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67화 (6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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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19)

스네이프가 그녀에게 손을 뻗어 초콜릿 상자를 가져가려고 하자 릴리아나는 상자를 뒤로 숨겼다.

"……뭐 하는 거냐?"

"이게 그렇게 소중해요?"

"……뭐?"

릴리아나가 입을 꾹 다문채로 스네이프를 올려다보았다. 원망스러운 그녀의 얼굴에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웃음을 릴리아나는 다르게 받아들인 듯 했다.

입을 삐죽 내민 릴리아나가 뒤로 숨긴 초콜릿 상자를 꽉 쥐었다. 왜 엄브릿지는 스네이프에게 초콜릿을 주었으며 그것을 왜 스네이프는 받았는가. 물론 스네이프는 교수이고 엄브릿지 역시 교수였기에 그녀가 동료로서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덤블도어에게서 그녀를 잘 대해주라는 부탁을 받았던 스네이프는 받아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가져가려고 하다니. 역시 그녀 자신만 진지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잠시 사라졌었던 불안감이 다시 올라왔다.

흥, 하는 소리를 낸 릴리아나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입을 삐죽 내밀고 마법약에 몰두하는 척 했다. 삐졌음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릴리아나는 엄브릿지가 준 초콜릿 상자를 꽉 쥔 채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황금색 마법약을 시계방향으로 세 번 휘저었다. 그러자 마법약은 순식간에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다.

릴리아나가 다 했다는 듯이 여전히 입을 삐죽 내민 채로 불을 끄고 스네이프를 바라보자 그는 가까이 다가와 마법약을 내려다보았다.

"잘했다."

스네이프의 칭찬에도 릴리아나는 여전히 샐쭉한 표정이었다.

"왜 미간에 힘을 주고 있는 거냐?"

스네이프가 가볍게 릴리아나의 미간을 툭 치며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 뾰로통하게 입을 쭉 내밀고 있던 릴리아나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몰라서 물어요?"

그녀의 말에 스네이프의 입가가 잠시 씰룩거렸다. 마치 미소를 짓고 싶은데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릴리아나가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버리자 스네이프는 결국 또다시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에 더욱 서운해진 릴리아나가 손에 쥐고 있는 초콜릿 상자를 터트려 버릴 듯이 꽉 쥐었다.

"그거 돌려줘라."

웃음기가 간간히 묻어나오는 스네이프의 말에 릴리아나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줘."

"싫어요."

릴리아나가 삐죽삐죽하게 거절했다.

"릴리아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를 불렀다. 여전히 입을 삐죽거리고 있던 릴리아나는 잠시 스네이프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가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돌려줘라."

"……왜요."

그가 자신의 성이 아닌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엄브릿지의 초콜릿 상자를 돌려달라는 스네이프의 말에 릴리아나는 결국 샐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게 그렇게 좋아요? 이 초콜릿이 아니면 안 되겠어요?"

"릴리아나."

"너무해요."

릴리아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스네이프는 한숨을 쉬더니 지팡이를 휘둘러 순식간에 초콜릿 상자를 없애버렸다. 릴리아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초콜릿 상자가 있었던 손을 내려다보자 스네이프가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받아서 없애려고 했던 거다."

그의 말에 섭섭하게 잔뜩 뭉쳐있던 마음이 물에 흐려지듯 서서히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섭섭한 마음에 작게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그럼 진작 없애지 왜 계속 가지고 있던 거예요."

"잊고 있었다."

"……거짓말."

릴리아나가 부러 트집을 잡으며 아직도 화가 나 있음을 알렸다.

"거짓말이 아니다."

"거짓말."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스네이프가 아이를 달래듯 어색한 말투로 물었다. 그의 말에 작게 입을 열었던 릴리아나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엄브릿지에 대해서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내기에는 질투 많은 어린아이처럼 보일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부끄러웠다.

"말해봐라."

스네이프가 진득하게 릴리아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며 말했지만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두 볼을 붉혔다. 갑자기 그의 시선에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난 아이가 아니에요."

엄브릿지에 대해서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내기에는 질투 많은 어린아이처럼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스네이프의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은 릴리아나는 자신의 생각 중에서도 이상한 부분이 입 밖으로 나가버리자 황급히 숨을 들이키며 입을 다물었다. 스네이프는 그녀의 대답에 얼떨떨 한 듯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넌 아이가 아니다."

"아니, 그러니까……저는……."

릴리아나가 자신의 한 말에 당황하여 무엇이라 떠들고 있는지도 모른 채 수습을 하려고 하다 결국 볼을 더욱 붉게 물들이며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그녀를 스네이프는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양손에 묻고 있던 릴리아나가 손을 스르르 옆으로 옮겨 양손을 볼에 대고 있는 모양새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엄브릿지는……"

역시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창피했다.

"엄브릿지는?"

스네이프가 그녀의 말을 따라하며 묻자 릴리아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예쁘잖아요."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말은 실제로 입 밖으로 꺼내자 그냥 창피한 것이 아니었다. 온몸이 불타 사라질 것 같은 창피함이었다. 잠시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스네이프의 입가가 씰룩였다. 릴리아나는 재빨리 시선을 내렸다. 역시 질투 많은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걸까. 부끄러운 와중에도 시무룩해졌다.

"……불안하단 말이에요."

릴리아나가 축 처진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머리 위에서 스네이프가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네?"

잠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 이해한 릴리아나는 깜짝 놀란 듯 되물었다.

"다시 수업으로 들어가지. 냄비에 있는 약은 약병에 담고 깨끗이 치운 다음 다른 약을 만들어라."

헛기침을 한 스네이프는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뒤를 돌아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하늘 위를 둥둥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헤헤 웃으며 짙은 초록색의 약을 약병에 넣은 뒤 소멸 마법으로 냄비 안의 약을 없앤 후, 캐비닛에서 다음 재료를 꺼내와 다듬기 시작했다.

말린 히비스커스 잎을 더욱 잘게 자르고 물에 넣자 물은 점점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릴리아나는 흘끔 책상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는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묵묵히 일을 하는 스네이프를 보자 얼굴에는 저절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그 말은 엄브릿지에 마음이 가게 되는 일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헤실헤실 웃으며 릴리아나는 만드라고라의 잎을 고르게 자르고 장미꽃잎을 약 속에 넣으며 계속해서 스네이프의 말을 곱씹었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약이 중간정도 만들어지자 서류를 보던 스네이프는 여전히 웃고 있는 릴리아나에게 다가와 약을 점검했다.

"잘 하고 있군."

"불안해 할 필요 없겠죠?"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스네이프를 바라보자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히 섞였다.

"그렇죠?"

"이제 유니콘의 털과……"

"그렇죠?"

"……로즈 힙의 열매를 짓이겨 넣은 후……"

"네?"

"……약 불에 20분 끓이면……"

"교수님?"

"……완성이 된다."

스네이프는 두 눈을 깜빡이며 계속해서 묻는 릴리아나를 무시하며 자신이 할 말만 계속 내뱉었다. 릴리아나가 작게 키득거렸다.

"그만."

스네이프가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으로 릴리아나의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떼었다. 잠깐이었지만 입술에 닿는 단단한 손의 감촉이 서늘했다.

릴리아나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네이프의 손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간 지 오래였지만 아직도 그의 손의 감촉이 남아있는 듯 했다.

남은 시간동안은 다시 평범한 수업시간으로 돌아갔다.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간간히 조언을 하는 스네이프의 말을 들으며 릴리아나가 두 번째 약을 완성시키자 시간은 통금 시간을 조금 넘어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수고했다."

"수고하셨어요."

새빨간 약을 약병에 옮겨 담고 재료들과 물건들을 정리하자 두 사람은 이제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같이 사무실을 나섰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완벽하게 사적인 시간이 되자 릴리아나의 머릿속에 잠시 잊고 있었던 초콜릿이 떠올랐다. 또다시 어떤 식으로 전해주어야 할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 먼저 말을 거는 편인 릴리아나가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지 고민하느라 둘 사이는 조용했다. 둘이 가는 길에는 계속해서 빈 복도를 걷는 발걸음 소리와 초상화들이 코를 고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초콜릿을 건네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여러 가지 말들을 생각하던 릴리아나는 결국 제일 무난한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에요'라며 주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결심하고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자 어느새 둘은 항상 헤어지는 장소인 그리핀도르 기숙사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럼 감사했어요, 교수님."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평소와 같은 인사를 하자 스네이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초콜릿을 전해줄 타이밍이었다. 긴장한 릴리아나가 몇 번 심호흡을 하느라 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살짝 긴장한 상태인 릴리아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침내 심호흡을 끝낸 릴리아나가 입을 열려고 했다.

"……뭐 잊은 것은 없나."

"……네?"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에요'라고 말을 하려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의외의 말에 가방으로 향하던 손까지 멈춘 채 되물었다. 스네이프의 진지한 표정에 릴리아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뭐 잊은 것이 있었나?

"음……. 제가 뭘 놓고 왔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을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묻자 스네이프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릴리아나에게 다가왔다.

"손."

"손?"

릴리아나가 어리둥절하며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려 내려다보자 검은색 포장지에 쌓인 상자가 손 위에 올려졌다. 잠시 상자를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스네이프를 올려다보았다.

"교수님 이건……."

"……달력을 보는게 좋을 것 같구나."

스네이프가 헛기침을 하며 릴리아나의 시선을 피했다. 점점 상황이 이해가 가고 손 안에 있는 초콜릿 상자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릴리아나의 얼굴에 백합이 서서히 만개하는 것 같은 미소가 피어났다. 잠시 그녀의 미소의 홀린 듯한 스네이프는 갑자기 와락 안겨드는 부드러운 여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냈다.

그가 당황했는지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잠시 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비누 향을 느꼈다.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스네이프의 손이 어설프게 그녀의 등에 내리 앉았다.

"고마워요 교수님."

릴리아나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받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에, 그가 이렇게나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깃털처럼 둥둥 떠다닐 것 같았다. 스네이프의 품에 안겨있던 릴리아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풀고 빠져나와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에요."

생긋 웃으며 초콜릿을 건네자 스네이프는 기쁘면서도 얼떨떨한 얼굴로 받아들였다. 그의 귀가 붉었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릴리아나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릴리아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네이프의 품에 다시 안길 듯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놓치지 않은 듯 스네이프의 입가에는 이미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하고 있다는 듯 희미한 미소가 띄어 있었지만 릴리아나는 그대로 스네이프의 목에 팔을 감고 입을 맞춰 버렸다.

버드 키스처럼 짧게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절로 얼굴이 뜨거워지는 소리가 나는 깊은 키스도 아니었다.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줘 스네이프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짙게 입술을 맞대고 있던 릴리아나가 홍조가 도는 얼굴로 쪽 소리가 나게 입술을 뗀 뒤 도망치듯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홀로 복도에 남은 스네이프가 릴리아나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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