.

"말을 해요! 대답하란 말이야!"

릴리아나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있는 스네이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애절하게 외쳤다. 스네이프의 손이 멈칫했다.

"교수님!"

"어리광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아이처럼 굴지 마라."

스네이프는 차가운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휙 돌아 성큼성큼 반대쪽으로 향해버렸다.

"저도……. 저도……!"

다시 릴리아나의 목이 콱 막혔다.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뒤에 꺼내려고 했던 말은 목구멍에 무언가 콱 막힌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릴리아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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