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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22)
"스네이프?"
해리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스네이프라고?"
론의 얼굴 역시 이상하게 변했다.
"그래, 교수님도 기사단이잖아."
"하지만……."
론이 조금 머뭇거렸다.
"그는 죽음을 먹는 자였잖아.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법 있어? 또 그가 해리와 오클러먼시 수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해리가 미스터리 부서로 가는 꿈을 더 많이 꾸잖아."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세베루스 교수님이 우리 편이라고 하셨잖아."
릴리아나가 꿋꿋하게 고집했다.
"나도 릴리의 의견과 같아. 덤블도어 교수님은 스네이프 교수님이 우리 편이라고 하셨어. 그도 불사조 기사단이야. 맥고나걸 교수님도 없고 학교에 다른 기사단 사람이 없는 이상 스네이프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 해."
헤르미온느의 주장에 론이 반박했다.
"하지만 그가 첩자라면? 아직도 죽음을 먹는 자인데 첩자 노릇을 하느라 불사조 기사단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시리우스를 구하러 가는 것을 늦추게 만들어서 결국 시리우스를 죽게 만들지도 몰라."
"그럴 리 없어. 지금으로써는 교수님께 알리는 것이 최선이야."
릴리아나는 단호했다. 헤르미온느가 거들었다.
"그리고 해리, 네가 말했잖아.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도 네가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배우길 원하신다고 말이야. 만약 네가 오클러먼시를 제대로 배웠다면, 넌 절대로 그런 걸 보지 못했을 거야-."
"만약 내가 마치 그런 걸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해리가 화가 나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치듯 말했다.
"그리고 시리우스도 네가 생각을 차단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어."
"내가 방금 뭘 봤는지 알았더라면, 시리우스도 아마 다르게 말했을 거야."
교실 문이 열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휙 고개를 돌렸다. 지니가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루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늘 그렇듯이 그저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안녕."
지니가 머뭇거리며 인사를 했다.
"해리의 목소리를 들었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질렀니?"
"상관할 것 없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니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런 식으로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
지니가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난 그저 혹시 도와줄 일이 없을까 생각했을 뿐이야."
"없어."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우리에게 좀 무례한 거 아니니?"
루나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욕을 하며 휙 돌아섰다.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해리……. 기다려. 얘들이 도움이 될 거야."
해리와 론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내 말 좀 들어 봐. 해리, 우린 시리우스가 정말로 기사단 본부를 떠났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설명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눈으로 똑똑히-"
"해리, 제발 부탁이야!"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말했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시리우스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그것만 확인해 보도록 하자. 만약 그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나도 더 이상 널 말리려고 하지 않을게. 약속해. 그리고 나도 같이 갈 거야. 시리우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
"지금 시리우스는 고문을 당하고 있어! 우린 지금 낭비할 시간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만약 이게 보-볼드모트의 술수라면? 해리, 우린 먼저 확인을 해야 해. 확인을 해야-"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단 말이야?"
해리가 따져 물었다.
"아까부터 계속 말했잖아. 스네이프 교수님께 가자고."
헤르미온느가 애원했다. 씩씩거리던 그들 사이에 잠시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 거칠게 숨을 내쉬던 해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일단 스네이프는 안 돼. 차라리……차라리 엄브릿지의 벽난로를 이용해서 시리우스와 접촉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
해리가 엄브릿지의 방에 침입하는 동안, 지니와 함께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은 릴리아나가 초조하게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숨어있는 근처를 흘끗 돌아보았다.
"이쪽으로 오면 안 돼!"
지니가 복도를 지나가려는 한 시끄러운 6학년 학생들에게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회전 계단을 통해서 돌아가도록 해-. 누군가 여기에 질식 가스를 발사했어."
릴리아나가 설명하자 학생들이 불평했다. 그 중 한 명은 부루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가스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데."
"그건 색깔이 없는 가스라서 그래."
지니가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다.
"네가 정 그렇게 여기를 지나고 싶다면, 어디 한번 지나가 봐. 그럼 우리말을 믿지 못하는 또 다른 멍청이들에게 네 몸을 증거로 보일 테니까."
지니의 살벌한 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차츰 사라졌다. 잠시 후에는 질식 가스에 대한 소문이 사방에 퍼졌는지, 더 이상 사람들이 이 길로 오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움직였겠지?"
지니가 뒤를 흘끗 돌아보며 물었다.
"아마."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릴리아나가 대답했다.
"루나는 잘하고 있을까?"
하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멀리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슬리데린의 학생들이 다가왔다. 미간을 찌푸리고 그것을 바라보던 지니가 속삭였다.
"쟤네들이 왜 오는 거지?"
"이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말포이가 비죽 웃으며 지니와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이 앞에 가스가 있어서. 그걸 알려주려고 여기 서 있었어. 실수로 지나가면 안 될 테니까."
지니가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런 가스도 보이지 않는데?"
뒤에 있던 팬시 파킨슨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색깔이 없으니까. 원한다면 지나가 봐. 그러면 내가 여길 지나가려는 멍청이들에게 증거물로 보여줄 테니까."
"그래?"
말포이가 지니를 비웃었다. 불길해 보이는 미소를 씩 지은 말포이가 뒤에 거느리고 있는 감사 위원회에게 말했다.
"잡아!"
"뭐? 이봐!"
"이거 놔!"
지니와 릴리아나가 뒤늦게 반항했지만 감사 위원회 아이들이 더 빨랐다. 지니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 감사 위원회가 기분 나쁘게 낄낄 웃었다.
"어차피 교장 선생님께서 벌을 내리실테지만 먼저 감점을 해도……."
"악!"
퍽- 하고 무언가를 강하게 치는 소리와 함께 릴리아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았던 고일이 자신의 얼굴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릴리아나는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저, 저 잡종이 내 얼굴을……!"
고일이 입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뭐해! 잡아!"
말포이가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릴리아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지니를 감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둔 감사 위원회가 모두 릴리아나를 잡기 위해 달렸다.
"저기다! 밑으로 내려간다!"
거의 달릴 일이 없었던 호그와트에서 달리니 호흡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학생들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젠장!"
"놓치지 마!"
감사 위원회 아이들이 학생들을 밀치며 릴리아나를 따라왔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리던 릴리아나는 재빠르게 학생들 사이를 빠져나와 계단으로 도망쳤다.
"거기 서!"
뒤에서 말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감사 위원회들은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 끼었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애써 참아가며 사람이 없는 아무 계단이나 정신없이 내려가던 릴리아나는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문에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 쾅 하고 닫아버렸다.
"……뭐 하는 거냐?"
릴리아나는 대답 없이 숨을 헐떡거리며 재빠르게 스네이프의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지금 뭐하는……."
"스네이프 교수님!"
릴리아나가 책상 밑에 숨기 무섭게 문이 쾅하고 열리며 숨을 헐떡이는 말포이가 들어왔다.
"그 잡종 계집……아니 퀸이 여기 오지 않았나요?"
"……노크도 없이 들어와 그게 무슨 소리냐."
스네이프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흘끗 책상 밑을 바라보며 물었다. 책상 밑에 숨어있던 릴리아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 제발 말하지 말라고 행동으로 부탁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하지만 퀸은 엄브릿지 교장 선생님을 기만하고 감사 위원회를 기만했습니다. 엄브릿지 교장 선생님의 방에 무단 침입한 포터를 도와주기 위해 거짓말을 한 공범자 입니다. 지금 도망쳐서 쫓아왔는데 혹시 무슨 소리라도 들으시지 않으셨나 해서요.."
잠시 아무 말 없던 스네이프가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네가 오기 전까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간 것 같구나. 아니면 놓쳤거나. 이곳에는 오지 않았다, 드레이코."
스네이프의 말은 단호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말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갑자기 죄송했습니다."
말포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숨이 턱 막힘에도 불구하고 숨소리가 새어나갈까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있던 릴리아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스네이프가 쪼그려 앉아있는 릴리아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
"어……. 그게……."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곤란한 얼굴을 했다.
"……말포이의 말 그대로에요."
"교장선생님을 기만했다는 것 말이냐?"
"그런 게 아니라……. 아, 시리우스!"
갑자기 튀어나온 시리우스의 이름에 스네이프의 미간이 잠시 꿈틀거렸다.
"교수님, 해리가 그 머릿속에서 그 사람에게 고문당하고 있는 시리우스를 봤다고 했어요. 미스터리 부서에서요. 그 사람이 시리우스를 납치해……."
하지만 릴리아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났다. 릴리아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말을 멈추고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는 다시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누구십니까."
"교수님, 드레이코입니다."
"들어와라."
아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문을 연 말포이가 스네이프에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교수님을 뵙기를 원하세요."
"……알겠다."
스네이프가 순순히 대답하며 말포이를 따라 나가다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제발 위험한 일은 하지 마라."
"네?"
말포이가 되물었다. 그러더니 자기 혼자서 결론을 내린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투에는 기뻐하는 것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사무실을 나가는 두 명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닫혔다. 릴리아나 혼자 남은 사무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막혀있던 숨을 후 내쉬며 널찍한 책상다리에 등을 기댄 릴리아나가 쪼그리고 있어 조금씩 저리기 시작한 다리를 폈다.
복도를 향해 귀를 기울이던 릴리아나는 더 이상 어떤 발소리도 들리지 않자 나갈까 싶었지만 나갔다가 운 나쁘게 감사 위원회와 마주쳐서 엄브릿지에게 끌려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스네이프의 사무실 근처에서 들켰다가는 그녀를 감싸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스네이프마저 곤란해 질 수 있었다. 결국 릴리아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D. A. 동전을 꼭 쥔 채로 다른 연락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긴장 때문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기다린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눈 깜짝할 만큼의 찰나였던 것 같기도 했다. 혹시하는 마음으로 D. A. 동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동전에 변하며 금지된 숲에 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자 벌떡 일어나 조심스럽게 스네이프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