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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죽음의 성물-(22)
시간은 저녁식사를 할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모두들 무언가를 먹을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빌과 플뢰르의 조개껍데기 오두막집 마당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밤바다의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채 한 시간도 안돼서 세운 계획이었고,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큰 계획이었고, 수많은 변수가 있어 펠릭스 펠리시스에 크게 의지해야하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밤바람이 점점 차가워질수록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라났다. 릴리아나의 옆에 서 있던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덤블도어 교수님의 지팡이를 가져갔어. 무덤을 가르고 딱총나무 지팡이를……."
"해리?"
론이 의아한 듯 되물었으나 바로 그때 펑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더니 도비가 공중에서 나타났다.
"도비!"
해리가 외쳤다. 안도의 한숨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다녀왔어요, 해리 포터!"
"어떻게 됐어? 위험하지는 않았어?"
"도비는 무사해요!"
집요정이 꽥꽥거렸다. 릴리아나는 도비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도비.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도비는 해리 포터의 친구들을 위해서 일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도비가 귀를 펄럭거리며 꽥꽥거렸다.
"퀸 저택도 확인하고 왔니?"
릴리아나가 초조하게 물었다.
"네, 아가씨. 피델리우스 마법은 제대로 파괴되었어요. 도비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도비가 커다란 두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피델리우스 마법이 풀렸다는 말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퀸 저택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리였기에 릴리아나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 졌으나 잠시 후 붉은 불길이 솟구쳐 오르자 이내 그 표정은 사라졌다. 모든 것을 활활 태워버릴 기세로 타오르던 붉은 불꽃 사이로 마침내 잔뜩 흐트러지고 더럽혀진 구불구불한 금발머리의 여인이 나타났다.
"퍽스!"
릴리아나가 외치자 그녀의 모습을 하고 있던 퍽스는 또다시 새빨간 불길에 휩싸이더니 불사조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퍽스가 릴리아나의 앞에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퍽스의 목에는 아직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고마워."
퍽스가 대답하듯 나지막한 노랫소리를 냈다. 릴리아나가 지팡이를 주워들었다. 지팡이 끝에서 금빛 불꽃이 터져 나왔다. 마치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퍽스가 목걸이와 머리핀이 불편한 듯 부리로 그것을 쿡쿡 찍었다. 루나가 그것을 빼주자 불사조는 고맙다는 듯이 부리를 몇 번 딸깍이더니 또다시 불길로 변하더니 아기 새의 모양으로 돌아갔다. 살아있는 죽음의 약을 먹어 살인 저주를 맞아도 육체의 시간을 유지했으나, 그 약의 효과가 끝나자 벨라트릭스가 날렸던 살인 저주의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자, 릴리아나. 여기 목걸이랑 머리핀."
"고마워."
릴리아나가 중얼거리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렇게나 주머니 속으로 쑤셔 넣었다. 빌이 손바닥을 짝 소리 나게 부딪히며 입을 열었다.
"이제 늦었지만 저녁을 먹을까? 계획이 성공한 것에 대해 축배도 들면서 말이야."
"도와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용. 저 혼자 할 수 있어용."
세바스찬의 말에 플뢰르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오두막집 안은 훈훈하고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마음을 한결 놓은 것인지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위험하고 불안했던 상황이 지나가고 나자, 딘은 꾹꾹 눌러두었던 질문을 물어보려고 하는지 릴리아나를 향해서 입을 열려고 했다.
"나는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 볼게. 저녁 먹으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릴……"
딘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지만 릴리아나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 위층으로 올라왔다. 아마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설명해 줄 것이었다.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온 릴리아나는 발소리를 죽인 빠른 걸음으로 세비나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따뜻하고 훈훈한 공기로 가득 차 있는 방 안은 아기 특유의 보드라운 살 냄새와 분유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셨다 내쉰 릴리아나가 세비나가 잠들어 있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브."
릴리아나가 들릴 듯 말듯 한 작은 목소리로 애칭을 속삭였다.
"세비나."
이제 릴리아나와 세바스찬, 그리고 세비나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릴리아나를 아는 마법세계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행방불명되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세비나는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도 모르게 잊힐 것이고 어느 순간 연락이 묘연해진 세바스찬 역시 잊힐 것이었다.
릴리아나에게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남아 있었지만, 세바스찬은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아마 평생일지도 모를 다른 사람으로의 삶을 시작해야 했기에 마음 위에 쇳덩이들을 가득 부은 기분이었다. 자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세바스찬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세비나에게도 미안했다. 허전함 없이 사랑을 듬뿍 줄 것이었지만 어째서 자신에게는 다른 아이들에게 있는 아빠가 없냐고 물어볼 것을 생각하면, 또 조용히 숨죽이며 살아야 할 삶을 제대로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결정한 것을 생각하면 이 작은 아기에게 못할 짓을 저지른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었다. 한 남자에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졌고, 사랑에 눈이 멀어버렸다. 언젠가는 버려질 것이라는 것을, 대용품 정도라는 겻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럴 리가 없다며 명백한 사실을 겁쟁이처럼 외면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그 이기심 때문에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직도 그를…….
"세비나……내 이브……."
릴리아나가 아기의 작고 뜨거우면서도 말랑한 손을 살짝 잡으며 중얼거렸다.
"다른 이름을 지어줬어야 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었을까. 그 이상한 꿈 때문이었을까. 아님 아직도 그를 향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릴리아나가 나지막하면서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출발이었지만 깨끗하지는 못했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나두고 온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릴리아나는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금속의 느낌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던 것을 꺼냈다. 왜 이걸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었을까. 한참동안 목걸이와 핀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한참동안 망설이더니 그것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핀과 목걸이를 버린 후에도 오랫동안 쓰레기통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다시 가져오려는 듯이 손을 뻗었다가 자신의 감정을 제지하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입술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깨물은 릴리아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세바스찬과 릴리아나는 다음날 아침식사 후 떠나려고 하며 빌과 플뢰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딘과 루나는 릴리아나의 예상대로 해리에게 설명을 들었는지 별다른 말은 없었다.
"좀 더 머무르면 좋을 텐데."
빌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플뢰르도 프랑스어가 통하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고 그랬거든."
플뢰르가 동의한다는 듯이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웠어요, 빌."
미소를 지은 릴리아나가 빌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플뢰르와 비주를 나눈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이 빌과 플뢰르와 악수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세비나를 고쳐 안았다. 빌과 플뢰르가 뒤로 물러서자 그녀의 친구들이 다가왔다. 론이 물었다.
"프랑스에 있는 할머님 댁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위치가 탄로 났다면 이젠 어디로 갈 거니?"
"프랑스에 할머니와 여름휴가 때마다 찾으시던 별장이 있어. 거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세바스찬과 나밖에 모르니까 괜찮을 거야."
"몸조심하고. 자주 연락해 줘."
해리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알겠어. 너도 몸조심해, 해리."
"보고 싶을 거야. 금방 영국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헤르미온느가 어제보다는 나아진 안색으로 릴리아나를 끌어안았다. 릴리아나는 차마 그녀에게 아마 영국으로는 앞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루나가 입을 열었다.
"정말 너랑 똑같이 생긴 아기다. 귀여워."
"고마워, 루나."
루나가 세비나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약하게 흔들자 아기는 맑은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음……. 조심해."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며 우물쭈물 거리던 딘이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고마워."
릴리아나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오두막집에 있는 사람들과 한 번씩 인사를 나누며 떠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의자 등받이에 자리를 잡고 있던 퍽스가 고개를 들었다. 하루 사이에 아기 새에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자라난 퍽스가 공중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세바스찬이 트렁크와 부엉이 장을 들고 릴리아나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퍽스는 곧 엄청난 속도로 하강했다. 릴리아나가 퍽스의 깃털을 잡자 순식간에 그들은 새빨간 불꽃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
릴리아나가 프랑스로 떠나고 난 후,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린고트에 있는 래스트랭 가문의 금고에 침입할 계획을 세웠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던 계획은, 중간에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틀어져 고비를 겪긴 했지만 그들은 무사히 그린고트에서 탈출했다.
호숫가에 앉아 깔깔거리며 한숨 돌리던 해리는 갑작스레 몰려오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늘과 호수의 물 냄새와 론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칼에 맞은 듯이, 해리의 머리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해리는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방 안에 서 있었다. 마법사들이 반원을 그린 채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조그만 형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놈이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그의 목소리는 높고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안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두려워했던 단 한가지 일……하지만 이것이 사실일 리가 없었다. 그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도깨비는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빨간 두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다.
"다시 말해 봐라!"
볼드모트가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말해!"
"주……주인님."
도깨비가 더듬거렸다. 그의 새까만 눈은 공포로 휘둥그레져 있었다.
"주……주인님……저희는 그……그들을 마……막으려고 노……노력했습니다……. 치……침입자들이, 주인님……레스트랭 가문의 그……금고를 뚫고……뚫고 들어가서……."
"침입자들이라고? 어떤 침입자들이지? 그린고트는 침입자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는 줄 아는데? 그자들이 누구냐?"
"그건……그건 포……포터라는 그 소……소년과 두……두 명의 공범자들……."
"그래서 그들이 뭘 가져갔지?"
그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숨 막히는 공포가 그를 덮쳤다.
"어서 말해! 그놈들이 뭘 가져갔지?"
"자……작은 황금 자……잔을, 주……주인님……."
현실을 부정하는 분노에 찬 비명 소리가 마치 다른 낯선 이의 것처럼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는 격분했고 광란에 빠졌다. 이것이 사실일리가 없었다. 이건 불가능했다.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그 녀석이 어떻게 그의 비밀을 알아낼 수가 있었단 말인가?
딱총나무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자, 초록 불빛이 방을 가로질러 발사되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도깨비가 떼굴떼굴 구르더니 숨이 끊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들도 겁에 질려 그의 앞에서 황급히 도망쳤다. 벨라트릭스와 루시우스 말포이는 다른 사람들을 밀치면서 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다시, 또다시 그의 지팡이가 허공을 갈랐고, 남아 있던 자들은 모두 살해를 당했다. 그에게 이런 소식을 전한 죄로, 황금 잔에 대한 소식을 듣게 한 죄로…….
죽은 자들 속에서 홀로 남은 그는 폭풍처럼 사납게 날뛰었다. 그것들의 모습이 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보물이자 생명의 보호물이며, 불멸을 위한 닻인 그것들이. 일기장은 파괴되었고 잔은 도난당했다. 만약, 만약에 그 녀석이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만약 그 녀석이 벌써 행동을 취하고 더 많은 호크룩스를 추적했다면, 과연 그가 알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덤블도어가 있었을까? 항상 그를 의심했던 덤블도어, 그의 명령에 의해 죽음을 당한 덤불도어, 그자의 지팡이는 지금 그의 것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 아이, 바로 그 아이를 통해서 그자는 치욕스런 죽음으로부터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 녀석이 호크룩스들 중 어느 하나라도 파괴했다면, 분명 볼드모트 경이 알아차리지 않았겠는가? 혹은 느끼기라도 하지 않았겠는가? 이 세상 모든 마법사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마법사인 그가,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그가, 덤블도어와 수많은 다른 무가치하고 이름 없는 자들을 죽인 바로 그가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볼드모트 경이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바로 그가, 그토록 귀중하고 소중한 자기 자신이 공격당하고 절단 당했는데?
물론 일기장이 파괴되었을 때, 그는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그가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몸을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라고, 유령보다도 못한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분명히 다른 것들은 무사하다……. 다른 호크룩스들은 틀림없이 전혀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분명히 확인해 봐야만 한다……. 그는 발길에 차이는 도깨비의 주검을 옆으로 걷어차면서 방 안을 서성거렸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그의 머릿속으로 온갖 영상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가 화르르 타올랐다. 호수, 곤트의 집 그리고 호그와트…….
이제 약간이나마 마음이 진정되면서 그의 분노가 사그라졌다. 그가 곤트의 집에 그 반지를 숨겼다는 사실을 그 녀석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가 곤트 집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 관계를 철저하게 감추었고, 그 살인들은 한 번도 그와 연루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 반지는 분명 안전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혹은 이 세상 어느 누가 그 동굴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보호 마법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 로켓이 도난당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한편 학교로 말하자면, 오직 그만이 호그와트 안의 어디에 그 호크룩스를 넣어 두었는지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 장소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파헤쳐 본 사람은 오직 그밖에 없었으므로…….
게다가 내기니가 있었다. 이제 그놈은 더 이상 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멀리 보내지 말고, 반드시 그의 보호 하에 가까이 두어야만 한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보다 철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그는 그의 은닉처들을 하나씩 찾아가 봐야만 한다. 그리고 그의 호크룩스 하나하나에 더욱 강화된 보호막을 쳐야만 한다……. 이것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찾는 일처럼, 반드시 그가 혼자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을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까? 어느 것이 가장 위험하지? 오랜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덤블도어는 그의 중간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곤트 집안과의 연관성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버려진 집이야말로 아마 그의 은닉처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일 것이다. 그러니 그가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바로 거기였다…….
그 호수는, 틀림없이 불가능했다……. 비록 덤블도어가 고아원을 통해서 그가 옛날에 저지른 악행들을 일부 알아냈을 가능성이 아주 약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호그와트……. 하지만 그는 그곳에 있는 호크룩스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포터가 발각당하지 않고 호그스미드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가 어쩌면 성에 다시 들어가려고 시도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스네이프에게 미리 경고해 두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물론 그 녀석이 왜 돌아오려고 하는지 그 이유까지 스네이프에게 말해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벨라트릭스와 말포이를 믿었던 것은 참으로 크나큰 실수였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그놈들의 멍청함과 부주의함이 입증하지 않았는가?
이제 내기니를 데리고 제일 먼저 곤트의 집을 찾아갈 것이다……. 앞으로는 결코 이 뱀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성큼성큼 방을 걸어 나와서 홀을 지났다. 그리고 분수가 솟고 있는 어두운 정원으로 나갔다. 그는 파셀통그로 뱀을 불렀다. 뱀은 긴 그림자처럼 스르르 미끄러져 나와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해리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자신을 다시 현실로 되돌리기 위해서 기를 썼다. 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비추는 호숫가 둔덕에 누워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걱정 가득한 그들의 표정과 계속해서 욱신욱신 쑤시는 흉터로 미루어 볼 때, 그가 갑자기 볼드모트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단 사실이 들통 난 모양이었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여전히 흠뻑 젖어 있었다.
"그가 알았어. 이제 그는 다른 호크룩스들이 있는 곳을 살펴보러 갈 거야. 그리고 마지막 호크룩스는……마지막 호크룩스는 호그와트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