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71화 (7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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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23)

해리는 론이 발견한 그의 이름이 쓰여 있는 구슬을 조심스럽게 집어 내렸다. 릴리아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해리에게 바싹 다가섰다. 해리는 구슬을 뒤덮은 먼지를 털어 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어떤 낮은 목소리가 느릿느릿 들려왔다.

"잘했다, 포터. 자, 천천히 점잖게 뒤로 돌아서서 그걸 나에게 줘."

시커먼 형체들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좌우로 그들의 길을 가로막았다. 얼굴에 뒤집어쓴 두건의 틈으로 눈동자들이 반짝이고, 끝에 불이 켜진 열두 개의 지팡이들이 그들의 가슴을 똑바로 겨누었다. 지니가 겁에 질려서 숨이 턱 막히는 소리를 냈다.

"이리 내놓아라, 포터."

루시우스 말포이가 낮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그는 손바닥을 펴서 해리에게로 내밀고 있었다.

"이리 줘."

말포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시리우스는 어디 있지?"

해리가 말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 몇 명이 웃었다. 릴리아나의 왼쪽에서 몹시 거친 여자의 목소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둠의 마왕께서는 늘 알고 계시지!"

"맞아."

말포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 예언을 이리 줘."

"난 시리우스가 어디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야겠어!"

"난 시리우스가 어디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야겠어!"

거친 목소리의 여자가 해리의 말을 흉내 내었다. 그 여자와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이 바싹 다가왔다. 그들의 지팡이 끝에서 반짝이는 빛들이 릴리아나의 두 눈에 어지럽게 비쳤다.

"당신이 시리우스를 잡아갔어. 난 알아. 시리우스는 여기 있어."

"우리 꼬맹이, 놀라 깨서 꿈이 진짜라고 생각했쪄."

여자가 아기처럼 앵앵거리는 몹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릴리아나의 앞에 있던 론이 몸을 틀었다.

"가만히 있어. 아직은-"

해리가 중얼거리자 해리의 목소리를 흉내 내었던 여자가 발작하듯이 시끄러운 소리로 깔깔 웃었다.

"들었어? 들었어? 이놈이 지금 우리하고 싸울 작정인가 봐! 방금 자기 친구한테 뭐라고 몰래 지껄였어!"

"아, 당신은 나만큼 이 포터라는 인간을 잘 몰라, 벨라트릭스."

말포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 녀석은 원래부터 자기가 무슨 대단한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건 누구보다 어둠의 마왕께서 잘 아시지. 당장 예언을 이리 줘, 포터."

"난 시리우스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 당신이 잡아갔다는 걸 안단 말이야!"

죽음을 먹는 자들이 시끄럽게 웃어 댔다. 물론 여자의 웃음소리가 제일 요란스러웠다.

"이젠 너도 현실과 꿈의 차이를 이해할 때가 됐어, 포터. 어서 예언을 나한테 넘겨.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지팡이를 쓰지 않을 수 없어."

말포이가 말했다.

"맘대로 해."

해리가 자기의 지팡이를 가슴 앞으로 치켜들면서 말하자 릴리아나와 다른 아이들의 지팡이도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예언만 나한테 넘겨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말포이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자 해리가 깔깔 웃기 시작했다. 웃음을 멈춘 해리가 말했다.

"그래, 좋아! 이게 뭐라고? 예언? 난 이걸 당신한테 넘겨주고, 그러면 당신은 우리를 곱게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 이 말이지?"

해리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는 순간에 죽음을 먹는 자들 중 여자가 빽 소리를 질렀다.

"아씨오 예-"

그 여자가 주문을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해리가 소리쳤다.

"프로테고!"

"어쭈, 젖비린내 나는 어린놈이 제법인걸, 포터?"

미친 듯 이글거리는 눈빛을 두건의 틈으로 번득이면서 여자가 말했다.

"좋아, 그럼-"

"안 된다고 했잖아!"

루시우스 말포이가 여자에게 꽥 고함을 질렀다.

"만약 저게 깨지는 날엔-!"

말포이가 고함을 지르자 여자가 앞으로 나서면서 두건을 벗었다. 아즈카반에서의 생활이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얼굴을 말라빠진 해골처럼 만들어 버렸지만, 지금 그것은 들뜬 홍조로 빛나고 있었다.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응?"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좋아. 그럼. 제일 어린것부터 맛을 보여 줘야……잠깐만."

벨라트릭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세히 보려는 것 같은 모양새를 취했다. 그녀의 시선이 지니를 지나 릴리아나에게 닿았다. 릴리아나의 몸이 자기도 모르게 긴장으로 굳었다.

"저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벨라트릭스가 지팡이의 끝으로 입술 아래를 꾹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보다 못한 루시우스 말포이가 입을 열었다.

"벨라트릭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아, 그 계집이잖아!"

벨라트릭스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 젖비린내 나는 어린놈의 죽은 잡종 어미! 세상에, 스네이프가……"

"우리 중 누구라도 공격하면 구슬을 깨뜨리겠어!"

벨라트릭스의 말에서 스네이프가 나오자 긴장으로 가득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던 릴리아나는 그녀의 말에 화가 난 해리가 씩씩거리며 큰 소리로 외치자 곧 그 생각은 아지랑이처럼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이게 깨지면 너희들 대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걸? 볼드모트가 매우 실망할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 몇몇이 흠칫 놀라는 소리를 냈다. 벨라트릭스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그분의 이름을?"

"왜? 내가 그자의 이름을 부르면-"

"입 닥쳐!"

벨라트릭스가 빽 소리를 질렀다.

"감히 그 더러운 입으로 그분의 이름을 들먹이다니, 더러운 잡종의 혓바닥으로 그분의 이름을 욕되게 하다니, 감히-"

"그자도 잡종이라는 걸 알아?"

해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릴리아나의 옆에 있던 헤르미온느가 짧은 신음을 토했다.

"볼드모트, 그자의 엄마는 마녀지만 아빠는 머글이야-. 그런데 너희들한테는 자기가 순수혈통이라고 속여 왔나 보지?"

"스투페-"

"안 돼!"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지팡이 끝에서 빨간 빛이 튀어나왔으나, 말포이가 황급히 방향을 꺾었다. 말포이의 주문에 막혀서 방향이 꺾인 그 빨간 빛이 릴리아나의 바로 왼쪽에 있는 선반에 꽂히자, 유리구슬 몇 개가 박살이 났다.

바닥에 쏟아져 내린 유리 조각에서 진주처럼 허옇고 연기처럼 흐물흐물한, 유령의 모습을 한 두 형상이 나타나더니 제각기 뭐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령 같은 두 형상들이 서로 앞을 다투듯이 말을 했지만, 말포이와 벨라트릭스가 고래고래 질러 대는 고함 소리 때문에 재대로 들리지 않았다. 해리가 론에게 무어라 중얼거리자 론이 릴리아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해리가 신호를 하면 선반을 부수래."

릴리아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헤르미온느에게 론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안 된다고 했잖아! 예언을 뺏어야 해!"

"저놈이 감히……저 자식이 감히……"

벨라트릭스는 대중없이 악을 써 댔다. 릴리아나는 지팡이를 꾹 붙잡은 채 해리가 신호를 보내기를 기다렸다.

"저 더러운 잡종이……"

"예언을 뺏을 때까지 기다리란 말이야!"

말포이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고함 소리 사이로 해리가 외쳤다.

"지금이야!"

"리덕토!"

여섯 개의 주문이 여섯 방향으로 날아가고, 그들의 맞은편 선반들이 폭발했다. 높다란 진열장들이 휘청 넘어지고, 수백 개의 유리구슬들이 깨지고, 진주 빛의 허연 형상들이 허공에 나타나서 떠다녔다. 깨진 유리 조각들과 부서진 나무 조각들이 소낙비처럼 바닥에 쏟아지는 요란한 소리 속에서 그 형상들의 목소리가 마치 아득히 먼 옛날로부터 울려오는 메아리처럼 웅웅거렸다-.

"뛰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 운이 좋지 못했다. 괴상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미스터리 부서의 여러 방들을 겪고 헤르미온느, 론, 루나와 지니는 낙오되었으며, 겨우 죽음을 먹는 자들을 따돌렸나 싶었지만 아치문이 있는 이상한 방에서 해리와 네빌, 릴리아나는 다시 접전을 벌이게 되었다.

"자, 포터, 예언을 넘겨주든지, 아니면 친구가 끔찍하게 죽는 꼴을 보든지, 빨리 결정해!"

그녀의 말에 해리는 입술을 꾹 깨물며 따뜻한 구슬을 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말포이가 앞으로 펄쩍 뛰어왔다.

그때 두 개의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다섯 명이 뛰어 들어왔다. 시리우스, 루핀, 무디, 통스, 킹슬리였다.

말포이가 고개를 돌리고 지팡이를 쳐들었다. 그러나 통스가 이미 그에게 기절 주문을 날려 보낸 뒤였다. 릴리아나는 재빨리 제단 밑으로 몸을 날렸다. 느닷없이 나타난 기사단의 단원들이 움푹 파인 바닥을 향해서 계단을 펄쩍펄쩍 뛰어 내려오면서 주문을 퍼부어대자 죽음을 먹는 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댔다.

"네빌, 괜찮아?"

릴리아나가 엉금엉금 기어오는 네빌을 향해 달려가며 물었다.

"응."

네빌이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했다. 바로 그때 그들을 향해 초록색의 빛이 날아왔다. 벨라트릭스였다. 간신히 살인 저주를 피한 릴리아나가 재빠르게 지팡이를 들고 반격했다. 설마 반격할 줄은 몰랐는지 붉은 색 주문에 맞은 벨라트릭스의 얼굴에서 누군가 칼을 그은 것처럼 피가 흘러내렸다.

"아악! 저 계집이!"

벨라트릭스가 피가 철철 흐르는 얼굴을 손으로 막으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릴리아나! 네빌!"

재빠르게 뛰어와 벨라트릭스의 저주를 막은 시리우스가 외쳤다.

"어서 가라! 저쪽으로 가!"

릴리아나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네빌을 부축하며 거의 기다시피 제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긴 우리들이 상대하마! 어서 여길 나가! 어서!"

고개를 끄덕인 릴리아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네빌을 부축했다. 양 발을 다친 데다 타란텔레그라 주문에 걸린 네빌을 릴리아나가 부축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중간에 통스가 합류해 그들을 지켜주어 네빌에게만 집중하면 되었지만 체력이 딸렸다. 릴리아나는 제멋대로 발을 움직이는 네빌을 낑낑거리며 끌고 가며 출구가 있는 쪽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통스가 죽음을 먹는 자의 주문을 맞고 쓰러졌다.

"통스!"

릴리아나가 경악한 목소리로 외치며 지팡이를 빼들려고 했지만 옆에서 부축하고 있는 네빌 때문에 행동이 느렸다. 붉은 주문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이 느리게 보였다.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으려 할 때 해리가 번개같이 날아와 방어 주문을 외쳤다.

"프로테고! 스투페파이!"

릴리아나에게 주문을 날린 죽음을 먹는 자는 해리의 주문에 종이 인형처럼 쓰러졌다.

"해리!"

"도와줄게."

릴리아나에게 다가온 해리가 네빌의 팔을 자신의 목에 감았지만 감기가 무섭게 부욱 찢어진 해리의 솔기에서 예언이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제멋대로 버둥거리던 네빌의 한 발이 구슬을 정통으로 차 버렸다.

구슬이 오른쪽으로 3미터쯤 날아가다가 계단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구슬이 깨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던 해리와 네빌과 릴리아나의 입이 저절로 쩍 벌어졌다. 진주처럼 허연 눈이 엄청나게 큰 사람의 형상이 허공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 외에는 아무도 그걸 보지 못했다. 분명 그 형상의 입이 움직이는 걸 보았지만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부딪히고 부수는 소리, 비명 소리, 고함 소리가 너무도 시끄러워서 예언은 단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그 형상이 입을 다물고 곧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해리, 미안해!"

네빌이 소리쳤다. 여전히 두 다리를 버둥거리는 네빌의 얼굴에 괴로운 빛이 가득했다.

"점말 미안해, 해리. 일부여 그런 게 아니였셔-"

이가 부러진 네빌이 잔뜩 새는 소리로 사과했다. 해리가 소리쳤다.

"괜찮아! 빨리 일어나기나 해. 빨리 여기서 나가야-"

"더블도어!"

네빌이 말했다. 해리의 어깨 너머를 쳐다보는 땀방울이 송송 맺힌 네빌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뭐라고?"

"더블도어!"

릴리아나는 네빌이 쳐다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 바로 위에, 뇌의 방으로 통하는 문틀을 마치 액자인 양 뒤로 하고, 알버스 덤블도어가 떡하니 서 있었다. 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그의 하얀 얼굴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를 본 순간, 릴리아나는 강렬한 전류가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쳐 가는 걸 느꼈다. 이젠 살았어.

빨리 거기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어느새 잊어버린 네빌과 해리와 릴리아나를 향해서 덤블도어가 급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가 계단아래까지 거의 다 내려왔을 때에야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가 나타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저편에서 어느 죽음을 먹는 자가 원숭이처럼 허우적대며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덤블도어의 주문이 휙 날아가고,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에 꿰인 것처럼 그의 몸이 너무나도 가볍게 휘익 뒤로 날아왔다.

두 명만이 아직 싸우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릴리아나는 시리우스가 벨라트릭스가 쏜 빨간 빛을 피하는 걸 보았다. 시리우스가 그 여자를 보고 껄껄 웃고 있었다.

"또 해보시지, 실력이 형편없군!"

그의 고함소리가 움푹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벨라트릭스가 다시 날려 보낸 빨간 빛이 시리우스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시리우스의 얼굴에서 웃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의 두 눈이 충격으로 커졌다. 그러더니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리가 네빌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 덤블도어도 제단 쪽으로 돌아섰다.

시리우스의 몸이 바닥에 닿기까지는 한 세월이나 걸릴 것 같았다. 그의 몸이 밑으로, 밑으로 힘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벨라트릭스가 기분 나쁘게 깔깔 웃었다. 귀를 찢을 것 같은 높은 웃음소리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울려 퍼졌다. 쾅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산산조각 나며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가 났다. 벨라트릭스를 향해 달려가던 해리의 몸을 루핀이 뒤에서 두 팔로 해리를 끌어안았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해리-"

"아니에요! 아니야! 안 돼!"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해리……아무것도……시리우스는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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