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72화 (7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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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기사단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불사조 기사단-(24)

"죽지 않았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루핀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발버둥 쳤다.

"시리우스!"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시리우스!"

"돌아올 수 없어, 해리."

루핀이 말했다. 발버둥 치는 해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그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돌아올 수 없어, 시리우스는 죽-"

"죽-지-않-았-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시리우스!"

그들의 주위가 다시 어수선해져 있었다. 정신없이 떠들썩하고, 훨씬 더 많은 주문들이 번쩍번쩍 날아다녔다. 릴리아나는 멍하니 주저앉아 루핀이 몸부림을 치는 해리를 제단에서 끌어당기려는 모습과 시리우스가 밑으로 또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은 환상을 바라보았다.

덤블도어가 아직 그 방에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거의 다 잡아 방 한가운데에 몰아 놓고 있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밧줄에 묶인 듯이 꼼짝도 못했다. 매드아이 무디가 방을 엉금엉금 가로질러 가 쓰러져 있는 통스의 의식을 깨우려 노력했다. 제단 뒤에서는 아직도 섬광이 번쩍이고 있었으며 신음 소리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시리우스를 대신해서 킹슬리가 벨라트릭스와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루핀과 네빌이 무엇이라 얘기하고 있었지만 릴리아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제단 뒤에서 요란하게 바닥을 찧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터졌다. 킹슬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에 쓰러지는 걸 보았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달아나고, 덤블도어가 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가 주문을 날렸지만 그 여자는 얼른 방향을 꺾어 버렸다. 벨라트릭스는 계단을 중간쯤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해리- 안 돼!"

루핀이 소리쳤다. 그러나 해리는 어느새 루핀의 손을 떨쳐 버린 뒤였다.

"저 여자가 시리우스를 죽였어! 저 여자가 죽였어- 내가 저 여자를 죽일 거야!"

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가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 올라갔다. 루핀이 소리쳤다.

"안 돼! 해리 안 돼! 안 돼-!"

하지만 해리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멍하니 그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덤블도어가 해리가 사라진 곳으로 가는 것에 눈을 떼지 못하며 루핀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늘한 바깥 공기가 붉은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리고 단단한 흙바닥을 밟으며 눈에 익은 기사단 단원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며 홀로 먼저 호그와트로 돌아온 릴리아나는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스네이프를 발견한 순간 그대로 힘이 풀려 그에게 쓰러지듯이 안겼다.

"릴리아나."

창백하게 질린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풀려버린 다리에 힘을 주려고 하며 그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제발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고마워요 교수님. 교수님 덕분에……"

릴리아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걱정스런 그의 말에 릴리아나는 텅텅 비어버린 것 같던 가슴속에 따뜻한 어떤 것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한참동안 그렇게 안겨있으니 무척이나 안전하고 편안한 기분이었다. 마음이 안정되자 릴리아나의 머릿속에 미스터리 부서에서 만난 벨라트릭스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교수님."

"뭐냐."

"혹시 제가 해리의……."

그때, 갑자기 나타난 은색의 패트로누스가 릴리아나의 말을 끊고 스네이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리우스는 살아 있다. 매드아이 무디, 통스와 함께 성 뭉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말을 하는 패트로누스를 처음 본 릴리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가 시리우스가 살아 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릴리아나를 품에서 떼었다. 그가 의미모를 깊은 한숨을 쉬었다.

"목숨 한번 질기기도 하군."

"교수님!"

릴리아나가 나무라듯 말하자 스네이프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냥 한 말이다."

***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오다

금요일 밤에 발표한 성명에서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와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무슨 무슨 경이라고 떠드는 마법사가-여러분은 지금 제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잘 아시겠지만-하여간에 그자가 아직 살아 있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에게 알리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피곤에 지친 퍼지 장관이 기자들 앞에서 몹시 난감해하면서 말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 마법부에 고용된 것에 대해서 반감을 보여 왔던 아즈카반의 디멘터들이 집단 봉기를 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 점 역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그자들이 필시 그 흉물스런 자의 사주를 받은 게 틀림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마법사들에게 잠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현재 마법부는 각 가정을 위한 안내문을 제작 중이며, 마법 세계의 모든 가정에 무료로 보내 드릴 방어지침은 다음 달까지 도착할 것입니다.

마법부의 성명을 전해들은 마법 세계는 실망과 경악에 빠졌다. 지난 수요일까지만 해도 마법부로부터 '그 사람이 또다시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닌다고 하는 항간의 뜬소문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확증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다.

마법부의 태도를 이렇게 돌변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다만 그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무리의 추종자들이 목요일 밤에 마법부에 난입했던 것은 확실한 사실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최근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교장직에 복직함과 동시에 국제 마법사 연맹의 위원직과 위즌가모트의 마법사장에 복직한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는, 지금까지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우리 모두가 바라고 믿었던 바와는 달리, 그 사람이 죽지 않았으며, 다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위해 그의 추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살아 돌아온 그 소년'은……-

"해리, 여기 네 이야기가 나왔어. 난 이 작자들이 어떻게든 네 이야기를 언급할 줄 알았어."

신문 너머로 그를 쳐다보면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들은 병실에 있었다. 해리는 론의 침대 발치에 걸터앉아 있었고, 헤르미온느가 친구들에게 일요판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읽어주고 있었다. 삔 발목을 폼프리 부인이 한 번 세게 비틀어서 멀쩡하게 고쳐 놓은 지니는 헤르미온느의 침대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니에게 한 것과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깨진 코가 모양도 크기도 원래대로 되돌려진 네빌은 두 침대 사이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병문안하기 위해 잠깐 들른 루나는 헤르미온느가 읽어 주는 신문 기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이러쿵 저러쿵>>의 최신판을 거꾸로 들고 읽고 있었다.

"어쨌거나 해리는 다시 '살아 돌아온 그 소년'이 되었잖아?"

론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젠 무턱대고 잘난 척 떠벌리는 정신 나간 녀석은 아니야, 그지?"

그가 침대 곁의 캐비닛에 수북하게 쌓인 개구리 초콜릿을 한 움큼 집어서 해리와 지니, 네빌에게 몇 개씩 던져 주고, 자기 것도 포장지를 이로 물어뜯었다.

"온통 너를 칭찬하는 얘기야."

헤르미온느가 다른 기사들을 휙휙 읽어 내려갔다.

-……진실의 고독한 목소리……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받아 들여졌으나, 그 자신의 이야기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턱없는 조롱과 비방을 감당해 왔다…….-

헤르미온느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흥, 정작 자기들이 턱없이 조롱하고 비방했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군."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면서 한 손을 옆구리에 갖다 대었다.

"나는 이제 솔직히 상관 없……"

해리가 개구리 초콜릿을 우물거리며 입을 열자 병동 문이 쾅하고 열렸다.

"해리!"

"시리우스!"

해리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들어온 시리우스에게로 달려갔다. 폼프리 부인이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곳이라며 나무랐지만 시리우스는 듣는 기색 하나 없었다. 뒤를 이어 들어온 루핀이 미안한 얼굴로 폼프리 부인에게 사과를 했다.

킹슬리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 죽은 줄만 알았던 시리우스는 뒤늦게 성 뭉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벨라트릭스의 저주 마법과 기절 마법을 동시에 맞아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던 시리우스는 그대로 제단 아래로 떨어졌었고, 그대로 즉사해도 놀랍지 않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미동도 없던 시리우스는 누가 보아도 죽었다고 여길 정도였기에 시리우스의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을 발견했을 때는 멀린의 가호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온 몸의 뼈가 거의 부러진 데다 저주마법까지 맞았지만 시리우스는 놀라운 속도로 회복했고, 그가 퇴원을 하는데 엔 그다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해리 다시 살아남은 영웅이 되었고 죽음을 먹는 자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시리우스의 혐의도 풀렸다. 덤블도어 역시 다시 교장직에 복귀하였고, 맥고나걸 교수 역시 성 뭉고 병원에서 퇴원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엄브릿지는 도망치듯 호그와트를 떠나버렸다. 해리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숨어들었을 때, 켄타우로스들에게 데리고 가 그들이 처리해 주었다고 했다.

릴리아나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다정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리우스와 해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루핀은 정말 자신이 죽은 줄 알았냐고 또다시 시리우스에게 한소리를 듣고 왔는지 멀찍이 떨어져서 초췌한 얼굴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는 호그와트 급행열차 안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진 덕분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교수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해리를 공격하려고 일주일 내내 기회를 노려 왔던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이 해리가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고 있었다. 매복 장소가 우연찮게도 D. A. 회원들이 가득 찬 객실 바깥만 아니었더라면 그들의 작전은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때마침 발견한 그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서 해리를 도왔고,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의 얼굴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에 당했던 엄브릿지 못지않게 흉측해졌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기 전에 스치듯이 손을 잡아주었던 스네이프였다. 그것만으로도 퍼지는 온기는 손을 넘어 마음까지 자리했다.

지니가 다음 남자친구 후보로 딘 토마스를 찍었다는 말에 론이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는 소소한 사건과 함께 바깥의 풍경은 점점 시골의 것에서 도시의 것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열차가 천천히 킹스 크로스 역으로 들어오더니 이윽고 김을 뿜으면서 멈추었다.

차장이 그들에게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을 나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릴리아나는 자상하게 웃고 있는 세바스찬을 먼저 안아준 다음 위즐리 부부와 시리우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매드아이 무디가 더즐리 가족을 위협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프레드와 조지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서'의 후기를 물었다. 엄브릿지의 다른 곳들은 거의 복구가 되었지만 한쪽 얼굴만은 아직도 두꺼비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프레드와 조지는 낄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오랜만에 찾은 자신의 내면이 너무나도 완벽해서 혼동이 왔나 봐."

"가게에서 판매할 것은 몇 가지 재료들을 빼는 것이 좋겠어."

"그러게 말이야. 사실 우리도 이렇게 완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

키득거리며 서로의 손뼉을 치는 위즐리 쌍둥이들의 소리를 가르며 버논 더즐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협박이지."

매드아이가 말했다. 그는 버논이라는 자가 그 사실을 순식간에 알아차려 줘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당신들 협박에 넘어갈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요?"

버논 더즐리가 짖어 대듯이 말했다.

"음……."

무디가 중산모자를 뒤로 젖혔다. 뱅글뱅글 도는 너무도 섬뜩한 마법의 눈이 드러났다. 버논 더즐리가 자지러지게 놀라서 뒤로 펄쩍 뛰었다가 때마침 거기 있던 짐수레에 등을 찧었다.

"물론이야, 내 눈엔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걸, 더즐리."

그는 버논 더즐리에게서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포터……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소리를 질러. 만약에 사흘이 지나도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땐 우리 중에서 누군가가 그 집으로 쳐들어 갈 거야……."

페투니아 더즐리가 애처롭게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거기 있는 사람들이 자기 집 마당으로 몰려 들어가는 걸 이웃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무슨 망측한 소문이 날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는 것 같았다.

"잘 가, 포터."

뼈마디가 앙상하게 드러난 두 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덥석 잡고 무디가 말했다.

"연락해, 해리."

순서를 기다려 해리와 인사를 한 릴리아나가 말했다.

"우린 금방 보게 될 거야."

론이 해리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정말 곧 볼 거야. 약속할게."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햇살이 내리비치는 거리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이제 우리도 갈까요?"

"좋아."

릴리아나의 트렁크를 넘겨받자 세바스찬은 다른 한손을 릴리아나에게 내밀었다. 그가 하고 있는 넥타이에는 릴리아나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넥타이핀이 달려 있었다. 덥석 그의 손을 잡은 릴리아나는 나란히 햇살이 내리비치는 거리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불사조 기사단(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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