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76화 (7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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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왕자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혼혈 왕자-(4)

다음날 릴리아나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가 4학년 때 열렸던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보바통 대표였던 플뢰르 델라쿠르가 빌과 약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니와 헤르미온느, 특히 위즐리 부인은 그들의 결혼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위즐리 부인은 플뢰르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것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한창 위즐리 부인이 빌과 통스가 사랑에 빠지길 원해 통스를 자주 부른다는 얘기와 그녀가 요즘 변형술에도 계속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위즐리 부인이 지니에게 아래층으로 내려와 점심 준비하는 것을 도우라 말했다. 지니는 심통 난 얼굴로 투덜거리며 플뢰르를 아주 그럴싸하게 흉내 내며 길고 빨간 머리카락을 뒤로 휙 젖히더니 발레리나처럼 두 팔을 위로 높이 치켜든 채, 방 안을 도도하게 걸어 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잠시 소소한 대화를 하던 그들의 대화가 예언 쪽으로 흘러가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자신이 예언의 아이라는 것을 밝혔다. 겁에 질린 것 같은 무겁고 힘든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며 대화가 점점 심각해질 무렵,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헤르미온느가 검은 연기 뒤로 사라졌다.

"헤르미온느!"

해리와 론, 릴리아나가 동시에 소리쳤다 아침 식사가 담긴 쟁반이 미끄러지면서 마루 위로 와장창 떨어졌다.

헤르미온느가 망원경을 손에 꼭 쥔 채, 기침을 콜록거리며 연기 속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의 눈가는 검푸른 색으로 멍들어 있었다.

"난 이걸 눈에 갖다 댔을 뿐인데……그런데 이게……이게 날 쳤어!"

헤르미온느가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 했다. 과연 망원경 끝에는 작은 주먹이 대롱대롱 매달린 긴 스프링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헤르미온느의 사건 이후로 어두웠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밝아졌지만 곧 그것은 O. W. L.의 결과가 오늘 나온다는 해리의 말에 의해 혼란으로-헤르미온느의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가득 채워졌다.

***

해리 덕분에 마법부의 경호를 받으며 다이애건 앨리를 찾은 그들은 해그리드의 경호를 받으며 말킨 부인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가게 안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등 뒤에서 가게 문이 휙 닫히자마자, 초록색과 파란색 반짝이가 달린 망토들이 걸려 있는 옷걸이 뒤에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엄마는 아직도 모르시는 모양인데,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니까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쇼핑할 수 있다고요."

뒤이어 혀를 차는 소리가 나더니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아나는 이 가게의 주인인 말킨 부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자, 얘야. 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요즘엔 아무도 이 근방을 혼자 돌아다니지 않아. 그건 나이가 어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란다……."

"핀을 어디다 꼽고 있는 지나 제대로 보세요!"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에 금발 머리를 한 10대 소년이 옷걸이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짙은 초록색의 멋진 망토 한 벌을 걸치고 있었는데, 소매 단과 밑단에는 옷핀이 잔뜩 꽂혀 있었다. 그는 거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옷 입은 모양새를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하지만 금방 어깨 너머로 거울에 비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발견했다. 그는 회색빛 눈을 가늘게 떴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인지 궁금해 하고 계실까봐 알려 드리는 데요, 지금 방금 머글 태생 두 명이 들어왔어요."

드레이코 말포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꼭 그런 말을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말킨 부인이 언성을 높이며 줄자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옷걸이 뒤에서 황급히 달려 나왔다. 그러고는 문 쪽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다급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내 가게에서 지팡이를 뽑는 일이 생기는 건, 원치 않는단다!"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포이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서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보다 약간 뒤쪽에 서 있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안 돼. 하지 마. 정말이야. 그럴 가치도 없어……."

"그래, 너희들은 학교 밖에서 마법을 쓸 배짱도 없는 녀석들이지."

말포이가 빈정거렸다.

"그런데 네 눈은 누가 그렇게 시퍼렇게 멍들어 놨냐, 그레인저? 그 사람에게 꽃이라도 보내고 싶은걸."

"이제 그만 해라!"

말킨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뒤를 돌아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부인……죄송하지만 여기 좀 보세요……."

나시사 말포이가 옷걸이 뒤에서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그 지팡이 치우지 못해."

나시사 말포이는 차갑게 해리와 론에게 명령했다.

"만약 또다시 내 아들을 공격한다면, 내 장담하건대 그것이 너희들의 마지막인 줄 알아라."

"정말인가요?"

해리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태연자약하고 거만한 그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한데도 불구하고 언니와 무척 닮아 보였다.

"어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몇 명 불러다가 우리를 죽여 보시죠?"

갑자기 말킨 부인이 가슴을 움켜쥐면서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함부로 비난하면 안 된다. 그렇게 위험한 말을 하다니……. 제발 지팡이들 좀 치워라!"

하지만 해리는 지팡이를 낮추지 않았다. 나시사 말포이는 불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덤블도어의 총애를 받더니 무서운 게 없는 모양이군, 해리 포터. 하지만 덤블도어가 항상 널 따라다니며 지켜 주는 건 아니란다."

해리는 가소롭다는 듯이 가게 안을 빙 둘러보았다.

"와우……이것 좀 봐……. 덤블도어가 지금 여기 없잖아! 그러니 한번 해 보시죠? 사람들이 아즈카반에서 당신의 전과자 남편과 함께 쓸 수 있는 2인용 감방을 마련해 줄 텐데 말이에요."

말포이는 화가 나서 해리를 향해 덤벼들려고 하다가 그만 길게 끌리는 망토 자락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론이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우리 엄마에게 감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포터!"

말포이가 이를 갈았다.

"괜찮다, 드레이코."

나시사가 가늘고 하얀 손으로 말포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아들을 말렸다.

"내가 루시우스와 다시 만나기 전에, 포터가 먼저 부모님과 재회를 하게 될 테니까."

나시사의 시선이 해리의 뒤에 있던 릴리아나에게 닿았다. 해리가 지팡이를 더 높이 치켜들었다.

"해리, 안 돼!"

헤르미온느가 신음 소리를 내며 해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팔을 옆구리 쪽으로 끌어내리려고 애를 썼다.

"생각해 봐……. 이러면 안 돼……. 문제를 일으키게 될 거야……."

말킨 부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부인은 아직도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말포이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 왼쪽 소매 단을 조금 더 올려야 할 것 같구나. 어디 잠깐만……."

"아야!"

말포이가 부인의 손을 탁 치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핀을 어디에다가 찌르고 있는지 잘 봐야 할 것 아니에요! 엄마……나는 더 이상 이런 건 입고 싶지 않아요……."

말포이는 머리 위로 망토를 벗어서 말킨 부인의 발밑에 내동댕이쳤다.

"네 말이 맞구나, 드레이코."

나시사는 경멸에 가득 찬 시선으로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한 번 힐끗 돌아보더니 말했다.

"이제 보니 여긴 천박한 것들이나 물건을 사는 곳이구나……. 우린 트윌핏트 앤 태팅즈에 가서 옷을 맞추는 게 좋겠다."

나시사는 얼음도 얼릴 것 같은 차가운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한쪽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그녀를 비웃고 나갔다. 나시사를 뒤따라가던 말포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누가 보아도 비웃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나가는 길에 일부러 론과 최대한 세게 몸을 부딪쳤다.

***

교직원 테이블에서 스네이프를 찾아볼 수 없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던 릴리아나는 기숙사 배정식이 끝난 후에야 돌아온 스네이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릴리아나를 발견했는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던 얼굴에서 조금은 안도한 것 같은 희미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더니 스네이프는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한 채로 교직원 테이블로 올라가 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에 놀라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았다. 기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보이지 않던 해리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릴리아나 역시 놀라 크게 숨을 들이키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핀도르의 아이들 또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듯 해리에게 캐물으려고 했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무게를 잡으며 나중에 이야기 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말포이가 주먹으로 누군가의 코를 부셔 버리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릴리아나는 대강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러분에게 최고의 밤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직원 테이블에서 일어난 덤블도어가 환하게 웃으면서 연회장 전체를 끌어안으려는 듯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의 오른쪽 손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연회장 전체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 수군거림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한 덤블도어는 그저 빙긋이 웃으면서 자주색과 황금색의 무늬가 있는 소매를 흔들어 상처를 감추며 걱정할 것 없다고 경쾌하게 말했다.

"자……우리의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재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마법 수업으로 꽉 찬 1년이 또다시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군요……."

"내가 이번 여름에 보았을 때에도 교수님 손이 저렇게 되어 있었어."

해리가 릴리아나에게 속삭였다.

"지금쯤은 교수님 손이 다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면 폼프리 부인이 고쳐 주시든지 말이야."

"마치 죽은 시체처럼 보였어."

헤르미온느가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절대로 치료할 수 없는 상처들도 있지……. 오래된 저주들이나……해독제가 없는 독약들도 있고……."

"……그리고 우리 학교 관리인인 필치 씨께서 이 사실을 여러분께 알려 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에서 산 모든 물건들은 전면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소속 기숙사의 퀴디치 팀에서 뛰고 싶은 사람은 평소처럼 기숙사 사감 선생님께 이름을 적어 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퀴디치 해설자를 찾고 있으며, 지원자는 마찬가지로 이름을 적어 내면 됩니다. 올해도 새로운 교수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슬러그혼 교수님!"

슬러그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벗겨진 정수리가 촛불 아래에서 반들반들하게 빛났다. 그리고 조끼를 입은 그의 커다란 배는 테이블 위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의 옛 동료이기도 한 이분께서 다시 옛날처럼 마법약 수업을 맡는 걸 허락해 주셨습니다."

"마법약 수업이라고?"

"마법약?"

연회장 전체가 술렁술렁 소란해졌다. 사람들은 방금 그 말을 제대로 들은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마법약 수업이라고?"

론과 헤르미온느도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동시에 내뱉었다. 릴리아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말했잖아……."

"한편 스네이프 교수님께서는……."

덤블도어가 수군대는 소리에 목소리를 한층 높여서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맡게 되실 것입니다."

"안 돼!"

해리가 부르짖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많은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하지만 해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어쨌든 분노에 가득 차서 교직원 테이블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해리, 너는 슬러그혼 교수님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맡게 될 거라고 그랬잖아!"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난 그런 줄 알았어!"

해리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한편 덤블도어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스네이프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었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한 손을 들어서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에 응답을 할 뿐이었다.

"그래, 이거 잘된 일이네."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스네이프도 이제 올해만 지나면 끝나겠군."

내심 스네이프가 오랫동안 원하던 과목을 가르치게 되어서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던 릴리아나는 해리의 말에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자리는 징크스가 있잖아. 어느 누구도 1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킨 적이 없어. 퀴렐은 심지어 그 수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기까지 했잖아……. 나는 개인적으로 또 한 번 그런 일이 일어나길 빌겠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릴리아나를 한번 흘끗 쳐다보더니 비난하듯이 소리쳤다.

"스네이프는 아마 올해가 끝나면 다시 마법약 수업을 맡게 될 거야."

론이 분별력 있게 말했다.

"슬러그혼 교수님이 그렇게 오래 있을 리가 없어. 무디도 안 그랬잖아."

그 뒤로 덤블도어가 무어가 연설을 했지만 릴리아나의 귀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한 듯 스네이프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는 해산하라는 덤블도어의 말에 그리핀도르 무리에서 살짝 빠져나와 스네이프의 지하 감옥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십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피곤한 얼굴의 스네이프가 마침내 나타났다. 서늘한 벽에 기대 서 있던 릴리아나가 몸을 벌떡 일으켜 외쳤다.

"교수님!"

릴리아나가 쪼르륵 스네이프에게 달려갔다.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온 스네이프가 예고도 없이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은은한 비누향이 훅 끼쳐왔다. 되레 당황한 릴리아나가 말을 더듬었다.

"교, 교, 교수님?"

하지만 스네이프는 대답이 없었다. 뜻밖의 상황에 허둥대던 릴리아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그녀를 끌어안는 그의 힘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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