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02화 (10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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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11)

스네이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니의 말은 스네이프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으나 그의 뒤에 있는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 몇몇은 그것을 들었는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지니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스네이프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몰랐겠지. 당신은 무책임하고, 비열하고, 릴리 언니를 우습게 여겼으니까."

냉철해 보이던 얼굴에 미세하게 금이 간 스네이프가 지니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지니는 그런 스네이프의 모습에 더욱 질린 듯 인상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놀라지도 않나 보네. 왜, 너무 당연하고 맞는 말이라서 놀랍지도 않아? 릴리 언니가 당신 아이를 임신했던 말든 당신이 알 바 아니야?"

스네이프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자 지니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정말 당신 쓰레기야. 쓰레기라고 이 나쁜 개자식아!"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거의 소리치듯이 말을 마친 지니가 씩씩거리며 스네이프를 노려보았다. 그때 문이 쾅 하고 신경질적으로 열리더니 맥고나걸 교수가 당당한 기세로 교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만, 교장 선생님은 저와 그다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가 보군요. 새로운 교수님들을 보내 저를 막으려 하셨으니 말입니다."

맥고나걸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는 지니와, 기절한 네빌을 살피고 있는 루나와, 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는 네빌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녀는 네빌에게 지팡이를 휘둘러 그의 의식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네빌이 덜덜 떨며 두 눈을 조심스럽게 뜨자, 뒤늦게 쏘기 주문에 맞은 것 같은 캐로우 남매가 절뚝거리며 성난 얼굴로 올라왔다.

"교장 선생님! 저 여자가!"

아마커스 캐로우가 씩씩거리며 외치자 맥고나걸이 차갑게 대꾸했다.

"새로 오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께서 제게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를 쓰려고 하니 저도 정당하게 방어를 한 것뿐입니다만. 그리고 상당히 무례하군요. 교수를 향해 '저 여자'라고 말하다니."

"저……!"

"……그만."

스네이프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들을 제지했다. 맥고나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고 캐로우 남매는 퉁퉁 부은 얼굴로 작게 심한 욕설을 중얼거리며 맥고나걸을 노려보았다. 아마커스와 알렉토가 사이좋게 내뱉는 욕설들을 빼면 교장실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스네이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위즐리, 그리핀도르에 50점 감점과 징계를 일주일 더 늘리겠다."

"지니 위즐리 양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50점 감점과 추가 징계는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교장 선생님?"

"50점 보다 낮은 점수로 경고를 주었지만 그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도를 지나친 발언을 했다면 절대 지나친 처사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스네이프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조곤조곤하게 설명했다.

"도를 지나친 발언이라고?"

지니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정말 개자식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

"……이렇게 말이죠."

스네이프가 맥고나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맥고나걸은 도무지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그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스네이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잠시 다른 길로 이야기가 샜군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우리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쳤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인데, 맞나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제 기숙사 학생들이 바보 같은 일을 저질렀네요.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칠 생각을 하다니. 어쩜 그럴 수가."

맥고나걸이 고개를 당당하게 들며 허리를 쭉 폈다.

"하, 꽤나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군요."

알렉토 캐로우가 빈정거리자 맥고나걸 교수가 얼굴에 가득히 자랑스럽다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아니요, 설마 그럴 리가요. 매우 경솔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그리핀도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제가 책임지고 감히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치려고 한 이 학생들을 단단히 혼내겠습니다."

"그렇게는 안 되죠."

아마커스가 누런 이를 활짝 드러내며 기분 나쁘게 말하자 맥고나걸이 차갑게 되물었다.

"어째서죠?"

"'교수님'께서 여기 있는 그리핀도르 꼬맹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죠. 제 생각에는 퇴학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어째서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하시는 거죠? 그리고 퇴학을 그리핀도르 사감인 저를 빼놓고 결정하시겠다고요?"

맥고나걸이 불쾌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알렉토 캐로우가 그녀의 오빠를 거들었다.

"그걸 몰라서 물으시는 건 아니겠죠? 퇴학을 결정하는 건에 대해선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쳤다면 그리핀도르의 사감 선생님을 빼놓고 결정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이 학생들도 퇴학을 각오하고 저지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뭐라고요?"

맥고나걸과 캐로우 남매의 사이에서 언성이 높아질 기미가 보이자 스네이프가 피곤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만하시죠."

하지만 이미 싸우기 시작한 그들의 귀에는 스네이프의 목소리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는지 서로를 향해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만!"

맹수가 경고하는 것 같은 스네이프의 외침에 세 사람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스네이프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십시오, 맥고나걸 교수님."

"뭐라고요?"

맥고나걸은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경악한 듯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교수님이 맡고 계신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인 이상 객관적으로 처벌을 내리긴 힘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커스와 알렉토 캐로우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교장 선생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객관적인 처벌을 결정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저는 어느 분과는 달라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답니다."

맥고나걸이 차갑게 스네이프가 슬리데린 기숙사 사감이었던 시절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녀의 입 주변이 분노로 인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세 학생의 처벌은 저와 캐로우 교수님들이 결정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가주십시오."

"교장 선생님!"

"나가십시오! 나가!"

스네이프가 책상을 내리치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반응에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를 삼키기 위해 턱 끝을 오만하게 치켜든 맥고나걸이 거칠게 숨을 고르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교장 선생님."

킬킬거리며 서 있는 캐로우 남매와 지니, 루나, 네빌을 차례대로 바라본 맥고나걸이 성큼성큼 교장실을 떠났다. 교장실 문이 쾅 하고 닫히자 아마커스 캐로우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미소를 씩 지으며 세 사람을 위협하듯 가까이 다가갔다.

"자, 이제 저 성가신 여자도 사라졌으니 교장 선생님과 함께 이 꼬맹이들의 처벌을 내릴 수 있겠지."

아마커스의 뒤에 서 있던 알렉토 캐로우가 킬킬거렸다. 그들은 세 사람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용서 받을 수 없는 저주들과 어둠의 마법들의 이름을 말해주며 겁을 주었다. 스네이프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은 채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침내 눈을 뜬 스네이프가 여전히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은 채로 입을 열었다.

"금지된 숲으로 보내는 건 어떨까요."

"금지된 숲이요?"

한창 크루시아투스 저주의 실습용으로 써야 한다고 열을 내던 아마커스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겨우 금지된 숲으로 가는 걸로 처벌이 되겠습니까."

"금지된 숲에는 온갖 위험한 생물들이 살고 있죠. 켄타우로스, 늑대인간, 애크로맨투라……. 요즘엔 거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제 생각엔 한 달 내내 매일 밤마다 사냥터지기인 해그리드의 일을 돕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즐리 양은 2주 더 홀로 처벌을 받고요."

캐로우 남매는 그들이 머글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거인 혼혈 해그리드와 함께 위험한 금지된 숲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 충분한 모욕이 될 것이라 여겼는지 한참 생각하던 아마커스가 동의를 하자 알렉토도 그녀의 오빠를 따라 동의했다.

"좋다, 그럼 이제 기숙사로 돌아 가! 징계는 내일부터 바로 시작한다!"

아마커스 캐로우가 강압적인 목소리로 외치자 지니와 네빌 그리고 루나는 억지로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인채로 뛰쳐나가듯 교장실을 나섰다. 교장실 문이 닫히고 나자 알렉토 캐로우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복제품 칼을 가지고 눈엣가시들이던 저 그리핀도르 꼬맹이들을 벌 줄 수 있다니, 정말 좋군요. 역시 어둠의 마왕께서는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

알렉토 캐로우가 고소해 죽겠다는 듯 말하자 아마커스 캐로우가 기분 나쁘게 킬킬거렸다. 관자놀이를 짚고 있던 스네이프가 손가락을 떼며 캐로우 남매의 대화를 듣지 못한 듯이 입을 열었다.

"밤이 늦었습니다. 쉬고 싶군요. 교수님들도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저야……."

아마커스가 말끝을 흐리자 알렉토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저희야 괜찮습니다만, 교장 선생님은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교장으로써 할 일도 많은데 말썽이나 부리는 잡종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저희는 나가보겠습니다."

스네이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캐로우 남매는 그에게 인사를 한 후 교장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자 그들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마침내 그 웃음소리까지 사라지고 나자 교장실에는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

로켓을 어떻게 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동안 남아있던 9월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나이가 어린데다 여러 이유로 잘 먹지 못해 마르고, 항상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임신했다는 티가 많이 나지는 않았으나 릴리아나의 배는 예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불러왔다. 릴리아나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 옆에 앉아 여전히 로켓을 열 방법을 찾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대화를 들으며 손가락 두개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 작은 분홍색 양말을 만들었다.

"도저히 모르겠어! 포기야!"

로켓을 향해 마구 주문을 쏘아대던 론이 로켓에는 어떤 흠집도 남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로켓을 던져버리며 소파에 파묻혔다.

"론!"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내며 로켓을 주워왔다. 로켓은 소환 마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왜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에게 호크룩스를 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신 거지?"

론은 헤르미온느에게 사과하지도 않은 채로 투덜거렸다. 그런 론을 향해 화를 내려던 헤르미온느는 그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그래 맞아!"

"뭐가?"

해리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 우리에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초상화가 있잖아! 거길 통해 덤블도어 교수님을 불러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

해리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잘 생각했어!"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백을 가지고 올게."

헤르미온느가 퀸 저택에 머무는 내내 옷장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백을 가지러 간 동안 작은 양말을 완성시킨 릴리아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그마한 분홍색 양말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드니?"

릴리아나가 작게 속삭이자 아이가 대답하듯 신호를 보내왔다. 물방울이 올라오는 것 같이 퐁퐁 거리던 태동도 이제는 확실히 알 정도로 존재감을 표현했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릴리아나가 살며시 배 위에 손을 올리자 해리가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 움직였어?"

"응."

"신기하다."

소파에 누워있던 론이 몸을 일으키며 속삭였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거의 날듯이 작은 구슬 백을 들고 쏜살같이 내려왔다. 세 사람은 헤르미온느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헤르미온느가 긴장된 얼굴로 구슬 백에서 화려하게 장식이 된 텅 빈 초상화를 꺼냈다. 그녀는 지팡이로 캔버스의 한가운데를 겨누고 목청을 가다듬은 다음 말했다.

"어……. 피니어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불렀다.

"블랙 교수님, 잠깐 저희랑 말씀 좀 나누실 수 있나요?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란 말은 항상 효과가 있지."

싸늘하고 심술궂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초상화 속에 나타났다. 그 즉시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옵스큐로!"

검은 눈가리개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날카롭고 까만 눈을 휙 덮어 버렸다. 피니어스는 액자에 쿵 하고 부딪히면서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가……감히 이런 짓을……이……이게 무슨 짓……?"

"정말 죄송합니다, 블랙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사과를 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이럴 수밖에 없었어요."

"당장 이 더러운 물건을 치우지 못해? 당장 치우라고 했어! 얼마 전에 내가 찾아와서 너희들을 그렇게 불렀을 때는 대답도 없더니!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그곳에 날 처박아 두었던 것도 괘씸한데 날 불러내서 지금 이런 짓을 해? 넌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망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여기가 어디냐?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저희가 어디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데 얼마 전에 찾아왔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해리가 말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순간 얼어붙어 그림 위로 칠해진 눈가리개를 벗겨 내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그 말은 신경 쓰지 마라! 이거나 빨리 벗겨줘!"

"아까 분명 얼마 전에 저희를 찾아왔다고 하셨죠? 왜 저희를 찾아 오셨던 거예요? 정확히 언제요?"

해리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말을 무시하고 묻자 그가 성을 냈다.

"신경 쓰지 말래도!"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씩씩거리며 말하자 해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질문을 바꿨다.

"교수님께 여쭤 볼 게 좀 있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을 이리로 불러 주실 수 있으세요?"

"뭐라고 그랬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초상화 말이에요. 그분을 이쪽으로 모시고 오실 수는 없나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해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식하긴. 포터, 호그와트 안에 있는 초상화들은 서로 교류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어딘가에 자신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호그와트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어. 그러니까 덤블도어를 이리로 데리고 올 수는 없다. 게다가 네 녀석들로부터 이런 몹쓸 대접을 받았는데, 내가 여길 두 번 다시 찾아올 것 같으냐!"

"하지만……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도저히 파괴할 방법이……."

"론!"

헤르미온느가 주의를 주듯 론에게 말했지만 이미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그의 말을 들은 후였다.

"파괴? 뭘 파괴해?"

"신경 쓰지 마세요."

해리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갚아주었다. 눈가리개 밖으로 드러난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새빨개졌다.

"오빠나 동생이나 파괴하려고 애를 쓰는군! 하나는 그리핀도르 칼을 훔치려 유리 상자를 파괴하더니 하나는……"

"지니가 그리핀도르의 칼을 훔치려 했어요?"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래! 역시 순수혈통이라 해도 위즐리는 어쩔 수 없지. 감히 교장 선생님의 물건을 훔치려고 하다니!"

"내 동생에 대해 그따위로 말하지 말아요."

론이 사납게 소리쳤다.

"훔치려고 한 게 아니에요."

해리가 반박했다.

"그 칼은 그 인간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 칼은 스네이프 교수님의 학교 물건이야."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흥분해서 말했다.

"더구나 위즐리 집안의 계집애가 그 칼에 대해 무슨 권한이 있단 말이냐? 그 계집애는 벌을 받아 마땅해. 그 천치 같은 롱바텀과 괴짜 러브굿도 마찬가지야!"

"네빌은 천치가 아니고 루나도 괴짜가 아니에요!"

릴리아나가 분개했다.

"응? 뭐냐? 퀸 이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반가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인간이 지니와 네빌, 그리고 루나에게 어떤 벌을 주었죠?"

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그 아이들을 금지된 숲으로 보냈다. 그 저능아 해그리드 밑에서 일을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까 목소리는 퀸이었냐?"

"해그리드는 저능아가 아니에요!"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쳤다.

"그 인간이야 그걸 벌이라고 생각했겠죠."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지니와 네빌, 그리고 루나는 아마 해그리드와 배꼽을 잡고 웃었을걸요. 금지된 숲이라니……그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련도 많이 겪었다고요! 훨씬 더 많이!"

"그걸 나한테 말해서 어쩌라는 거냐? 자랑하는 거냐? 그런데 아까 목소리는 퀸이었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툴툴거렸다.

"잠깐만요, 칼을 훔치려고 했고 금지된 숲으로 가는 벌을 받았다는 건 실패했다는 소리잖아요. 그럼 그 칼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나도 몰라! 스네이프 교수님이 알아서 하셨겠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계속해서 자신의 물음을 무시하자 화가 나서 외쳤다.

"난 돌아갈 거다!"

피니어스가 액자를 더듬거리며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블랙 교수님,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쭈어 볼게요. 제발 부탁인데, 그 칼이 언제 마지막으로 상자에서 나왔는지 그것만 저희에게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지니가 꺼내기 전에 말이죠."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묻자 피니어스는 신경질적으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핀도르의 칼이 그 상자에서 나오는 걸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덤블도어 교수가 그걸로 반지를 깨뜨려 열려고 할 때였을 게다."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휙 돌려서 해리와 론, 릴리아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어디 너희끼리 잘 지내려무나."

그는 약간 비꼬는 어조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액자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의 모자챙만 겨우 보일락 말락 하는 순간, 해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잠깐만요! 저희를 봤다고 그 인간에게 말씀하실 건가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눈가리개를 한 얼굴을 다시 초상화 속으로 삐죽 내밀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수많은 엉뚱한 짓거리들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쓰고 계신다. 잘 있어라, 포터!"

"교수님!"

"또 뭐냐!"

"어째서 얼마 전에 저희에게 찾아 오셨던 거죠?"

"시끄러워!"

그 말을 남기고,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음산한 배경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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