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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6)
붉은색과 녹색의 광선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프로테고!"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주문을 쳐낸 릴리아나가 순간 이동을 하려 했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머뭇거리게 되었다. 우선 버로우를 벗어나는 쪽을 선택한 릴리아나가 현관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잡종 계집년도 있을 거다! 잡아!"
복면을 쓴 죽음을 먹는 자 중 한 명이 걸걸한 목소리로 외쳤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달은 릴리아나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더라도 순간 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크루시오!"
앞에서 날아오는 죽음의 먹는 자가 날린 저주를 간신히 피한 릴리아나가 그에게 기절 주문을 날리고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하지만 순간 이동은 되지 않았다. 릴리아나가 초조한 얼굴로 몸을 휙 돌려 아직도 버로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순간 이동이 되지 않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호그와트처럼 순간이동을 하지 못하는 마법을 건 듯 싶었다. 복면을 쓴 남자와 결투를 하고 있던 통스가 릴리아나를 발견하고 외쳤다.
"릴리아나! 뒤에!"
통스의 말에 릴리아나가 뒤를 돌았지만, 이미 죽음을 먹는 자가 녹색 광선의 저주를 날린 후였다. 그 짧은 순간동안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지만, 그것의 내용이 무엇인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오븐에서 갓 나온것 같이 뜨거운 무언가가 릴리아나를 세게 쳤다. 그 바람에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며 쓰러지던 릴리아나의 손에 따뜻한 것이 잡혔다. 그리고 순식간에 배경은 퀸 저택의 거실로 바뀌었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릴리아나가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깜빡이며 익숙한 거실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던 복잡한 생각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이내 아련한 잔상들만 남기고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에 얼떨떨하면서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거실 문 밖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세바스찬이 들어왔다. 그는 릴리아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가씨!"
"……세바스찬?"
성큼성큼 릴리아나를 향해 걸어온 세바스찬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가씨 모습이 지금 어떤 줄 아세요?"
"나도 지금 이게……."
분명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집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세바스찬의 품에 안겨 혼란스러운 눈으로 거실을 둘러보던 릴리아나는 거실 텔레비전에 앉아 있는 퍽스를 발견했다.
"퍽스?"
텔레비전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퍽스가 울음소리를 냈다. 릴리아나의 머릿속에 덤블도어가 남겨준 검은색 노트의 목차가 떠올랐다.
"불사조……."
그러고 보니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고 할 때, 중심을 잡으려 허우적거리던 손에 따뜻한 무언가가 잡혔던 것이 생각났다. 세바스찬의 품에서 떨어져 나온 릴리아나가 퍽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
퍽스는 릴리아나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짧게 운 다음 불같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은 깃털을 정리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얼떨떨한 상황에 잊고 있었던 세 친구들을 떠올리고는 비명을 지르듯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아가씨?"
"걔네들은 어디로 갔지? 분명 먼저 순간이동으로 가버렸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릴리아나가 태양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작고 까만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퍽스에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물었다.
"혹시 내 친구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니?"
퍽스가 대답이라도 하듯 짧게 울었다. 그것이 긍정의 대답처럼 느껴진 릴리아나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친구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와 줄 수 있겠니? 아니, 꼭 네가 데리고 오지 않더라도 이곳으로 와달라고 전해줘. 나는 무사하다고……. 잠깐만."
정신없이 말하던 릴리아나가 퍽스가 사람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그녀가 걸어두었던 피델리우스 마법을 기억해냈다. 그녀는 말하던 것을 멈추고 전화기 옆에 있는 하얀 메모지와 볼펜을 들어 그곳에 글씨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퀸 저택의 주소와, 자신을 무사하니 이곳으로 와달라는 글로 손바닥만 한 메모지에 빽빽하게 채운 릴리아나가 그것을 반으로 두 번 접어 퍽스의 부리에 물려주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에게 그걸 전해 줘. 부탁할게."
퍽스가 대답을 하듯 작고 까만 눈으로 릴리아나의 녹색 눈을 바라본 후 불길과 함께 사라졌다.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이 타오르는 불길에 뒤에 서 있던 세바스찬이 몸을 작게 흠칫했지만, 그 불길은 존재한 적도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졌다.
"저거 정말로……."
세바스찬이 놀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불길이 확 하고 타오르더니 퍽스와 해리,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공중에서 나타났다.
"릴리!"
헤르미온느가 새까매진 몰골로 소리치며 릴리아나를 껴안았다.
"내가 미안해……네가 제일 가장자리에 있었으니까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헤르미온느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하자 릴리아나가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며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갔었어?"
"제일 처음에는 토트넘 코트 로드(런던의 중심가)로 갔어."
꽉 끼어 보이는 청바지를 입은 론이 지친 기색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작고 허름한 머글들의 카페에 갔는데 그곳에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이 쳐들어 왔지 뭐야."
론이 투덜거리듯이 말하자 릴리아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가 이겨서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기억력 삭제 마법을 걸고 우리의 흔적을 지운 다음에 그리몰드 광장으로 갔어."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의 놀란 기색을 읽었는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곳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는 무사한지 걱정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퍽스가 네 편지를 들고 나타났지 뭐야. 그래서 이곳으로 왔어. 집 주소를 써놓은 것을 보니까 여기에 피델리우스 마법을 걸어 놓았니?"
"응.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걸어놓았어."
그때 짝짝 하는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람의 시선이 모두 박수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세바스찬이었다.
"밤이 늦었습니다. 우선 씻고 옷도 갈아입으시고 푹 자고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세바스찬이 온갖 마법과 흙먼지로 인해 더러워진 네 사람의 몰골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우선 내일 일어나고 나서 생각하자. 릴리 같은 경우에는……"
해리가 눈짓으로 중간의 말을 대신한 다음 말을 이었다.
"……몸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래. 빨리 자자."
헤르미온느가 거들었다.
"그럼 제가 세 분이 쓰실 방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세바스찬이 몸을 반쯤 돌리며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이튿날 아침, 해리는 자신의 방에 잠시 그리몰드 광장에 갔다 오겠다는 짤막한 메모를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아침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싸늘하게 식어있는 그의 침대는 그가 새벽에 일어났음을 짐작케 했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하는 아침식사가 끝나갈 무렵, 해리가 퍽스와 함께 불길에 휩싸여 공중에서 나타났다.
"깜짝이야, 멀린이시여!"
식사를 하던 론이 갑자기 확 하고 치솟은 불길에 나이프를 떨어뜨리며 투덜거렸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해리가 식탁으로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편지 봉투가 들려 있었다.
"내가 뭘 발견했는지 알아?"
해리가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반짝이며 상기된 얼굴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게 뭔데?"
세바스찬에게서 새로운 나이프를 받은 론이 여전히 투덜거리며 물었다. 해리가 론에게 편지를 건넸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론의 주위로 다가갔다.
패드풋에게.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해리의 생일 선물 말이야! 해리는 여태껏 받은 물건 중에서 그걸 제일 애지중지하고 있어. 한 살배기 주제에 벌써 장난감 빗자루를 타고 잽싸게 날아오르는 걸 봐서, 아주 맘에 든 모양이야. 네가 볼 수 있도록 사진 한 장을 동봉할게. 너도 알다시피 그 빗자루는 지상에서 고작 60센티미터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해리는 하마터면 고양이를 치어 죽일 뻔했어. 게다가 페투니아가 성탄절 선물로 나에게 보낸 못생긴 꽃병을 박살내 버렸지(물론 불평할 일은 아니지만). 당연히 제임스는 그 일을 매우 재밌어 했고, 해리가 분명 훌륭한 퀴디치 선수가 될 거라고 했어. 하지만 우리는 집 안의 장식품들을 모조리 치워 놓고, 아이가 속도를 낼 때면 눈을 떼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해.
우리는 조용한 생일 축하 다과회를 가졌어. 우리 두 사람과 바틸다,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말이야. 바틸다는 늘 우리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시고, 해리를 아주 귀여워해 주셔. 네가 오지 못해서 정말 유감이야. 하지만 물론 기사단 일이 우선이지. 게다가 해리가 자기 생일을 알 만큼 큰 건 아니니까! 제임스는 여기에 처박혀 지내며 조금씩 낙심하고 있어. 그이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알겠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아직도 제임스의 투명 망토를 갖고 있으니, 외출을 할 가망은 없는 셈이지. 만약 네가 올 수만 있다면, 제임스의 기분도 훨씬 나아질 텐데. 지난 주말에 워미가 여기 왔었어. 좀 기운이 없어 보이더라. 아마도 맥키논 부부에 대한 소식 때문이겠지. 나도 그 소식을 듣고서, 저녁 내내 울었거든.
바틸다는 거의 매일 들러서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한 아주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데, 정말 멋진 할머니야! 물론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 사실을 안다면, 과연 달가워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왜냐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거든. 덤블도어 교수님이…….
릴리 포터의 편지였다. 릴리아나는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음을 느꼈다.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었지만 두 눈은 쉬지 않고 릴리 포터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녀는 해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g' 자를 썼다. 릴리아나의 내부에서는 질투와 비통함이 똑같은 강도로 혈관을 따라 거세게 고동치며 일종의 소리 없는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론이 편지의 다음 장을 넘겼다. 두 번째 장에는 고작 몇 줄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어떻게 겔러트 그린델왈드와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솔직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틸다가 그만 망령이 난 것 같아!
사랑을 듬뿍 담아
릴리
산 자의 시간과 죽은 자의 시간이 서로 맞물려 숨이 턱턱 막혀오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셋의 침묵을 뚫고 해리가 한 장의 사진을 건넸다. 그것은 바로 릴리 포터가 편지에서 언급했던 사진이 확실해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그 사진을 끌어당겼다. 검은 머리의 아기는 까르르 웃어 대며 작은 빗자루를 타고 사진 속을 빠르게 들락거렸고, 제임스 포터의 것으로 보이는 한 쌍의 다리가 아기를 뒤쫓고 있었다. 릴리 포터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모두가 한참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장난감 빗자루를 타고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는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닥쳐올 미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듯 행복해 보였다. 릴리아나는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릴리 포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치 릴리아나가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어째서 릴리 포터를 아는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서 릴리 포터를 보았는지 절실하게 실감했다. 그리고 어째서 스네이프가 자신을 대용품으로 보았는지 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