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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10)
"그리핀도르의 칼이라고?"
지니가 떨떠름한 얼굴로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나는 꿈꾸는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빌도 깨달은 것이 있다는 듯이 주먹을 탁 치며 말했다.
"스네이프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칼을 훔치는 것 만큼 그리핀도르의 용기를 잘 보여주는 게 어디 있을까? 어쩌면 해리가 활용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리핀도르의 칼은 스네이프에게 있잖아. 지금 당장 실천할 수도 있어."
네빌이 동그란 얼굴을 홍조로 물들이며 빠르게 속삭였다. 그는 흥분한 것같이 보였다. 지니 역시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지금까지 우리가 떠올린 방법 중에서는 제일 그럴 듯 해보여. 고마워 루나."
루나가 몽롱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볍게 까딱했다.
"언제 시도하는 게 좋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지니의 물음에 네빌이 의욕에 가득 차서 대답했다.
"난 오늘 밤이라도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치고 싶어. 해리가 마법부에 들어가서 제대로 일을 벌이고 왔는데 우리라고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네빌이 이를 악물며 씩씩거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을 죽인 저 살인자의 곁에 그리핀도르의 칼을 둘 수는 없어."
"네빌 침착해."
그들의 뒤로 아마커스 캐로우가 지나가자 지니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흥분한 네빌을 진정시켰다. 아마커스 캐로우는 그들을 흉흉한 눈으로 바라보며, 지니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를 향해 경고하듯 지팡이 끝에서 불꽃을 피워냈다. 아마커스 캐로우를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던 지니는 그가 래번클로 테이블 쪽으로 넘어가자 작게 입을 열었다.
"우선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여기엔 렉스퍼드가 가득하거든."
호박주스를 마시던 루나가 꿈꾸는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거의 손도대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연회장을 나섰다. 어느 정도 연회장과 거리가 멀어지고 인적이 드물어지자 그들은 근처에 있는 빈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피브스가 있는지를 확인한 지니가 교실 문을 잠갔다.
"그래서 그리핀도르 칼은 오늘 훔치는 거야?"
네빌이 낮지만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진정해 네빌. 오늘 할 수는 없어. 우리는 우선 스네이프가 칼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걸."
지니가 현실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호박주스를 음미하듯 쪽쪽 빨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스네이프의 사무실이나 교장실에 있지 않을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겠지. 그럼 칼이 사무실이나 교장실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 방해가 되는 것은 스네이프와 아마커스 캐로우와 알렉토 캐로우 남매야. 칼을 훔치러 가고 훔치고 돌아오는데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인물이지."
"필치도 있어."
루나가 몽롱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그래, 필치도. 하지만 필치는 일정한 시간대에 순서에 따라 순찰을 돌아. 그러니 그는 시간만 잘 맞추면 될 거야. 문제는 스네이프와 캐로우 남매인데……."
지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스네이프는 교장이 되고 나서 교장실에 머물러. 하지만 그는 원래 자기가 사용하던 사무실도 자주 이용해. 그 말은 교장실이던 스네이프의 사무실이던 위험이 따른다는 거지. 우리가 칼을 훔치는 동안에 그가 어디에 있을지를 모르니까."
"하지만 위험정도는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잖아. 안 그래?"
네빌이 용기 있게 말했다. 지니도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물론이야."
루나도 꿈꾸는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들의 말에 동그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네빌이 입을 열었다.
"우선 스네이프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아야 해. 일정한 시간대에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있으면 좋겠지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러고 나서 스네이프의 사무실을 먼저 침입하는 걸로 하자. 부디 그곳에 그리핀도르의 칼이 있어야 할 텐데. 교장실 같은 경우에는 암호를 알아야 하니까 암호를 알지 못하는 이상 들어가기는 불가능하잖아."
"교장실은 경비도 삼엄하고."
지니가 덧붙이자 네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분간은 스네이프의 일과를 관찰하고 그가 일정한 시간대에 어느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시간에 맞춰 훔치고, 그런 것이 없다면 적당한 시간을 봐서 훔치도록 하자."
"좋아."
지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지막 남은 호박주스의 한 모금까지 모두 마신 루나가 빨대와 공기가 맞닿는 쪽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몰드 광장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넘어가고 난 이후로 헤르미온느의 말대로 퀸 저택을 감시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더욱 많아졌다.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집 안에서만 머물러 있기로 결정한 그들은 엄브릿지에게서 훔쳐 온 로켓을 열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는 데에 주로 시간을 보냈다. 손가락으로 로켓을 비틀어 보고, 잠긴 것들을 열 수 있는 주문도 시도해 보았지만 어느 쪽도 소용이 없었다. 네 사람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제각기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아무도 그걸 여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너희는 이게 느껴지니?"
로켓을 손에 꼭 쥐고 있던 론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릴리아나의 물음에 론이 그녀에게 호크룩스를 건네주었다. 잠시 후에 릴리아나는 론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자신이 느끼는 이게 과연 그녀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맥박인지 아니면 이 로켓 안에 든 뭔가가 마치 조그만 금속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켓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어떻게 파괴하는지 방법을 알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해야지."
해리가 대답했다. 릴리아나에게서 로켓을 받은 그는 로켓이 달린 줄을 목에 걸었다.
"거기보다는 금고가 더 안전할 거야. 안 쓰는 작은 금고가 하나 있어. 그 안에 넣어두는 것이 어떨까?"
"그래?"
해리는 로켓을 목에 거는 것이 내키지 않았는지 반색하며 되물었다. 결국 릴리아나의 말대로 로켓은 작은 금고 안에 보관되었다. 릴리아나가 금고의 문을 잠그자 헤르미온느가 그 위에 마법을 잔뜩 쳐놓았다.
"안심이 되네."
론이 흐뭇하다는 듯이 작은 금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론의 말에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같이 웃던 해리는 이마에 있는 흉터에 손을 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해리가 황급하게 그 자리를 떴지만 이미 그의 얼굴을 발견한 세 사람은 해리의 뒤를 따랐다. 해리는 거의 뛰다시피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앞에 도착한 헤르미온느가 화장실 문을 쾅쾅 내리쳤다.
"해리!"
화장실 안에서 숨을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 듯이 문고리를 돌리던 헤르미온느는 뒤늦게 지팡이를 꺼내 문고리를 톡톡 치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들어간 화장실 안에는 해리가 바닥에 쭉 뻗어 있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옆에 앉아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꿈을 꿨어."
해리가 발딱 일어나 앉으면서 변명을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의 찡그린 얼굴을 바라보려고 했다.
"깜빡 졸았었나 봐. 미안."
"네 흉터 때문이란 거 다 알고 있어! 네 얼굴에 다 써 있는걸! 너는 또 볼……."
"그 이름을 말하지 마!"
뒤에 서 있던 론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그럼, 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었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해리가 말했다.
"그건 꿈이었다고! 너 같으면 네 꿈을 통제할 수가 있겠니, 헤르미온느?"
"오클러먼시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면……."
하지만 해리는 말다툼 따위에는 흥미가 없는 듯, 자신이 방금 보았던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헤르미온느는 듣기 싫다는 듯이 쌀쌀맞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론이 그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 사람이 뭘 하고 있던?"
해리는 잔뜩 눈살을 찌푸리더니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자가 그레고로비치를 찾아냈어. 그를 묶어 놓고 고문을 하고 있었어."
고문이라는 말에 세바스찬이 릴리아나의 귀를 막았다. 해리가 미안하다는 얼굴을 했다. 릴리아나가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지만 세바스찬의 얼굴은 흉흉했다.
"그레고로비치를 묶어 놓으면, 어떻게 새 지팡이를 만들라는 거지?"
론이 단어 선택에 유의하며 물었다.
"나도 몰라……그거 참 이상하지, 그치?"
해리가 두 눈을 감고 방금 전에 그가 보고 들었던 모든 장면을 다시 되새긴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레고로비치에게 뭔가 달라고 했어."
해리가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말했다.
"그걸 넘겨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레고로비치는 이미 그걸 도둑맞았다고 말했어……. 그러고는……그러고는……."
말끝을 흐리며 곰곰이 생각하던 해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자는 그레고로비치의 머릿속을 읽었어. 그리고 나는 한 젊은이가 창턱에 앉아 있는 걸 보았지. 그자는 그레고로비치에게 주문을 쏘고는 훌쩍 뛰어내려 사라져 버렸어. 그자가 훔친 거야. 그 사람이 쫓고 있는 게 뭐든, 그자가 그걸 훔쳤어. 그런데 왠지 그 젊은이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단 말이야……."
화장실 안에 론의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세바스찬이 막고 있던 귀를 살며시 뗀 릴리아나가 물었다.
"그 도둑이 뭘 들고 있는지 못 봤니?"
"아니……그냥 뭔가 작은 거였어."
"해리?"
론이 해리를 불렀다.
"해리, 넌 그 사람이 호크룩스로 만들 또 다른 뭔가를 쫓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나도 모르겠어."
해리가 천천히 대답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또 다른 호크룩스를 만든다면 그자에게도 위험하지 않을까? 헤르미온느가 그자의 영혼은 이미 한계까지 갔다고 말했잖아?"
"그래. 하지만 그자는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
"어쩌면……그럴지도……."
해리가 중얼거리며 자신만의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던 해리는 세바스찬이 짝짝 하고 집중시키는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는 잠자리에 들어야죠."
세바스찬의 말에 모두가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 그리고 세바스찬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가 방금 보았던 것이 떠나지 않는 듯 했다.
***
스네이프의 일정을 은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지 몇 주가 흘렀다. 지니와 네빌, 그리고 루나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스네이프의 특정한 일정을 알게 된 이후로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8시마다 호그와트를 떠나 통금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돌아왔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걸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그 날이 되자 어김없이 떠나는 스네이프의 모습을 확인해 그들의 가설이 맞음을 확신하고, 매일 저녁마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아마커스의 연설을 듣던 도중 네빌이 조용한 목소리로 묻자 지니가 경멸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거겠지. 제아무리 호그와트의 교장이 되었다고 해도 죽음을 먹는 자니까."
"거기 조용히 해!"
알렉토 캐로우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황급히 입을 다문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캐로우 남매의 시선이 그들을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에 하자."
네빌이 속삭였다. 지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설 내내 루나가 가지고 있을 D. A. 동전에 발레투드 동상의 앞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지니는 연설이 끝난 후, 기숙사로 돌아가는 무리에서 네빌과 함께 살짝 빠져나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발레투드 동상 앞에서 만난 루나에게 오늘 밤에 계획을 실천하자는 얘기를 해준 네빌은 복도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가 사라질 때 까지 기다리던 그들은 복도에 들리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감옥으로 향하는 동안 피브스와 마주칠 뻔 했지만 운 좋게 넘어간 그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순조롭게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모두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네빌이 속삭였다.
"그리핀도르의 칼을 찾아보자."
그들은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걸으며 스네이프의 사무실 안을 뒤졌다. 네빌은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스네이프의 침실로 들어갔고, 루나는 사무실 찬장을 뒤졌다. 스네이프의 책상으로 다가간 지니는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서류들 사이에서 새하얀 액자를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게 무슨 액자지?"
지니가 의아한 듯이 속삭였다. 찬장을 뒤지고 있던 루나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때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액자 틀과는 다르게 액자의 유리에는 손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으레 있어야 할 사진이나 그림 같은 것은 없었다. 한참동안 액자를 바라보던 지니가 액자를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살인자의 생각을 누가 알겠어."
지니와 루나는 다시 사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스네이프의 침실에 들어갔던 네빌이 흥분한 목소리로 그녀들을 불렀다.
"찾았어! 내가 그리핀도르의 칼을 찾았어!"
지니와 루나는 재빨리 스네이프의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스네이프의 성격을 대변하듯 기본적인 가구 외에는 삭막한 방 가운데에 서 있던 네빌이 그녀들이 들어오자 손가락 끝으로 유리 상자를 가리켰다. 유리 상자 안에는 어둠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루비로 장식 된 은빛의 칼이 들어 있었다.
"우와."
루나가 감탄했다. 유리 상자 가까이로 다가간 셋은 도저히 여닫을 수가 없어 보이는 유리 상자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걸 어떻게 열어야 할까?"
네빌이 고민스러운 듯 묻자 한참 생각하던 지니가 입을 열었다.
"깨트리자."
"이걸?"
네빌이 경악한 듯 되물었다. 지니가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열 수 있어 보이지는 않아. 그리핀도르의 칼을 찾았는데 이대로 물러갈 수는 없잖아."
지니가 동의를 구하듯 루나를 바라보자 루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네빌이 긴장한 얼굴로 동의했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수는 없지."
지니와 루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네빌이 지팡이를 들어 올려 유리 상자를 향해 주문을 쏘았다. 펑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유리 조각이 산산조각 났다. 겁먹은 표정으로 누가 소리를 듣지 않았나 바깥에 귀를 기울이던 세 명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네빌이 재빨리 그리핀도르의 칼을 챙겨들었다.
"어서 나가자!"
세 사람은 황급히 스네이프의 사무실을 나섰지만 문 앞에는 아마커스와 알렉토 캐로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실까?"
아마커스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옆구리에 끼고 있는 그 칼은 뭐지, 롱바텀?"
네빌이 칼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뒤로 물러섰지만 아마커스는 무자비한 힘으로 그에게서 그리핀도르의 칼을 뺏어버렸다.
"오호라, 그리핀도르의 칼이잖아?"
"당신같은 비열한 죽음을 먹는 자 따위가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네빌이 소리쳤다. 아마커스의 눈이 번뜩였다. 알렉토가 뒤에서 킬킬거렸다.
"징계다, 그리핀도르의 꼬맹이들아. 그리고 그 징계는……."
말을 하던 아마커스가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초췌한 안색의 스네이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나타났다. 아마커스가 스네이프를 발견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스네이프는 네빌과 지니, 그리고 루나를 차가운 검은 눈으로 바라보더니 아마커스의 손에 들려 있는 그리핀도르의 칼을 보고 상황을 짐작한 것 같았다.
"교장실로 따라와라."
***
교장실 의자에 앉은 스네이프는 잘못한 것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서 있는 네빌과 지니, 그리고 루나를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그들의 뒤에서 아마커스와 알렉토 캐로우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교장선생님?"
아마커스가 잔뜩 흥분되는 듯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스네이프는 아마커스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리핀도르의 검을 손에 쥐었다. 네빌이 이를 빠득 가는 소리가 교장실에 울려퍼졌다. 손가락으로 칼의 날카로운 부분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스네이프를 향해 알렉토가 두 눈을 불쾌하게 반짝거리며 말했다.
"감히 그 칼을 훔치려고 들다니, 이건 학교를 기만하고 교장 선생님을 기만한 것입니다."
스네이프가 그리핀도르의 칼을 만지던 손가락을 떼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었다. 피곤한 듯이 두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짚고 있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캐로우 남매는 그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벌을 생각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 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는 어떨까요, 때마침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실습용으로 필요하기도 했고……. 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커스가 흥분한 듯 빠르게 속삭였다. 지니가 역겹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면……"
알렉토 캐로우가 그녀의 오빠의 말을 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고 하자 스네이프가 여전히 관자놀이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의견 감사합니다. 캐로우 교수님."
캐로우 남매의 말을 끊은 스네이프가 두 눈을 떠 네빌과 지니, 루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칠 생각을 했지?"
"당신과 같은 더러운 살인자의 손에 그리핀도르의 칼을 넘길 수는 없으니까!"
네빌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의 말에 아마커스 캐로우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크루시오!"
네빌이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제멋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네빌의 모습에 루나는 충격을 받은 듯 두 눈을 부릅떴고, 지니는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만."
스네이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마커스 캐로우를 저지했다. 저주를 걷은 아마커스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바닥에 널브러진 네빌의 팔다리가 제멋대로 경련하고 있었다. 루나가 재빨리 네빌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니가 새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역겹고 더러워! 어떻게 학생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쓸 수 있어?"
"저 위즐리 계집이 감히……."
알렉토가 화가 난 듯 지팡이를 치켜들었으나 스네이프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아마커스 캐로우 교수님, 그리고 알렉토 캐로우 교수님. 앞으로는 제 허락을 받고 난 다음에 학생에게 저주를 쓰십시오."
"알겠습니다."
캐로우 남매가 한발 물러서며 대답했지만 그들의 눈은 기절해버린 네빌에게로 향해 있었다. 알렉토 캐로우가 네빌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지만 용케 흘리지는 않은 지니가 씩씩거리며 스네이프를 향해 계속해서 외쳤다.
"당신은 역시 최악이야, 스네이프! 정말 당신 같은 사람이 끔찍할 정도로 최악이라는 것을 깨닫고 치가 떨려!"
지팡이를 쥐고 있는 알렉토의 손이 금방이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쏘고 싶다는 듯 꿈틀거렸지만 스네이프의 명령을 상기한 듯 뼈마디가 드러날 정도로 지팡이를 꽉 쥐며 열 받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교장 선생님! 지금 저 계집의 언행은……!"
교장실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도구가 딸랑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말이 끊긴 알렉토가 그 도구를 바라보았다. 관자놀이에서 손을 뗀 스네이프가 캐로우 남매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밑에 누군가 온 것 같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분명하니 가서 막아주시겠습니까."
열을 내던 알렉토는 맥고나걸이라는 말에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오빠 역시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교장실을 나섰다. 교장실 문이 닫히고 나자 스네이프가 계속해서 그의 욕을 하고 있는 지니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위즐리, 그리핀도르에 20점 감점이다."
눈에는 잔뜩 눈물이 맺힌 지니는 스네이프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말 당신 같은 남자를 사랑한 릴리 언니가 불쌍해. 냉혈한에 죽음을 먹는 자에 살인자라니."
"위즐리, 그리핀도르에 30점 감점과 징계다."
하지만 지니는 스네이프의 감점과 징계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역겹다는 얼굴로 이를 악물고 싸늘하게 속삭였다.
"당신, 릴리 언니가 당신 아이를 임신했다는 건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