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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12)
"해리!"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나도 알아!"
해리도 소리쳤다. 그러고는 도저히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허공으로 주먹을 날렸다. 헤르미온느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초상화를 다시 구슬 백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백의 걸쇠를 딱 잠그고 나자, 얼른 한쪽으로 백을 던져 놓고는 환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 칼로 호크룩스를 파괴할 수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리핀도르의 칼로 반지를 깨트렸잖아!"
"그리고……생각해봐! 덤블도어 교수님은 나에게 남긴 유언장에 그리핀도르의 칼을 남긴다고 하셨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파괴를 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나에게까지 남긴 거야!"
"그런데 그건 마법부에 압수당했잖아. 그럼 호그와트에서 지니네가 훔치려 했던 그리핀도르의 칼은 뭐지?"
릴리아나가 의문을 제기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도 그것을 깨달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마법부가 해리에게 그 칼을 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계셨을 거야……."
"그럼 그 칼은 복제품이라 하면 호그와트에 있는 칼은?"
론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한참 뒤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칼도 복제품이라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인간이 볼드……"
"그 이름은 말하지 말래니까!"
"알았어!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사람에게 전해줬을 가능성이 높겠지."
호크룩스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손에 잡힐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멀어져버린 기분이었다.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리자 그 허탈함은 배가 되었다. 길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것 같아."
마침내 침묵을 깨고 해리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릴리의 집에만 얹혀 살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서 호크룩스를 찾고, 그것을 파괴할 것들을 찾았어야 했어."
"내 생각도 그래."
헤르미온느도 동의했다.
"마법부에서 로켓에 훔쳐서 올 때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그리몰드 광장을 내주었다는 충격 때문에 움츠려 있었어."
"좋아, 그럼 당장 내일부터라도 호크룩스가 있을 법한 곳들과 파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러 가자."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된 그리핀도르의 칼 때문에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밝아졌다. 서로를 마주보며 씩 웃던 그들은 또 다른 의문에 빠졌다.
"그런데 어째서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우리를 찾아 왔을까?"
해리가 의아한 듯 물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분명 얼마 전 찾아왔을 때는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곳에 처박아두고 불러도 대답도 안했다고 그랬어. 아마 그땐 헤르미온느의 백 안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을 한 거겠지? 헤르미온느는 여기에 머물고 난 이후로 구슬 백에 거의 손을 안 댔잖아."
"도대체 왜 찾아 온 거지?"
론 역시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헤르미온느가 초상화를 숨겼던 의도대로 우리가 그리몰드 광장에 있나 없나 감시하기 위해서?"
"아님 단순히 자기 초상화를 찾아온 걸 수도 있어."
해리와 론이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자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라리 그리몰드 광장에 우리가 있나 없나 감시하는 거나 단순히 자기 초상화를 찾아온 거면 다행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계속해서 물었어. 아까 목소리는 퀸이었냐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릴리아나의 안에서 뛰고 있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론은 여전히 짐작을 못하겠다는 듯 어리둥절하게 묻자 헤르미온느는 답답해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알려주듯 천천히 말했다.
"지금 교장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죽음을 먹는 자야. 내가 애초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초상화를 가져왔던 이유가 그리몰드 광장에 머물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랬던 것이잖아."
"그래서?"
론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이 묻자 헤르미온느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아까보다 더욱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그리몰드 광장을 뺏기기 전부터도 퀸 저택을 감시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었어. 이미 그 인간과 릴리의 관계가 어땠었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지."
릴리아나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이 설명을 위해 릴리아나의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재빨리 말을 돌렸다.
"우리가 마법부에 침입했을 때나 토트넘 코트 로드(런던의 중심가)가에 갔을 때나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우리 모습을 보였을 때, 모두 릴리는 없었어. 그자들은 분명 어째서 넷이 함께 다니지 않는지 의심했을 거야. 그리고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겠지."
그제야 론이 이해를 한 듯 입을 떡 벌렸다.
"그런 상황에서 슬리데린 출신에 머글 출신 마법사들을 경멸하는 블랙가의 초상화가 교장실에 걸려있고, 지금 교장으로 있는 사람 역시 슬리데린에 죽음을 먹는 자라면? 당연히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그 사람의 명령을 받고 있는 그 인간을 맹목적으로 따르겠지."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정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그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들은 갑자기 우리와 함께 다니지 않게 된 릴리를 의심하고, 같이 다니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릴리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우리 외에는 아무도 모르니까 일단 지금은 안심이다만……."
헤르미온느가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쉬자 릴리아나가 말을 이어받았다.
"……어쩌면 그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네."
헤르미온느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만약 알게 된다면 그들은 분명히……."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모여 있던 네 사람 모두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릴리아나가 입 안 여린 살을 깨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
***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찾아왔었던 10월 마지막 주의 남은 시간동안, 네 사람은 그리핀도르의 칼이 있을 만한 곳과 호크룩스가 있을 법한 곳을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그것을 숨겼을지 모를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의 결론은 점점 더 무모하고 황당해졌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덤블도어가 숨겼을만한 장소는 떠오르지 않았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사실상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그들은 호크룩스를 단 한 개 발견했지만, 그것을 파괴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호크룩스들은 여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태였다. 당장 호크룩스와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떠나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그들을 집어삼키려 했다.
10월이 모두 지나가고, 11월이 찾아왔다. 그리고 릴리아나의 생일 역시 찾아왔다. 다섯 사람이서만 단출하게 생일파티를 하는 동안, 그들을 괴롭혔던 호크룩스와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세바스찬과 헤르미온느는 아기 옷을 선물했고, 론은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을 잔뜩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해리는 온갖 달콤한 간식거리를 선물해 주었다.
릴리아나의 생일을 맞아 평소 하던 음식보다 배는 힘을 준 세바스찬의 요리를 싹싹 비우고 벽난로 앞에 앉아 계속해서 토론해왔던 호크룩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혹시 몰라 헤르미온느가 백에서 꺼내 놓고 까만 천으로 덮어놓았던 초상화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찾아왔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좀 더 알아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 며칠에 한 번씩 눈이 가려진 채 다시 나타나는 데에 동의했다.
그는 호그와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소식들을 알려주었다. 스네이프는 골수분자 학생들로부터 끊임없이 경미한 수준의 저항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지니는 호그스미드 출입이 금지되었고, 스네이프는 세 명 이상의 학생들의 모임 및 비공식적인 학생모임을 금하는 엄브릿지의 낡은 포고령을 복원시켰다.
그 모든 소식들을 통해서, 네 사람은 지니가 아마도 네빌과 루나와 함께 덤블도어의 군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너희는 어디서 지내고 있는 거냐? 분명 저번에는 퀸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어째서 너희 셋만 나와 대화하는 거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말에 네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릴리는 지금 잠시 나가 있어요."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를 향해 조용히 있으라는 손짓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처음으로 릴리아나에 대한 답을 들어서 그런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그녀의 말을 잡고 늘어졌다.
"숙녀의 일을 꼭 밝혀야 해요?"
헤르미온느가 새침하게 대답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웃기 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릴리에게 관심이 많아요?"
론이 퉁명스럽게 묻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불쾌하다는 듯이 화를 냈다.
"시끄러워! 역시 위즐리는 어쩔 수 없다니까."
피니어스의 말에 열 받은 론이 그에게 무어라 쏘아붙이려고 하자,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새까만 눈가리개를 쓴 채로 투덜거리며 초상화를 빠져나갔다.
"변함없이 불쾌한 초상화 같으니!"
론이 텅 빈 초상화를 보며 그것을 걷어찰 것 같이 화를 내자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초상화를 구슬 백 안에 넣어버렸다. 백을 저 멀리 던져버린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이걸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 릴리에 대한 의심을 버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우리가 어떤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릴리는 우리와 계속 함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해. 벌써 11월은 시작되었고 1월 중순 쯤 이면 아이가 태어날 텐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잘못짚게 만들어 놔야지."
"세상에 벌써 그렇게 됐단 말이야?"
론이 전자에서 놀라는지 후자에서 놀라는지 알 수 없는 감탄을 내뱉었다. 릴리아나가 고마움을 담아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