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66화 (6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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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9)

얼마 남지 않았던 1월은 종종 5학년 학생들 전체가 자정이 지나도록 해야 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숙제와 D. A. 비밀 모임 그리고 스네이프와의 특별 수업 등에 쫓겨서 깜짝 놀랄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미처 깨닫기도 전에 어느새 2월이 찾아왔다. 그와 더불어 올해의 두 번째 호그스미드 방문일도 가까이 다가왔다.

평소와 같이 머리를 감은 후 스네이프가 준 머리핀을 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내려온 릴리아나는 오늘따라 유독 다정하게 붙어있는 남녀가 많은 것을 알아차리고 의아해 했지만 곧 오늘이 14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발렌타인데이! 2월 14일은 바로 발렌타인데이였다. 새까맣게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릴리아나는 황급히 호그스미드의 계획을 수정하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지만 곧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우편 배달 부엉이들 때문에 생각은 금세 느려졌다.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오늘도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했더니……."

우편 배달 부엉이들에 섞여있던 처음 보는 갈색 부엉이로 부터 편지를 받은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열심히 봉투를 뜯어 작은 양피지 조각을 꺼냈다. 눈을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며 편지를 읽던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해리, 내 말 좀 들어 봐."

헤르미온느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혹시 정오쯤에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나랑 만날 수 있어?"

"글쎄……잘 모르겠는데."

해리가 망설였다.

"초는 아마 자기랑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걸로 기대하고 있을 거야. 뭘 할지 아직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렇다면 초도 데리고 와. 어쨌든 오긴 할 거지?"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음……. 그래, 하지만 왜 그러는데?"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빨리 답장을 써야 하니까."

헤르미온느가 한 손에는 편지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에는 토스트를 든 채, 대연회장을 허둥지둥 빠져나갔다.

"너희들도 올 거니?"

해리가 론과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론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난 호그스미드에 못 가. 안젤리나가 하루 종일 연습을 하자고 했거든. 그럼 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금 우리는 내가 본 가장 최악의 팀이거든. 너도 슬로퍼와 키르케가 하는 걸 봐야 하는데. 안쓰러울 정도야. 나보다도 더 형편없다니까."

론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건 네가 상태만 좋으면 아주 잘하기 때문이지. 당연하잖아."

해리가 약간 짜증스럽게 말하더니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그럼 릴리 너는?"

"난 아마도 갈 것 같아. 헤르미온느와 함께 다닐 테니까. 그리고 다른 약속 같은 것도 없고……."

릴리아나는 잠시 스네이프와 함께 호그스미드를 돌아다니는 상상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 것을 까먹지 않았더라도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셋은 묵묵히 남은 아침식사를 모두 마치고 론은 퀴디치 운동장을 향해 떠났다. 해리는 찻숟가락 뒤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며 머리를 쓰다듬은 후, 릴리아나에게 인사를 한 후 초를 만나기 위해 현관 복도 쪽으로 혼자 걸어갔다. 릴리아나는 반쯤 남아있던 물을 모두 마신 뒤 헤르미온느를 찾아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올라갔고, 그녀의 예상대로 헤르미온느는 그곳에 있었다.

잠시 후 릴리아나는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찬 호그스미드에 있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상쾌한 날이었다.

"어디부터 갈까?"

릴리아나가 물었다.

"음……. 나는 새로운 깃펜이 필요해. 거기부터 가자."

두 사람은 더비시와 뱅스 쪽으로 향했다. 창문에는 커다란 공고문이 붙어 있었고, 몇 명의 호그스미드 주민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은 옆으로 비켜섰다. 그곳에는 탈옥한 열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시리우스 때는 호그스미드 전체에 디멘터들을 쫙 깔아놓더니 지금은 열 명이나 도망쳤는데도 디멘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으니……. 웃기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냉소적으로 말하자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공고문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더비시와 뱅스 쪽으로 향했지만 감옥에서 탈출한 열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지나치는 모든 가게의 진열창에 붙어서 밖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크리벤샤프트의 깃펜 가게에서 빳빳한 검은색 깃펜을 산 후 허니듀크에 들려 여러 가지 간식들과 스네이프에게 줄 초콜릿을 사고 나오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차갑고 굵은 빗방울들이 릴리아나의 얼굴과 목덜미를 때렸다.

"이런, 늦겠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본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릴리, 우리 지금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야 해."

"왜?"

"일단 설명은 도착해서 해줄게. 비가 너무 많이 와."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창을 만들어 얼굴을 가리며 투덜거렸다. 점점 세차지는 비에 거의 뛰듯이 스리 브룸스틱스에 도착한 그녀들은 흠뻑 젖은 채로 덜덜 떨며 벽난로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버터 맥주를 주문하고 올게."

릴리아나가 덜덜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터맥주를 주문하고 오는 김에 헤르미온느의 것과 같이 수건까지 받아온 릴리아나는 그들의 테이블에 또 다른 의외의 여자들이 합석한 것을 보고 양 눈썹을 치켜 올렸다.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헤르미온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바라보며 묻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일단 앉아."

"안녕 릴리."

음료수를 쪽쪽 빨고 있던 루나가 몽롱하게 인사했다.

"안녕 루나, 그리고……."

"분명히 그……."

한때 곱슬곱슬하게 공들여 손질되었던 머리카락이 얼굴 주위에 부스스하게 축 늘어져 있고, 5센티미터나 길게 자란 손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는 벗겨지고, 날개 달린 안경에 붙은 가짜 보석들은 한두 개 떨어져 나간 리타 스키터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릴리아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릴리아나 퀸 입니다."

"맞아! 세드릭 디고리의 그 매력적인 피앙세!"

"아니에요."

릴리아나는 거의 일 년 만에 들어보는 세드릭의 이름에 잠시 당황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니라고?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리타 스키터가 코를 씰룩이며 번뜩이는 눈으로 물으며 릴리아나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때마침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해리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해리! 해리! 이쪽이야!"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람들을 헤치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응? 퀸 양, 한 번 말해보지 않을……."

"일찍 왔구나!"

헤르미온느는 리타 스키터의 은근한 말을 덮을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로 옆으로 비켜나며 해리에게 앉을 자리를 내주었다. 리타 스키터가 그런 헤르미온느의 반응에 큰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다.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설마 한 시간이나 일찍 올 줄은 몰랐어!"

"초가……."

"초?"

팔짱을 끼고 있던 리타 스키터는 당장 팔을 풀고 탐욕스런 눈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여학생 말이냐?"

리타 스키터는 재빨리 악어가죽 가방을 집어 들더니 가방 안을 더듬었다.

"해리가 백 명의 여학생과 사귄다고 해도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리타 스키터에게 말했다.

"그러니 당장 그 가방을 내려놓아요."

리타 스키터는 가방 안에서 막 선명한 초록색 깃펜을 꺼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마치 악취수액을 억지로 먹으라는 강요라도 받은 사람처럼 인상을 쓰면서 가방을 다시 탁 닫았다.

"어떻게 된 일이죠?"

해리는 리타 스키터와 루나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네가 막 도착했을 때, 꼬마 반장 양께서 말씀을 하려던 참이었다."

리타 스키터가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해리와 한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건 허락하겠지, 그렇지?"

리타 스키터가 헤르미온느를 쏘아보았다.

"그래요, 그건 괜찮아요."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리타 스키터는 또다시 술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입술을 씰룩이며 중얼거렸다.

"예쁜 여학생이었겠지, 안 그래, 해리?"

"해리의 연애 생활에 대해서 단 한 마디만 더 하면 그걸로 우리 거래는 끝이에요. 내가 장담하죠."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냈다.

"무슨 거래 말이냐?"

리타 스키터가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넌 아직 거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어. 까다로우신 잔소리 양, 넌 단지 나에게 여기 오라고 말했을 뿐이야. 오, 언젠가는……."

리타 스키터가 부르르 떨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요, 그래. 언젠가는 해리와 나에 대해서 더욱더 끔찍한 기사를 쓰겠죠."

헤르미온느가 상관없다는 듯이 무관심하게 말했다.

"관심 있는 사람을 어디 한번 찾아봐요, 왜 못하는 거죠?"

"올해는 내 도움이 없어도 해리에 대해서 온갖 끔찍한 기사를 잘만 싣더군."

리타 스키터는 안경 너머로 해리를 힐끔 쏘아보더니 거칠게 속삭였다.

"그런 기사를 보니 기분이 어때, 해리? 속은 기분이던가? 마음이 괴롭던가?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당연히 해리는 분노를 느꼈죠."

헤르미온느가 딱딱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해리는 마법부 장관에게 진실을 말했는데, 마법부에 있는 그 멍청이들이 해리의 말을 믿지 않았으니까요."

"그럼 너는 아직도 그 주장을 고집하고 있는 거냐?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

리타 스키터는 안경을 밑으로 내리며 해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당장에라도 악어가죽 가방을 붙잡고 싶어 안달이 나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모두에게 말했던 허풍들을 고수하겠단 말이지?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느니 네가 그 유일한 목격자라느니 하는 말들을-?"

"제가 유일한 목격자는 아니에요."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거기에는 열두 명 정도 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었어요. 그자들의 이름을 알고 싶으세요?"

"물론이지."

리타 스키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녀는 또다시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듯 해리를 열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제목은 큰 활자로 이렇게 뽑는 거야. '포터의 고발……' 그리고 중간제목은 이렇게 다는 거지. '해리 포터, 우리 중에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이름을 말하다' 그런 다음 밑에는 멋진 너의 사진을 실어야지. '그 사람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십 대 소년, 해리포터(15세)는 어제 마법 사회의 존경받는 고위 인사들을 죽음을 먹는 자라고 지목하고 나섬으로써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리타 스키터는 이제 아예 속기 깃펜을 손에 꺼내 들고 입으로 반쯤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황홀한 표정이 사라져 버렸다.

"꼬마 반장 양께서는 이런 기사가 신문에 나는 게 싫으시겠지, 안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바로 꼬마 반장 양께서 진심으로 원하는 바예요."

헤르미온느는 상냥하게 말했다. 리타 스키터가 얼이 빠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해리와 릴리아나도 마찬가지였다. 루나만이 꿈을 꾸듯이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라는 노래를 낮게 흥얼거리며 칵테일용 양파가 꽂힌 스틱으로 음료수를 휘젓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진실을 기사로 쓰지 않으면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란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어쩔 수 없이 리타 스키터는 글을 쓰게 되는 것으로 호그스미드 일정을 모두 끝낸 릴리아나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오자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허니듀크에서 산 초콜릿을 스네이프의 특별 수업 과제가 든 가방에 넣고 헤실헤실 웃던 릴리아나는 저녁 7시가 되어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점점 어떤 식으로 초콜릿을 건네주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수줍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올까? 아니면 기숙사 앞에서 헤어질 때 초콜릿을 건넬까? 아님 수업이 끝났을 때?

죽음의 약을 응용하는 것에서 알려지지 않은 마법약들을 발견하는 주제로 넘어온 릴리아나가 잠시 가져올 약초가 있다며 스네이프가 나가자 그때부터 마법약에 거의 집중을 하지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우연히 릴리아나의 시선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어떤 상자에 닿았다.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릴리아나가 잠시 저 상자를 볼 것인지 고민하다 결심한 듯 주위를 둘러본 후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의 정체는 예상대로 초콜릿이었다. 초콜릿 상자에 우아한 필체로 '돌로레스'라고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한 릴리아나는 잠시 그 이름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생각하다 엄브릿지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네이프가 돌아왔다.

스네이프와 릴리아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상자를 다시 정리하기도 전에 들고 있는 상태로 들켜 잠시 당황했던 릴리아나는 이렇게 된 거 지금 이 상황을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게 뭐에요? 설마 엄브릿지가 준 거예요?"

가슴 한가운데에서 무언가 불같은 것이 오르는 느낌에 저절로 가시가 뚜렷하게 박혀있는 투였다. 말을 하다 보니 그것이 질투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다."

스네이프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의 말에 릴리아나가 입안 여린 살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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