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61화 (6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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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4)

아무도 없는 그리핀도르 기숙사 침실로 뛰어 올라오듯 돌아온 릴리아나가 붉어진 두 볼을 손으로 감쌌다. 입에서는 저절로 으으- 하는 이상한 소리가 튀어 나왔다. 볼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며 눈을 도록도록 굴리던 릴리아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동동거렸다. 옆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헤르미온느와 패르바티, 라벤더를 깨울까 소리도 죽인 채 버둥거리던 릴리아나가 두 볼을 붉힌 채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후우…….”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격렬했던 첫 키스가 끝나고 겨우살이 밑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안고 있던 스네이프는 그녀를 그리핀도르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사실 그녀도 방금 있었던 일이 믿기지 않았다. 프레드와 조지의 말에 무언가 홀린 듯 저질렀던 일이 아직도 꿈결 같아 릴리아나는 혹시 자신의 착각이나 뭐 그런 것을 진실로 믿게 된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침대에 앉아 멍하니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방금 전 있었던 키스로 인해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입술을 매만졌다.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조금 단단하면서도 또 부드러움이 느껴지던 입술이, 거칠게 입 안을 탐했던 감각이,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지만 동시에 날아오르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감각이, 혀와 혀가 얽혔던 감각이,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느껴지던 가슴이 아직도 생생했다. 살짝 찌릿하고 아릿한 기분에 릴리아나가 또 다시 붉어진 얼굴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만약 어젯밤 바로 이 시간에, 자신이 앞으로 스물 네 시간 이내에 교수님과 입맞춤을 하게 되리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으아아아.”

“릴리,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릴리아나가 계속해서 머리를 침대에 묻은 채로 있자 그녀는 잠꼬대이거니 생각한 듯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정신이 잠시 나갔었던 것이 분명하다. 분명 루나 러브굿이 주장하던 니글스인지 나글스인지에 감염된 것이 분명했다-사실 릴리아나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러지 않고서야 좋아한다고 말하고 진심이라고 울먹거리고 목에 팔을 감아 입을 맞추고 그리고…….

“……세베루스라니.”

릴리아나가 귀까지 빨개진 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16살의 학생인 그녀가 교수에게 존칭도 붙이지 않은 채로 이름만 부르다니. 릴리아나는 아직도 이제는 교수가 아닌 리무스 루핀에게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붙이고 있었다.

여전히 얼굴을 묻은 채로 침대 위에서 몸을 쭉 피고 누운 릴리아나가 한참동안 그 자세 그대로 박제된 듯 있었다. 붉어진 얼굴 그대로 곰곰이 방금 있었던 일을 계속해서 회상하던 릴리아나는 다시 생각해도 몸이 무너질 것 같은 기억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참동안 그 모습 그대로 있는 릴리아나는 그렇게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잠깐…….”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던 릴리아나가 빼꼼 고개를 들었다. 지금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분명 릴리아나 그녀는 좋아한다고, 그녀의 감정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울먹거렸고 스네이프는 그런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다시 생각해보니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백은 그녀 혼자서 다했지 그가 릴리아나에게 한 말은 ‘젠장’과 ‘도망쳐라, 멀어져라.’ 그리고 ‘벨라가 따로 없구나.’ 뿐이었다.

물론 교수인데다 어른인 스네이프가 사귀자, 교제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릴리아나 그녀 스스로도 상상이 안 갔다. 어린애 같은 말을 하는 교수님이라니. 그런 말은 릴리아나도 하지 않는 말이었고 호그와트에서도 저학년 학생들 끼리나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스네이프도 릴리아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은 보여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조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유혹을 해서 스네이프가 그것에 무너져 넘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릴리아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자신의 어설픈 유혹 같은 것에 넘어갔을 것이라면 엄브릿지가 한참 전에 스네이프를 가졌을 것이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브릿지는 그녀가 눈만 깜빡이며 나른하게 말만해도 간이며 쓸개며 모두 빼줄 벨라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스네이프의 성격 상 그의 제자가 어설프게 유혹을 했다고 해서 넘어 갔을 리도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여전히 홍조가 도는 얼굴로 조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릴리아나가 몸을 빙글 돌려 붉은색 캐노피를 바라보았다. 몇 번 느리게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깜빡거리던 릴리아나는 실실 새어 나오는 미소를 억누르려고 하지도 않은 채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헤르미온느의 다급하게 깨우는 손길에 릴리아나는 눈을 떴다.

“헤르미온느? 무슨 일이야?”

릴리아나가 잔뜩 잠에 취한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흥미로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는 초조하게 기다리더니 마침내 그녀들이 나가자 릴리아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론의 아버지가 불사조 기사단의 임무를 수행하시다가 공격을 당하셨대.”

“뭐?”

여전히 무거운 눈을 비비던 릴리아나가 잠이 단번에 깨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르미온느는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볼드모트의 뱀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시리우스가 맥고나걸 교수님이 살짝 말해주셨어. 지금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계시대.”

“위즐리 아저씨는 무사하셔?”

“생명의 지장은 없대.”

“다행이다.”

릴리아나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문안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맥고나걸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병문안을 가고 싶다면 지금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불사조 기사단 밖에 없으니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찾아가 보라고 했다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셨어. 자연스럽게 놀러갔다가 병문안을 가는 식으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리몰드 광장으로 가보려고. 그나저나 릴리.”

헤르미온느가 손뼉을 딱 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는 왜 늦게 들어온 거야? 통금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 먼저 잤는데……. 몇 시에 돌아왔어?”

“음…….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어……. 마법약이 잘 안 만들어 졌거든. 그래서 다시 만들라고 교수님이 계속……”

릴리아나는 다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꼬리를 조금 끌었다. 헤르미온느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러셔서 결국 만족하실 때까지 만들고 왔지 뭐야.”

“그랬구나.”

헤르미온느는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릴리아나에게 손짓했다.

“이제 가자. 곧 있으면 호그스미드 역으로 떠날 시간이야.”

“벌써?”

릴리아나가 깜짝 놀란 토끼 눈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촉박하게도 30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재빠르게 침대에서 일어난 릴리아나는 가볍게 샤워를 한 뒤 두꺼운 털실로 짜인 밝은 갈색의 원피스를 입었다. 간단하게 눈썹을 그리고 립글로즈를 바르자 헤르미온느는 어서 가야한다며 그녀를 재촉했다.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사용할 짐을 넣은 트렁크를 마법으로 띄워 정원으로 내려온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헤르미온느가 그녀들이 탈 자리가 남은 마차를 둘러보는 사이 릴리아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호그와트를 바라보았다가 기둥 뒤에 보이는 익숙한 검은 형체에 눈을 가늘게 뜨며 자세히 보려고 했다.

스네이프였다. 기둥 뒤에 서서 학생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스네이프와 릴리아나의 눈이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하려던 릴리아나는 문득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착각이나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게 웃으며 손을 올렸던 릴리아나가 미소를 흐릿하게 지우며 조금 주저하는 듯이 손을 내리자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스네이프가 작게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더니 손을 내리며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언뜻 보이는 귀가 붉었다.

꿈이 아니었다. 역시 그녀가 겪었던 일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였다는 확신이 생기자 릴리아나는 백합이 만개하는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네이프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때마침 구름의 그림자가 기둥을 가려 스네이프의 얼굴이 가려졌다.

“릴리 가자, 빈자리를 찾았어!”

릴리아나의 뒤에서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아쉬운 눈길로 스네이프가 서 있었던 기둥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잠시 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미련이 가득 남은 발걸음을 돌려 마차에 올라탔다.

“안녕 릴리아나, 안녕 헤르미온느. 메리 크리스마스.”

루나 러브굿이 지팡이를 귀에 꽂고 순무로 만든 귀걸이를 낀 채 몽롱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루나."

릴리아나가 트렁크를 내려놓고 그 옆에 자리를 잡으며 인사하자 루나가 그녀 특유의 멍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크리스마스인가 보구나, 릴리아나.”

루나가 꿈꾸는 것 같은 얼굴로 릴리아나에게 말을 걸자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대답을 피해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루나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몽롱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머리 위에 게헤르눔이 가득해.”

“게헤르눔이 뭔데?”

릴리아나는 게헤르눔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다시 한 번 루나의 말은 또 못들은 척 할 수도 없는 것이라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가방 속에서 이러쿵저러쿵을 꺼내며 몽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아이들은 마법약들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마법약이 가득한 곳에 오래 있으면 게헤르눔이 네게 옮아. 아니면 마법약이 가득한 곳에 사는 사람과 함께 있거……."

“귀걸이가 참 예쁘다 루나, 네가 만든 거니?”

“……응. 원한다면 하나 만들어줄 수 있어.”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의 눈치를 살피며 황급히 루나의 말을 끊자 루나는 몽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릴리아나는 눈에 띌 정도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주면 정말 고마울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세릴큘러스도 떼어내야 할거야."

어쩐지 무언가 불길한 느낌에 릴리아나가 입을 딱 다물었지만 루나는 여전히 꿈꾸는 것 같은 얼굴로 세릴큘러스가 릴리아나의 머리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살이에서 사는 날벌레 같은 건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세릴큘러스가 옮으려면 겨우살이 밑에서 오래 서 있어야 하는데 릴리아나 너 겨우살이 밑에서…….”

때마침 마차가 크게 덜컹거리면서 트렁크들이 내는 요란한 소리에 루나의 말이 묻혔다. 루나의 입을 막으려 반쯤 일어났던 릴리아나는 루나의 말이 묻히자 붉어진 얼굴로 흘끗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헤르미온느는 마법의 역사 책에 푹 빠져 있었다. 릴리아나는 힘이 빠진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신경질적으로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보이지 않는 벌레들을 털어냈다.

============================ 작품 후기 ============================

*실제로 서양 문화권에서는 사귀자는 말을 꺼내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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