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90화 (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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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왕자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혼혈 왕자-(18)

그녀가 긍정을 하자 해리는 숨을 돌리더니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오늘 밤에 여기 안 계실 거야. 그러니까 말포이 녀석은 자기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할 게 분명해. 아니, 그냥 듣기만 해!"

그들이 뭔가 말을 가로막으려고 할 때마다, 해리는 버럭 화를 내며 그들의 입을 막았다.

"말포이 녀석이 필요의 방에서 신이 나서 함성을 질렀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자, 여기……."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손에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쥐여 주며 말했다.

"넌 그 녀석을 잘 감시하도록 해. 스네이프도 마찬가지야. D. A. 회원들 중에 모을 수 있는 아이들은 전부 동원하도록 해. 갈레온 연락 장치는 아직도 쓸 수 있는 거지?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학교에 추가의 보안 조치를 취해 놓으셨다고 말씀하셨어. 하지만 거기에 스네이프가 끼어 있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의 보안 조치가 뭔지 잘 알고 있을 테니, 당연히 피하는 방법도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설마 너희들까지 감시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거야."

"해리……. 지금 스네이프는 없어."

"지금 너희들이랑 입씨름……뭐?"

해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감시를 해. 비밀 지도에서 찾아내서 붙어 다니든 그의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든 말이야. 이것도 받아."

해리가 론의 손에 양말을 쥐어 주었다.

"고마워."

론이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어……그런데 양말은 왜 필요하지?"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필요할 거야. 펠릭스 펠리시스야. 너희 셋이랑 지니랑 나누어 마셔. 나대신 지니에게 인사 전해주고 말이야. 이제 진짜 가야겠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기다리셔서……."

"안 돼!"

론이 황금색 약이 담긴 작은 병을 꺼내자, 헤르미온느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우린 괜찮아. 네가 가져가. 너야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어?"

"그래 해리, 나한테도 펠릭스 펠리시스는 있으니까 이거 가져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녀들의 말에 고개를 저은 해리가 대답했다.

"난 괜찮을 거야. 덤블도어 교수님과 함께 가잖아. 난 너희들이 모두 무사했으면 해……. 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마, 헤르미온느. 그럼 나중에 보자……."

해리는 황급히 초상화 구멍을 빠져나갔다. 셋 사이에는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

"다 끝났다. 어서 가자!"

복도에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스네이프의 사무실 앞을 지켰지만 내내 보이지 않던 그였다. 헤르미온느와 함께 죽음을 먹는 자와 싸우고 있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렸다. 그 바람에 붉은 색의 주문이 날아왔지만 헤르미온느가 방어 마법을 펼친 후 기절 주문을 날려준 바람에 릴리아나는 무사할 수 있었다.

"어서 가봐!"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릴리아나가 머뭇거리는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빨리!"

떨리는 눈으로 헤르미온느와 복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전한 후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났던 복도로 달려갔다. 저 멀리 복도 끝을 돌아서서 사라지는 스네이프의 모습이 보였다. 스네이프와 말포이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그 싸움판 속을 잘도 뚫고 나가는 것 같았다. 릴리아나가 그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자 땅딸막한 죽음을 먹는 자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크루시오!"

해리가 주었던 행운의 물약을 마셨던 덕분인지 저주는 릴리아나를 비껴갔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펠릭스 펠리시스가 효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저주를 날렸던 죽음을 먹는 자, 아마커스는 쉴 새 없이 저주를 날리며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 웃었다.

"크루시오……크루시오……언제까지나 그렇게 춤을 출수는 없을걸, 예쁜이……."

"임페디멘타!"

그녀의 뒤에서 어느새 달려온 해리가 소리쳤다. 그의 주문은 아마커스의 가슴에 명중했다. 그는 돼지처럼 꽥 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붕 날아가서 맞은편 벽에 쾅 부딪히고는 주르르 미끄러졌다. 그 앞으로 론과 맥고나걸 교수, 루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제각기 죽음을 먹는 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너머로 덩치가 커다란 금발의 마법사와 싸우고 있는 통스가 보였다. 그 마법사는 사방으로 저주를 날리고 있었는데, 벽에 맞고 이곳저곳으로 튕겨 나온 저주 때문에 돌 벽이 갈라지고 가까이에 있는 유리창이 박살났다.

잠시 주춤거리며 초조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해리가 머리를 숙인 채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두 팔로 감싸 해리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얼마 남지 않은 펠릭스 펠리시스의 효능이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를 잡아야만 한다.

"저것들을 잡아!"

뒤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 뒤에서 쾅쾅 불꽃이 날아오는 것도,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비명소리도,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릴리아나를 괴롭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앞으로만 달려갔다.

해리의 뒤를 따라 텅 빈 복도를 정신없이 달려가는 릴리아나의 귀에는 자신의 발소리와 두방망이질하는 심장 박동소리 이외에는 아무거도 들리지 않았다. 앞서 달려가던 해리는 지름길로 가는지 옆길로 방향을 틀었다. 릴리아나 역시 해리의 방향을 선택했다.

"해리!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어둠의 표식이 어쩌고저쩌고 떠들던데……."

앞서가던 해리를 붙잡은 어니 맥밀란이 말을 꺼냈다.

"저리 비켜!"

해리가 고함을 버럭 지르더니 남학생 두 명을 밀치며 전속력으로 계단을 향해 뛰어가서 대리석 계단을 구르듯이 달려 내려갔다. 얼떨떨한 얼굴로 사라져버린 해리를 바라보고 있는 후플푸프의 남학생들을 지나친 릴리아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떡갈나무 현관문은 부서진 채 활짝 열려 있었고 바닥 위에는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배가 따끔따끔하게 아픈 것 같았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숨을 헐떡거리며 먼저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는 해리를 향해 달려갔다. 릴리아나는 현관 복도를 가로질러 어두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를 찌르는 듯이 파고들었다. 저 멀리서 불빛들이 번쩍였다.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가 불에 데이는 듯이 쿡쿡 쑤시고 폐가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지만 릴리아나는 멈출 수 없었다. 스네이프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드레이코, 뛰어!"

스네이프의 말에 말포이는 망설임 없이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해리가 스네이프에게 달려들었다가 그가 맞받아치는 바람에 해리가 뒤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아직도 멀리 있었다. 릴리아나는 희미하게 남아 있던 펠릭스 펠리시스의 효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가운 한기가 자리하는 것 같았다.

"덤벼라!"

해리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덤벼, 이 비겁한 놈아!"

"나더러 비겁한 놈이라고 했나, 포터?"

스네이프가 고함을 쳤다.

"네 아버지는 4대 1이 아니면 절대 나에게 덤벼들지도 못했지. 넌 그런 작자를 뭐라고 부를 텐가?"

"스투페……."

"네가 입을 다물고 생각을 감추는 법을 배울 때까지, 나는 막아 내고 막아 내고 또 막아낼 것이다, 포터!"

스네이프가 다시 한 번 저주를 막아 내면서 조롱했다.

"자, 어서 가!"

스네이프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에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 가야 해. 마법부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임페디……"

해리가 주문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그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으로 몸을 버둥거렸다.

"해리!"

릴리아나가 찢어질 것만 같은 폐에서 남아있는 공기를 짜내어 해리의 이름을 부르자 스네이프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해리를 고문하던 것을 멈추고 달려오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안 돼!"

그때 스네이프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받은 명령을 잊어버렸나? 포터는 어둠의 마왕 것이다! 우리는 그를 그냥 두고 가야 한다! 어서 가라! 어서 가!"

"포터는 그냥 두더라도 저 계집은 별 상관……"

"어서 가라니까!"

스네이프가 소리치자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돌려 스네이프의 명령에 따라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일어선 해리가 비틀비틀 걸어갔다.

"섹튬……!"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까딱하자 저주는 다시 튕겨져 나갔다. 릴리아나가 입술에서 피가 날정도로 악물며 달렸지만 여전히 그들의 거리는 멀게 느껴졌다.

"레비……."

"그만 둬, 포터!"

스네이프가 소리를 질렀다. 쾅 하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해리는 붕 하고 뒤로 날아가서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 다가가더니 극도의 증오심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로 해리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감히 내가 만든 주문을 나에게 쏜단 말인가, 포터? 그걸 만들어 낸 사람은 나, 바로 이 혼혈 왕자란 말이다! 그런데 네가, 네 비열한 아비처럼 내가 만든 주문으로 날 공격한단 말이지? 어림없는 짓이지……. 안 돼!"

해리가 지팡이를 향해 잽싸게 몸을 날렸지만, 스네이프가 주문을 쏘아서 지팡이를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날려 버렸다.

"날 죽여라."

해리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를 죽였던 것처럼 나를 죽여라, 이 비겁한 놈아!"

"닥쳐!"

스네이프가 미친 듯이 악을 썼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발광한 짐승처럼 무섭게 변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고통스러움마저 느껴졌다.

"날 비겁한 놈이라고 말하지 마!"

스네이프가 휙 하고 허공을 내리쳤다. 해리의 몸이 붕 뜨더니 쾅 하고 뒤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해리와 달려오는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몸을 휙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해리!"

마침내 릴리아나가 해리에게 도달했다. 기절한 해리의 곁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그의 상태를 살핀 릴리아나는 이젠 한계라고 외치고 있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도망치고 있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세베루스!"

릴리아나가 바싹 말라버린 입에서 스네이프의 이름을 짜내었다.

"세브!"

달아나고 있던 스네이프가 몸을 돌렸다. 그들의 거리는 불과 스무 발자국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불타고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비친 그의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역겨우니까!"

릴리아나가 멈춰 섰다. 숨이 막히도록 달려서 부족한 공기 때문인지 스네이프의 말 때문인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세베……"

"역겹게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말을 끊고 증오로 가득 찬 얼굴로 소리쳤다.

"네가 대용품이냐, 아무것도 아닌 여자이냐 물었었지. 포터의 어머니를 사랑했냐고 말이야."

스네이프가 싸늘한 조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넌 대용품이었다."

그의 얼굴은 릴리아나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무리할 정도로 뛰었던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내가 그런 너를 사랑했을 것 같으냐."

스네이프는 짐짓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갑자기 배를 누군가 걷어찬 것 같이 엄청난 아픔이 몰려왔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충격을 받은 얼굴로 차가운 흙바닥에 주저앉은 릴리아나가 배를 움켜쥐며 다른 한손은 도움을 청하듯 스네이프에게 뻗었다.

"세……"

하지만 스네이프는 역겨움을 가득 담고 있는 얼굴로 속삭였다.

"……잡종을 말이다."

스네이프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검은 박쥐같이 망토를 휘날리며 그녀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과 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더니 릴리아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스네이프는 단 한번도 릴리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이나 사랑에 대한 확신,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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