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93화 (9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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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2)

벽에 맞고 이곳저곳으로 튕겨 나온 저주 때문에 돌 벽이 갈라지고 가까이에 있는 유리창이 박살났다.

잠시 주춤거리며 초조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해리가 머리를 숙인 채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두 팔로 감싸 해리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얼마 남지 않은 펠릭스 펠리시스의 효능이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를 잡아야만 한다.

"저것들을 잡아!"

뒤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 뒤에서 쾅쾅 불꽃이 날아오는 것도,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비명소리도,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릴리아나를 괴롭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앞으로만 달려갔다.

해리의 뒤를 따라 텅 빈 복도를 정신없이 달려가는 릴리아나의 귀에는 자신의 발소리와 두방망이질하는 심장 박동소리 이외에는 아무거도 들리지 않았다. 앞서 달려가던 해리는 지름길로 가는지 옆길로 방향을 틀었다. 릴리아나 역시 해리의 방향을 선택했다.

"해리!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어둠의 표식이 어쩌고저쩌고 떠들던데……."

앞서가던 해리를 붙잡은 어니 맥밀란이 말을 꺼냈다.

"저리 비켜!"

해리가 고함을 버럭 지르더니 남학생 두 명을 밀치며 전속력으로 계단을 향해 뛰어가서 대리석 계단을 구르듯이 달려 내려갔다. 얼떨떨한 얼굴로 사라져버린 해리를 바라보고 있는 후플푸프의 남학생들을 지나친 릴리아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떡갈나무 현관문은 부서진 채 활짝 열려 있었고 바닥 위에는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배가 따끔따끔하게 아픈 것 같았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숨을 헐떡거리며 먼저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는 해리를 향해 달려갔다. 릴리아나는 현관 복도를 가로질러 어두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를 찌르는 듯이 파고들었다. 저 멀리서 불빛들이 번쩍였다.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가 불에 데이는 듯이 쿡쿡 쑤시고 폐가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지만 릴리아나는 멈출 수 없었다. 스네이프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드레이코, 뛰어!"

스네이프의 말에 말포이는 망설임 없이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해리가 스네이프에게 달려들었다가 그가 맞받아치는 바람에 해리가 뒤로 쓰러지는 것이 보였지만 그녀는 아직도 멀리 있었다. 릴리아나는 희미하게 남아 있던 펠릭스 펠리시스의 효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가운 추위가 자리하는 것 같았다.

"덤벼라!"

해리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덤벼, 이 비겁한 놈아!"

"나더러 비겁한 놈이라고 했나, 포터?"

스네이프가 고함을 쳤다.

"네 아버지는 4대 1이 아니면 절대 나에게 덤벼들지도 못했지. 넌 그런 작자를 뭐라고 부를 텐가?"

"스투페……."

"네가 입을 다물고 생각을 감추는 법을 배울 때까지, 나는 막아 내고 막아 내고 또 막아낼 것이다, 포터!"

스네이프가 다시 한 번 저주를 막아 내면서 조롱했다.

"자, 어서 가!"

스네이프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에게 소리쳤다.

"이제 그만 가야 해. 마법부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임페디……"

해리가 주문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그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으로 몸을 버둥거렸다.

"해리!"

릴리아나가 찢어질 것만 같은 폐에서 남아있는 공기를 짜내어 해리의 이름을 부르자 스네이프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해리를 고문하던 것을 멈추고 달려오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안 돼!"

그때 스네이프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받은 명령을 잊어버렸나? 포터는 어둠의 마왕 것이다! 우리는 그를 그냥 두고 가야 한다! 어서 가라! 어서 가!"

"포터는 그냥 두더라도 저 계집은 별 상관……"

"어서 가라니까!"

스네이프가 소리치자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돌려 스네이프의 명령에 따라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일어선 해리가 비틀비틀 걸어갔다.

"섹튬……!"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까딱하자 저주는 다시 튕겨져 나갔다. 릴리아나가 입술에서 피가 날정도로 악물며 달렸지만 여전히 그들의 거리는 멀게 느껴졌다.

"레비……."

"그만 둬, 포터!"

스네이프가 소리를 질렀다. 쾅 하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해리는 붕 하고 뒤로 날아가서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 다가가더니 극도의 증오심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로 해리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감히 내가 만든 주문을 나에게 쏜단 말인가, 포터? 그걸 만들어 낸 사람은 나, 바로 이 혼혈 왕자란 말이다! 그런데 네가, 네 비열한 아비처럼 내가 만든 주문으로 날 공격한단 말이지? 어림없는 짓이지…….안 돼!"

해리가 지팡이를 향해 잽싸게 몸을 날렸지만, 스네이프가 주문을 쏘아서 지팡이를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날려 버렸다.

"날 죽여라."

해리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를 죽였던 것처럼 나를 죽여라, 이 비겁한 놈아!"

"닥쳐!"

스네이프가 미친 듯이 악을 썼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발광한 짐승처럼 무섭게 변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고통스러움마저 느껴졌다.

"날 비겁한 놈이라고 말하지 마!"

스네이프가 휙 하고 허공을 내리쳤다. 해리의 몸이 붕 뜨더니 쾅 하고 뒤로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해리와 달려오는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몸을 휙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해리!"

마침내 릴리아나가 해리에게 도달했다. 쓰러진 해리의 곁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그의 상태를 살핀 릴리아나는 이젠 한계라고 외치고 있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며 도망치고 있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세베루스!"

릴리아나가 바싹 말라버린 입에서 스네이프의 이름을 짜내었다.

"세브!"

달아나고 있던 스네이프가 몸을 돌렸다. 그들의 거리는 불과 스무 발자국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불타고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비친 그의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역겨우니까!"

릴리아나가 멈춰 섰다. 숨이 막히도록 달려서 부족한 공기 때문인지 스네이프의 말 때문인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세베……"

"역겹게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말을 끊고 증오로 가득 찬 얼굴로 소리쳤다.

"네가 대용품이냐, 아무것도 아닌 여자이냐 물었었지. 포터의 어머니를 사랑했냐고 말이야."

스네이프가 싸늘한 조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그래, 넌 대용품이었다."

그의 얼굴은 릴리아나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무리할 정도로 뛰었던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내가 그런 너를 사랑했을 것 같으냐."

스네이프는 짐짓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갑자기 배를 누군가 걷어찬 것 같이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은 릴리아나가 배를 움켜쥐며 다른 한손은 도움을 청하 듯 스네이프에게 뻗었다.

"세……"

하지만 스네이프는 역겨움을 가득 담고 있는 얼굴로 속삭였다.

"……잡종을 말이다."

스네이프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검은 박쥐같이 망토를 휘날리며 그녀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과 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더니 릴리아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릴리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벌떡 일어났다. 창 밖에는 희미한 햇살이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침대에서는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자신이 있는 곳이 더 이상 호그와트가 아니라 버로우라는 것을 깨달은 릴리아나는 쓰러지듯 다시 누우며 숨을 고르며 습관적으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한참동안 침대에 누워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키던 릴리아나는 길고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스네이프가 떠난 이후로 릴리아나는 계속해서 지속적인 악몽에 시달렸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었지만 처음에는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깨어있을 때는 심장이 갈가리 찢어진 것 같아 금방이라도 죽을 것같이 아팠었고 잠에 들었을 때는 모진 말을 내뱉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아팠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세바스찬과 헤르미온느가 모두 사라지고 홀로 어둡고 차가운 병실에 남아 별별 생각을 다 했었다. 그가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러웠다. 그것이 지나가고 나자 생각은 어떠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로 바뀌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떤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 희망을 가지며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 했지만 곧 허망함과 허탈함이 밀려왔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불사조 퍽스를 껴안고 눈물만 흘렸었다. 도저히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과 절망, 두려움, 공포. 차라리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

뜬눈으로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외롭고 길고 긴 밤을 보내며 아이를 지울까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시켜주며 떠나버린 사랑했던 남자와, 그 남자가 남겨두고 간 아이. 릴리아나는 어렸다. 마법세계에서는 성인이 되었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호그와트를 졸업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감당하기도 힘든 일들과 감정들, 자신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던 그 시기에 알게 된 아이의 존재까지 감당하기에는 그녀는 힘들고 지쳐있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길고 긴 밤이 끝나고 아침이 찾아왔을 때, 실감나지 않던 존재가 갑자가 뚜렷하게 다가온 느낌과 책임감에 압도당하는 것 같았다. 온몸을 짓누르는 중압감들 사이에서 누군가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달콤해 보이는 말을 속삭였었다. 면회 시간이 시작되기 무섭게 찾아온 세바스찬도 주저하며 아이를 지우는 것은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권하자 정말로 포기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보게 된 아이의 모습과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는 저절로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아직 형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정말로 살아 있다는 사실에,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텅텅 비어버려 메말라 버렸던 가슴 한편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울컥하면서도 뜨거운 무언가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펑펑 터트리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전까지 무거운 짐같이 느껴졌던 불필요한 존재였던 아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것을 버텨주는 버팀목으로 바뀌었다. 떠나버린 사람은 잊고 새롭게 찾아온 생명을 바라보면서 과거에 더 이상 묶여있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어느새 창밖으로 보이던 희미하던 햇살은 완전히 어둠을 몰아내고 하늘을 밝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깜빡이던 릴리아나가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 탁상시계를 흘끗 쳐다본 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차가운 기운이 잔뜩 서려있는 욕실의 불을 키고 세면대 앞에 선 릴리아나는 미지근한 물을 틀고 남아있는 눈물 자국을 지웠다. 한참동안 세수를 하던 그녀는 새하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에 비친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금발머리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 몇 달 사이에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저절로 빠진 살과 배신과 상실로 인해 전체적으로 밝고 부드러웠던 인상이 차갑고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다 장례식이 끝난 후 저택으로 돌아온 릴리아나는 간단한 염색 마법으로 머리색까지 바꿔버렸기에 지금 그녀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아마 길거리를 지나가다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그녀를 보아도 지나쳐 가지 않을까라는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던 릴리아나는 고개를 작게 저으며 욕실에서 나왔다가 계단을 올라가던 위즐리 부인과 마주쳤다.

"일어났니?"

"좋은 아침이에요, 위즐리 부인."

"그래, 좋은 아침이구나. 안 그래도 너희들을 깨우려 올라가는 중이었단다. 배고프지 않니?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 있으렴."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던 느낌은 많이 사라졌지만 딱히 식욕이 돈다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식사를 거절하려던 릴리아나는 처음 버로우에 왔을 때 왜 이리 살이 빠졌냐고 경악하던 위즐리 부인의 반응을 떠올리고는 군말 없이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는 이미 빌과 플뢰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그리고 위즐리 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그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식사를 깨작거리고 있자 곧이어 론과 헤르미온느, 지니도 내려왔다.

그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매드아이 무디와 불사조 기사단 사람들이 예고도 없이 버로우에 들이닥쳤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

"깜짝 놀랐잖아요! 들어올 때는 노크라도 하고 들어오라고요!"

위즐리 부인이 지팡이를 치켜들고 잔소리를 했으나 무디는 그것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뒤에서 킹슬리가 사과하지 않았더라면 위즐리 부인은 무디가 뭐라고 하든 더 쏘아붙일 기세였다.

"파이어스 씨크니스가 저편으로 넘어가 버려서 우리 처지가 아주 곤란해졌어. 그자가 그 집에 플루가루 네트워크에 연결하거나, 여기에 포트키를 설치하거나, 순간이동으로 드나드는 행위 모두를 감옥에 갈 만한 중죄로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

"그럼……."

위즐리 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무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교묘한 술수를 썼어. 모두 그 사람이 해리 포터를 잡으러 들어오는 걸 막는답시고 취해진 조치라고는 하지만 그가 실제로 한 것은 포터가 무사히 빠져나가는 걸 막은 것이지. 게다가 아직 포터에게는 '추적 마법'이 걸려 있어. 포터나 포터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마법을 써서 이동을 시킨다면, 씨크니스는 당장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따라서 죽음을 먹는 자들도 알게 되는 거야."

"하지만 우린 추적 마법이 깨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죠."

빌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썰던 것도 내려놓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한마디로 씨크니스가 해리를 아주 제대로 궁지로 몰아넣었네요."

"그럼 아리를 데리공 오능 계획응 어떻게 되는 건가용?"

빌의 옆에 앉아 연신 그의 입가를 닦아주던 플뢰르가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을 이용할 거다. 추적 마법이 알아챌 수 없는 유일한 수단인 빗자루와 세스트랄, 그리고 해그리드의 오토바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걸 사용하는 데에는 굳이 마법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우리는 해리의 추적 마법을 조금 더 빨리 깨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해리는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과 함께 우리가 걸 수 있는 모든 보호 마법을 걸어 놓은 열두 채의 서로 다른 집으로 이동한 뒤, 우리가 걸어놓은 보호 마법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 포트키를 사용해서 이곳, 버로우에 모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제각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약간의 침묵 끝에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요, 불사조 기사단과 해리가 모두 하늘을 날아가면 당연히 눈에 띄지 않을까요?"

"아 참. 제일 중요한 사항을 깜빡 잊고 말하지 않았구나. 우리 모두가 날아가지는 않을 게다. 그 대신 오늘 밤 일곱 명의 해리 포터가 하늘을 날게 될 거야. 각기 동료 한 사람씩과 함께 서로 다른 은신처로 향할 거란 말이다."

무디가 망토 안에서 진흙처럼 보이는 것이 담긴 플라스크를 꺼냈다. 굳이 다른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릴리아나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안 돼요!"

위즐리 부인이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무 위험해요!"

"그리고 해리라면 반대할 거예요."

헤르미온느도 거들었다.

"그럼 다른 계획이 있나? 오늘 밤에 당장 계획을 실행해야 하는데 또 다른 계획이 있냔 말이다."

무디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헤르미온느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뒤에 있던 킹슬리가 입을 열었다

"그럼 계획이 그렇게 바뀌었다는 건 알아 두시고, 이제 우리는 불사조 기사단 본부로 가서 바뀐 계획에 대해 준비를 할 겁니다."

"저도 갈게요."

프레드가 외쳤다. 뒤이어 론과 헤르미온느도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저도요."

지니가 냉큼 손을 들며 말하자 위즐리 부인이 성을 냈다.

"너희들 모두 안 된다! 특히 지니 너!"

"왜요 엄마!"

"미성년자는 안 된다."

무디마저 거들자 위즐리 부인의 얼굴에는 잠시 의기양양한 기색이 떠올랐으나 나머지 지원자들은 모두 성인이라는 이유로 무디가 받아들이자 그녀의 얼굴은 다시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저도 갈게요. 릴리 너는?"

조지가 재빠르게 일어서며 릴리아나를 돌아보자 론과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었다. 릴리아나가 당황한 듯 입을 작게 벙긋거리자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입을 열려고 했지만 무디가 먼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퀸은 계획에서 제외하고 대신 플뢰르 델라쿠르가 간다. 의의 있나?"

"저능 괜찮아용."

플뢰르가 빌의 손을 꾹 잡으며 용기 있게 대답했다.

"그럼 이 계획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지금 불사조 기사단 본부로 간다."

무디의 말이 끝나자 식탁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일어났다. 릴리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웅하러 나가려는 위즐리 부인과 함께 일어나자 무디가 그녀의 어깨를 꾹 누르며 릴리아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걸걸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혼자도 아닌데 무리하려고 하지 마라."

릴리아나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무디를 바라보았지만 무디는 아무 말도 한 적 없다는 듯 절뚝거리며 버로우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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