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69화 (6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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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21)

그 후로 며칠 동안 프레드와 조지가 자유를 찾아 날아갔다는 소식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릴리아나는 머지않아 이 이야기가 호그와트의 또 다른 전설이 되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조차도, 쌍둥이 형제가 문 밖으로 날아가기 전에 빗자루를 타고 급강하를 하면서 두꺼비 같은 흉측한 모양새가 된 엄브릿지를 향해 똥폭탄을 퍼붓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어쨌든 프레드와 조지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쉽게 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엄브릿지에게 말이다.

프레드와 조지가 떠난 이후 엄브릿지는 순식간에 짧아지고 색까지 변해버린 머리카락을 눈치 채고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병동에서 다시 깨어났을 때는 두꺼비같이 바뀌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기절했다는 소식이 호그와트를 돌았지만 슬리데린을 제외한 다른 기숙사들은 그 사실에 기뻐하는 눈치였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를 엄브릿지와 함께 맞은 슬리데린의 감사 위원회는 며칠간 병동 신세를 지고 나오는 것으로 끝났지만 불행하게도 약물을 그대로 맞은 엄브릿지는 폼프리 부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나아지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약병에 조금 남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를 분석했지만 완벽하게 보였지만 완벽하지 않았던 약물 몇 가지들이 섞여 이런 결과를 낸 것 같기에 자신이 해독약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결국 엄브릿지는 일주일간의 투병 끝에 성 뭉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엄브릿지의 수난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홀로 남은 필치는 동쪽 건물의 5층 복도를 완전히 뒤덮은 늪 웅덩이를 없애려고 갖은 수를 썼지만 어떻게 해도 그 웅덩이는 없어지지 않았고, 결국 웅덩이 주위에 밧줄을 치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교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작은 배로 실어 나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맥고나걸이나 플리트윅 같은 선생님들이라면 단숨에 그 웅덩이를 사라지게 할 수 있었겠지만, 프레드와 조지의 도깨비불 폭죽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애를 쓰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는 걸 더 즐기는 것 같았다.

또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엄브릿지가 퇴원할 때까지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필치가 자습을 감독하게 되었다. 하지만 프레드와 조지가 호그와트를 떠나기 전에 얼마나 많은 꾀병용 과자세트를 팔고 갔는지가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필치가 교실로 들어서기만 하면, 기절을 하거나 구토를 하거나 열이 펄펄 끓거나 코피를 줄줄 흘리는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치는 분노와 짜증으로 화를 내는 도중에도 성 뭉고 병원으로 편지를 보내 엄브릿지에게서 마음대로 처벌해도 좋다는 처벌권을 얻어 이 이상한 증세의 원인을 추적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리 큰 효과는 나지 않았다.

연속해서 네 반의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도 그들의 비밀을 캐내는 데 실패하자, 필치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코피를 흘리는 학생, 기절한 학생, 진땀을 흘리는 학생, 구역질을 하는 학생 모두 교실에서 나가도록 허락해 주었다.

***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운동장은 새로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빛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비단 같은 초록색 잔디밭을 어지럽히고 지나갔다. 6월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5학년 학생들에게 그것은 딱 한 가지 의미밖에는 없었다. 마침내 O. W. L. 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선생님들은 더 이상 그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았다. 수업은 주로 시험에 가장 잘 나올 것 같은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O. W. L. 이 가까워 올수록 헤르미온느는 온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다니고 며칠째 집요정의 모자도 뜨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헤르미온느만이 아니었다. 5학년 학생 거의 모두가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스네이프의 특별 수업은 교과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약들을 만들어보는 것이 아닌 요점 정리 식으로 바뀌었다. 열심히 중얼거리며 요점정리가 써진 두꺼운 종이뭉치를 넘기며 외우던 릴리아나는 30분 후 스네이프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투구꽃과 투구꽃무리의 차이점은 무엇이냐."

"없어요."

"폴리주스 마법약에 들어가는 재료 중 세 가지를 말해봐라."

"풀잠자리랑 잘게 썬 오소리 가죽과……보름초?"

"베리타세룸에 들어가는 재료는 총 몇 가지지?"

"여섯 개……?"

릴리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스네이프가 대답을 고쳐주었다.

"일곱 개다."

"맞아, 일곱 개. 일곱 개."

릴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완벽하게 외워버리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늑대인간을 위한 마법의 약의 이름과 그것의 재료로 들어가는 것을 두 가지 말해봐라."

"어……."

릴리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름은 울프스베인이고……. 들어가는 재료는 투구꽃이랑……"

저 두꺼운 종이 뭉치에서 분명히 보았던 것 같은데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것은 글자라는 것만 기억할 정도로 희미하게 보였다.

"모르겠어요."

릴리아나가 멋쩍은 듯 헤헤 웃으며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묵묵히 정답을 알려주었다.

"달맞이꽃 뿌리."

"맞아, 그거요."

몇 가지만 짚어서 물어볼 것이라 생각했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한 시간에 걸쳐 두꺼운 종이 뭉치에 쓰인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물어보자 점점 피곤으로 창백해졌다.

"수선화 우린 물에……"

"교수님……."

마법의 약을 만들 때는 조금씩 돌아다닐 수 있어 힘든 줄도 몰랐는데 그대로 의자에 앉아 기억을 짜내려니 피곤으로 몸이 축축 쳐지는 것 같았다.

"조금만 쉬었다가 해요."

릴리아나가 간절하게 스네이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스네이프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그의 양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아 두꺼운 종이 뭉치를 내려놓게 만든 릴리아나가 애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네?"

릴리아나의 행동에 O. W. L. 은 중요한 시험이라며 나무라긴 했으나 손을 빼고 다시 두꺼운 종이 뭉치를 잡지는 않았다. 손 안의 온기는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서늘했다.

"피곤해요."

그대로 책상에 볼을 댄 릴리아나가 중얼거렸다. 차가운 책상은 달아오른 그녀의 볼을 식혀주었다.

"5분만 쉬었다가 다시 하지."

"5분이요?"

저 두꺼운 종이뭉치는 반절도 못 봤는데 5분밖에 쉬지 못한다니. 너무 적었다. 릴리아나가 작게 투덜거렸다.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내가 특별 수업까지 한 이상 O를 맞지 않으면 안 된다."

"으으. O요?"

"그래. 진로를 마법약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특별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아……."

릴리아나가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어쩌다보니 엄브릿지가 끼어들긴 했지만 스네이프와 같이 있고 싶어 냈던 꾀였는데. 현명하게도 릴리아나는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했다.

O. W. L. 시험이 시작되고 어둠의 마법의 방어술을 보는 목요일 아침이 되자 성 뭉고 병원에서 엄브릿지가 돌아왔다.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들의 솜씨가 좋았는지 갈색쥐의 털 같던 뽀글거리는 짧은 머리는 다시 달빛 같은 긴 은발로 돌아와 있었고 벨라같이 아름답던 얼굴도 반은 복구되어 있었지만 떠도는 소문으로는 나머지 반은 치료사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원래의 얼굴로 되돌릴 수 없었다고 했다.

엄브릿지는 한쪽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고 냉정한 모습으로 학생들이 온갖 반대 주문과 방어 마법을 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월요일 날에는 마법 약 시험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그동안 스네이프와의 특별 수업이 효과가 있었는지 필기시험은 막힘없이 줄줄 써내려갈 수 있었고, 실기 시험 역시 한 두 가지가 아리송하긴 했지만 완벽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점술 시험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수정 구슬을 바라보며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지어냈던 것이나 찻잎과 손금을 읽는 척 하며 지난 학기 내내 써먹었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그럴싸한 것들을 말해야 했던 것만 빼면 남은 시험들도 무난하게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돌아온 엄브릿지가 일을 치고 말았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몰래 들어간 엄브릿지와 네 명의 마법사가 해그리드에게 기절마법을 쏘았고, 그것을 말리려던 맥고나걸 교수가 네 사람이 한꺼번에 쏜 기절마법을 맞은 것이다. 잠깐 동안 그녀는 번쩍 빛을 발하며 붉은 섬광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허공에 붕 뜬 맥고나걸 교수는 털썩 땅에 떨어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다음날 모두가 맥고나걸 교수를 걱정하며 오후에 치뤄질 마지막 시험인 마법의 역사를 공부했다. 오전 시간 내내 그리핀도르 휴게실 창문 옆에서 헤르미온느가 빌려준 노트 더미의 일부를 읽고 또 읽으며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애쓰던 릴리아나는 오후 두 시가 되자 다른 5학년 학생들과 함께 대연회장으로 들어가 시험지를 앞에 놓고 자리에 앉았다.

"시험지를 펼치세요."

연회장 앞에 선 마치뱅스 교수가 커다란 모래시계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도 좋아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릴리아나는 첫 번째 문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몇 초 동안 이것이 무슨 말이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헤르미온느의 노트가 효과가 있었는지 곧 하나 둘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모래시계를 확인하며 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가던 릴리아나는 시험이 끝나기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해리가 비명을 지르며 뜨거운 책상에서 차가운 돌바닥으로 쓰러지며 머리를 세게 부딪쳤던 것이다.

토프티 교수와 마치뱅스 교수가 놀라 해리에게 달려갔다. 토프티 교수는 해리를 일으켜 세우며 부축하려고 했다.

"난 가지 않을 거예요……. 난 병동에 갈 필요가 없어요……. 싫어요……."

그는 토프티 교수의 손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서 횡설수설 지껄였다. 모든 학생들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저는 괜찮습니다, 교수님."

해리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사실은……그저 잠이 들었을 뿐이에요……. 악몽을 꿨어요……."

문턱 밖에서 해리와 토프티 교수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은 하나 둘씩 다시 시험지로 시선을 돌리자 릴리아나도 정신을 차린 듯 얼마 남지 않은 문제들의 답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종이 울렸다. 마침내 모든 시험이 끝난 것이다. 마치뱅스 교수는 깃펜을 놓으라고 소리친 다음 지팡이를 휘둘러 시험지가 자신에게 날아오게 만들었다.

"이제 가도 좋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자를 드르륵 밀며 대연회장에 있던 학생들이 일어났다. 썰물처럼 빠져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론과 헤르미온느와 만난 릴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리!"

밖으로 나온 헤르미온느가 몹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괜찮니? 어디 아픈 거야?"

릴리아나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갔었어?"

론이 물었다.

"나를 따라와, 어서.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해리가 재빨리 말했다. 해리는 그들을 이끌고 1층 복도를 다라 걸으면서 여기저기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빈 교실을 발견하자, 얼른 뛰어 들어갔다. 그는 헤르미온느와 론과 릴리아나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황급히 문을 닫더니, 문에 등을 기댄 채 그들을 마주 보고 말했다.

"볼드모트가 시리우스를 붙잡았어."

"뭐?"

"뭐라고?"

"그걸 네가 어떻게-?"

"봤어, 방금. 시험 도중에 잠이 들었거든."

"하지만-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헤르미온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어딘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 그곳은 미스터리 부서에 있는 어느 방이야. 그 방은 작은 유리구슬들이 놓여 있는 진열장들로 가득 차 있어. 그리고 그들은 97번째 줄 끝에 있어……. 그는 그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시리우스가 가져오도록 시키려고 하고 있어……. 고문을 하고 있는 중이야……. 결국에는 그를 죽일 거라고 말했어!"

해리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의 무릎만큼이나 심하게 떨렸다. 그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가 거기에 어떻게 갈 수 있지?"

해리의 물음에 잠시 침묵이 흐른 끝에 론이 입을 열었다.

"거-거기를 간다고?"

"미스터리 부서로 가야 시리우스를 구해 낼 수가 있지!"

해리는 시리우스가 죽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거의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와 론,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계속해서 그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해리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주전자처럼 화를 내며 마법부로 가야 한다고만 주장하고 있었다.

"해리, 진정해."

"내가 지금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리우스가 잡혔어! 볼드모트에게!"

릴리아나의 말에 해리가 불같이 화를 냈다.

"헤르미온느와 론의 말대로 우리는 확인을 먼저 해야 해. 그리고 기사단에게 먼저 알려야……"

"누구한테! 맥고나걸 교수님은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하셨고-이부분에서 헤르미온느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더 이상 계시지 않으시지! 그런데……."

누군가를 생각해낸 듯 해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릴리아나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세베루스 교수님이 있으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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