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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15)
"넌 또 그 허무맹랑한 주장을 할 생각이니?"
"하지만 헤르미온느,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진다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반응하자 해리가 반박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릴리아나가 묻자 해리가 고개를 그녀의 쪽으로 돌리며 재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딘의 숲에서 호크룩스를 파괴한 다음, 우리는 퀸 저택으로 돌아오기 전에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의 집으로 갔어. 그러니까 루나의 집으로 말이야."
"내가 설명할게."
헤르미온느가 신경질적으로 해리의 말을 가로챘다.
"우리는 그가 결혼식 때 달고 왔던 그린델왈드의 상징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루나의 집으로 갔어. 그리고 그곳에서 '삼 형제 이야기'를 듣게 됐어. 너도 알지?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 말이야."
"음……미안한데, 헤르미온느. 나는 한 번도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그래?"
헤르미온느는 의외라는 듯이 양 눈썹을 치켜 올렸다가 이내 수긍했다.
"하긴, 계속 같이 생활했던 해리도 몰랐으니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삼 형제가 죽음이 놓은 함정을 피해가자 교활한 죽음이 그들에게 자신을 피해 갈 만큼 영리했으니, 그들 각자에게 상을 주겠다고 말해서 삼 형제가 죽음에게서 한 가지씩 물건들을 받은 얘기야. 첫째는 어떤 결투에서도 항상 승리하는 지팡이, 죽음을 정복한 마법사에게 어울릴 만한 이 세상 어느 지팡이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지팡이를 달라고 했어. 죽음은 그에게 딱총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줬지. 둘째는 죽은 이들을 소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했어. 죽음은 강둑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그에게 주었지. 셋째는 죽음에게 추적을 당하지 않고 그곳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뭔가를 달라고 했고, 죽음은 몹시 마지못해하면서 그의 투명 망토를 넘겨주었어.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은 '삼 형제 이야기'에 나온 죽음이 삼 형제에게 준 세 가지 물건이 죽음의 성물이라고 했어."
"죽음의……뭐?"
릴리아나가 되묻자 헤르미온느는 다시 또박또박 이야기 해주었다.
"죽음의 성물. 빌과 플뢰르의 결혼식 날, 빅터 크룸이 그린델왈드의 상징이라고 했던 것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응접실 전화기 옆에 있는 하얀 메모지 한 장을 뜯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볼펜과 함께 탁자 위에 그것을 놓았다.
"딱총나무 지팡이."
그녀가 메모지 위에 직선 하나를 수직으로 그렸다.
"부활의 돌."
그녀는 그 선의 중간을 지나는 원을 그려 넣었다.
"투명 망토."
마지막으로 직선과 원을 에워싸는 삼각형을 그렸다. 그러자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이 결혼식 날 목에 걸고 왔던 상징이 나타났다.
"이 모두를 합해서 죽음의 성물이라고 한대. 그 세 가지 성물들이 합쳐지게 되면 그 소유자는 죽음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나 뭐라나."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아까 해리는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진다고 했었잖아. 그게 죽음의 성물과 무슨 상관이 있어?"
불만스러운 그녀의 얼굴 때문에 릴리아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헤르미온느가 즉각 대답했다.
"해리는……해리는 자기가 '삼 형제 이야기'에 나오는 셋째의 후손이라고 주장해."
릴리아나가 입을 딱 벌렸다. 해리가 릴리아나를 설득하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지만 릴리. 생각해 봐.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의 말로는 투영 마법이나 현혹 주문에 걸린 여행용 망토나, 데미가이즈(위험이 처했을 때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초식동물)의 털로 짠 투명 망토는 처음에는 몸을 숨겨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져서 나중에는 불투명하게 변해버린대.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투명 망토는? 1학년 때부터 사용했지만 망토는 여전히 제 기능을 잃지 않았어. 내 아버지도 그것을 사용하셨고 말이야. 게다가 어떤 주문을 쏘더라도 결코 꿰뚫어 볼 수 없는 보호막을 제공하잖아!"
릴리아나는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해리의 얼굴과, 불만스러운 얼굴로 뾰로통해져 있는 헤르미온느와, 그 사이에 끼어 어쩔 줄 모르고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는 론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해리가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 사람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쫓고 있는 거야."
"미안해, 해리. 하지만 난 네가 틀렸다고 생각해. 완전히 틀렸어."
릴리아나가 무어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자 헤르미온느가 냉큼 입을 열었다.
"넌 모르겠니? 모든 게 들어맞……."
"아니, 그렇지 않아."
해리가 뭔가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으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해리. 넌 너무 멀리 빗나가고 있어. 제발 부탁인데, 그럼 이 질문에 한 번 대답해 봐. 만약 죽음의 성물이 진짜로 존재하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것들에 대해서 알고 계셨다면, 이 세 가지 물건을 전부 소유하는 사람이 죽음의 지배자가 된다는 걸 알고 계셨다면 말이야, 해리, 그렇다면 왜 교수님은 너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겠니? 어째서?"
"하지만 헤르미온느, 너도 말했잖아. 그것들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라고! 이건 원정이라고!"
"난 단지 러브굿 씨 댁으로 가 보자고 널 설득하기 위해서 그 말을 했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정말로 그걸 믿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항상 내가 스스로 뭔가 알아내도록 하셨어. 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위험을 겪도록 내버려 두셨지. 이번 일도 교수님이 하실 법한 그런 종류의 일 같아."
"해리, 이건 게임이 아니야. 훈련이 아니라고! 이건 진짜 현실이야.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은 너에게 아주 분명하게 지시를 내리셨어. 호크룩스를 찾아서 파괴하라고 말이야! 이 상황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죽음의 성물 따위는 잊어버려. 지금 우린 곁길로 빠지고 할 여력이 없단 말이야!"
하지만 해리는 그녀의 말을 거의 흘려듣고 있는지 스니치를 손에 쥐고 계속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론과 릴리아나에게 호소했다.
"넌 이 이야기를 안 믿지, 그렇지?"
해리가 고개를 들어 론과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론은 잠시 망설였다.
"잘 모르겠어……. 내 말은……약간 서로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고……."
론이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론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먼저 호크룩스를 없애야만 할 것 같아,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시키신 일이 바로 그거잖아. 어쩌면……어쩌면 말이지, 우린 성물에 관한 일을 그만 잊어버려야 할 것 같아."
"고마워, 론."
헤르미온느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말함으로써 응접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단박에 완전히 정지시켜 버렸다. 더 이상 죽음의 성물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확실한 의사표명이었다.
***
얼마 남지 않았던 12월이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왔다. 아이는 자신이 세상에 나올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날이 갈수록 태동은 눈에 보일 정도로 요란해졌다.
지난 시간동안 아이의 옷을 만들고, 인형을 만들고, 양말을 만들고, 아이가 생활하게 될 방을 꾸미는 것 같이 소소한 일을 해왔지만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자 갑자기 정말로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에 대한 사실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았기에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책을 읽는 횟수가 늘어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계획을 짜는 것을 들으며 릴리아나는 책을 읽었다. 오늘은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유품으로 남겨준 검은 노트였다. 릴리아나는 '불사조와 마법약' 파트를 찬찬히 읽으며 몇 시간 째 열성적인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론의 말을 한귀로 흘려들으며 노트에 집중했다.
"아직 세 개의 호크룩스가 남았어."
론은 끊임없이 떠들었다. 해리가 죽음의 성물에 대해 마음을 뺏기고 난 후, 호크룩스를 찾는 데에 관심이 시들해지자, 그 모습이 론의 잠재되어 있던 지도자적 자질을 일깨운 것인지 이제 다른 두 사람을 격려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은 바로 론이었다.
"우린 행동 계획을 짜야만 해, 어서! 우리가 찾아보지 않은 데가 어디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자. 고아원……."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이애건 앨리, 호그와트, 리들 하우스, 보진과 버크 가게, 알바니아 등, 톰 리들이 한때 살았거나 근무했거나 방문했거나, 혹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장소를 또 한 번 샅샅이 훑었다. 해리는 오직 헤르미온느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끼는 것 같이 보였다.
론은 무기력한 해리를 움직이기 위해 점점 더 가당치도 않은 장소로 계속 이동하자고 주장했다.
"그건 결코 모르는 일이야."
이것이 론의 상투어였다.
"어퍼 플래즐리는 마법사 마을이라고. 그자가 거기서 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지. 그냥 가서 한번 둘러보기나 하자."
세 사람이 이렇게 자주 마법사들의 영역에 출몰하다 보니, 이따금 인간 사냥꾼들을 발견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저자들 중 일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만큼이나 지독한 것 같아."
론이 말했다.
"물론 멍청한 놈들도 있어. 하지만 빌이 그러는데 어떤 놈들은 진짜로 위험하대. <<포터워치>>에서 말하기를……."
"뭐라고?"
해리가 물었다. <<포터워치>>라는 말에 릴리아나도 덤블도어의 노트에서 시선을 떼고 론을 바라보았다.
"<<포터워치>> 말이야. 그게 뭔지 너한테 얘기 안 했니? 내가 라디오에서 들으려고 계속 애를 쓰는 프로그램인데,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유일하게 진실을 전해 주는 프로그램이야! <<포터워치>>만 빼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 사람의 노선을 따르고 있거든. 너에게도 꼭 한 번 들려주고 싶어. 하지만 주파수를 맞추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론은 저녁마다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동시에 온갖 다양한 리듬에 맞춰 지팡이로 라디오 위를 두들기고 있었다. 이따금 드래곤 수두의 치료법에 관한 조언이라던가, <강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 찬 냄비> 몇 소절이 흘러나오는 걸 얼핏 듣기도 했다. 론은 지팡이를 톡톡 두드리는 한편, 입으로는 온갖 단어들을 연달아 중얼중얼 외우면서 정확한 암호를 맞히려고 노력했다.
여러 장소를 활발하게 돌아다녔지만, 별 다른 소득은 없던 1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병원에서 예정했던 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릴리아나는 새로 단장한 아기 방에 들어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더 채워야 할 것은 없는지를 살피곤 했다.
작고 작은 물건들로만 가득 차 있는 그곳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은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손으로 처음으로 만들었던 연분홍빛의 보들보들한 토끼 인형을 매만지던 릴리아나가 조금 흐트러진 토끼 인형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아……."
릴리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배를 잡았다.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싸한 느낌이 나면서 딴딴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허리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이 찌르르르했다. 이번에도 지나가겠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릴리아나는 무언가 아래에서 뜨거운 것이 팍 하고 터지는 느낌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본능적으로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았지만 갑작스러운 느낌에 당황한지라 릴리아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움직여도 되는 것인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아이가 잘못 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릴리아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세바스찬을 불렀다.
"세, 세바스찬!"
하지만 세바스찬은 아래층에 있는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하필 오늘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마저 호크룩스의 흔적을 찾아 떠났기 때문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 같았다.
"세바스찬!"
릴리아나가 더욱더 떨리는 목소리로 아까보다 더 크게 세바스찬을 불렀다. 이번에는 세바스찬이 들은 것인지 그가 올라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열릴 것 같지 않았던 문이 열리고 세바스찬이 들어왔다. 세바스찬은 창백한 얼굴의 릴리아나를 보고 잠시 무슨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그녀의 상태를 눈치 채고 그 역시 당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