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87화 (8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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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왕자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혼혈 왕자-(15)

맑고 푸른 하늘이 성의 작은 탑 위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릴리아나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함께 햇살이 비치는 잔디밭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해리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의 손에는 '순간이동 시 범하기 쉬운 일반적 실수들과 그것을 피하는 법'이라고 적힌 마법부의 전단을 꼭 쥐고 있었는데, 바로 그날 오후에 시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전단들은 초조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때 여학생 한 명이 길모퉁이에서 나타나자, 론은 화들짝 놀라면서 헤르미온느의 뒤에 숨으려고 했다.

"라벤더가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오, 다행이다."

론이 한숨을 쉬었다.

"해리 포터?"

여학생이 말을 걸었다.

"너에게 이걸 전해 주라더라."

"고마워……."

해리는 긴장한 기색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여학생이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사라지자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가 그 기억을 알아낼 때까지 더 이상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혹시 네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시려는 게 아닐까?"

해리가 양피지를 펼치는 것을 보며 릴리아나가 추측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편지에는 가늘고 길고 비스듬한 덤블도어의 필체 대신, 지저분하고 삐뚤삐뚤한데다가 심지어 여기저기 잉크가 번진 커다란 자국들까지 있어서 더더욱 읽기 힘든 글씨로 아라고그가 죽었다고 써 있었다.

릴리아나와 헤르미온느를 거쳐 마지막으로 론까지 편지를 읽고 나자 론은 벌컥 화를 냈다.

"도대체 제정신이야? 그 녀석은 자기 동족들에게 해리와 나를 잡아먹으라고 말했던 놈이라고! 실컷 먹으라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해그리드는 우리더러 거기 가서 그 징그러운 털북숭이를 붙잡고 함께 울어 줬으면 한다는 거야?"

"그것뿐만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한마디 거들었다.

"해그리드는 우리더러 밤중에 성 밖으로 나오라고 하고 있어. 보안이 엄청나게 철저해졌고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 우리가 커다란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야……."

"우리는 전에도 밤중에 해그리드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잖아."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 때문은 아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반박했다.

"우리는 이미 해그리드를 돕기 위해 여러 번 위험을 무릅썼어. 하지만 아라고그는 죽었잖아. 혹시 그것을 살리기 위한 문제라면 또 모를까……."

"그럼 난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아."

론이 딱 잘라 말했다.

"헤르미온느, 넌 그 녀석을 만난 적이 없어서 그래. 말도 마. 죽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거야."

편지를 돌려받은 해리는 온통 잉크가 얼룩진 양피지를 내려다보았다.

"해리, 절대 갈 생각도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못을 박았다.

"그런 무의미한 일로 징계를 받을 수는 없어."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나도 알아. 우리 없이 해그리드 혼자서 아라고그를 묻어 줘야 할 거야."

"그래, 그렇다니까."

헤르미온느는 비로소 안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해리, 오늘 오후에 있는 마법약 수업에는 들어오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거야. 우리 모두 시험을 치르러 가니까 말이야. 그때 슬러그혼 교수님을 한번 설득해 봐!"

"57번째 행운을 노려보라고? 그 말이야?"

"해리가 비관적으로 말했다.

"행운?"

론이 갑자기 소리쳤다.

"해리, 바로 그거야. 행운을 잡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네 행운의 마법약을 쓰란 말이야!"

"론, 그래……바로 그거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이 해리에게 펠릭스 펠리시스를 사용하라고 설득하는 동안 릴리아나는 멍한 얼굴로 아른아른 일렁거리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순간이동에 관한 마법부의 전단은 눈에 들어오지 않은지 오래였다.

"응……좋아. 만약 오늘 오후에도 슬러그혼 교수님에게 말을 붙이는 데 실패한다면, 오늘 저녁에 펠릭스 펠리시스를 마시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거야."

"그럼 그렇게 하기다."

헤르미온느는 활기찬 목소리로 결론을 내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우아한 자세로 한 바퀴 빙그르 돌았다.

"목적지……의지……신중함……."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오, 제발 그만 해."

론이 애원했다.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단 말이야……. 이런, 어서 나 좀 숨겨 줘!"

"라벤더가 아니……릴리?"

또 다른 여학생 두 명이 잔디밭에 나타나자 론이 얼른 그녀의 등 뒤로 몸을 숨기자 짜증을 내려던 헤르미온느는 조용한 릴리아나가 이상한 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응?"

릴리아나가 뒤늦게 대답하자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너 괜찮아?"

"내가 왜?"

"너 오늘 좀 아파 보여."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열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몸이 좀 뜨거운 것 같아."

"햇빛 아래에서 오래 있어서 그런가봐."

릴리아나가 손바닥을 자신의 뺨에 대며 말했다. 헤르미온느의 말대로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 때마침 성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들어가자."

론이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들어가자. 볼이 빨개. 시험을 보기 전에 폼프리 부인에게 가볼래?"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고개를 저은 릴리아나는 두 사람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사람 다 잘할 거야."

해리가 그들을 격려했다. 그들은 순간이동 시험을 보려는 다른 학생들과 합류하기 위해 현관 입구 쪽으로 향했다.

"행운을 빌어."

"너도!"

헤르미온느가 지하 교실로 향하는 해리에게 인사를 했다. 잠시 후 세 사람은 현관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순간이동 시험을 보려는 6학년 아이들로 가득했다. 잠시 후 모든 아이들이 모인 것을 확인한 시험관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하며 호그스미드로 향했다.

시험관은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허니 듀크까지 순간이동을 하면 시험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릴리아나의 순서는 거의 끝이었다.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론과 헤르미온느와 마지막까지 마법부에서 나눠준 순간이동에 대한 전단을 읽던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가 먼저 시험을 보기 위해 떠나고 곧이어 론까지 떠나고 나자 홀로 남게 되었다.

"릴리아나 퀸! 퀸, 어디 있나요?"

순간이동 시험관이 릴리아나를 불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릴리아나는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가 시험관이 표시해둔 자리 위에 섰다.

"언제든지 준비가 되면 순간이동을 하면 됩니다."

시험관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답하듯 옅게 미소를 지어준 릴리아나가 여러 번 심호흡을 한 후 머릿속으로 3D를 다시 한 번 외웠다. 입모양으로만 소리 없이 목적지, 의지, 신중함을 중얼거리던 릴리아나가 우아한 자세로 한 바퀴 빙그르 돌았다.

좁은 고무 튜브를 통과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되는 것이 끝이 나자 릴리아나의 발이 깃펜 가게 앞에 닿았다. 릴리아나가 한 번 크게 휘청거리자 시험관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주었다.

"괜찮나요?"

갑자기 멀미를 하는 것 같이 속이 미식 거려 입을 막은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이동 초보자들 중에 그렇게 멀미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시험관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계속해서 그런 기분이 든다면 찬 물을 마시세요. 그러면 좀 진정이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속이 울렁거려 간신히 나지막하게 대답을 하자 시험관은 신체가 분리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 합격 판정을 내렸다. 사라지지 않는 멀미감에 입을 막은 채로 묵묵히 서 있던 릴리아나는 합격했다는 소리를 듣자 가게 한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헤르미온느와 론에게로 향했다. 예상대로 헤르미온느는 한 번에 합격했지만 안타깝게도 론은 한쪽 눈썹의 절반을 떨어뜨리고 오는 바람에 떨어지고 말았다.

시험관의 말대로 찬물을 마셨음에도 하루 종일 멀미를 하는 것 같이 울렁거리고 계속해서 미열 증상이 있던 릴리아나는 해리의 계획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해리는 결국 슬러그혼에게서 기억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해리는 다음 날 아침 마법 수업 시간 동안 얼마나 교묘한 방법으로 슬러그혼으로부터 기억을 빼냈는지를 말해 주었고, 세 사람은 모두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볼드모트의 호크룩스에 대한 이야기와, 덤블도어가 또 다른 호크룩스를 발견하면 해리를 함께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해리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자 론은 라벤더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헤르미온느와 론이 침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라벤더가 마구 소리를 질러 댈 때엔 정말 끔찍했지만 적어도 먼저 끝내야만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고 말을 하는 론에게 헤르미온느가 겁쟁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곧이어 헤르미온느는 지니와 딘이 헤어졌다는 소식도 말해주었다.

마법 수업이 끝난 뒤, 오래간만에 다 함께 수업이 없는 자유 시간이 찾아왔다. 네 사람은 휴게실로 향했다. 론은 라벤더와의 관계를 끝내서 무척이나 홀가분한 기색이 역력했고, 헤르미온느도 꽤 즐거워 보였다. 해리가 도대체 뭐가 좋아서 싱글벙글 하냐고 묻는 말에 그저 "날씨가 좋잖아"하고 간단하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비록 화장실 문을 들어간 후부터 성 뭉고 병원에서 퇴원하기 2주일 전까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케이티도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성 뭉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5월의 화창한 날들은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날도 따뜻해지고 공기도 포근해져서 그런지 릴리아나는 하루를 거의 졸면서 보냈다. 온몸이 나른했다. 자도 자도 졸린 것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졸렸다. 릴리아나가 잠을 위해 식사시간까지 포기하자 헤르미온느는 졸려도 식사는 챙기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딱히 큰 효과는 있지 않았다.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릴리아나와는 다르게 호그와트는 학기의 마지막 퀴디치 시합으로 인해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대 래번클로의 시합은 아직도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우승의 향방이 이번 경기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번 시합은 학교 전체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래번클로와의 시합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휴게실에서 숙제를 하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릴리아나를 깨운 헤르미온느는 식사를 하러 내려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론은 또다시 토하러 가까이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고, 헤르미온느는 지난번 산술점 작문에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면서 백터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가 버렸다. 결과적으로 해리와 릴리아나 단 둘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둘만 남게 되자 해리는 릴리아나의 눈치를 보며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살펴보았다. 말포이가 필요의 방에 들어갔는지를 살펴보는 모양이었다. 지도에서 의외의 것을 발견한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떴던 해리는 하품을 하는 릴리아나를 재촉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연회장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래층 남학생 화장실로 내려가자 릴리아나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댄 해리가 화장실 밖에 서서 문에다 귀를 바싹 갖다 대더니 살그머니 화장실 문을 열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문 쪽으로 등을 돌리고 두 손으로 세면대의 양쪽을 꽉 움켜쥔 채, 금발 머리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그러지 마."

화장실 칸막이 안 어딘가에서 모우닝 머틀의 구슬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지 말고……뭐가 잘못되었는지 말해 봐…….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어."

말포이가 말했다.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나른하게 남아있던 잠기운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 작동이 안 돼……. 내가 빨리 이 일을 하지 못하면……그가 날 죽이겠다고 했어……."

말포이는 울고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엉엉 울고 있었다. 그의 창백한 뺨을 타고 줄줄 흐르는 눈물이 더러운 세면대 위로 뚝뚝 떨어졌다. 릴리아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말포이가 숨을 몰아쉬며 울음을 한 번 삼키더니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들고 금이 간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어깨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해리와 릴리아나를 발견했다.

말포이는 지팡이를 뽑아 들고 휙 돌아섰다. 해리는 릴리아나를 보호하듯 그녀를 가리며 자신의 지팡이를 뽑았다. 말포이가 쏜 저주는 아슬아슬하게 해리를 빗나가서 벽에 달린 등잔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린 해리는 주문을 날렸지만 말포이는 그것을 막아내고 다시 공격을 하기 위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안 돼! 안 돼! 그만 해!"

모우닝 머틀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타일이 깔린 화장실 안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만! 그만 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릴리아나의 뒤에 있던 쓰레기통이 폭발했다. 릴리아나 역시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말포이의 귓전을 스쳐 지나간 주문은 벽을 맞고 다시 튕겨 나와 모우닝 머틀의 아래쪽에 있던 물탱크를 강타했다. 그녀는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러 댔다. 사방으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고, 해리는 화장실 바닥에 그만 미끄러지며 지팡이를 놓치고 말았다. 그 순간 말포이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크루시……."

"섹튬셈프라!"

릴리아나가 말포이를 향해 혼혈 왕자의 책에서 보았던 주문을 날렸다. 왜 적에게 사용하라는 것인지는 금세 나타났다. 말포이의 가슴과 얼굴에서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 단번에 그를 베어 버린 것 같았다. 말포이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더니 물이 흥건하게 고인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힘없이 축 늘어진 그의 오른손에서 지팡이가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다.

놀란 릴리아나가 경악한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넘어졌던 해리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말포이에게 달려갔다. 말포이의 얼굴은 이제 붉은 피로 번들거렸고, 그의 하얀 손은 피가 쏟아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몸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역한 피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누군가 위에 손을 넣어 헤집는 것 같은 역한 느낌에 입을 막았던 릴리아나가 허리를 숙이며 헛구역질을 했다. 말포이는 자기가 흘린 피 웅덩이 속에 누워서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제 모우닝 머틀은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큰 소리로 악을 쓰고 있었다.

"살인이야! 화장실에서 살인이 일어났어! 살인이야!"

릴리아나의 등 뒤에서 문이 활짝 열렸다. 누군가 황급히 뛰어 들어와 허리를 숙인채로 비틀거리며 욱욱 거리고 있는 릴리아나를 지나쳐 해리를 옆으로 거칠게 밀치고 말포이의 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지팡이를 뽑아 들더니, 노랫가락 같은 주문을 흥얼거리며 지팡이로 릴리아나의 저주 때문에 생긴 깊은 상처 위를 훑어갔다. 정신없이 솟구치던 피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해리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릴리아나를 붙잡자 그녀는 해리의 팔을 뿌리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릿하고 역한 피 냄새를 뒤로 하고 서늘한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반복하던 릴리아나는 창백한 얼굴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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