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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동화 외전-빨간 망토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병맛 동화 외전-빨간 망토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빨간 망토가 살았어요.
칠흑같이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과 하얗게 보이는 창백한 피부, 그리고 매부리코를 가진 빨간 망토는 박쥐처럼 보이는 검은 망토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긴 했지만, 언제나 빨간 망토를 고집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빨간 망토라고 불렀답니다.
사실 빨간 망토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불리기에는 나이가 조금……아니 조금 많이……음…….많이……많았지만 세베루스 스네이프라고 불렀다가는 무서운 해골 모양 문신이 새겨져 있는 팔로 아바다 케다브라 주문에 맞을 것 같았기에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같은 느낌으로 빨간 망토라고 부르는 것이었어요.
혼자 사는 독신남 빨간 망토는 덤블도어 할아버지가 내준 목숨을 건 미션 수행 보고를 위해 집을 나섰어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무려 16년 동안이나 해왔지만 한 번도 첩자라는 것을 들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아무튼, 가는 길에 할아버지가 사오라고 부탁한 디저트거리도 챙긴 빨간 망토는 숲 속에 난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답니다.
숲 속의 오솔길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했어요. 새 소리 하나 풀벌레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지요. 보통의 여자아이들이라면 충분히 무서워 할 상황이었지만, 3n살 모태솔로 독신남은 전혀 개의치 않았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수풀 속에서 숨어 있던 인영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빨간 망토를 잡아먹으려는 무서운 늑대 릴리아나였어요. 늑대는 귀를 쫑긋 세운 채 독신남 빨간 망토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봐요!"
빨간 망토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자 수줍게 빨간 망토를 부른 늑대 릴리아나는 빨간 망토가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조금 더 크게 불렀어요.
"이봐요! 빨간 망토야!"
마침내 독신남 빨간 망토가 멈춰 섰어요.
"어딜 가는 거예요?"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늑대 귀를 가진 낯선 소녀가 이상할 법도 하건만, 독신남 빨간 망토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어요.
"할아버지 집."
"왜요?"
"병문안."
사실 이중 첩자 일을 보고하러 가는 것이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소녀에게 그것을 그대로 말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빨간 망토는 거짓말을 했어요.
"그래요? 그러면 병문안을 가려면 꽃도 있어야겠네요? 꽃도 좀 꺾어 가는 게 어때요?"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늑대 귀 소녀의 말에 독신남 빨간 망토는 일이 귀찮아졌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어요.
"싫……."
"네?"
늑대 릴리아나가 간절한 눈빛으로 빨간 망토를 올려다보며 물었어요.
"싫……."
"네? 네네?"
늑대 릴리아나가 은근슬쩍 독신남 빨간 망토의 팔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하기 시작했어요. 소녀가 귀찮았던 빨간 망토 스네이프는 늑대 릴리아나가 잡았던 팔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했어요.
"싫다."
"왜요?"
늑대 릴리아나의 물음에 왜 싫은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빨간 망토 스네이프가 마침내 정석적인 대답을 기억해내고 입을 열었어요.
"엄마가 늑대랑 놀지 말랬다."
"왜요!"
늑대 릴리아나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엄마라니! 엄마라니! 설마 엄마 찬스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늑대 릴리아나가 놀란 것도 진정되기 전에 빨간 망토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엄마가 숲 속에서 나쁜 늑대를 만나면 절대로 따라가지 말라고 했어."
3n살 모태솔로 독신남 빨간 망토의 대답에 늑대 릴리아나는 풀이 죽었습니다. 귀를 축 내리며 고개도 푹 숙인 늑대 릴리아나가 빨간 망토의 망토자락을 잡았습니다.
"나 착한 늑대인데…….진짠데……."
늑대 릴리아나가 중얼거리건 말건 늑대가 잡은 망토를 놓게 하려고 잡아당겼지만, 있는 힘껏 버티며 놓아주지 않는 늑대의 모습에 빨간 망토는 원하는 것을 대충 들어주는 게 빨리 끝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빨간 망토 스네이프가 순순히 꽃을 꺾기 시작하자 늑대 릴리아나 역시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 신이 나서 함께 꽃을 꺾었지요.
"이 빨간 꽃은 할아버지가 좋아하실까요? 하얀 들꽃은요?"
늑대 릴리아나가 신이 나서 재잘거렸어요. 어느새 덤블도어 할아버지가 가지고 오라고 부탁한 디저트가 담긴 바구니에 꽃이 가득 담겼어요. 늑대 릴리아나는 뿌듯한 듯이 헤헤 웃으며 자기가 꺾은 꽃을 독신남의 찰랑거리는 머리에 꽂아주었어요.
"그럼 잘 가요!"
늑대 릴리아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빨간 망토를 배웅했습니다. 빨간 망토 스네이프는 약속한 시간보다 지체된 것을 깨닫고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빨간 망토와 헤어진 늑대 릴리아나는 있는 힘껏 뛰어서 덤블도어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어요. 사실 빨간 망토를 짝사랑했던 늑대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어디로 갈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말을 걸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 했던 것이었어요.
덤블도어 할아버지에겐 옆 마을 맥고나걸 할머니와 플리트윅 할아버지가 급하게 찾으신다는 말을 전해 집에서 쫓아낸 늑대 릴리아나는 재빨리 덤블도어 할아버지의 침대 안으로 깡충깡충 뛰어 들어갔어요.
침대 안에서 꾸물거리며 잡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던 늑대 릴리아나는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귀를 쫑긋 세우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누구니?"
"할아버지, 접니다. 저 빨간 망토 입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입 꼬리를 쭉 올리며 두 뺨을 붉히던 늑대 릴리아나가 대답했어요.
"들어오렴. 문은 열려 있단다."
방 안으로 들어온 빨간 망토 스네이프는 할아버지가 누워 있는 침대로 점점 다가오다가 이불 위로 쫑긋 솟아있는 귀를 발견하고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귀가 그렇게 크십니까?"
"그건 네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란다."
"그럼 눈은 왜 이렇게 큽니까?"
"그건 너를 잘 보기 위해서란다."
"그럼 왜 아까 숲 속에서 본 늑대가 여기에 누워 있는 겁니까?"
무덤덤한 빨간 망토의 물음에 당황한 늑대 릴리아나가 이불을 조금 내리고 빨간 망토 스네이프를 바라보았어요.
"음…….그건 말이지……."
조금 고민하던 늑대 릴리아나가 코 밑까지 이불을 둘둘 감싼 채 침대에서 일어났어요. 머리 하나는 작은 늑대 소녀를 바라보던 빨간 망토는 점점 늑대가 다가오자 의아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어요.
빨간 망토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늑대 릴리아나는 둘둘 감싸고 있던 이불을 내려 얼굴을 드러나게 한 후 싱긋 웃었어요.
"그건 말이죠. 너를 잡아먹기 위해서예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늑대의 협박에 빨간 망토 스네이프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어요. 묘하고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빨간 망토 스네이프를 바라보고 있던 늑대 릴리아나가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쥐고 있던 힘을 뺐어요. 그러자 이불이 스르르 떨어지며 늑대의 새하얀 나신ㅇㅣ 드ㄹㅓ나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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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작가가 미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