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24화 (1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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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the Time(完)

"제-임-스-포-터!!"

스네이프가 포효했다.

"돌아가면 그리핀도르에 50점, 아니 100점 감점이다! 졸업할 때까지 베껴 쓰기 벌과 머글식 화장실 청소 벌을 받을 줄 알아!!"

"여보, 진정해요."

릴리아나가 달래듯이 스네이프의 손을 잡고 토닥였으나, 그는 쉽게 진정할 기미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네이프 부부는 시간을 거슬러 1976년으로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Before the Time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였다.

그리핀도르의 7학년 학생인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가 요즘 들어 밤이나 낮이나 세비나 스네이프 교수의 사무실에 시시때때로 드나든다는 익명처리를 요구한 충실한 자유로운 집요정 D의 보고를 들은 스네이프는 호시탐탐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를 물리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저녁 늦게 호그와트를 찾았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와 함께 차를 마시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도비의 모습에 깜짝 놀라 작게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라면 그런 릴리아나의 모습에 사과를 했을 도비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스네이프 부인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크고 둥그런 눈을 부릅뜨며 다급하게 외쳤다.

"교장 선생님! 지금 제임스 포터 군이 세비나 스네이프 교수님의 사무실에 들어갔어요!"

"뭐!"

스네이프가 소리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역대 교장 선생님들의 초상화들 중 몇몇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노로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는 남편의 얼굴에 릴리아나가 그를 타일렀다.

"세브, 일단 진정해요. 아직 통금시간 아니잖아요. 마법약에 궁금한 것이 있어서 간 걸 수도 있죠."

하지만 교장 선생님께서는 저녁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곗바늘 덕분에 아내의 말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이브의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네! 도비가 똑똑히 봤어요! 제임스 포터 군이 투명 망토를 쓰고 세비나 교수님의 사무실 안으로……!"

도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네이프는 검은 망토를 박쥐처럼 휘날리며 성큼성큼 교장실을 나섰다. 얼굴에는 잡히기만 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분노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릴리아나도 재빨리 그를 따라 나섰다. 날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뛰어 내려가는 스네이프를 따라잡기 위해 릴리아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의 남편을 쫓았다.

"여보!"

"쉿."

스네이프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세비나의 사무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이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들은 세비나의 사무실이 있는 지하 감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릴리아나의 어깨를 한 팔로 끌어안으며 세비나의 사무실을 흘끗흘끗 훔쳐보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세브, 너무 과민반응 하는 거라니까요. 정말 마법약에 궁금해서 물어보러 간 걸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이브도 성인인데 설사 제임스와 깊은 관계라고 해도 우리가 상관하면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포터는 아직 학생이야. 포터는 안 돼. 절대로 안 돼. 그리고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에게 이브를 주라고?"

"세브……정말 당신……."

당신 과거가 어땠는지 좀 생각하라고 말을 하려던 릴리아나의 말을 막으며 스네이프가 속삭였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발소리도 내지 않으며 세비나의 사무실로 다가갔다. 릴리아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세비나의 사무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제임스 포터의 얄미운 목소리에 이를 빠득 갈았던 스네이프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꺄악!"

운 나쁘게도, 제임스의 가벼운 볼 키스를 그리 싫지 않다는 얼굴로 받고 있던 세비나가 야차 같은 아버지의 등장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제임스 포터는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 들이닥치자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때마침 통금 시간을 울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스네이프가 모든 학생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통금 시간을 울리는 종이 쳤구나, 포터. 세비나 교수, 통금 시간이 되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지금 뭐하고 있는 겁니까? 내가 잘못 본 겁니까?"

"아빠! 아니, 교장 선생님! 이건……."

세비나가 제임스와 그녀의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일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스네이프의 얼굴은 덫에 걸린 사슴을 바라보는 사냥꾼의 얼굴이었다. 그때 주저앉았던 제임스가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며 외쳤다.

"안녕하세요! 장인어른!"

생글생글 웃으며 폭탄 발언을 내던지는 제임스 시리우스의 말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얼굴이 되었던 스네이프가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뒤늦게 소리쳤다.

"……내가 왜 네 장인……!"

스네이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제임스는 투명 망토를 챙겨들고 추격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달려 나갔다. 멍한 얼굴로 세비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방금 상황이 제임스 포터에게 당했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무시무시하게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

도망친 제임스를 잡기 위해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스네이프가 뛰어가자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쏜살같이 뛰어가는 제임스를 바라보던 릴리아나도 얼떨결에 같이 뛰기 시작했다.

"거기 안서?"

"장인어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모르세요? 노크는 하고 들어오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왜 네 장인어른이야!"

달려가는 도중에도 얄밉게 깐죽거리는 제임스의 모습에 더욱 열을 받은 것인지, 평소에는 창백하게 보이는 스네이프의 얼굴은 분노로 인해 붉어져 있었다.

"거기 서라! 그리핀도르에……."

"이렇게 들켜버린 거 확실하게 말할게요. 이브 누나와 저의 관계를 인정……"

"……인정 해줄 것 같으냐!"

"세베루스! 제임스!"

그리핀도르의 5학년 반장이자 추격꾼인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와, 평소 무뚝뚝하고 근엄하시던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샀던 전 마법약 교수님이 한밤중에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진귀한 광경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통금 시간인지라 까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임스는 그의 아버지를 닮아 호그와트의 비밀 통로를 구석구석 꿰뚫고 있었다. 비록 추격꾼을 맡고 있지만, 아버지가 수색꾼을 했던 피는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는 요리조리 뱀같이 빠져나가며 스네이프 부부를 따돌렸다.

마침내 제임스가 어느 구석진 통로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자, 스네이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들어간 곳은 소망의 거울이 보관되어 있는, 다시 말해 도망갈 구석이라고는 없는 통로였기 때문이었다.

스네이프가 분노로 인해 붉어진 얼굴에 비열한 미소를 띠며 뛰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통로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덫에 걸린 동물을 바라보는 사냥꾼 같은 모습이었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추격전은 여기서 끝인 것 같구나, 포터."

스네이프가 천천히 소망의 거울이 보관되어 있는 빈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속삭였다. 붉어진 얼굴로 숨을 고르던 릴리아나는, 1학년 때 해리에게서 소망의 거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거울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이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거울 위에 쓰여 있는 '에리스트 스트라 에루 오이트 우베 카푸루 오이트 온 워시' 라는 문구를 바라보았다가 신기한듯이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그녀 모습 외에는 별 다른 모습은 비추고 있지 않았다. 릴리아나가 거울에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스네이프는 짐짓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터, 네가 숨는다고 일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만, 스네이프가 간과한 것은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가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통로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투명 망토를 뒤집어썼던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는, 스네이프 부부가 소망의 거울이 있는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밖에서 문을 잠가버렸다.

어서 나오라며 부드러우면서도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고 있던 스네이프는, 밖에서 교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나자 재빨리 달려가 문손잡이를 돌렸다. 당연하게도, 문은 덜컹거리는 소리만 낼 뿐 열리지 않았다. 투명망토를 잊고 있던 스네이프가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사납게 외쳤다.

"제임스 포터! 이거 풀지 못해?"

"죄송해요, 교장 선생님!"

"제임스 포터-!"

제임스가 재빨리 후다닥 달아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네이프는 신경질적으로 문손잡이를 흔들며 제임스를 불렀다.

한편,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소망의 거울에 손을 올리고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의 모습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조금 실망하며 제임스를 향해 분노의 포효를 내뱉고 있는 스네이프를 돕기 위해 손가락을 떼려고 했다. 바로 그때, 릴리아나의 손이 닿았던 자리에서부터 환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릴리아나가 손을 떼려고 했지만, 마치 강력한 풀로 붙여놓은 것 마냥 손가락은 떨어지지 않았다.

"포터!"

"여보?"

아무리 손을 잡아당겨도 손가락이 떼어지지 않자 당황한 릴리아나가 스네이프를 불렀다. 스네이프가 그의 아내를 돌아보았다. 릴리아나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매우 당황한 얼굴로 빠르게 말했다.

"손이 안 떼져요."

"뭐라고?"

스네이프가 제임스 포터를 찾던 것도 잊고 릴리아나에게로 다가왔다. 환한 빛이 터져 나오는 것을 당황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손목을 잡고 잡아당겼으나, 스네이프의 힘으로도 손가락은 떼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부터 퍼져 나오던 환한 빛은 점점 더 커져가더니 시야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번쩍였다. 환한 빛 때문에 눈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 스네이프 부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정신을 잃었던 것인지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는 소망의 거울이 있는 교실에 쓰러져 있었다. 창 밖에서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을 깜빡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릴리아나가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는 스네이프를 깨우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은 상당히 젊어진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을 유지했기에 늙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동안의 세월이 확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착각이겠거니 고개를 저으며 스네이프를 깨웠다.

"여보, 세브. 일어나요."

부드럽게 스네이프를 흔들자 그는 햇살이 눈부신 것인지 미간을 찌푸렸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아나?"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던 스네이프는 창밖으로 쏟아지고 있는 햇살에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아침인건가? 제임스 포터, 이 녀석을……."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말꼬리를 흐렸다. 의아한 듯이 스네이프가 그녀를 바라보자 릴리아나가 물었다.

"왜 그래요?"

"머리색이……."

"머리색?"

릴리아나가 머리를 쓸어내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었다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발의 머리는 학생시절의 것처럼 붉은 머리로 돌아가 있었다.

"왜 변했지?"

도대체 어째서 금발이던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릴리아나가 중얼거리며 그녀 앞에 있는 소망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 자신의 모습은 스네이프와 마찬가지로 이십년 가량은 어려진 것 같았다. 릴리아나가 양 뺨을 손으로 감싸며 놀란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자, 스네이프 역시 그녀를 따라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역시 이십년은 젊어진 것 같은 모습에 놀란 듯 했다.

한참동안 젊어진 그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스네이프 부부는, 먼저 정신을 차린 스네이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릴리아나 역시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 일어섰다.

"우선 나가도록 하지."

"맞다! 출근해야 하는데!"

릴리아나가 깜짝 놀라며 녹색 두 눈을 토끼처럼 떴다가 눈썹을 팔자로 축 내렸다. 지각했다는 생각에 머리색이 바뀌고 젊어졌다는 사실은 머릿속 저편으로 처박혀 버렸다.

빠른 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간 릴리아나가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스네이프와 함께 아무도 찾지 않아 조용한 복도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현관 입구까지 온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미 지각한 것 같지만 저는 다녀올게요, 세브. 저녁에 봐요."

릴리아나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한 스네이프가 보일 듯 말듯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녀와."

싱긋 웃은 릴리아나가 호그와트를 나가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흘끗 뒤를 돌아본 릴리아나는 여전히 기둥 뒤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자, 스네이프가 손을 흔들었다.

릴리아나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던 스네이프는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락 말락 하자 교장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릴리아나에게 제임스 포터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그는 순식간에 미간을 팍 찌푸렸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이브의 관한 일과 교장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부인을 가둬버렸던 벌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스네이프가 제임스 포터를 향해 걸어갔다.

호그스미드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릴리아나는 제임스가 다가오자 평소와 같이 반갑게 인사하려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해리의 아들이라고 해도 교장 선생님과 한때 교수였던 그녀를 교실 안에 가두는 것은 확실히 도가 지나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

항상 부드러운 그녀였지만,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있어서는 단호할 부분은 단호한 그녀였기에 릴리아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채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먼저 입을 열려던 제임스는 릴리아나가 입을 열자 놀란 듯 했다. 하지만 곧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이 달링 릴리가 먼저 내게 인사를 해주다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제임스가 은근슬쩍 릴리아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릴리아나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를 뿌리치려고 했지만, 제임스는 단단히 작정한 듯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 놓으렴, 제임스. 어제부터 상당히 무례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에이 뭐야. 왜 먼저 인사를 해주나 했더니 스니벨루스에 관한 것 때문이었구나?"

제임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스니벨루스는 충분히 그럴만한 행동을 했었단……."

싱긋 웃으며 말을 하던 제임스가 말을 멈췄다. 어느새 다가온 스네이프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릴리아나에게 어깨동무를 한 제임스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떼었기 때문이었다.

"오…….좋아."

제임스는 갈색 눈을 굴리며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설마 스니벨루스가 아버지를 불러온 거야?"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포터?"

스네이프가 조용하면서도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무례한 일을 저지르고 난 후부터 막 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냐?"

제임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갈색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봐 제임스! 거기서 뭐해!"

그때, 제임스를 구원한 것은 그의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목소리에 그를 부른 친구들을 바라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던 릴리아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제임스의 손목을 잡고 있던 스네이프 역시 당황한 것인지 두 눈을 부릅떴다.

"에반스와 대화 중이었냐?"

시리우스가 킬킬거리며 제임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가 당황한 것 같이 보이는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는 스네이프를 바라보고 제임스에게 속삭였다.

"스니벨루스가 자기 아빠를 불렀냐?"

리무스는 조금 놀란 듯 했지만 그들 사이에 개입은 하지 않은 채 멀찍이서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었고, 피터 패티그루는 쥐 같은 코를 킁킁거리며 불안한 얼굴로 연신 제임스와 릴리아나, 그리고 스네이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그들 사이에 맴돌았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어느 소녀의 목소리였다.

"세베루스를 놔줘, 포터!"

릴리아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외치더니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제임스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경악한 얼굴로 릴리와 릴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 얼굴로 릴리와 릴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제임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온 릴리 포터, 아니 릴리 에반스는 양 손을 허리에 척 올리더니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지금 뭐하는 거야!"

"……왜 마이 달링이 둘이지……?"

제임스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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