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22화 (12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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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the Time(외전 맛보기)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After the Time

부제-딸 병ㅅㅣㄴ……바보 스네이프 씨의 일상

"아-빠아."

세비나가 애교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스네이프를 부르며 활짝 웃어보이자 스네이프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새어나왔다.

밤하늘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과 다정하고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 오밀조밀한 인형 같은 이목구비의 세비나 릴리아나 스네이프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외출을 하기 위해 생머리를 조금 구불거리게 만들어 양 갈래로 묶고, 발랄해 보이는 레몬색 원피스를 입은 세비나는 엄마가 외출 준비를 하는 틈을 이용하여 아빠와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장난감 찻주전자에 물을 채워 진지한 얼굴로 차를 우리는 흉내를 낸 세비나가 입을 열었다.

"차 드세요."

"감사합니다."

장난감 찻잔을 들고 장난감 찻주전자에서 차를 받는 척 하는 스네이프의 모습은 평소의 그를 아는 사람들이 봤다면 몇 번이고 눈을 비볐을 장면이었으나, 그는 태연하게 마시는 시늉까지 해 보였다.

"어떠세요?"

"맛있어요."

그의 대답에 아이가 까르르 웃더니 두 뺨에 홍조를 띈 채 조곤조곤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브가 맛있는 간식을 만들게요."

세비나는 아빠가 마법으로 만들어준 꽃들을 장난감 프라이팬에 넣더니 진지한 얼굴로 요리하는 척을 했다. 한참동안 프라이팬을 흔들던 아이는 꽃들을 접시에 담아 스네이프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어때요?"

"맛있네요. 누가 만든 거예요?"

천연덕스러운 물음에 세비나가 스네이프의 품에 안기며 대답했다.

"이브가 만들었어요."

꼼지락거리며 아빠의 품 안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세비나가 싱긋 웃더니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자 그는 이브를 향해 바람을 후 불었다. 스네이프의 장난에 아이가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빠 좋아."

"좋아?"

"응, 사랑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런 점이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뿌듯한 점이었다. 스네이프가 품 안에 안긴 딸이 사랑스럽다는 듯 내려다보며 가볍게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빠도."

"아빠도 이브 사랑해요?"

"네, 사랑해요."

스네이프의 대답에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세비나가 보기만하도 기분이 좋아지는 백합 같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 아이가 요리하는 척 했던 꽃을 귀에 꽂아준 스네이프가 물었다.

"그럼 이브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엄마."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스네이프의 은은한 미소가 뻣뻣하게 굳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재밌는지 세비나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스네이프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이에게 되물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엄마!"

세비나가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 멍한 얼굴로 딸을 내려다보던 스네이프가 아이를 가볍게 흔들며 재촉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요."

세비나는 꿋꿋했다. 현실을 부정하는 듯 이브의 볼을 꽉 잡아 붕어처럼 입을 튀어나오게 만든 스네이프가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대부가 좋아 아빠가 좋아."

"세바스찬."

"대모가 좋아 아빠가 좋아."

"헤미 이모."

해리 삼촌, 론 삼촌, 지니 이모, 시리우스 삼촌, 드레이코 삼촌, 맥고나걸 할머니, 플리트윅 할아버지…….주변 사람들을 모두 불러가며 누가 더 좋은지를 다급하게 묻던 스네이프는 한 번도 아빠가 좋다는 말이 나오지 않자 잡고 있던 딸의 볼에 조금 더 힘을 주며 흔들었다. 세비나가 재미있다는 듯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개구리 초콜릿……."

말을 꺼내던 스네이프는 어째서인지 점점 자신이 상처받음을 느끼며 입을 다물고 대신 세비나에게 응징의 뽀뽀를 퍼부었다. 아이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스네이프의 얼굴을 밀어내려 버둥거렸다.

"하지마세요!"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하지마세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버둥거리던 세비나가 몸을 휙 일으키더니 도도하게 머리를 넘겼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서운하게 바라보고 있던 스네이프의 약간 까칠한 두 볼에 양 손을 올린 세비나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지마세요."

"싫어요."

뽀뽀를 하려는 자와 받지 않으려는 자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꺅꺅거리는 비명을 지르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스네이프를 피하던 세비나가 결국 이마를 내주는 것으로 짧은 추격전은 끝이 났다. 간헐적으로 짧고 맑은 웃음을 터트리던 아이가 스네이프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얌전히 품에 안겼다. 한참동안 아빠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에너지를 충전하던 세비나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빠도 꽃 해요."

"아빠도?"

뜨끈뜨끈하다고 느껴질 만한 딸을 껴안고 있던 스네이프가 예상치 못한 주문에 조금 당황한 사이, 세비나는 접시에 있던 커다란 장미꽃을 스네이프의 머리카락에 꽂아주었다.

"아빠 예쁘다."

"이브, 준비 다……."

때마침 클러치 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다 넣었는지 점검하며 걸어 나오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모습을 발견하고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한 그가 입을 벙긋거리며 허리까지 굽혀가며 웃고 있는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의 품에 안겨 있던 세비나가 물었다.

"엄마! 아빠 예뻐?"

"응, 예쁘네."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까지 고여 가며 대답하는 릴리아나의 모습에 스네이프는 짐짓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붉은 색을 띄고 있는 그의 귀 덕분에 그가 창피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세비나가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 여전히 웃고 있는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자 스네이프는 머리에 꽂은 꽃을 은근슬쩍 빼려고 했으나, 사랑하는 딸이 환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힘없이 손을 내렸다.

"아빠, 예쁘니까 그러고 있어야 해요?"

"맞아요, 아빠. 예쁘니까 그러고 있어야 해요?"

세비나의 머리에 꽂힌 꽃을 다시 예쁘게 정리해주던 릴리아나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거들었다. 스네이프는 보일 듯 말듯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은 만들어 놨으니까 데워서 먹기만 하면 돼요. 9시까지는 돌아올게요."

릴리아나가 붉은 장미꽃을 꽂은 스네이프를 바라보며 여전히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말했다. 스네이프가 호선을 그리고 있는 아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럼 갔다 올게요."

"다녀와. 너무 늦지는 말고."

"당신도 우리가 갔다 올 동안 밀린 서류 처리 다 해놓으세요."

릴리아나가 싱긋 웃으며 남편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브, 다녀오겠습니다. 는 했니?"

"다녀오겠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낑낑거리며 샛노란 구두를 신으려 노력하고 있던 세비나가 말했다. 스네이프가 무릎을 굽히고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자 헤실헤실 웃던 세비나가 일어서더니 조금 구겨진 원피스 자락을 다듬었다.

"삼촌들이랑 잘 놀다 오렴."

"알겠어요, 아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세비나가 스네이프를 향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손짓을 했다. 그가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주자 세비나가 작게 소곤거렸다.

"사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아빠의 볼에 뽀뽀를 한 세비나가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사랑해요."

눈을 반으로 접어보이며 귀엽게 웃은 이브가 릴리아나의 손을 잡고 스네이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고 나자 스네이프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

요즘 아이와 놀아주느라 밀려버린 호그와트의 서류들을 오랜만에 집중하며 처리하던 스네이프는 아내가 남기고 간 저녁을 데워 먹은 후 다시 일처리에 집중했다.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른 생각이나 소리는 들리지 않는 성격인 그는 9시 무렵에 아내가 문을 두드리며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에 고개를 들고 인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산더미 같던 서류들도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었다. 스네이프는 일할 때만 쓰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뻐근한 손목을 한번 돌린 후 눈으로는 끊임없이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때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스네이프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에게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찻주전자와 찻잔을 내려놓자 스네이프가 여전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고마워."

릴리아나 역시 그의 일처리 방식을 알기 때문에 티세트만 내려놓고 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인기척에 흘끗 고개를 들었다 내렸던 스네이프가 황급히 고개를 들어 멍하니 시선을 고정했다.

"왜 그래요, 여보?"

릴리아나가 싱긋 웃었다. 태연하게 웃어 보이는 아내와는 다르게 스네이프는 조금 커진 눈으로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아내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조금 구불거리는 금발머리 위에는 프릴로 된 머리띠가 있었고, 속옷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기장의 검은 프릴치마는 아찔한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왜 머글들이 이상한 복장을 입은 여자들을 성적 판타지로 갖고 있는지 몰랐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차 먼저 드실래요? 아니면 밤도 늦었는데 목욕부터 하실래요?"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온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 바람에 한없이 파여 있던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팔을 그의 목에 감자 스네이프는 향긋한 체향이 훅 끼쳐오는 것을 맡을 수 있었다. 릴리아나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님 저부터?"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문자 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린 스네이프는 조금 바보 같은 질문을 꺼냈다.

"……이브는?"

"시리우스의 집에 있어요. 오늘 밤은 거기서 자고 올 거예요, 세브."

여전히 나른한 목소리로 릴리아나가 속삭였다. 그의 목울대가 다시 크게 움직였다. 문자 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던 스네이프는 또다시 멍청하게 물었다.

"……아까 어떤 선택지가 있다고 했지?"

그의 반응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릴리아나가 속삭였다.

"차, 목욕."

"그거 말고 또 있었잖아."

묘한 미소를 지은 릴리아나가 달콤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어때요?"

"……그럼 사양 않고."

주어진 기회는 놓치지 않는 슬리데린답게 어느새 잡고 있던 릴리아나의 새하얀 허벅지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스네이프는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녀를 스네이프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한바탕 어른들의 놀이가 끝나고,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아내를 받쳐들은 스네이프가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왜 이런 귀여운 일을 꾸몄어?"

"글쎄요?"

홍조가 도는 얼굴로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스네이프의 손가락을 앙 무는 릴리아나의 모습에 열기로 가득 찼던 스네이프의 사무실의 온도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라는 이유는 아닌 거야?"

"흠……."

릴리아나가 고민하는 척을 하자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그의 손가락으로 휘감으며 그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 않은 그녀의 입술을 마음껏 탐하며 벌했다. 장난스럽게 고개를 이리저리 피하며 그의 입맞춤을 피하는 릴리아나를 끈질기게 따라가며 입을 맞추자 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릴리아나는 도망치려 했다. 도망가려고 하는 그녀를 붙잡은 스네이프가 그대로 그의 몸과 침대 사이에 그녀를 가둬버렸다.

하지만 즐거웠던 밤도 잠시, 그에게는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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