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27화 (127/142)

0127 / 0142 ----------------------------------------------

Before the Time(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Before the Time

스네이프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한참 망설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브릿지."

"……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인물에 릴리아나가 경악한 얼굴로 눈을 부릅떴다. 거짓이라고, 진실을 말하라는 듯 남편을 바라보는 릴리아나였지만 스네이프는 단호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에요? 내가 잘못 들은 거예요? 엄브릿지라니?"

"엄브릿지의 학창시절 취미가 남장이었어."

2차 충격이었다. 릴리아나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숨을 헉 소리가 나게 크게 들이켰다.

"하……하지만 그 벨라같이 생긴 여자가 뭐 하러 남장을 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사람인데."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무래도 두통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기도 했다. 성별을 바꿔서 생각할 생각을 못한 탓인지 다시 생각해 보니 수려한 미간, 잘 다듬어진 눈썹, 깊고 푸른 눈을 비롯해 날카로운 콧대와 완벽한 입술과 얼굴형까지. 엄브릿지였다. 곰곰이 되씹다 보니 엄브릿지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물론, 믿으면 골룸이었다.

헤헷★

(독자님-파닥파닥!)

----------절취선-----------

Before the Time

"……블랙."

한참의 시간 끝에 스네이프가 입을 열었다. 릴리아나가 의아한 듯 눈을 조금 크게 뜨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리우스요?"

"아니."

그가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레귤러스 블랙."

"아!"

스네이프의 말에 깊은 곳 저편에서 아른거리고 있던 기억이 손에 잡힌 듯 확 솟구쳐 올라왔다.

"R. A. B!"

세비나를 임신했을 무렵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호크룩스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을 때 그 일의 시작이 된 사람이었다. 호크룩스 로켓과 가짜 로켓을 바꿔치기한 사람.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리우스를 빼닮아 있었다. 수려한 눈썹, 깊은 은회색의 눈동자, 매끄럽고 날렵한 콧날, 전체적으로 차갑고 냉랭한 인상을 풍기는 얼굴. 곰곰이 되씹다보니 왜 시리우스를 연관시켜 생각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자기 일이나 남의 일이나 잘 얘기하고 다니지 않는 입이 무거운 녀석이니 방금 본 것을 퍼트리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로시에르는……."

"……또 해리 어머님께 폐를 끼쳤네요. 다음 수업은 한 시간이나 후에 있는데 벌써 학생이 올 줄은……."

릴리아나가 무겁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따로 불러서 입단속을 시킬 테니까 당신은 너무 걱정하지 마."

스네이프가 달래듯이 말했으나 릴리아나의 무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

어린 세베루스가 릴리아나를 찾아온 것은 저녁 7시 무렵이었다. 막상 오늘 특별 수업을 하기로 했지 시간을 정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저녁을 먹고 난 후부터 지하 감옥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베루스는 릴리아나가 학창시절, 남편에게 마법약 특별 수업을 받았던 딱 그 시간에 찾아왔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무뚝뚝하고 딱딱하게 인사를 하는 세베루스의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 콩깍지가 제대로 낀 릴리아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가를 씰룩거리며 그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저녁은 맛있게 먹었니?"

세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뚝뚝했던 건 어렸을 적부터 그랬구나. 라고 생각한 릴리아나는 아까보다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특별 수업을 받았다고 했잖니. 7시부터 통금시간까지 수업을 받았던 거니?"

"네."

"유안 교수님과 상의를 해봤는데, 교수님도 세……아니 스네이프 군을 가르치는 데에 흔쾌히 허락을 하더구나. 오늘은 금요일이니 앞으로 금요일 수업은 내가 하고 월요일 수업은 유안 교수님이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니?"

세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베루스의 볼을 조물조물 거리고 싶은 듯 손을 꼼지락거리던 릴리아나가 유혹을 털어버리듯 박수를 짝짝 쳤다.

"내게 세인트 교수님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셨고, 내가 어떤 식으로 수업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겠니?"

그녀의 말을 따라 세베루스가 조곤조곤한 말투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릴리아나는 입이 귀에 걸리려는 것을 막느라 애를 써야 했다. 세베루스의 의견을 따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의 방향을 정한 릴리아나는 그가 바라는 대로 알려지지 않은 마법약을 개발하는 쪽의 수업을 진행하였다.

세베루스의 마법약 실력은 그야말로 천재적인 실력이었다. 잘못된 수식을 고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약을 창조해내고, 응용하고, 여러 가지 약물의 장점만을 뽑아내 하나로 합치는 등 이미 포션 마스터가 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남편에게 받았던 알려지지 않은 마법약을 개발하는 수업을 세베루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신기하고 특이한 일이었다. 세베루스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지식을 쭉쭉 흡수해 갔다.

어린 시절의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은 쑥쑥 흘러가 어느새 통금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겠구나."

그녀의 말에 세베루스가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그가 사용했던 마법약 재료들과 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추위를 잘 타는 릴리아나가 가디건을 걸치고 그를 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세베루스가 딱딱한 말투로 인사를 하자 릴리아나가 방긋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는 그의 뒤를 따랐다.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데려다 주려고?"

"필요 없습니다."

학창시절의 스네이프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항상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었기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따르던 릴리아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베루스는 자신의 말이 공격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말을 돌려 표현했다.

"데려다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원래 특별수업이 끝나고 나면 데려다 주는 거야."

릴리아나가 억지를 쓰듯 말했다. 사실 그녀로서는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전에 귀여운 어린 시절의 남편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세베루스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듯 몇 번 입을 벙긋거렸으나 이내 입을 다물고 앞만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슬리데린 기숙사 앞으로 가는 내내 밤공기처럼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길고도 짧은 시간 후에 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세베루스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조심해서 들어가렴."

하지만 세베루스는 곧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의아한 듯 릴리아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세베루스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응?"

잠시 망설이던 세베루스가 마침내 말을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릴리아나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세베루스는 말도 없이 몸을 휙 돌리더니 기숙사 안으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빠르고 작게 속삭이는 말소리와 함께 기숙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닫혔다. 그러자 복도 안에는 싸늘한 바람소리만이 남았다.

기숙사 안으로 사라져버린 세베루스가 귀엽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짓던 릴리아나는 임시로 배정받은 방으로 홍조를 띈 채 돌아왔다.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잘 준비를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편의 옆으로 꼬물꼬물 들어갔다.

"세브 너무 귀엽지 않아요?"

들어오자마자 예고도 없이 날리는 강력한 말에 책을 읽던 스네이프가 사레가 걸린 듯 쿨럭 거렸다.

"어린 쪽도 귀엽고, 다 큰 쪽도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릴리아나가 사레로 빨개진 얼굴의 남편을 바라보며 짓궂게 말했다. 간신히 기침을 멈춘 스네이프가 중얼거렸다.

"……여기 와서 귀엽다는 말만 몇 번을 들은 건지. 그런 말은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데."

"왜요. 사실인데."

릴리아나가 책을 읽느라 앉아 있던 남편을 누운 채로 올려다보며 방긋 웃었다. 스네이프는 대답을 피하듯 책에 집중하는 척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 사실이잖아요."

계속 놀리듯이 말하는 릴리아나의 입을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꾹 잡았다가 놓은 스네이프가 말했다.

"없어."

"네? 정말요? 왜요?"

"왜라니……."

그로써는 아내의 반응이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귀엽다는 것은 작고 순하게 생긴 초식 동물들이나 아기들, 혹은 어린아이들에게나 하는 말이었고, 그는 아기일 시절에도, 어린아이일 시절에도 작고 순한 –혹은 초식 동물인– 범주에는 들지 않았었다. 물론 다 크고 난 후에도.

"어머니나 친척 분들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어요? 정말요?"

릴리아나는 오히려 그의 대답이 충격적인 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캐물었다. 말없이 책에 집중하는 척 하던 스네이프가 그의 한쪽 볼을 조물조물거리는 손길에 마침내 눈길을 릴리아나에게로 돌렸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나 뭐 그럴 때는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을 할 수 있는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기억들 중에서는 없어."

"그래요? 이상하네……. 다들 보는 눈들이 없네요."

릴리아나가 작게 투덜거리자 스네이프가 이유모를 헛기침을 했다. 작은 목소리로 꿍얼꿍얼 거리던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손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힘내요, 세브. 당신의 귀여움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불쌍한 거예요."

스네이프는 잠시 이것을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다가, 이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마지못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개인지 입금해주시는 분이 많으시면 다른 일러스트 엽서가 추가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입금 좀ㅠㅠㅠㅠㅠㅠ선추코는 큰 힘이 됩니다.

폼작성+입금이 확인되면 폼 작성 때 적어주신 메일 주소로 입금 확인 메일을 보내고 있어요.(10월 6일, 입금 첫날에 해주신 분께는 핸드폰으로) 확인해 보시고 기입한 메일 주소를 모르겠다거나 나한테는 입금 확인 메일이 안왔다 하시는 분들께서는 [email protected] 으로 주문자(입금자 명, 핸드펀 번호가 담긴 메일 보내 주시면 확인해 드릴게요^^


0