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95화 (9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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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4)

"뭐, 뭐라고요?"

모두가 뜻밖의 충격적인 소식에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시리우스가 죽었다고요?"

빌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요. 시리우스가 죽었다니요. 시리우스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해리가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성을 냈다. 빌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최대한 담담한 말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포위를 뚫고 나가는 순간, 바로 그 일이 벌어졌어. 매드아이와 먼더구스는 우리 뒤를 바싹 쫓아오고 있었지. 다함께 북쪽을 향해서 말이야. 그런데 볼드모트 그자가 곧장 그들을 공격했어. 먼더구스는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자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매드아이가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먼더구스는 그냥 사라져 버렸어. 그때 볼드모트의 저주가 매드아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서……그는 그대로 빗자루에서 떨어져 버렸어."

빌의 목소리에서 점점 작은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정신을 차려보니 시리우스는 사라져 있었어. 그리고……그리고……밑을 바라보니……."

입술을 꾹 깨물며 잠시 숨을 고르던 빌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여섯 명이나 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우리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빌이 말을 잇지 못하자 루핀이 다독거렸다.

"당연히 너희는 어쩔 수 없었어."

그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망연자실 서 있었다.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더 이상 마당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서서히 떠오른 것 같았다.

***

매드아이와 시리우스를 잃은 충격이 그 후로도 며칠 동안 집 안을 떠나지 않았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죽지 않았을 거라며 그가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 해리는 그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영웅의 의무 때문에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우울함은 스멀스멀 퍼져나가 버로우에 드나드는 모든 이들을 잠식시키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매드아이와 시리우스 때문인지,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을 사라지게 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호크룩스를 찾아서 파괴하는 임무에 착수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호크룩스를 찾아 떠나는 계획을 짜기 위해 네 사람이 모일 때 마다 귀신같이 나타나는 위즐리 부인 때문에, 제대로 된 계획은 세우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해리의 생일이 돌아왔다.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던 해리는 그가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우울함을 조금은 던져버린 것 같았다. 해리는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기색이었지만, 그의 생일파티가 시작되기 전, 마법부 장관 루퍼스 스크림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을 굳혔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보아하니 제가 파티에 불쑥 끼어들었군요."

절뚝거리며 다가와 식탁 앞에 멈춰 선 스크림저가 말했다. 그의 두 눈은 잠깐 동안 거대한 스니치 모양의 케이크 위에 머물렀다.

"생일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사실은 자네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스크림저가 말을 이었다.

"로날드 위즐리 군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 그리고 릴리아나 퀸 양도 함께."

"저희랑요?"

깜짝 놀란 듯이 론이 물었다.

"저희랑 왜요?"

"좀 더 은밀한 곳에서 자네들과 얘기하고 싶네."

스크림저가 말했다.

"혹시 그럴 만한 장소가 있을까?"

그는 위즐리 씨에게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거실이 있습니다. 그곳을 쓰시면 어떨까요?"

위즐리 씨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인도해 줄 수 있겠지?"

스크림저가 론에게 물었다.

"자네는 올 필요 없네, 아서."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릴리아나는 위즐리 씨가 위즐리 부인과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묵묵히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스크림저는 어질러진 부엌을 지나서 버로우의 거실에 들어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원은 은은한 황금빛 석양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거실 안은 이미 어두웠다. 해리가 들어오며 기름등잔들을 향해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르자, 초라하지만 안락한 거실이 금세 환해졌다. 스크림저는 평소에 위즐리 씨가 차지하는 푹 꺼진 안락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소파에 나란히 끼어 앉도록 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스크림저는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들 네 명에게 몇 가지 질문할 게 있네. 그리고 개별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자네 세 사람은……."

스크림저가 해리와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위층으로 가서 기다리게나. 로날드 군과 먼저 이야기를 나눌 테니."

"저희는 아무 데도 안 갑니다."

해리가 말하자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전부와 함께 이야기하시던지, 아니면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못합니다."

스크림저는 싸늘하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해리를 훑어보았다.

"좋네, 그럼 다 같이 이야기하지."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더니 덤블도어의 유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덤블도어가 그들에게 유산을 남길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네 사람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스크림저가 말하는 내용을 들었다.

론은 찰칵 누르는 동작 한 번으로 특정 공간의 모든 빛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원래 상태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는 덤블도어의 딜루미네이터를 받았고, 헤르미온느는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라는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의 비밀>>이라는 책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표지가 더럽혀져 있고 여기저기 낡아 벗겨진 작은 책자를 받았다.

"'릴리아나 메이 퀸 양에게.'"

스크림저가 마침내 덤블도어가 릴리아나에게 남긴 유언장을 읽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긴장으로 꽉 쥔 손바닥에서부터 열이 나는 것은 기분이었다.

"'부디 안전하길 바라며 어렸을 적부터 원했던 나의 불사조 퍽스와 나의 기록을 남긴다.'"

유언장을 읽은 스크림저가 시선을 릴리아나에게 돌렸다.

"안타깝게도 불사조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덤블도어가 남긴 기록은 여기 있네."

스크림저가 손바닥만 한 얇은 검은색 노트를 꺼냈다. 불사조는 유언을 듣기 전에 왔다고 말을 할까 하던 릴리아나는 스크림저의 태도에 입을 다물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받았다. 릴리아나가 노트에 써져 있는 길고 비스듬한 덤블도어의 글씨체를 내려다보았다.

"덤블도어가 왜 자네에게 불사조와 그의 기록을 남겼을 거라고 생각하나?"

스크림저가 물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불사조를 갖고 싶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죠. 그래서 남겨주신 것이 아닐까요?"

릴리아나가 검은색 노트를 쥐며 대답했다.

"하지만 왜 그 기록까지 남긴 것일까? 거기에는 덤블도어가 알아낸 불사조의 능력이 쓰여 있다네. 단순히 불사조를 잘 활용하라고? 그리고 왜 '안전하길 바라며' 그 불사조를 남긴 것일까?"

"그건……. 제가 머글 태생이기 때문이겠죠."

"머글 태생이라 그렇다고? 퀸 양의 옆에 있는 그레인저 양만 해도 머글 태생이고 호그와트에 머글 태생이 얼마나 많은데 왜 퀸 양에게만 불사조를 남긴 것이지?"

"그 질문의 답은 제가 덤블도어 교수님이 아니기 때문에 해드릴 수가 없네요."

스크림저가 릴리아나를 범죄자 취급하듯 말하자 저절로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갔다.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스크림저가 해리에게 덤블도어의 유언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의 첫 퀴디치 시합에서 잡았던 스니치와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칼을 받게 되었지만, 그리핀도르의 칼은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을 받았다.

스크림저가 돌아가고 나자 해리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모두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황급히 <해피 버스데이>를 합창한 다음, 케이크를 와구와구 집어삼켰다. 마침내 파티가 끝나고 해리는 조용히 모두가 잠자리에 들고 난 뒤에 위층에서 보자고 속삭였다.

다락방에서 몰래 다시 만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릴리아나는 자신들이 받은 덤블도어의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물건들은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빼고는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평범해 보였던 해리의 스니치는 해리가 입을 스니치에 갖다 대자 '나는 끝에서 열린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나는 끝에서 열린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추리하며 여러 발음으로 소리내어 보았지만 전혀 성과가 없자 주제는 비들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헤르미온느가 그녀가 받은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치며 비들의 이야기-'황금의 샘', '마법사와 깡충깡충 냄비', '배비티 래비티와 꼬고 웃는 그루터기'-의 종류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릴리아나는 그녀가 받은 검은색 노트를 펼쳐 보았다.

제일 먼저 있는 속지의 아래에는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라고 쓰여 있었고, 위에는 최근에 써진 것처럼 보이는 '릴리아나 메이 퀸 양에게'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 다음 종이에는 길고 비스듬한 글씨로 목차가 써져 있었다.

-불사조의 생애

-불사조의 눈물의 쓰임새에 대하여

-불사조와 마법약

-불사조의 능력

-불사조로 행할 수 있는 마법들

"우리는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들을 듣지 않았다고. 우리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나 '신데렐라'……."

"그게 뭐야? 무슨 병명인가?"

론이 물었다.

"그렇다면 이게 동화란 말이지?"

룬 문자들 위로 다시 고개를 숙이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론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방금 들은 그대로, 이런 옛날이야기들이 모두 비들에게서 나왔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들의 원본이 어떤지는 몰라."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왜 내가 그 이야기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이때 아래층에서 뭔가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찰리일 거야. 이제 엄마가 잠드셨으니 머리칼을 다시 자라게 하려고 몰래 빠져나가는 게지."

론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도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 해. 내일은 늦잠자면 안 되잖아."

릴리아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고말고."

론이 맞장구를 쳤다.

"신랑 측 어머니가 네 사람을 무참하게 살인하는 사건이 일어나면, 결혼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테니까. 불빛은 내가 처리하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방에서 나가자,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한 번 더 찰칵 눌렀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달빛에 의지하며 지니의 방으로 돌아온 헤르미온느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뒤 입을 열었다.

"도대체 덤블도어 교수님은 왜 우리에게 유품을 남기셨을까?"

"글쎄……. 호크룩스를 파괴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남기신 걸지도 몰라. 전혀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면 왜 릴리, 너에게까지 남긴 걸까? 너는……"

말을 잇던 헤르미온느가 입을 다물었다. 릴리아나가 덤블도어의 장례식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이후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사이에서는 그 이야기가 반쯤 금기시 되어 있었다.

"……나는 같이 가지 못하는데 말이야."

릴리아나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실수했다는 듯 낭패감이 스쳐 지나갔다.

"미안."

"아니야. 네가 미안해할게 뭐가 있어. 아무리 덤블도어 교수님이라고 해도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실 리가 없잖아."

릴리아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뭐?"

갑자기 방 한편에서 날카롭게 소리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들짝 놀란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언제 일어난 것인지 지니가 경악한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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