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11화 (1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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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20)

***

"도비, 이게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이니?"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와 동시에 말포이에게 빼앗은 지팡이 두 개를 움켜쥐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싸울 준비를 했다.

"우리가 제대로 도착한 거야, 도비?"

해리가 돌아보았다. 조그만 집요정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도비!"

집요정이 휘청거렸다. 별들이 그의 커다랗고 빛나는 눈 속에 비쳤다. 도비는 고통을 참으려 숨을 헐떡거리며 벨라트릭스의 단검이 베고 지나간 그의 팔을 작은 손으로 꽉 눌렀다.

"도비! 도비!"

해리는 오두막집을 향해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와줘요!"

도비의 상태를 본 헤르미온느가 벨라트릭스의 고문을 당해 흙바닥에 누워 덜덜 떨면서도 구슬 백 안에서 디터니를 소환하려고 했다. 하지만 힘없이 계속 손이 떨어지자 론이 대신 그녀의 구슬 백 안에서 디터니를 꺼내 도비의 팔에 그것을 콸콸 부었다. 상당히 아팠는지 도비는 끙끙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론이 디터니를 모두 붓고 나자 상처에서는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몇 주 지난 상처처럼 붉은 새살이 올라와 있었다. 도비는 작게 감사의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도비? 도비?"

"괜찮아, 기절한 거야."

루나가 도비의 코끝에 손가락을 대보며 말했다. 해리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해……리……해리……."

론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헤르미온느가 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해리를 불렀다. 그녀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릴리에게……릴리에게 연락을 해야 해……."

"헤르미온느, 넌 지금 쉬어야 해."

론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헤르미온느를 빌과 플뢰르의 조개껍데기 오두막집 안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헤르미온느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아까보다 더욱 눈물을 쏟아냈다.

"벨라트릭스가……그 여자가 알아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도비의 옆에서 일어난 해리가 물었다.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릴리가……오늘 프랑스로 가는 걸 벨라트릭스가 알아냈다고……내 기억을……."

그 말을 끝으로 말을 마친 헤르미온느는 기절해 버렸다. 잠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던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의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아차리자 황급히 그녀의 구슬 백 안에서 양면 거울을 꺼냈다.

"릴리! 릴리! 릴리!!"

하지만 거울은 응답이 없었다. 해리와 론은 다급하게 거울에 대고 계속해서 릴리아나를 불렀다.

"릴리!!"

상황을 모르는 딘과 루나는 어리둥절한 듯 눈을 껌뻑거리면서도 기절한 도비와 헤르미온느를 살폈다.

"지금 릴리가 어디 있지? 아직 저택에 있을까?"

해리가 다급하게 론에게 물었지만 론 역시 울상이었다.

"벌써 프랑스로 간건가? 도대체 왜 연락을 받지 않는 거지……?"

해리가 초조하게 발을 구르자 론이 창백해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설마 이미……."

"헤르미온느, 정신이 드니?"

빌의 말에 해리와 론이 다급히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신을 잃은 헤르미온느를 오두막집 안으로 옮기려고 했는지 빌은 헤르미온느를 번쩍 들고 있었다. 빌이 들어 올리는 바람에 그녀는 정신을 차린 듯 했다.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힘없이 깜빡였다.

"헤르미온느!"

론이 외쳤다. 순식간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론이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아? 몸은 좀 어때? 벨라트릭스가 네 기억을 읽은 거야?"

"벨라트릭스가 어디까지 알아낸 거야? 그 여자가 도대체 뭘 봤어?"

정신이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물어보는 해리와 론에 빌이 그들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는 것 같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릴리가……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과 프랑스에 있는 할머님의 집 위치랑……떠나는 시간과 예매한 비행기 표……. 미안해……뒤늦게 오클러먼시를 하려고 했는데……."

헤르미온느의 갈색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빌과 루나, 딘은 릴리아나가 아이를 낳았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릴리는……릴리는 어디 있대? 연락 했어?"

"연락이 안 돼."

론의 말에 헤르미온느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더욱 많아졌다. 모두가 무거운 분위기에서 숨을 죽였다.

***

프랑스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떠나기 전, 세바스찬은 마지막으로 죽은 퀸 부부와 선대 집사의 묘지에 들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릴리아나는 잠들어버린 세비나를 안고 부모님과 세바스찬의 아버지, 에릭의 묘지를 찾았다. 부엉이 닉스와 퍽스는 나란히 하늘 위를 날며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세바스찬이 묘지 비석들 앞에 새하얀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찾은 곳이었다. 새삼 릴리아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왔어요. 오랜만이에요, 엄마 아빠. 오랜만이에요, 에릭 아저씨."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던 릴리아나는 곧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먹먹한 기분이었다. 세바스찬이 그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릴리아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풀벌레 소리가 찌르르르 울려 퍼졌고, 코끝에는 싱그러운 풀들의 냄새가 스쳤다. 묘지들의 뒤에 있는 교회에서는 스테인리스에서 나오는 형형색색의 빛이 노을과 어우러져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섞여드는 것을 들으며 릴리아나와 세바스찬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하늘이 주황빛과 연보랏빛의 중간색이 되자 고개를 든 세바스찬이 릴리아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하얀 꽃이 놓인 묘비를 바라보던 세바스찬이 말했다.

"아가씨, 가방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가방에서? 그럴만한 물건이 없을 텐데……."

릴리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세비나를 솜씨 좋게 옮겨 안으며 한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가방을 열자 웅얼거리는 것 같던 소리가 해리와 론의 목소리로 변했다. 깜짝 놀란 릴리아나가 가방 안으로 손을 넣어 뒤적거렸다. 손끝에 서늘한 양면 거울의 감촉이 닿았다. 양면 거울을 꺼낸 릴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해리? 론?"

깜깜하던 거울에 갑자기 해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해리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빠른 속도로 말을 했다.

"릴리! 오, 세상에 멀린이시여! 왜 바로 받지 않았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프랑스로 가기 전에 부모님과 에릭 아저씨의 묘지에 들렸어. 세바스찬이 그러자고 해서……."

"다행이다……."

론이 커다랗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벨라트릭스가 네가 프랑스로 간다는 걸 알아냈어."

거울에서 잔뜩 갈라진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가 그녀에게 거울을 넘긴 것인지 곧 거울 속에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여자가 프랑스에 있는 네 할머님 댁의 위치까지 알아냈어."

헤르미온느가 말하는 엄청난 소식에 당황한 릴리아나가 되물었다.

"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벨라트릭스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고?"

간략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한 헤르미온느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릴리아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헤르미온느의 말이 끝나자 릴리아나가 물었다.

"또 다른 걸 알아낸 건 없어?"

"이브의 관한 것도 알아냈어. 오클러먼시를 하려고 했는데……. 미안해 릴리. 정말 미안해."

입을 뻐끔거리던 릴리아나가 이내 침착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불사조에 관한 것은? 벨라트릭스가 본 기억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여자가 프랑스로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알아냈어?"

"세바스찬 씨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는 것 까지 봤어. 불사조로 이동한다는 것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훌쩍거렸다.

"이브의 존재와 목적지까지 들켜 버렸잖아. 안전해지기 위해 프랑스로 가는 건데 나 때문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알아버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릴리……."

“아니야, 헤르미온느. 넌 최선을 다했어. 내가 더 미안해.”

“맞아, 네 잘못이 아니야.”

릴리아나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거울 속 론도 재빨리 헤르미온느의 등을 토닥거렸다. 거울 속에서 헤르미온느가 훌쩍거리는 소리만이 한동안 울려 퍼졌다. 릴리아나가 세비나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여러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벨라트릭스는 릴리아나가 어디로 가는지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미 퀸 저택이나 할머니 댁에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릴리아나의 목적지를 안 이상 그녀는 혼자서라도 흉터에 대한 복수를 하러 찾아올 것이었다.

헤르미온느의 말에 따르면 아마 불사조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은 모를 것이고 세바스찬이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비행기로 이동하는 척 하려 표를 끊었으니 비행기로 이동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나둔다면 그녀는 분명 히드로 공항 근처에 있는 머글들을 대량 학살할지도 몰랐다. 아니, 머글들의 목숨을 벌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벨라트릭스라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었다.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 벨라트릭스가 불사조로 이동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녀는 이미 프랑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지 않는 릴리아나에 분노하며 찾아내 죽일 때까지 끈질기게 쫓아올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세비나와 세바스찬은 물론이고, 릴리아나가 알고 있는 사람들까지 위험해 질 수 있었다.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릴리아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어. 아마 지금쯤 프랑스에 있는 할머니 댁이나 퀸 저택이나 죽음을 먹는 자들로 득실거리고 있겠지. 내가 피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다칠게 분명하고. 이렇게 된 거 차라리……차라리 그들이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어."

훌쩍이던 헤르미온느가 눈물에 젖은 갈색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거울 속에서 갑자기 론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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