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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the Time(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Before the Time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소문일수가 없었다. 그리핀도르의 머글 태생 소녀와 소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음침하고 음험한 슬리데린의 소년이 키스를 했다니.
호그와트의 아이들은 놀랍고 흥미진진한 소식에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소문을 퍼다 날랐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스니벨루스를 죽여 버리겠다고 방방 뛰는 제임스와, 제임스를 말리느라 진이 빠져버린 마루더즈와, 피브스를 처리하려는 것이 분명한 조용히 사라져버린 스네이프와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똑같이 생긴 두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 소문을 재미있게 여기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있던 저녁 연회에서 잠시 마법의 약 과목을 맡아주실 두 명의 교수님이 소개되고, 덤블도어가 두 교수님의 관계는 제대로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피브스가 퍼트린 사건의 주인공이 이분들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하자 대놓고 아쉬움을 내보이는 세베루스의 모습 덕분에 테이블 아래로 허벅지를 꼬집힌 스네이프는 다시 한 번 아내의 눈치를 봐야 했다.
***
소문이 사그라지고, 새로 오신 마법약 교수님들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오신 마법약 교수님들의 수업에 대한 호그와트 학생들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누어졌다.
릴리아나 퀸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1, 2, 3, 5학년 학생들은 상냥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퀸 교수님의 수업이 단숨에 제일 좋아하는 수업으로 떠올랐지만, 4, 6, 7학년들의 의견은 많이 달랐다.
덤블도어의 제안에 따라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이름 대신 세바스찬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게 된 세바스찬 유안 교수님의 수업은 마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빈스 교수님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졸리고, 따분하고 지루한 수업을 했던 전임 마법약 교수님에 비해 '적어도 공포로 인해 졸지는 않는다.'는 어떻게 보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두 교수님에 대한 극과극의 반응이 퍼져가는 가운데, 릴리아나에게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 함께 듣는 5학년 수업이 찾아왔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염색 마법이 듣지 않아 여전히 붉은 머리를 공들여 손질하고, 옷도 정성스럽게 입은 릴리아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며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옆에 앉은 친구와 수다를 떨던 학생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여교수님을 바라보았다. 이번 수업에는 특히 릴리 에반스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릴리와 릴리아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작게 수군거렸다.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저는 마법약 교수님께서 복귀하실 때까지 임시로 1, 2, 3, 5학년 마법약 수업을 맡게 된 릴리아나 퀸 교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릴리아나가 싱긋 웃으며 인사를 하자 예의상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휘파람을 불었다.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며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던 릴리아나의 시선이 함께 앉아 있는 릴리 에반스와 세베루스 스네이프에게 닿았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멀어졌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듯 했다.
출석을 모두 부른 후, 마법약 제조법과 각각의 재료들이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 어떤 주의사항을 지켜야 할지 자세하고 차근히 알려준 뒤 릴리아나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잘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만들어 낸 것은 역시 세베루스였고, 그 뒤를 이어 릴리가 약을 완성해냈다. 평범하고 무난한 수업시간이었다. 다른 수업과는 다르게 왠지 모를 긴장감과 부담을 안고 교실에 들어왔던 릴리아나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수업이 끝나자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학생들이 하나 둘씩 짐을 챙겨 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는 갑자기 어린 세베루스가 앞으로 다가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퀸 교수님."
제대로 감지 않아 기름진 머리, 왜소하고 비썩 마른 몸, 햇빛을 잘 보지 않은 것인지 창백한 피부와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의 어린 시절의 남편을 자기도 모르게 찬찬히 살펴보던 릴리아나가 뒤늦게 되물었다.
"왜 그러니?"
"마법약 보충은 어떻게 되나요?"
"보충이라니?"
"세인트 교수님께서 특별 수업을 해주셨는데 당장 오늘이 그 수업 날 이여서요. 유안 교수님께 특별 수업을 받나요, 아님 교수님께 수업을 받나요?"
뜻밖의 소리에 조금 고민하던 릴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음…….세인트 교수님이랑은 일주일에 몇 번씩 수업을 했니?"
"월요일과 금요일이요."
딱딱한 대답에 릴리아나의 입가가 웃음기를 참는 듯 조금 씰룩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태연한 얼굴로 물었다.
"수업을 받고 싶은 교수님이 있니?"
"딱히 상관없어요."
"그럼 스……아니 유안 교수님과 상의를 해볼게. 일단 오늘은 내가 특별 수업을 해도 되겠니?"
세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뚝뚝하게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교실을 나갔다. 세베루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릴리아나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환하게 웃었다.
"너무 귀여워."
지나가던 사람이 들으면 옮기던 걸음도 멈추고 뒤돌아서며 경악을 품고 있는 의아한 얼굴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해명을 바라며 뚫어져라 바라볼만한 발언이었지만 릴리아나는 눈까지 반으로 접어가며 홍조를 띄었다.
스네이프의 학창시절 사진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세즈가 그녀의 남편을 닮았긴 하나, 그녀의 모습 역시 닮았기 때문에 스네이프의 학창시절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남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상상 이상으로 귀여웠다.
"어떡해…….진짜 너무 귀엽잖아……."
수업 시간 내내 터져 나올 뻔한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던 릴리아나는 양손을 두 뺨에 대고 고개를 저었다.
어린 세베루스는 귀여운데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은 머리도 잘 감고, 옷도 깨끗이 입고, 살도 적당히 붙어 있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다정했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멋져지고 중후해지고…….
여전히 양손을 두 뺨에 대고 홍조 가득한 얼굴로 꿈꾸는 것 같은 눈빛을 하고 마음속으로 남편 자랑을 하고 있던 릴리아나가 부끄러운 듯 작게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보아도 콩깍지가 제대로 낀 심각한 중증이었다.
한참동안 빈 마법약 교실에서 두 뺨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좋아하던 릴리아나는 스네이프가 다음 시간에 있을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하러 들어오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 있어?"
홍조가 가득한 아내의 얼굴이 의아한 듯 스네이프가 묻자 릴리아나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스네이프의 목에 양 팔을 두르고 무너지듯이 안겨 그의 품 안에서 뺨을 비비적거렸다. 숨을 크게 들이셨다 내쉬며 은은한 비누 향을 즐기던 릴리아나가 깊게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어린 세브가 마법약 보충을 들으러 온댔어요. 세인트 교수님께 월요일과 금요일에 특별 수업을 들었대요. 당신도 세브 가르칠 거예요?"
"뭐……."
스네이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뺨을 비비적거리던 것을 멈춘 릴리아나가 말했다.
"어린 세브를 가까이서 봤어요."
스네이프가 작게 움찔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어린 시절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껄끄러웠다. 불편한 감정을 숨기고 태연한 얼굴을 한 스네이프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음……."
"왜 이렇게 귀여웠어요?"
"……응?"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던 그가 말을 돌리려 입을 열었다가, 릴리아나의 뜻밖의 말에 잠시 아내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스네이프가 뒤늦게 되물었다. 고개를 들은 릴리아나가 붉어진 얼굴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랑 똑같이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도 귀엽고 마법약 만들 때 집중하는 것도 너무 귀엽고……."
어린 세베루스의 귀여움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낌새가 보이자 스네이프가 크게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언뜻 보이는 그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 스네이프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 알았는지 릴리아나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아기 다루듯 그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잡았다.
"네, 교수님?"
스네이프의 볼이 따뜻해질 때까지-손의 열이던 부끄러워서 나는 열이던- 조물조물 거리던 릴리아나가 가볍게 그의 입술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스네이프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릴리아나가 푸흐흐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무언가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란 스네이프 부부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검은머리 남자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인 것 같이 보이는 슬리데린의 학생이 떨어뜨린 가방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고요하고 정적인 침묵 끝에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차갑게 생긴 검은머리 남자 아이가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머글 태생이란 어쩔 수 없군."
작게 혀를 찬 남자 아이가 차가운 눈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더니 몸을 휙 돌리며 말했다.
"가자, 로시에르."
가방을 떨어트렸던 슬리데린의 학생이 남자 아이의 말에 말을 더듬으며 가방을 챙겨 그의 뒤를 황급히 따라갔다. 스네이프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잠시 어째서 그 남자아이에게 역시 머글 태생이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릴리아나가 상황을 되짚었다.
"음…….그러니까…….저 슬리데린 학생이 저를 릴리 에반스로 본건가요?"
스네이프는 답이 없었다.
자신은 남편을 교수님이라고 부르고, 뺨을 조물거리고, 입을 맞추니까 교수님은 고개를 돌리고……?
아까 있었던 일을 되짚던 릴리아나가 설마 하는 얼굴로 학생들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다가 스네이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세브, 아까 그 남학생 혹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교수님을 유혹하는 그런 쪽으로 생각해서 머글 태생은 어쩔 수 없다고 그런……걸까요?"
미약한 신음을 흘린 스네이프가 관자놀이를 더욱 세게 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글쎄. 생각하는 것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녀석이라서."
마치 스네이프가 아까 그 슬리데린의 남학생을 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에 릴리아나가 물었다.
"세브, 아까 그 남학생이 누군지 알아요?"
============================ 작품 후기 ============================
누굴까요???알아맞춰보세요??? 정답을 맞추신 분께는 작가의 뽀뽀를 드리겠습니다.(독자님-필요 없어!
선추코는 큰 힘이 됩니다!!
릴리아나 교수님 수업- 마법약 깨치기~~어린이 여러분~우리모두 마법약을 만들어봐요~! 자~ 이제부터 교수님을 보고 차근차근 따라해 보아요~ 알겠죠~~?
스네이프 교수님 수업- 만들어.
학생-...
스네이프 교수님- 만들라고.
이렇다고 합니다. 제보해주신 그리핀도르의 B군과 P군 감사합니다.
오늘도 끝나지 않는 교수님들의 수난...다이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