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98화 (9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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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7)

"시리우스의 방에서 찾았어. 온통 어질러져 있긴 했지만. 사실 모든 방들이 어지럽혀져 있었어."

어머니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 기뻤는지 해리의 양 볼은 홍조로 가득했다. 해리의 어릴 적 사진을 바라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사진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심각하게 말했다.

"누군가 먼저 그곳을 수색했던 걸까?"

"아마도."

"그들은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거지? 넌 알겠니?"

"기사단에 대한 정보겠지, 만약 스……그 배신자가 그런 거라면."

해리가 황급히 말을 바꿨다. 릴리아나는 그것을 듣지 못한 척 하며 헤르미온느의 손에 들려 있는 사진을 받았다. 지금은 머리색을 금발로 바꾸고 분위기 역시 많이 달라져서 서로 다른 사람 같았지만, 릴리아나의 예전 모습과 사진 속 릴리 포터의 모습은 동일 인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원하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을 텐데. 내 말은, 그는 기사단에 속해 있었잖아, 안 그래?"

"그렇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한 정보가 아닐까? 내 말은, 이 편지의 뒷장 말이야. 우리 엄마가 언급하고 있는 이 바틸다가 누군지는 너도 알지?"

"누구?"

"바틸다 백셧……그 저자 말이야……."

"<<마법의 역사>>."

몹시 흥미롭다는 얼굴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럼 네 부모님이 그분과 아는 사이였다는 거야? 그분은 아주 훌륭한 마법 역사가였어."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어."

해리가 말했다.

"여전히 고드릭 골짜기에 살아. 결혼식에서 뮤리엘 할머니가 그분에 대해 이야기했어. 바틸다는 덤블도어 가족과도 알고 지냈나 봐. 그분과 얘기해 보면 꽤 흥미로울 것 같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하겠다는 식의 미소를 좀 과하게 지었기 때문에, 해리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는 릴리아나가 보고 있는 편지와 사진을 도로 뺏어서 목에 건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네가 왜 네 부모님과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해서 그분과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해."

론이 머뭇거리며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호크룩스를 찾는 데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않니?"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헤르미온느는 서둘러서 다시 말을 이었다.

"해리, 나는 네가 정말 고드릭 골짜기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겁이 나. 어제만 해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얼마나 쉽게 우리를 찾아냈는지를 생각하면 무서워.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네 부모님이 묻힌 곳을 피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들은 네가 그곳을 찾아갈 거라 예상하고 있을 게 분명해."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야."

여전히 헤르미온느와 론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며 해리가 말했다.

"뮤리엘 할머니가 결혼식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거든. 난 진실을 알고 싶어……."

그는 헤르미온느와 론, 릴리아나에게 뮤리엘이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물론 왜 그 얘기가 그토록 너를 화나게 했는지는 알겠어, 해리……."

"화난 건 아니야."

해리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단지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을 뿐이야……."

해리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야기의 주제를 바꿨다.

"어쨌든. 내가 그리몰드 광장에서 또 뭘 발견했는지 알아?"

해리가 바꿔치기 당한 가짜 호크룩스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R. A. B. 내가 그를 찾은 것 같아."

릴리아나가 헉 하고 커다랗게 숨을 쉬었다. 론 역시 눈을 부릅뜨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물었다.

"네 어머니의 편지에서? 난 못 봤는데……."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시리우스 방에서 내려오다가 '레귤러스 악튤러스 블랙(Regulus Arcturus Black)'이라는 문패가 달린 방을 봤어."

"시리우스의 동생?"

릴리아나가 속삭였다.

"그는 죽음을 먹는 자였어."

해리가 말했다.

"시리우스가 그에 대해 내게 얘기해 주었어. 그는 아주 어렸을 때 가담했는데, 머잖아 겁에 질려 탈퇴하려 했지……결국 그들이 그를 죽였어."

"얘기가 딱 맞아 떨어져!"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만약에 그가 죽음을 먹는 자였다면, 그는 볼드모트와 접촉할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만약 그가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면, 볼드모트를 파멸시키고 싶어 했을 수도 있잖아!"

"이 얘기를 하려고 돌아왔어. 식사를 마쳤으면 가보지 않을래?"

"좋아."

론이 마지막 남은 소시지를 입안에 쑤셔 넣으며 대답했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 역시 벌떡 일어났다.

레귤러스 블랙의 방에서 로켓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로켓이 이 집에 있었고, 그것을 사마귀딱지 가루가 뿌려진 코담뱃갑과 모두를 곯아떨어지게 했던 뮤직박스와 함께 쓰레기봉투 속으로 내던져졌다는 것을 떠올려냈다. 그들은 블랙 가문의 많은 물건들을 빼돌렸던 크리처가 부디 그것을 갖고 있기를 바라며 크리처가 살고 있는 벽장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로켓은 먼더구스 플레처가 훔친 지 오래였다. 해리는 크리처에게 먼더구스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가 사라지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크리처가 인페리우스들로 가득한 호수에서 탈출할 수도 있었다면, 먼더구스를 잡아 오는 일쯤이야 길어도 몇 시간이면 족하지 않겠어?"

그들은 오전 내내 잔뜩 기대에 들뜬 상태로 그리몰드 광장에 머물렀지만 크리처는 그날 오전이 다 지나고, 심지어 오후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해질녘이 되자 그들은 세바스찬이 차려놓았을 따끈한 저녁을 기대하며 우선 릴리아나의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크리처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망토를 두른 남자 두 명이 퀸 저택에 나타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집이 있는 쪽을 응시하며, 밤이 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보나마나 죽음을 먹는 자들이야."

넷이서 응접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정찰하는 동안, 론이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여기에 온 거지?"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겠지."

론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론의 옆구리를 꼬집자 론의 얼굴색이 머리색과 똑같이 변했다.

"그리몰드 광장에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지켜보고 있었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해리가 심각하게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우리가 갈 곳이 그곳밖에 없다고 생각해서겠지. 네가 그곳을 물려받았잖아. 내 생각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우리가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게 안전할 것 같아. 뭐, 그래도 그곳에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면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마법을 걸어놨으니까 죽음을 먹는 자들이 들쑤신다면 늦지 않게 알아챌 수 있겠지……."

"그들이 어떻게 내가 그리몰드 광장의 주인이란 걸 알고 있지?"

해리가 물었다.

"마법 유언장은 마법부의 조사를 받잖아, 기억나? 그러니까 시리우스가 이곳을 너에게 물려준 걸 놈들도 당연히 알았을 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이 밖에 있다는 사실은 퀸 저택 안의 불길한 분위기를 더욱 가중시켰다. 그들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바깥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 차츰 긴장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쩍 초조해하며 짜증이 많아진 론은 주머니 속에서 딜루미네이터를 가지고 노는 성가신 버릇이 생겨났다. 이것은 특히 헤르미온느의 화를 부채질했다. 그녀는 크리처를 기다리는 동안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연구하며 소일하고 있었는데, 불빛이 계속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두지 못해!"

크리처가 나간 지 3일째 되는 날 밤, 헤르미온느가 버럭 소리쳤다. 응접실의 모든 불빛이 또다시 사라진 찰나였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론이 다시 딜루미네이터를 찰칵 눌러서 불빛을 돌려놓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거야!"

"뭔가 좀 정신을 쏟을 만한 유용한 일을 찾아볼 수 없니?"

"무슨 일? 동화책 읽기 같은 거?"

"덤블도어 교수님이 내게 이 책을 남겨 주셨다고, 론……."

"……그리고 나한텐 딜루미네이터를 남겨 주셨지. 그러니까 난 이걸 써야 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질 때였다, 론에게 무어라 쏘아 붙이려던 헤르미온느가 멍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그래?"

릴리아나가 물었다.

"누군가 그리몰드에 왔어."

헤르미온느가 겁먹은 얼굴로 속삭였다.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리가 속삭였다.

"릴리, 너는 여기 남아 있고. 헤르미온느, 우리는 그리몰드 광장으로 순간이동 하자."

"알겠어."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해리와 론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누가 그리몰드 광장에 간 것일까. 홀로 남은 릴리아나가 소파에 앉아 손끝을 잘근거렸다.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진 응접실에 오로지 그녀의 심장소리만이 남은 것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리무스 루핀과 함께 돌아왔다.

"교수님?"

벌떡 일어선 릴리아나가 의아한 듯이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우리에게 준 메모를 보여줬어. 그리몰드 광장 보다는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루핀은 그 사이에 더욱 초췌해 진 것 같았다. 그의 눈 밑에는 시꺼먼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결혼식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말라보였다.

“리무스라고 불러도 된단다.”

루핀은 푹신한 소파에 앉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다행히도 결혼식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데달루스 디글의 집을 완전히 불태웠고, 통스의 가족에게는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써서 해리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했다는 소리에 네 사람 모두 창백하게 질렸다.

마법부와 한통속이 된 죽음을 먹는 자들은 해리를 알버스 덤블도어의 살해 용의자로 몰아 해리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사람들을 고문한다는 소식에 론과 헤르미온느는 분통을 터트리며 씩씩거렸다. 그런데다 그들은 '머글 태생 등록'이라는 것을 만들어 만약 최소한 한 명이라도 가까운 마법사 친척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마법 능력을 불법적으로 획득했다고 간주해 처벌을 받아야 했다. 루핀은 이것을 볼드모트가 마법사 세계 전체를 어린 나이부터 자신의 감시 하에 두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네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메스껍다는 것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건……그건…….”

해리가 이 끔찍한 생각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말을 더듬거리자 루핀이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고 있다.”

루핀은 잠시 말을 주저했다.

“네가 확실히 밝힐 수 없다고 해도 난 이해할 거야, 해리. 하지만 기사단은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에게 어떤 임무를 남겼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네, 남겼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일에는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도 관련되어 있어요. 얘들은 저와 함께할 거예요.”

“그 임무가 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럴 수 없어요, 리무스. 죄송해요. 만약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해 주지 않으셨다면, 저 역시 말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루핀이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네게 조금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지? 내가 함께 가면, 너희를 보호해 줄 수 있어. 너희가 무슨 일을 할 건지 내게 정확히 알려줄 필요도 없다.”

해리는 루핀의 제안이 솔깃한지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헤르미온느는 어리둥절한 듯 했다.

“통스는 어쩌고요?”

그녀가 물었다.

“통스가 어쨌단 말이냐?”

루핀이 말했다.

“그러니까…….”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결혼한 몸이잖아요! 그런데 우리와 가 버린다면 통스 기분이 어떻겠어요?”

“통스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루핀이 말했다.

“처가에 있을 테니까.”

루핀의 말투가 왠지 수상했다. 그것은 거의 싸늘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헤르미온느가 주저하며 말했다.

“리무스. 다 괜찮은 거죠? 제 말은……당신과…….”

“고맙지만 아무 문제없어.”

루핀이 매섭게 답했다.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혔다. 또 한 번의 어색하고 당혹스러운 침묵이 흐른 뒤, 루핀이 입을 열었다. 몹시 불쾌한 일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듯한 말투였다.

“통스는 아기를 낳을 거란다.”

“오오, 잘됐어요!”

헤르미온느가 꺅 소리를 질렀다.

“굉장하군요!”

론도 신이 나서 외쳤다.

“축하드려요.”

릴리아나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는데, 그건 차라리 인상을 쓴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았다. 그는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릴리아나의 물음이 더 빨랐다.

“리무스. 조금……의아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건데요. 당신은 정말로 통스를 친정에 남겨 두고 해리와 함께 가기를 바라는 건가요?”

“통스는 거기서 아주 안전할 거야. 장인 장모님이 보살펴 줄 테니까.”

루핀이 거의 무관심하게 보일 정도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해리의 아버지, 제임스도 내가 해리의 곁에 붙어 있기를 바랐을 거라고 장담한다.”

“저…….”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버지라면 오히려 왜 당신이 자기 아이 곁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지를 알고 싶어 했을 거예요.”

루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갑자기 응접실 안의 온도가 10도쯤 떨어진 것 같았다. 론은 마치 응접실 구석구석을 머리에 담아 두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척했다. 한편 헤르미온느의 눈은 연방 해리와 루핀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너는 이해를 못하는구나.”

마침내 루핀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설명해 보세요.”

해리가 말했다. 루핀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난……난 통스와 결혼하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단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혼하게 되였어. 그 후로 줄곧 아주 후회하고 있단다.”

“알았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우리와 함께 달아나려 하는군요?”

그러자 루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루핀이 그들을 어찌나 사납게 노려보았던지, 릴리아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루핀의 얼굴 위에 드리워진 늑대의 그림자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너희들은 내가 아내와 뱃속의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니? 난 애초에 그녀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난 그녀를 추방자로 만들고 말았어!”

루핀이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걷어찼다. 릴리아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희는 내가 기사단에 있을 때의 모습만을 봐 왔지. 혹은 호그와트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의 보호 아래 있을 때나! 너희는 대부분의 마법 세계 사람들이 나 같은 족속을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 내 병을 알게 되면, 그들은 내게 말조차 걸려고 하지 않아! 너희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니? 심지어 통스의 가족조차 우리의 결혼을 싫어했지. 하긴 어느 부모가 지신의 외동딸을 늑대인간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하겠니?그리고 그 아이는……그 아이는…….”

루핀은 진짜로 자신의 머리 한 움큼을 쥐어뜯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종족은 보통 번식을 하지 않아! 그 아이도 나처럼 될 거야. 그건 확실해. 그러니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겠니?뻔히 알면서도 내 병을 아무 죄 없는 아이한테 물려주었는데. 설사 어떤 기적에 의해서 그 애가 나처럼 되지 않는다 해도, 평생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아버지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나을 거야! 백배는 더……”

매섭게 바람을 가르고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가 응접실에 울려 퍼졌다. 릴리아나가 씩씩거리며 루핀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루핀은 설마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요? 비겁하게 변명하지 말아요! 아이를 위하는 척, 아내를 위하는 척 하고 있지만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뿐이잖아요!"

"어떻게……어떻게 네가 감히 그런…….”

“그럼 애초에 후회할 일은 시작도 하지 말지 그랬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당신은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도망치고 있잖아요!”

어느새 릴리아나의 아몬드 모양 녹색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통스가 그걸 바란대요? 당신이 떠나길 통스가 바랬냐고요! 지금 통스의 곁에 있어 줘야할 건 당신이라고요! 그녀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있을지 생각도 안 해봤어요? 이게 한 아이의 아빠가 할 생각이에요?”

릴리아나가 루핀의 멱살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의 눈물이 루핀의 셔츠 위로 떨어졌다. 루핀은 릴리아나의 분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비겁한 위선자야! 후회할 일을 저질렀다면 그 일에 책임감을 가지라고!”

거칠게 잡고 있던 멱살을 놓은 릴리아나가 빠른 걸음으로 응접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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