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79화 (7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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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왕자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혼혈 왕자-(7)

10월 중순쯤이 되자 이번 학기 들어서 처음 맞이하는 호그스미드 주말 방문일이 돌아왔다. 학교 주변을 둘러싼 보안 조치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이 마당에 호그스미드를 방문하는 게 여전히 가능할까 걱정스럽긴 했지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몇 시간만이라도 벗어난다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릴리아나는 위즐리 부인이 손수 떠 준 스웨터를 몇 겹씩 단단히 껴입고, 망토와 목도리, 장갑까지 챙긴 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호그스미드로 가기 위해 줄을 섰다.

필치는 평소처럼 떡갈나무 앞에 떡 버티고 서서, 호그스미드 방문을 허락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필치가 비밀 탐지기로 모든 사람들을 세 번씩이나 조사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도대체 우리가 어둠의 마법 물건을 밖으로 몰래 가지고 나간다 하늘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론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길고 가느다란 비밀 탐지기를 힐끔 쳐다보며 따졌다.

"우리가 뭘 가지고 들어오는지 그거를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론은 그 시건방진 말대꾸 때문에 탐지기로 뺨을 몇 번 더 쿡쿡 찔리고 나더니, 진눈깨비와 폭풍 속으로 걸어 나갈 때까지도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호그스미드까지 걸어가는 길은 그대지 유쾌하지 않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릴리아나는 온 몸에 중무장을 했지만 칼로 에는 듯이 쓰라린 바람에 이를 딱딱 부딪쳤다. 마을로 가는 길은 매서운 바람을 맞아 허리를 꼬부리고 가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가는 내내 이번 호그스미드 방문은 전혀 즐거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호그스미드에 도착해 종코의 장난감 가게를 판자로 막아 놓은 것을 보자 그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 게다가 허니듀크에서 만난 슬러그혼은 해리를 어떻게든 자신의 만찬에 초대하려고 애를 쓰며 릴리아나와 헤르미온느가 그 만찬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소개하는 바람에 그녀들은 어색한 미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바퀴벌레 과자를 보는 듯 론에게 힐끗 시선을 던지고 떠난 슬러그혼을 만났던 것이 무섭게, 그들은 스리 브룸스틱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리우스의 물건을 훔치는 먼더구스를 만나야 했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말을 하겠다며 펄펄 뛰었다. 그렇게 전혀 즐겁지도 않은 짧은 외출을 마무리하고 갈수록 더욱 험악해지는 날씨를 뚫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일이 터지고 말았다.

케이티 벨과 한 친구의 뒤를 따라서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릴리아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회오리치는 진눈깨비를 피해 고개를 잔뜩 수그린 채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갔다.

잠시 후에 릴리아나의 귀에 케이티 벨과 그녀의 친구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커져 갔다. 릴리아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여학생은 케이티가 손에 들고 있는 뭔가를 두고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건 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 린느!"

진눈깨비가 점점 더 사납고 거세게 몰아쳤다. 릴리아나가 머리카락에 붙은 눈을 떼어내려 손을 올린 순간, 린느가 케이티의 손에 있는 꾸러미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케이티가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꾸러미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케이티가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으로 붕 솟아올랐다. 마치 새가 날아오르는 듯이 두 팔을 우아하게 쫙 펼친 자세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뭔가 섬뜩했다……. 케이티의 머리카락은 맹렬하게 몰아치는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그녀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공허하고 무표정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릴리아나 그리고 린느는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땅에서 2미터가량 솟아올랐을 때, 갑자기 케이티가 무시무시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음이 분명했다. 케이티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린느도 함께 비명을 지르며 케이티의 발목을 붙잡고 어떻게든 땅으로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도 그녀를 도와주려고 황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케이티의 발목을 붙잡자마자, 그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버렸다. 케이티는 계속해서 너무나도 심하게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계속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이 케이티를 바닥에 눕히자, 그녀는 사지를 마구 내저으며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도 우연히 지나가던 해그리드의 도움을 받아 케이티를 호그와트에 옮길 수 있었다. 론이 찢어진 갈색 종이 꾸러미 안에 든 화려하게 장식이 된 오팔 목걸이를 만지려하자 그를 말린 해리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싸서 집어 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맥고나걸이 묻자 자초지종을 설명한 해리는 말포이가 범인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맥고나걸은 단호하게 말포이는 오늘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았다 못을 박았다.

케이티는 결국 다음날 성 뭉고 병원에 실려 갔고 해리는 '죽음을 먹는 자, 말포이'라는 이론을 계속해서 내세웠지만 론과 헤르미온느, 그리고 릴리아나는 못 들은 척 무시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굳세게 고수했다.

***

릴리아나는 펄떡거리는 씨주머니를 역겹다는 듯 바라보며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토할 것처럼 굴지 말고, 다들 즙을 짜내도록 하세요! 신선할 때 제일 효과가 좋으니까 말이에요!"

약초학 교수인 스프라우트 교수가 소리쳤다.

"그런데 말이야. 슬러그혼 교수님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 모양이더라. 해리, 이번에는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재간이 없을 거야. 왜냐하면 나랑 릴리더러 네가 한가한 저녁이 언제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거든. 그러니 반드시 네가 올 수 있는 날 밤으로 파티 날짜를 잡겠지."

해리가 신음 소리를 냈다. 한편 양손으로 씨주머니를 붙잡고 그릇 안에서 터뜨리려고 애를 쓰던 론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온 힘을 다해서 마구 씨주머니를 짓누르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것도 순전히 슬러그혼이 총애하는 제자들만을 위한 파티겠네, 안 그래?"

"그래, '민달팽이 클럽'만을 위한 파티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순간 씨주머니가 론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끈 빠져나가더니 온실 유리에 철썩 부딪힌 다음, 다시 튕겨 나가 스프라우트 교수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그녀의 낡고 누덕누덕한 모자를 날려버렸다. 해리가 황급히 씨주머니를 주우러 달려 나갔다.

"'민달팽이 클럽'이라……."

론이 딱 말포이에게나 어울릴 법한 비웃음을 실실 흘리며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것 참 안됐구나. 부디 즐거운 파티가 되길 바란다.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아예 맥클라건이나 꼬셔 보지 그러니? 그럼 슬러그혼이 너희를 한 쌍의 왕 달팽이와 여왕 달팽이로 만들어 줄 텐데……."

"슬러그혼 교수님이 손님을 데려와도 된다고 했어."

헤르미온느가 발그스레하게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난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 작정이었는데, 네가 정 그렇게 한심하게 생각한다면 굳이 부탁하지는 않을게."

씨주머니를 주워 돌아온 해리가 갑자기 씨주머니가 담겨 있는 그릇을 붙잡고 시끌벅적하고 야단스런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씨주머니를 열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나를 초대할 생각이었다고?"

론의 목소리가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

"그래."

헤르미온느가 토라진 목소리고 대답했다.

"하지만 너는 나에게 맥클라건과 잘해 보라고 했으니까……."

릴리아나는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파트너 문제 때문에 릴리아나도 걱정으로 가득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스네이프와 가고 싶었지만 아직 호그와트에 재학 중인 학생의 신분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스네이프와 참석하는 것은 멀린이 아직도 살아있을 확률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홀로 참석하는 것은 그녀의 매력 정도가 평가되었으므로 혼자 참석하기도 애매했다. 릴리아나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론과 헤르미온느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딘과 지니가 키스하는 것을 들키자 지니는 해리는 초 챙과 키스했으며 헤르미온느는 빅터 크룸과 키스했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들은 론이 그 이후로 헤르미온느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들의 관계가 점점 더 악화되어도 할로윈은 찾아왔고 마침내 릴리아나의 생일까지 찾아왔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하니 앉아있던 릴리아나는 세바스찬이 보낸 커다란 선물 꾸러미와 위즐리 부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보낸 선물들을 발견하고 단번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일 축하해 릴리! 그리고 성인이 된 것도 축하하고."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의 선물을 풀어보고 있을 무렵, 준비를 마친 헤르미온느가 그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마워, 헤르미온느."

싱긋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한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가 침실을 나가기 무섭게 들어오는 커다란 갈색 부엉이에 놀라 잠시 몸을 흠칫 떨었다. 갈색 부엉이는 방을 한 바퀴 돌더니 릴리아나에게 내려와 편지를 건넸다. 편지 봉투에 수신인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으나, 릴리아나는 단번에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빽빽하고 촘촘한 글씨로 가득 찬 편지를 읽던 릴리아나의 입 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그날따라 하루가 길었다. 하루 종일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띤 채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던 릴리아나가 거의 9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낑낑거리며 약초학 숙제를 하던 해리가 물었다.

"잠깐 밖에 바람 좀."

단단하게 두꺼운 망토를 입으며 릴리아나가 대답했다. 소파에 널브러져있는 론을 지나쳐 그리핀도르 기숙사를 나온 릴리아나가 생각보다 더욱 추운 복도에 몸을 한번 부르르 떤 후 지하 감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금시간이 한 시간정도 남아 있었지만 모두 도서관에 있거나 휴게실에 있는 모양인지 복도는 한산했다. 7층에서부터 지하 감옥까지 한달음에 내려온 릴리아나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한 뒤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교수님? 교수님 안에 안계세요?"

릴리아나가 문을 두드리며 물었지만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인지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릴리아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조금 추운 감이 있었지만 복도보다는 따뜻했다.

"교수님?"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부르며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천천히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던 릴리아나는 문에 붙어 있는 메모를 발견하고 그것을 떼어냈다.

-잠시 급한 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운다.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고 있어라.  p. s 생일 축하한다. 탁자 위에 선물을 두었다.-

메모를 모두 읽은 릴리아나가 미소를 지으며 스네이프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서류들이 가득 쌓여있는 책상 사이에는 거의 줄지 않은 에메랄드빛의 액체가 담겨있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 두개를 붙여놓은 것 만 한 병이 있었다.

"이게 뭐지? 음료수인가?"

병을 막고 있는 마개를 열고 냄새를 맡던 릴리아나는 쌉싸래한 향과 함께 올라오는 과일 향에 고개를 갸웃했다. 릴리아나가 들고 있던 메모를 뒤집어보며 살폈지만 어디에도 이것이 무엇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향을 맡던 릴리아나는 조심스레 병을 들어 에메랄드빛의 액체를 따라 홀짝였다. 풋과일의 향이 나면서도 무언가 중후한 맛이 나는 오묘한 맛과 함께 식도에서부터 시작된 열기에 릴리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법약인가?"

맛이 꽤 괜찮았기에 연속으로 세 모금정도 들이킨 릴리아나는 어쩐지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추울 때 먹는 약인가?"

방 안은 쌀쌀했고 순간 몸이 후끈 달아오르긴 했지만 이내 식어버리자 릴리아나는 병을 들고 에메랄드 빛 액체를 꿀꺽꿀꺽 삼켰다. 목부터 시작한 화끈거리는 것이 위로 내려가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들고 있는 병을 내려놓고 스네이프의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세브으 교수님으은 언제 오시려나아?"

어쩐지 릴리아나는 말꼬리를 끌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다시 병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릴리아나가 헤헤 웃으며 또 다시 한 모금 마셨다. 평소라면 마법 약을 복용하는데 적정한 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진즉에 몇 모금 마시고 그만 두었겠지만 지금은 신경이 그쪽으로 미치지 않았다. 몸이 흐늘흐늘 흐트러졌다. 힘없이 의자에 몸을 맡기며 누워있던 릴리아나가 헤실헤실 웃으며 또다시 액체를 마셨다. 그녀의 볼이 붉었다.

기분이 막연하게 좋아졌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간간히 에메랄드 빛 액체를 마시던 릴리아나는 흘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약속한 시간에서 30분 정도 지나 있었지만 스네이프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스네이프가 들어왔다. 평소와 같은 복장으로 성큼성큼 들어온 그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의 얼굴을 보자 막연하게 좋아졌던 기분은 하늘을 날 것 같이 극단적으로 치솟았다. 릴리아나가 백합이 만개하는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세베루쯔!"

쯔? 스네이프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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