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59화 (5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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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2)

"릴리! 릴리! 일어나봐!"

헤르미온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가득 맺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뜬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D. A. 모임 시간이 되도록 네가 내려오지 않아서 올라와 봤는데 울면서 몸부림치고 있어서 깨웠어.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악몽?"

릴리아나가 뻑뻑한 눈을 깜빡거리며 아직도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았다.

"꿈……. 이었구나……."

갑자기 온몸의 긴장감이 쭉 풀리면서 힘이 빠졌다. 기진맥진한 릴리아나가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잠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안도감이 찾아오자 그제야 꿈속의 모순들이 느껴졌다. 어젯밤까지 엄브릿지를 차갑게 밀어냈던 스네이프가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약혼을 했고, 그 사실을 예언자 일보에 알려 아침 기사로 나다니. 게다가 남학생들이 들어올 수 없는 여학생 기숙사에 해리와 론이 당당하게 들어왔었다. 갑자기 목에 무언가가 걸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것이나 순식간에 7층에 있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에서 지하 감옥으로 내려왔던 것이나 다시 생각해보니 모두 이상했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헤르미온느가 궁금한 듯이 물었지만 릴리아나는 대충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슬픈 꿈이었다고 둘러댄 후 눈물이 가득 젖은 얼굴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상에……."

거울 속에 비치는 사람은 헤르미온느가 아침에 붓기가 가라앉는 마법을 걸어줬다는 것이 무색하게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두 뺨에 선명하게 남은 눈물자국을 황급히 씻어낸 릴리아나는 퉁퉁 부은 눈을 가라앉히기 위해 찬물로 한참동안 얼굴을 씻었다.

계속해서 얼굴을 씻다 보니 아까 보다는 눈이 가라앉아 있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뒤 화장실을 나오자 헤르미온느가 다시 한 번 붓기가 가라앉는 마법을 걸어주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런데 지금까지 잠에서 깨지도 않고 잔거야? 배 안고파?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이야."

"뭐?"

릴리아나가 재빨리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잠옷을 갈아입은 뒤 연회장으로 내려온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먼저 차를 마시고 있는 해리와 론에게로 다가가 앉았다.

"안녕."

"안녕 릴리, 안녕 헤르미온느."

폭찹을 우물거리던 해리와 론이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아 흘끗 교수님들이 앉는 상석을 바라본 릴리아나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엄브릿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엄브릿지의 왼손 약지에서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 따위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돼서 그런지 연회장 안은 떠들썩했다. 이제 막 토스트를 들고 딸기잼과 버터를 발라 반으로 접어 한입 베어 물려던 릴리아나는 뒤에서 깜짝 놀래키는 쌍둥이들에 비명을 지르며 토스트를 떨어뜨렸다.

"우왁!"

"꺄악!"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릴리아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릴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자 프레드와 조지가 조금 미안하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놀랐잖아!"

"미안,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프레드가 순순히 사과했다. 조지도 멋쩍은 듯이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무슨 일이야?"

릴리아나가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조금 붉히며 낮게 속삭였다.

"지금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괜찮니? 좀 산책하지 않을래?"

"음……. 나야 뭐. 그래."

릴리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떨어뜨렸던 토스트를 다시 잡은 뒤 일어났다. 해리가 작게 그들을 향해 속삭였다.

"30분 후에 D. A. 모임이 있어!"

"알고 있어. 얼마 안 걸릴 거야."

프레드가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했다. 연회장 밖으로 나온 릴리아나는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프레드와 조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이층으로 올라온 쌍둥이는 릴리아나를 점점 사람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곧 그들은 울부짖는 머틀의 화장실 앞에 멈춰 섰다.

"저번에 했던 얘기 있잖아.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조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게 왜?"

"네가 조언해 준대로 베리타세룸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호그와트에서는 교수가 아닌 학생이 베리타세룸을 소유하고 사용했으면 퇴학도 생각해 봐야 하거든. 그러니 미치지 않고서야 필치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베리타세룸을 배달시킬 수도 없잖아?"

"그렇다고 스네이프의 약을 훔치기엔 우리가 저지른 일이 너무 많단 말이지. 게다가 그에게 걸리면 퇴학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이름의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잠을 생각해 봐야 할 거야."

"그래서 우리가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직접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어차피 재료들은 거의 학생 비품 벽장에 있으니까. 구하지 못한 재료들은 덩(먼더구스의 애칭)이 몰래 배달해 주고 있고."

말을 마친 프레드는 주위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머틀의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릴리아나가 얼떨결에 프레드를 따라 들어가자 뒤따라온 조지가 조용히 문을 잠근 뒤,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걸었다.

"그래서……. 지금 베리타세룸을 만들고 있다는 건 아니지?"

"정답이야!"

"대단한걸? 역시 마법약 천재다운 명추리야!"

프레드와 조지는 잔뜩 호들갑을 떨며 릴리아나를 화장실 맨 끝 칸으로 안내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짜잔!"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는 장난스럽게 절을 하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세상에……."

릴리아나는 입을 딱 벌리며 변기를 바라보았다. 변기 안에는 파란색 불이 딱딱거리며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자주색 액체가 가득 담겨있는 냄비가 올려져 있었다.

"안심해도 좋아. 머틀의 화장실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뭔데?"

"좋은 질문이야."

프레드가 눈을 찡긋거리며 냄비를 가리켰다.

"여기서 유니콘의 꼬리털을 넣고 잠 오는 콩의 즙을 넣었거든."

"그렇게 되면 약이 투명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자주색이야."

"콩? 얼마나 넣어야 하는데?"

"음……. 다섯 개."

"다섯 개를 넣어도 색이 변하지 않아서 두 개를 더 넣어봤는데 여전히 색이 변하지 않아."

조지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면서 만드는 법이 쓰여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재료를 넣기 전에 프레드와 내가 각자 다섯 번씩 읽고 만들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투명해지지 않는 거지?"

"콩 남은 거 있어?"

"세 개 정도?"

"줘 봐. 은제 단검도 있어?"

"응. 여기."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보충에서 했던 것처럼 은제 단검의 납작한 옆면으로 콩을 짓이겼다. 그러자 콩이 바로 팍 하고 터지면서 상당한 양의 즙이 흘러 내렸다.

"와!"

"대단해, 릴리!"

프레드가 황급히 즙을 받아 조금씩 양을 조절하며 넣었다. 즙이 반쯤 들어가자, 자줏빛이던 약이 투명하게 변했다.

"성공이다!"

"성공이야!"

프레드와 조지는 서로를 끌어안고 방방 뛰며 기뻐했다. 감격스러운 듯 울먹이는 얼굴로 투명해진 약을 들여다보던 쌍둥이는 멀뚱히 서 있는 릴리아나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꽉 끌어안았다.

"숨……숨 막혀……."

"고마워 릴리. 정말 키스라도 퍼부어주고 싶어!"

릴리아나가 켁켁 거리자 껴안는 것을 그만둔 조지가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실패하면 어쩌지?"

릴리아나가 작게 기침을 하며 걱정스럽게 묻자 프레드 역시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괜찮아. 실패하더라도 베리타세룸은 쓸모가 아주 많으니까."

"그래, 예를 들어 퍼시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마법부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말하게 한다거나……."

"론의 첫 키스 경험을 말하게 한다거나……."

"없을 것 같지만……."

"엄브릿지가 요즘 대장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화장실에서 고통스러운 문제를 겪고 있는지 없는지 말하게 한다거나……."

"……왜 베리타세룸이 호그와트에서 학생들이 쓰면 퇴학까지 갈 수 있는 약물인지 알 것 같아."

릴리아나가 중얼거리자 프레드와 조지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미 만들어진 약물일세, 백합 아가씨여."

"포기하시게나."

그들은 한숨을 내쉬는 릴리아나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작은 유리컵을 소환해 베리타세룸을 덜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실패작인지 성공작인지 먹어봐야 하겠지!"

"옳은 말씀일세, 조지."

"뭐라고? 그걸 왜 마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야 하니까."

"책에서 설명한대로 만들어졌으면 성공인거지!"

"하지만 만약이라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지. 우리는 만약 실패했을 경우 어떤 것이 원인인지 제대로 알고 싶거든. 그럼 준비되었나, 조지?"

"물론이지 프레드."

둘은 릴리아나가 말리기도 전에 베리타세룸을 모두 마셨다. 아아-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조지가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질문 좀 해줄래?"

"부끄럽지 않은 걸로 부탁할게. 부디 큰 볼일을 보고 물이 내려가지 않아 도망간 적이 있냐는 질문 같은 건 피해줘."

"아, 그건 열세 살 겨울에 호그와트 3층 남자 화장실 둘째 칸에서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내려가질 않아서 지팡이로 마법을 썼더니 그게 칸 전체에 튀어버린……."

프레드가 킬킬거리며 장난스럽게 던진 질문에 조지가 대답하기 시작하자 릴리아나는 얼굴을 이상하게 찌푸렸다. 조지는 말을 하면서도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의 말은 손 안에서 이상하게 웅얼거리며 밖으로 새어나왔다.

"음……. 성공했다는 건 확실한 것 같네."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인걸?"

릴리아나가 떨떠름한 얼굴로 애써 말을 꺼내자 프레드가 키득거리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조지를 놀렸다. 입을 닫고 있던 조지는 자기만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프레드에게 그가 알고 있는 프레드의 제일 부끄러운 기억을 질문했다.

"어렸을 적 옆집 살던 엘리샤 자넷트 양에게 들이대다가 보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차인 후 호그와트에서 재회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습니까."

"젠장, 조지. 그건……."

프레드는 재빠르게 욕을 읊조렸으나 진실을 말하는 마법약의 힘이 더 빨랐다.

"……물론 다시 만났을 때 그 고백 이후 다시는 만나주지 않던 엘리샤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서 또 다시 들이대려고 했는데 이미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생겼더군요! 이번 2월에 결혼한다고 합니다!"

"오, 이런……."

조지는 몰랐던 사실이었는지 조금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진실의 마법약을 마신 프레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는 헤어지겠지라고 생각하며 엘리샤에게 끊임없이 접근하며 좋아한다고 고백했으나 엘리샤는 저의 뺨을 때리며 저리 꺼지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이제 프레드는 거의 울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아한다고 말을 해 봐서 나는 후련해!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결혼하는 꼴을 그대로 지켜봤으면 너무 억울했을 거야! 거절당할지라도 차라리 말이라도 꺼내봐서 다행이야!"

릴리아나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프레드의 말은 오늘 꾸었던 꿈의 기억과 합쳐져 잔잔한 호수에 던진 커다란 돌덩이처럼 릴리아나의 가슴에 큰 물결을 일으켰다.

"이제 나는 괜찮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아……."

베리타세룸의 효과가 끝난 것인지 프레드가 털썩 주저앉았다. 조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프레드 옆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릴리아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더듬거리며 프레드와 조지에게 말했다.

"나, 나 가 볼 곳이 생겼어. D. A. 모임에는 늦게 도착하거나 참여 못할지도 몰라. 해리에게 잘 전해줘."

릴리아나는 프레드와 조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머틀의 화장실에서 나와 지하 감옥으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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