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60화 (6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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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3)

저녁식사 시간이 끝나서 그런지 내려가는 길목은 한산했다. 한 번에 계단을 두 칸씩 뛰어내리며 지하 감옥으로 달려온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저에요, 릴리아나 퀸."

끼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 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릴리아나는 그제야 자신이 아무 계획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릴리아나가 잠시 당황하여 허둥거리고 있는 동안 문이 열리더니 스네이프가 나왔다.

"무슨 일이냐?"

"어……."

릴리아나는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대답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저기……. 마법약 개인 교습이요. 아무래도 오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괜찮으세요?"

스네이프의 시선에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는 릴리아나에게 닿았다. 잠시 묵묵히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그는 일곱 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흘끗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감사합니다."

릴리아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릴리아나는 점점 숨이 진정되자 역시 너무 성급하게 달려왔다는 생각을 또 다시 하게 되었다. 다시 스네이프를 마주하자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혹시 심장소리가 들릴까 잠시 그의 눈치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오늘은 유포리아를 만들 거다."

"유포리아요?"

"그래."

처음 들어보는 마법약 이름에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오늘은 숙제로 해왔던 응용 방법을 실험해 볼 줄 알았는데……."

"……이 수업의 교수는 나다. 그리고 오늘 살아있는 죽음의 약을 응용하는 것을 실험하면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니 오늘 하루로 끝낼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보는 거다."

스네이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칠판에 써 내려져가는 제조 방법을 읽으며 재료들을 꺼내왔다. 꿀을 적정량 덜고 멘드레이크의 뿌리를 일정한 크기로 잘게 다지며 약을 만들자 스네이프는 간간히 옆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주었다.

"그만."

마지막 재료까지 모두 넣은 뒤 정확히 3분 동안 시계 반대방향으로 느리게 젓자 스네이프가 입을 열었다.

"이제 불을 끈 다음 병에 넣어 제출하거라."

투명한 유리병에 샛노란 색이 된 유포리아를 담은 릴리아나가 병마개로 완전히 밀봉한 후 스네이프에게 내밀었다. 잠시 유포리아를 관찰하던 스네이프는 다시 유포리아를 릴리아나에게 건넸다.

"마셔라."

"네?"

"마시라고 했다."

유포리아가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시라는 스네이프의 말에 설마 독약이진 않겠거니 생각한 릴리아나가 두 눈을 꼭 감은채로 약을 마셨다.

유포리아는 레몬 같은 신맛이 나면서도 달콤한 꿀 향이 났다. 따뜻한 액체가 목 뒤로 넘어가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엇이든 잘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아 올랐다. 릴리아나가 한결 나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건 무슨 약이에요?"

"……취침시간이 다 되어가는군.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겠다."

"벌써요?"

릴리아나가 화들짝 놀라며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시간은 거의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때마침 한 바퀴를 돌은 시침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시간은 완전히 10시가 되었다. 통금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스네이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지."

스네이프가 일어서자 갑자기 이곳에 온 이유가 생각났다. 또 다시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언제든지 말할 것 같은 입을 꼭 다문 릴리아나는 먼저 일어서 나가는 스네이프를 뒤따라갔다. 스네이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볼을 붉힌 것도 잠시, 눈 덮인 바깥과 다를 것 없는 온도에 추위를 잘 타는 릴리아나가 덜덜 떨었다. 달빛만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던 복도에 도착하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휭 하고 맴돌다가 원래 자리하고 있던 추위와 합쳐졌다.

"추워……."

릴리아나가 딱딱 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앞서가던 스네이프가 뒤를 돌았다. 그제야 얇은 망토 하나만 두르고 있는 릴리아나의 상태를 알아챈 것인지 그는 작게 혀를 차며 릴리아나에게로 다가와 자신의 망토를 풀어 둘러주었다.

"고맙습니다."

릴리아나가 작게 중얼거리자 스네이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뒤를 돌았다. 점점 멀어지려고 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멀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릴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스네이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스네이프가 멈춰 섰다.

"교수님."

이상하게도 가슴은 쿵쿵 뛰고 있었으나 아까 마신 약 때문인지 마음은 편안하고 잘 될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푹 숙이며 속삭이듯이, 하지만 분명하게 입을 열었다. 스네이프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할 말이 있어요."

스네이프의 검은 눈이 살짝 흔들렸다. 릴리아나는 금방이라도 빠져나갈 것 같은 스네이프의 손을 꽉 잡았다. 고개를 푹 숙였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과 녹색 눈이 얽혔다.

"교수님."

심장이 그대로 뛰어나갈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귀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아해요."

스네이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거창하고 화려한 미사여구 같은 것은 곁들여지지 않은 담담한 말이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시선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말없이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붙잡혀 있는 손을 가볍게 빼내며 시선을 돌렸다.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스네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학생은, 특히 그 나이 때의 학생들은 교수를 향한 동경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줄 테니……."

스네이프의 말은 릴리아나에게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마치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것 같았다. 릴리아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크게 외쳤다.

"교수님!"

릴리아나는 입술을 깨물며 뒤를 도는 스네이프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았다.

"왜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거예요? 왜 제 감정을 동경이라고 교수님이 정의를 내리시는 거예요?"

"교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릴리아나의 언성이 높아지자 저절로 스네이프의 언성도 높아졌다. 릴리아나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원망스러운 눈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진심이란 말이에요……. 저는 정말로……. 정말로……."

릴리아나가 울먹이며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교수님은 제가 여자로는 보이지 않나요?"

"가지."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릴리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는 방금 전까지 없었던 겨우살이가 자라나 있었다. 겨우살이를 보며 결심한 듯, 릴리아나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뜨며 스네이프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싫어요."

"너는……."

"교수님."

스네이프와 숨이 닿을 정도까지 다가온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목에 양팔을 둘러 감았다. 스네이프의 몸이 작게 움찔했다. 릴리아나가 긴장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 박동을 느끼며 속삭였다.

"겨우살이 밑이에요."

"……퀸."

"크리스마스에는 겨우살이 밑에 있는 소녀에게 입을 맞춰도 되는 거 알고 계시죠?"

릴리아나가 가녀린 목소리로 말하자 스네이프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흔들리는 검은 눈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스네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지 마라, 퀸."

"이거 어쩌죠?"

릴리아나가 야살스럽게 웃으며 나른한 표정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제가 지금부터 교수님의 한계를 시험해볼 생각이어서요."

그렇게 말을 한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입술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릴리아나는 이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스럽게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했다. 조금 단단하면서도 또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입술에 별 다른 기교 없이 입을 맞춘 릴리아나는 가볍게 촉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스네이프는 놀란 듯이 그의 목울대를 바라보고 있는 릴리아나를 내려다보았다.

"교수님, 아니……"

릴리아나가 잠시 망설였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좋아해요."

"……너는."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스네이프가 입을 열었다.

"너는 네 또래의 남자를 만나야 한다."

릴리아나는 대답대신 또 다시 스네이프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 했던 입맞춤보다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추고 있던 릴리아나가 살며시 입술을 떼고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두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너는……."

"밀어내지만 말아주세요. 그저 학생의 동경이 아닌 정말 한 사람으로써 좋아하고 있다고,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퀸……. 너는……."

"……좋아해요. 좋아하고 있어요, 세베루스."

릴리아나가 조금 허탈한 것 같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입을 몇 번 달싹거리던 스네이프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악물더니 화를 내듯 입을 열었다.

"……젠장."

스네이프의 손이 릴리아나의 붉은 머리를 거칠게 휘감았다. 조금은 난폭하게 릴리아나에게 입을 맞추며 그녀의 입술을 탐하던 스네이프는 숨이 막힌 그녀의 입술이 작게 열리자 그 안으로 말캉한 살덩이를 밀어 넣었다. 지금 당장 입을 맞추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이 거칠고 무자비하게 스네이프는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훑었다.

처음 겪어보는 생소한 감각과 갑작스러운 혀의 침입에 놀란 릴리아나가 잠시 버둥거렸지만 이내 끝에서부터 달아오르는 것 같은 쾌감이 느껴지자 서툴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혀놀림에 숨이 막힌 릴리아나가 헐떡이며 그의 목을 꽉 끌어안자 스네이프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부드러운 머리결의 감촉을 느끼며 혀로 그녀의 혀를 휘감고 빨아들였다가 놓는 것을 반복했다.

복도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부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몸이 달아오르며 그녀 나름대로 스네이프의 행동에 서툴게 응하던 릴리아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흐읏……."

그 소리에 더욱 흥분한 것인지 그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졌다. 몸이 찌릿찌릿 달아올라 후끈하게 열이 났고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쾌감이 몰려왔다. 숨이 가빠 할딱이면서도 그에게 맞춰주던 릴리아나가 숨이 막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스네이프의 어깨를 잡으며 가볍게 떼어냈다.

작게 숨을 할딱이며 숨을 고르던 릴리아나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스네이프를 올려다보자 그는 릴리아나를 껴안았다.

릴리아나의 숨이 잠시 멈췄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이 쿵쿵 뛰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비누 향을 맡으며 그의 단단한 몸과 팔을 느꼈다. 릴리아나를 끌어안고 있던 스네이프가 잔뜩 억누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거라. 도망칠 거면 지금 당장 도망쳐라. 제발 나에게서 멀어지거라."

릴리아나는 대답대신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숨이 순간 턱 하고 막힐 정도로 세게 끌어안았던 스네이프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목을 조심스레 감싸더니 이번에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방금 전의 난폭한 키스를 했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부드럽게 릴리아나의 입술을 탐했다. 가볍게 입술을 깨물고 혀로 조심스럽게 지분거리던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치열을 훑고 입천장과 볼 안쪽을 훑은 그는 조심스럽게 방향을 바꾸며 아까 맛보지 못했던 그녀를 천천히 음미하겠다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끈질기게 입 안을 탐험했다.

목 깊은 곳에서 작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호흡이 벅차기 직전까지 릴리아나의 입 안을 탐하다가 조금 쉴 수 있게 부드럽게 아랫입술을 지분거렸다.

몇 번이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키스를 반복하던 스네이프가 마지막으로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아쉬운 듯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몽롱하게 풀린 릴리아나를 단단하게 지탱하듯 허리를 감싼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달래듯이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정말……."

스네이프가 흥분한 짐승이 으르릉 거리듯 낮고 오싹한 목소리로 릴리아나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벨라가 따로 없구나."

스네이프의 말에 릴리아나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스네이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릴리아나의 머리에 턱을 괴었다. 쿵쿵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맞닿은 가슴에서 느껴졌다. 몸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마리오네트처럼 힘없이 스네이프의 품 안에 안겨있던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그의 망토자락을 쥐었다. 스네이프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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