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19화 (11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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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에필로그-19년 후

그해에는 가을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 같았다. 9월의 첫날 아침은 사과처럼 신선했고 황금빛으로 빛났다. 일가족은 그을음투성이인 커다란 기차역을 향해서 소음으로 가득한 도로를 잽싸게 건너갔다. 자동차 배기구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와 보행자들의 입김이 차가운 공기에 닿아 거미줄처럼 반짝였다. 스네이프와 그의 아들이 밀고 있는, 짐을 가득 실은 손수레 위에는 커다란 새장 두 개가 덜컹거리고 있었다. 새장 안에서는 부엉이들이 성이 나서 부엉부엉 울어 댔고, 손수레를 끌고 가는 부자 뒤로 검은 머리에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는 금발머리에 그녀와 똑같이 생긴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가진 여인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

이 가족이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를 향해 요리조리 뚫고 나아가자, 출근을 하던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부엉이들을 바라보았다.

"먼저 가렴, 세즈."

릴리아나의 다정한 말에 어머니를 바라보았던 세즈, 세바스찬은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가, 긴장한 듯 아버지와 함께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개찰구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릴리아나와 세비나 역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 있던 학생들은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작년에 학교를 졸업한 세비나 스네이프와 작년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마법약 수업을 맡고 있는 릴리아나 교수가 나타나자 반가운 기색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가, 그 뒤에서 인상을 굳히고 손수레를 밀고 있는 스네이프 교장 선생님을 발견하고 재빨리 사라졌다.

"알버스와 로즈는 어디 있을까요?"

세즈가 초조하게 묻자 릴리아나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곧 만날 수 있겠지."

"벨르 누나!"

갑자기 뒤에서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스네이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빨리 와! 누나 자리 맡아놨어! 어, 안녕하세요, 릴리아나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안녕 세즈!"

제임스가 해맑게 웃으며 달려와 세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 스네이프 부부와 세즈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다. 스네이프의 인상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그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교장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지만, 불행하게도 제임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그럼, 엄마 아빠. 저는 다녀올게요."

세비나가 환하게 웃으며 릴리아나와 스네이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그녀의 짐을 들고 제임스와 함께 걸어갔다. 스네이프가 당장이라도 세비나를 붙잡고 싶다는 듯이 손이 희미하게 떨렸지만 릴리아나가 그의 손을 잡아 제지했다.

"여보."

릴리아나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스네이프는 입을 꾹 다물며 저 멀리 사라지는 제임스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마법약 교수가 된 첫 해에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이용해서 호그와트로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을 허락해 주는 게 아니었어."

스네이프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인인데다 교수까지 된 아이가 12살짜리 남자애를 남자로 느끼겠어요? 이브에게 제임스는 그저 귀엽고 친한 남동생일 뿐이라고요."

"하지만 저 녀석에게는 아니겠지."

달래듯 말하는 릴리아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스네이프의 반응은 여전히 못마땅한 듯 했다. 아무래도 올해도 그리핀도르는 우승하지 못할 듯싶었다.

"벨르(미녀)라니."

스네이프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들이 향했던 곳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핀도르에 감점을, 어렸을 적부터 저 녀석은, 내가 절대로, 우리 이브는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늘 있었던 일이었기에 릴리아나는 세즈와 함께 손수레를 끌며 승강장을 따라 걸어가 포터 가족과 위즐리 가족을 찾았다.

"릴리!"

안개 속에서 헤르미온느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야!"

여덟 명의 사람들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제일 마지막 객차 옆에 서 있었다.

"안녕."

알버스가 몹시 안심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로즈가 세즈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녀는 이미 새로 산 호그와트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안녕."

세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론이 사실 머글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할 때 시험관에게 혼동 마법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의 트렁크와 부엉이를 열차에 실어 오르려고 하자, 그것을 대신 올려준 해리가 조용히 물었다.

"교장 선생님은 어디가시고?"

"제임스가 이브랑 같은 열차 칸에 타겠다고 데려가서……알잖아."

릴리아나가 뒷말을 생략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해리는 그 말을 모두 알아들은 듯 했다. 론의 얼굴에 제임스를 향한 연민의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온 그들은 스네이프와 세비나의 옆에서 자신들이 나중에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어느 기숙사에 배정될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릴리와 로즈의 남동생인 휴고를 발견했다.

"만약 그리핀도르에 배정되지 않았다간, 쫓겨날 줄 알아라."

론이 장난스럽게 말했다가 아이들 옆에 서 있는 스네이프의 눈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뭐 그렇다고 부담 주려는 건 아니다."

"론!"

세비나와 릴리와 휴고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세바스찬도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알버스와 로즈는 아주 심각한 표정이었다.

"정말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란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 그리고 지니가 타일렀다. 하지만 론은 더 이상 거기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해리와 릴리아나와 눈이 마주치자, 론은 은근히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턱으로 슬쩍 가리켰다. 한순간 증기가 옅어졌고, 그곳에는 세 사람이 서서히 움직이는 안개와 또렷한 대조를 이루며 서 있었다.

"누군지 봐."

그곳에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는 어두운 색 코트의 단추를 목까지 바짝 채우고 있었는데, 머리가 약간 벗겨져서 뾰족한 턱이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처음 보는 소년은 세비나가 릴리아나를 닮은 것만큼이나 드레이코를 쏙 빼닮은 모습이었고, 은발머리에 맑은 하늘색 눈동자를 가진 새침해 보이는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와 똑 닮아 있었다. 드레이코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지니, 그리고 릴리아나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하더니, 때마침 눈이 마주친 스네이프를 향해 조금 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섰다.

"그럼 저게 어린 스콜피우스와 아리에스로군."

론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로지, 넌 모든 시험에서 반드시 저 녀석을 눌러야 한다. 정말이지 네가 엄마의 머리를 물려받아서 천만다행이라니까."

"론, 제발."

헤르미온느가 단호하면서도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애들을 갈라놓으려 들지 마."

"당신 말이 맞아, 미안."

론이 수긍하는 듯하더니, 그만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저 애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는 마라, 로지. 할아버지는 네가 순수혈통하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절대로 용서치 않으실 테니."

"여기요!"

그때 제임스가 나타났다. 트렁크와 부엉이와 손수레는 벌써 다른 곳에 놓아둔 채, 새로운 소식을 알리려고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스네이프의 까만 두 눈이 다시 조용한 분노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테디 형이 저기에 와 있어요."

제임스가 어깨 너머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증기 구름 속을 가리키며 숨 가쁘게 말했다.

"방금 형을 봤어요! 글쎄 뭘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빅투아르 누나랑 키스한대요!"

제임스는 어른들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반응이 없자, 분명히 실망한 기색이었다.

"우리의 테디! 테디 루핀 말이에요! 우리 빅투아르 누나랑 키스한다니까요! 우리 사촌 누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형한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너 그 애들을 방해했니?"

지니가 말했다.

"넌 정말이지 론 삼촌을 쏙 빼닮았구나."

"……그런데 테디 형은 누나를 단지 배웅하러 온 거라고 말했어요! 그러더니 저한테 썩 꺼지라고 그러더라고요. 리무스 삼촌과 통스 이모는 이걸 아나 몰라. 글쎄, 테디 형이랑 빅투아르 누나가 키스했다니까요!"

제임스는 과연 자신의 말이 정확히 전달된 건지 의심스러운 듯 다시 한 번 덧붙였다가, 그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희미하게 고개를 젓고 있는 세비나를 발견하고는 창피한 듯 볼을 붉히더니 어른스러운 말투로 재빨리 덧붙였다.

"아니에요, 그냥 제가 말한 건 모두 잊어 주……."

"아아, 그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릴리가 들떠서 속삭였다. 제임스가 그의 여동생을 절망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가 세비나의 눈치를 보았다. 스네이프와 세비나를 제외한 그곳에 서 있던 어른들은 쿡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썼다. 해리는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한때 파비안 프레웨트의 것이었던 낡아 빠진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열한 시가 다 됐구나. 너희는 열차에 오르는 게 좋겠다."

"호그와트에서 보자, 세즈."

세비나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남동생을 껴안았다. 세즈와 작별의 키스를 한 세비나는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와도 끌어안으며 작별의 키스를 했다.

"그럼 호그와트에서 봐요, 아빠."

세비나가 싱긋 웃으며 빠르게 훌쩍 열차에 오르는 제임스의 뒤를 따라갔다. 제임스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가 손을 잡고 빠르게 승객들이 차고 있는 열차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크리스마스 때 보자꾸나, 세즈."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을 안아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다음 주 금요일에 해그리드가 차 마시러 오라고 초대했다는 걸 잊지 말고. 같은 세베루스끼리 잘 지내렴."

"난 그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준적은 없었지만."

"여보!"

스네이프가 사라진 제임스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듯 중얼거리자 릴리아나가 밉지 않게 그를 흘겨보며 주의를 주었다. 세바스찬이 빙그레 웃더니 어머니에게 작별의 키스를 했다.

"제가 호그와트에서 제임스 형을 감시할게요. 이브 누나에게 접근하려고 하면……."

세바스찬이 씩 웃더니 제임스를 향한 번뜩이는 경고의 눈빛을 내보였다. 그 역시 자신의 소중한 누나에게 자꾸만 접근하는 제임스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녀올게요, 아빠."

세즈의 말에 스네이프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의 아들을 껴안으며 세즈의 새까만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호그와트에서 보자꾸나."

스네이프가 그와 릴리아나가 정확히 반반 섞인 것 같은 세즈를 내려다보며 무뚝뚝해 보이지만 다정하게 말했다.

진홍색 열차의 문이 잇달아 탕 소리를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학부모들이 마지막 키스와 당부를 하기 위해 열차 가까이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세바스찬은 알버스와 로즈가 기다리고 있는 객차 안으로 펄쩍 뛰어들었고, 스네이프가 뒤에서 문을 닫아 주었다. 학생들은 가장 가까운 창문에 저마다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모두 해리 쪽을 돌아보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왜 다들 쳐다보죠?"

알버스가 물었다. 알버스와 로즈는 목을 쑥 빼고 다른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신경 쓸 거 없다."

론이 말했다.

"바로 나 때문이란다. 내가 워낙 유명하거든."

알버스와 로즈, 세즈, 휴고와 릴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열차가 움직였고, 부모들은 흥분으로 발개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저절로 열차를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열차가 미끄러지듯 멀어져 가는 것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어느덧 수증기의 마지막 자취까지 가을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곧 열차는 모퉁이를 돌았다. 릴리아나는 사라져가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힘없이 내렸다.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세즈와 이브는 잘할 거야. 세즈는 모범적인 학생일거고 이브는 엄마의 뒤를 이어 훌륭한 마법약 교수가 되겠지."

"나도 알아요."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문제는 제임스 녀석이지."

스네이프가 여전히 마음속에 담고 있던 못마땅함을 중얼거렸다. 릴리아나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질투 나는데요?"

릴리아나가 장난스럽게 스네이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젊고 예쁘고 인기 많은 아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 남편 분께서는 사랑스러운 딸에게 접근하는 남자만 신경 쓰시는 건가요? 내가 사랑하는 자식들한테까지 질투해야 할 줄은 몰랐어요."

릴리아나가 밉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며 장난스럽게 스네이프를 째려보자 스네이프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릴리아나를 더욱 꼭 끌어안으며 습관적으로 투명한 보석이 촘촘하게 박힌 머리핀을 한 쪽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아나, 당신이라고."

"어머, 정말요?"

릴리아나가 짐짓 의심스럽다는 듯이 스네이프를 흘겨보더니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못 믿겠어요."

"아나……."

스네이프가 애절하게 릴리아나를 부르자 그녀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애교가 듬뿍 섞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새침하게 물었다.

"그럼 아직도요?(After all this time?)"

귀여운 아내의 모습에 스네이프가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부드럽게 릴리아나의 뺨을 감싸며 눈을 맞췄다.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검은 눈과 아몬드 모양의 깊고 다정한 녹색 눈이 마주쳤다. 스네이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제까지나.(Always.)"

그의 말에 릴리아나의 입가에서 서서히 미소가 번져나갔다. 호선을 그리고 있는 스네이프의 입술이 릴리아나의 이마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춘 스네이프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릴리아나의 보드라운 분홍빛 입술에 다정하게 키스했다. 릴리아나가 보기만 해도 환해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입맞춤에 응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킹스 크로스 역에서, 새롭게 피어났던 시간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어느 9월의 이야기였다.

-完-

지금까지 로튼 타임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튼 타임이 여러분에게 최고의 스네이프 루트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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